The eldest son is eager for soccer RAW novel - Chapter (38)
장남은 축구가 간절하다 38화
3대1로 개처바르고 나서야 끝판왕을 마주하게 되네.
후반전을 준비하는 하프타임, 벤치에서 다들 후반을 위해 당분을 보충하고 옷을 갈아입으며 감독의 지시를 열심히 듣고 있는 가운데, 디오스는 홀로 유유자적 공을 가지고 놀며 몸을 풀고 있었다.
자유자재로 공을 가지고 논다.
그래, 저 정도 퍼포먼스는 어릴 때부터 보여줘야 디오스지.
“이봐, 윤! 듣고 있나?”
가만히 그를 지켜보는데 감독이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물론, 하나도 듣지 않았다.
“그럼요, 듣고 있죠. 필요할 때를 제외하면 드리블과 개인기는 금지, 라인에서 찔러주는 공을 보고 수비 뒤로 파고드는 움직임을 자주 보여줄 것. 맞죠?”
“그래, 그거야!”
매일 똑같은 걸 주문하니 굳이 듣지 않아도 될 뿐이지.
“자자, 이기고 있다. 성인팀이 보여준 것처럼 우리도 보여주는 거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야. 상대가 레알 마드리드라는 걸 잊지 말고.”
감독의 말을 끝으로 후반이 시작됐다.
새하얀 유니폼에 등번호 7번을 달고 있는 디오스가 보인다.
그는 정확히 3년 뒤, 17살에 지금 레알 마드리드 1군에서 7번을 차지하고 있던 선수를 내몰고 그 등번호를 차지하게 된다.
그리고 온갖 최연소 기록을 갈아치우며 라울, 호날두를 밀어내고 역대 최고의 7번으로 군림하게 된다.
“안녕? 난 디오스라고 해.”
그런 녀석이 하프라인 건너에서 나를 보며 말을 걸어왔다.
“아, 에스파냐어를 모르려나? 마이 네임 이즈 디오스. 오케이?”
“…에스파냐 말 할 줄 알아.”
“오, 그래? 대단한 친구네. 못해도 3개 국어를 한다는 거잖아? 그런데 어떻게 알아? 혹시 우리 구단에 관심 있니?”
스페인어를 할 줄 알면 레알 마드리드에 관심 있는 건가?
“미안, 나는 스페인 팀에 관심 없어.”
“그런데 그렇게 잘한다고? 혹시 바르셀로나를 좋아한다거나……?”
“아니, 굳이 따지자면 난 베티스 팬이야.”
레알 베티스, 내가 지난 삶에서 뛰었던 팀이다.
“베티스? 하…….”
디오스가 어이없다는 듯 콧방귀를 뀔 때 휘슬이 울렸다.
레알 베티스를 비웃어?
하, 이 자식.
이때도 이랬구나.
프리메라리가에서 팀은 레알 마드리드 외 그나마 바르셀로나 정도가 쳐줄 만하다, 이 마인드 말이다.
그 마인드는 유럽 리그를 통틀었을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레알 마드리드 외에 그나마 바르셀로나, 뮌헨, 맨체스터 시티 그 정도라는 마인드였다.
젊었을 당시 인터뷰에서도 심심하면 이런 뉘앙스로 발언을 해서 안티가 제법 많았다.
그 빌어먹을 마인드를 일찍이 고쳐줘야겠네.
“야! 막아! 차단해!”
그 가운데 건방진 디오스 새끼는 공을 뒤로 돌리다가 우리 미드필더 라인 즈음에서 난데없이 혼자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나와 동갑인데 키 182cm, 이미 완성된 피지컬을 자랑하는 놈은 다리가 유난히 긴 편이었다.
그 긴 편 다리로 성큼성큼 달리는데 신기하게 공이 발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가장 무서운 건 스탭의 박자를 가지고 논다는 거다.
마킹하는 상대가 가늠하기 어렵게 스탭을 수시로 더 빠르게 하거나 느리게 하거나 엇박자를 주면서 혼선을 준다.
멀리서 보면 그저 달리는데 공을 뺏기는 것 같아 굉장히 쉬워 보이지만, 그게 쉽지 않다.
무엇보다 순간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스탭오버나 박자를 이상하게 타는 스탭으로 눈을 어지럽히고 옆으로 치고 빠지는 걸 막을 도리가 없었다.
행여나 붙잡거나 옆에 붙더라도 몸싸움에 밀려 결국 제쳐진다.
우리 선수들이 지금 그것에 당하고 있었다.
한 명, 두 명, 세 명, 네 명… 그리고 남은 골키퍼까지.
“디오스으으!!”
단숨에 다섯 명을 제치고 골을 넣는 디오스의 퍼포먼스에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 사이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저놈은 또 뭐야.”
샬렛이 허리춤에 손을 올려놓고 어이없는 시선으로 디오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건 다른 애들도 마찬가지였다.
마치 도깨비한테 홀린 듯 디오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놀라온 퍼포먼스에 다들 크게 놀란 것 같았다.
그걸 다독인 건 놀랍게도 돈 외에는 관심이 없는 소비올라였다.
