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ldest son is eager for soccer RAW novel - Chapter (47)
장남은 축구가 간절하다 47화
레알 마드리드에게 졌다.
3대2, 아까운 패배였다.
감독이 없는 상황에서 필사적으로 싸웠지만, 라 파브리카의 높은 수준을 감당하기에는 부상 병동인 우리 뉴캐슬로는 역부족이었던 거다.
하지만 난 그 와중에 두 골을 넣으며 레알 마드리드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준 것 같다.
경기 이후에 우리 부모님에게 연락을 할 정도면 말이다.
아, 그리고 디오스와 번호를 주고받았다.
나는 그다지 원하지 않았지만, 버림받은 강아지 같은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그 모습이 재밌어서 받아줬다.
-디오스 : 언젠가 이길 거다
-디오스 : 두고봐
-디오스 : 근데 혹시 마드리드에 올 생각은 없어?
그러고 귀신 같이 메시지를 보내더라고.
뭐, 나쁘진 않았다.
-나 : 갈 생각은 있지
-디오스 : 진짜?
-나 : AT 마드리드로.
-디오스 : 야!!!!!
놀려먹는 재미가 있었거든.
그리고 우리 팀에는 새로운 유스 디렉터가 임명됐고, 맞춰서 새로운 감독이 왔다.
놀랍게도 레알 마드리드 후베닐 A의 감독 로쏘 아르텔리였다.
이탈리아와 스페인 이중국적을 가진 이 감독은 유소년 육성으로도 이름을 날렸지만, 말년에 프리메라리가 AT 마드리드의 감독이 되어 짧게나마 AT 마드리드의 시대를 만들며 명장으로 이름을 날리는 감독이었다.
나도 AT 마드리드와 붙어봤기 때문에 알고 있었지, 그가 레알 마드리드를 제외하고 어느 유스팀 감독을 맡았는지는 모른다.
나로 인한 나비효과인지 실제로 뉴캐슬의 유소년 감독을 맡은 건지 모르겠다만, 아무튼, 그의 체제 아래 우리 팀은 31/32 시즌 U-18 북부리그 2위, UEFA 유스 리그 4강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그리고 다음 시즌 그는 자신이 왜 미래에서 명장으로 칭송받게 되는지 톡톡히 보여줬다.
우리는 북부리그 우승, 챔피언스 리그 준우승, FA컵 우승을 거머쥐었다.
한편으로는 2032년 U-17 월드컵도 치렀다.
윗세대를 거르고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프로젝트의 일부분이 된 우리는 U-21 대표가 월드컵 조별예선에서 떨어진 것과 달리 4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거뒀다.
핵심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지치고 부상을 입지 않았다면 그 이상을 했을지도 모른다.
선수단 전력이 얇은 것이 아쉬울 뿐이었다.
감독은 분루를 흘리는 우리를 향해 말했다.
“자, 이건 단지 크면서 겪는 성장통이다. 여기서 좌절하지 마라. 지금 이 순간을 바탕으로 발전해라. 그리고 다음 단계에서 다시 만나자.”
그래, 다음 단계가 아직 많이 남았지.
U-21, 올림픽 대표팀, A매치 대표팀까지.
과연 이 중에 얼마나 많이 남아있을지 모르겠네.
사실 나도 장담할 수 없다.
재수 없어 큰 부상을 당하고 미끄러질 수도 있고, 잘못된 선택으로 성장하지 못할 수도 있으니까.
어쨋든 32/33 시즌도 마무리되고 33/34시즌이 찾아왔다.
2034년.
한국 나이로 17세.
나는 드디어 정식 계약을 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 * *
유소년 스탭 회의가 열렷다.
부임한 지 어느덧 3년차에 접어든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신임 유스 디렉터는 자신의 앞에 놓인 태블릿 PC로 한 선수의 기록을 살폈다.
“허.”
그 기록은 대충 훑어보기만 해도 감탄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32/33 시즌
리그 21경기 32골 12도움
UEFA 유스 리그 9경기 10골 4도움
컵대회 4경기 7골 3도움
33/34 시즌
리그 30경기 43골 9도움
UEFA 유스 리그 12경기 19골 3도움
컵대회 7경기 14골
눈으로 봐도 믿어지지 않는 기록이었다.
“직접 경기를 봤을 때도 감탄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이렇게 기록으로 보니 더 놀랍군요. 21경기에 그 두 배가 넘는 공격 포인트라니.”
디렉터 말에 아르텔리 감독이 껄껄 웃었다.
“아르텔리, 즐거워 보입니다?”
“가르치지 않아도 스스로 깨우치는 천재는 그저 지켜보기만 해도 즐겁지요.”
“가르치지 않아도… 스스로 깨우친다?”
“Sol은 그런 아이입니다. 축구 DNA가 몸에 있는 느낌이랄까요.”
문득 궁금해진 디렉터가 물었다.
“디오스와 비교하면 어떻습니까?”
그 말에 재밌다는 듯 아르텔리 감독은 턱수염을 만지작거리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말했다.
“재능으로만 보자면 우위를 가릴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굳이 둘 중 한 선수를 내 팀에 데리고 있어야 한다면 Sol을 데리고 있을 겁니다.”
“그래요? 왜입니까? 디오스 역시도 레알 마드리드에서 이 정도 수준의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디오스는 혼자 경기를 하는 아이입니다. 그래서 어떻게든 개인적인 결과를 내지만, 그 결과가 승리로 이어지는 것만은 아닙니다. 하지만 Sol은 모두와 함께 경기를 하죠. 팀을 이끌고 경기를 지배합니다. 그 차이는… 뭐 아시다시피 결과로 보여주고 있지요.”