“뭐야, 매일 당하던 거잖아. 왜들 놀라?”
“응?”
“뭔 소리야?”
“아니, 써니한테는 그렇게 매일 개털리던 게 쟤한테 한 번 털렸다고 멘탈이 갈리면 어쩌자는 거야?”
그 말에 동료들이 서로를 바라봤다.
“그러고 보니 그렇네.”
“생각해 보면 윤한테 털리는 게 더 뭐 같아.”
아니, 내가 왜?
“태양이는 매일 뭐같이 사타구니 사이만 노리잖아.”
“개구리 점프로 돌파할 때 보단 자존심이 덜 상하긴 하네.”
“똑같은 개인기로 연습 경기 내내 다섯 번 털리는 것보단 낫네.”
그렇게 말하면 내가 나쁜 놈 같잖아.
뭐, 어쨌든 소비올라 말에 멘탈이 흔들릴 뻔한 동료들이 다시 돌아온 것 같다.
“그래, 얘들아! 결정적으로 아직 우리가 한 골 앞서고 있다! 해보자고!”
뒤늦게 팀의 주장이자 우리 팀 센터 포워드인 리안 켈러가 한 마디 하며 경기를 준비했다.
하지만, 마음가짐과 다르게 디오스를 막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중앙에서 공을 잡은 디오스는 사이드로 빠져나가는가 싶더니 다시 중앙으로 공을 몰아 수비수와 센터백 사이의 하프 스페이스를 노린 강력한 중거리 슈팅으로 동점골을 뽑아냈다.
“하, 이러면 내 해트트릭이 헛수고가 되잖아.”
나는 짜증스럽게 말했지만, 속으론 똥줄이 탔다.
지난 삶에서부터 시작된 디오스, 레알 마드리드와 경기에서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했던 저주 아닌 저주가 나를 엄습하는 기분이었다.
지난 삶은 이미 사라진 미래의 기록, 이걸 이번 삶에서 이어갈 수는 없었다.
나는 중앙 미드필더인 소비올라의 오른쪽에 자리 잡아 메짤라 역할을 하는 친구에게 다가갔다.
“아델, 나랑 위치 바꾸자.”
“…뭐? 그러다가 감독한테 혼날 텐데?”
“너한테 뭐라 그러면 내가 바꾸자고 했다 하면 되잖아.”
“그럼 너만 혼나잖아.”
“괜찮아, 해트트릭해서 뭐라 못해.”
“…그럼 난 시키는 대로만 한 거다?”
“그래.”
아델과 위치를 바꿨다.
나에게는 익숙한 위치는 아니었다. 지난 삶에서 나는 소비올라 위치에서 좀 더 후방에서 레지스타 역할에 가까운 움직임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굳이 여기 자리 잡은 이유는 하나.
디오스.
지난 삶에서 막지 못했던 괴물을 막기 위함이었다.
미드필더 위치에서 그와 접점이 가장 많은 위치거든.
그리고 공을 뺏었을 때 지금의 내가 가장 능숙하게 활동하는 위치인 하프 스페이스를 파고드는 움직임을 보여줄 수 있는, 그러니까 디오스를 막는 수비적인 역할과 공격적인 역할 두 가지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위치라는 거다.
“네가 날 막으려고?”
그걸 알아본 듯 디오스가 나에게 말을 건다.
재미있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아니, 네가 날 막아야 할걸?”
“굉장히 재밌는 친구네.”
말은 그렇게 하지만, 지네 팀 상대로 해트트릭 때려넣어서 호승심에 불타는 게 뻔히 보인다.
눈이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었다.
지금 당장도 나를 이길 생각에 재미있어 죽으려고 하는 게 보인다.
어쨌든 그렇게 재개된 경기.
“뭐야? 왜?! 왜 거기에?!”
감독의 비명 같은 외침이 들린다.
조금 미안해지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어느새 공을 가진 채 나를 향해 달려오는 디오스가 중요하다.
디오스는 그래, PTSD가 올 정도로 대단한 놈이 맞다. 축구의 신이라는 별명도 인정한다.
하지만 그건 미래의 디오스고.
지금의 디오스는 또 다르다.
신이 될 재능을 여실 없이 보여주고 있었지만, 그를 몇 번이고 상대한 내 눈에는 그의 드문 단점과도 같은 습관 몇 가지가 그때와 다르게 확연하게 보였다.
아직은 내가 베티스에서 몇 번이고 상대하던 그 시절 디오스가 아닌 어린 디오스니까.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스탭을 엇박자로 가져가며 나에게 혼선을 주려는 그에게 나는 거침없이 발을 들이밀었다.
다른 사람들은 이해 못하겠지만, 나는 그 시절부터 그의 스탭을 정확하게 보고 있었고, 그의 단점을 모두 인지하고 있었다.
그저 몸이 따라가 주질 못해 잡지 못했을 뿐.
스탭이 엇박자를 타고 있지만, 결국에는 박자를 다르게 가져가는 것뿐.
그러니까 내 눈에는 그 모든 게 A, B, C 정도로 나뉘는 패턴으로밖에 안 보인다.
패턴으로 나눠보면 스탭이 너무 정확해서 이렇게…….
“어?”
디오스가 깜짝 놀랄 정도로 손쉽게 공을 빼앗을 수 있었다.
당황한 디오스를 스치듯 지나가며 나는 달렸다.
“어디 가!”
그런 나를 디오스가 열심히 쫓아오는 게 보였다.
불과 몇 걸음 뛰지 않았는데 단숨에 내 옆에 붙는다.
그래, 타고난 피지컬 차이는 어쩔 수 없지.
하지만 이 녀석은 수비를 할 줄 모른다. 안 해봤는데 할 줄 알 리가 없지.
어설프게 몸을 밀어붙이지만, 이 정도는 숱하게 겪어본 나다.
놈에게서 등을 져서 공을 보호하고 놈이 밀어붙이는 힘을 역이용해 놈을 무너뜨린다.
놈이 한쪽 무릎을 꿇었다.
쿵!
하고 머릿속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려오는 기분이다.
그만큼 무릎 꿇는 디오스의 모습은 임팩트가 컸다.
그리고 짜릿한 쾌감도 컸다.
씨익, 비웃음 비슷한 웃음을 머금은 채 나는 레알 마드리드 진영으로 달려갔다.
* * *
“저 아이는 뭐지?”
“뉴캐슬 유나이티드에서 발굴한 소년입니다. 프리미어 리그 빅클럽에서 군침을 흘리는 프리미어 리그 최고 유망주입니다.”
“아, 그래, 저 아이 나라 말로 Sol[태양]이 이름이라지?”
“맞습니다.”
레알 마드리드 후베닐 A의 감독은 태양을 바라봤다.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만, 저 아이가 중원으로 내려온 이후 디오스는 단 한 번도 공을 가지고 드리블을 성공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면 다른 곳으로 위치를 옮기면 그만이겠지만, 디오스의 자존심은 그걸 허락하지 않는 모양이다.
어떻게든 저 아시안 소년을 이기고 싶은 듯하다.
감독은 굳이 그런 디오스를 말리지 않았다.
감독도 바보가 아닌 이상, 압도적인 재능 때문에 디오스가 축구에 흥미를 잃어가는 걸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 못지않은, 아니, 지금 수준으로 보면 오히려 앞서는 재능의 상대를 보게 되면 디오스는 분명 자극이 될 테니 말이다.
그건 그렇고…….
“탐이 나는 친구군.”
“그건 다른 프리메라리가 팀들도 그럴 것 같습니다.”
“음?”
수석코치의 말에 감독은 뒤를 돌아봤다.
스페인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어린 천재를 취재하기 위해 모인 축구 관련 언론들 모두가 카메라로 열심히 아시안 소년을 찍고 있는 게 보였다.
“이런, 이러다가 바르셀로나나 또 다른 마드리드 친구가 데려가는 건 아닌가 모르겠군.”
“그 전에 뉴캐슬 유나이티드에서 빼오기가 쉽지 않을 것 같네요.”
“돈 많은 친구들이니 그럴 수도.”
감독은 그리 말하며 시선을 돌렸다.
“저런……!”
공을 빼앗긴 디오스가 공을 다시 빼앗아 오려고 무리수를 두다가 형편없이 바닥을 구르는 게 눈에 들어왔다.
레알 마드리드의 어린 왕자가 저리 볼품없이 바닥을 구르는 굴욕은 그로서도 처음 보는 광경이다.
놀라운 모습을 선보인 소년은 어느새 팀의 다섯 번째 득점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전반의 해트트릭과 달리 후반 두 골 모두 어시스트이긴 하지만, 그래서 더욱 빛난다.
결정력, 수비력, 그리고 패스까지.
모든 것이 모자람 없는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피지컬은 몰라도 축구 재능은 디오스보다 몇 수 위인 듯싶다.
“정말 대단한데……? 뉴캐슬 스카우터가 일을 잘하나 보군.”
가만 보면 저 소년을 필두로 눈에 들어오는 아이들이 몇 있었다.
언젠가, 저 아이들이 뉴캐슬을 이끌게 되면 뉴캐슬 유나이티드는 그들이 원하던 것들을 거머쥘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 정도다.
“감독님, 그렇게 여유롭게 볼 상황이 아니지 않을까요?”
“글쎄, 어차피 조만간 계약이 끝나니 상관없지 않을까?”
“아…….”
혁신을 원하는 회장 때문에 늙어가는 감독은 조만간 이 자리에서 쫓겨날 예정이었다.
때마침 자기를 원하는 성인팀들도 있어 이참에 다시 성인팀을 지휘해 볼 생각이었다.
그러다 문득 드는 생각에 감독은 여러 팀을 돌며 언제나 자기를 보필하던 수석코치에게 물었다.
“자네 영어 좀 하나?”
“예? 아, 네. 어머니가 미국인이니까요.”
“음… 좋군. 나도 영어를 배워둬야겠어. 언젠가 기회가 되면…….”
그는 뒷말을 흐리며 필드를 바라봤다.
좌절하는 디오스를 오만한 프랑스 귀족, 아니, 왕족처럼 내려다보는 태양과 뉴캐슬 유니폼이 눈에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