디렉터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제 생각과 같군요. 역시 아르텔리 감독입니다. 서둘러 계약을 추진해야겠군요.”
“계약도 계약이지만, 이제는 그를 위로 올려 보내야 할 거 같습니다.”
“당연히 B팀에 올려야죠. 이대로 두기에는 그의 능력이 너무 아까우니 말이죠.”
디렉터의 말에 아르텔리 감독은 손을 저으며 말했다.
“아니요, 아뇨. 1군 말입니다. 1군. 지금 태양이에게 필요한 건 1군 경험입니다.”
“1군 말입니까? 1군에 뛰기에는 아직 어리지 않습니까?”
태양의 나이는 이제 겨우 16살.
1군에서 활약하기에는 너무나도 어린 나이였다.
게다가 신체적으로도 아직 성장의 여지가 많이 남지 않았던가.
디렉터는 1군에 들어가야 한다는 아르텔리 감독의 말은 동의하기 어려웠다.
“어리죠. 하지만 최연소는 아니지 않습니까?”
“그… 렇긴 하죠?”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지만, 확실한 건 전 세계 최연소 기록은 물론이고 프리미어 리그 기준으로만 봐도 최연소를 기록할 나이는 아니었다.
잠시 고민하던 디렉터는 말했다.
“일단은 B팀까지 올립니다. 그리고 상황에 따라 1군 출전 경험을 1군 감독과 함께 고려해 보는 쪽으로 하죠.”
아르텔리는 그 말에 그저 어깨를 으쓱였다.
그도 자신의 의견이 적극 반영되리란 생각은 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잘 생각하셔야 합니다. 사전에 그에게 은밀하게 접촉해 낚아채 가려는 구단들이 있을 겁니다. 어린 선수지만 팀의 미래인 만큼 만족할 만한 제안을 해야 할 겁니다.”
아르텔리의 경고에 디렉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회장님은 태양을 뉴캐슬 그 자체로 생각하고 계약하라 하셨으니까요.”
“뉴캐슬 그 자체라……!”
아르텔리는 그 말이 크게 와닿았다.
지금은 뉴캐슬의 미래가 될 것이고 머지않아 뉴캐슬의 심장이 될 것이며 좀 더 시간이 지나면 뉴캐슬의 상징이 되고 먼 훗날엔 뉴캐슬의 전설이 될 아이니까.
* * *
내 나이 17살.
한국이라면 고등학생이다.
지난 삶에서 이맘때 나는 뭐했더라?
아, 그래.
고아원에서 기어이 19살 대장 형을 쥐어패고 일찍이 고아원 패권을 장악했지.
참 야만과 야성이 넘쳐나던 시절이었지.
그걸 생각하면 지금은 온실 속 화초나 다름없었다.
등 따숩고 배부른 환경이니 말이다.
그러다 문득 소름 끼치도록 두려울 때가 있다.
이런 환경에 만족해 그 자리에서 멈춰 버리면 어떻게 하나 싶은 생각에 말이다.
그럴 때는 입에서 단내가 나다 못해 피냄새가 나도록 미친 듯이 달렸다.
그게 안 되면 찬물을 뒤집어쓰기도 한다.
그게 안 되면 동네에서 제일 맛없는 식당을 찾아 혼자 피시 앤 칩스나 블랙푸딩을 먹었다.
드럽게 맛없는 음식을 먹으면서 야, 고아원 있었을 때는 이것도 감지덕지하며 처먹었을 거 아냐, 정신 차리자. 이렇게 나를 다그치곤 하지.
하지만 동기부여를 크게 주고 정신을 바짝 조이는 건 따로 있었다.
“동생들아, 너희들 꿈은 뭐냐?”
“나는… 박사가 될 거야, 오빠.”
“엉아처럼 운동할래! 축구 말고 다른 거!”
“오빠, 난 피아니스트!”
공부, 운동, 피아노라.
다들 돈이 한두 푼 들어가는 게 아닌 것들이네.
아버지 지금 수입으로는 쉽지 않다. 어찌 감당이 되더라도 부모님 노후가 걱정된다.
“어우, 열심히 벌어야겠네.”
우리 가족 아낌없이 지원하고 부모님 노후 풍족하게 하려면 내가 열심히 뛰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만큼 강력한 동기부여가 있을까.
“엉아, 엉아는 축구 재미써?”
마음을 다잡는데 여름이가 나에게 묻는다.
“재밌냐고? 뭐, 재밌으니까 하겠지?”
속으로 뜨끔했다.
지금 나는 축구가 재미있나?
재미는 있다만, 어느 순간 의무적으로 하는 느낌이 들긴 한다.
내가 이거 아니면 뭐로 밥 벌어먹고 살겠냐 이런 심리도 있고.
고아원에서 자라던 시절만큼 간절하지도, 간절한 만큼 한 경기 한 경기 뛸 때마다 설레고 즐거운 그런 기분은 없었다.
배가 불러서?
그건 아니다.
난 아직도 성공이 간절하다.
가장 큰 원인은 아마도 이미 한 번 했던 길을 또 가는, 그 기분 때문인 것 같다.
“그지? 나도 학교에서 축구 해봐서 알아. 재밌어!”
“그, 그지? 그래, 골 좀 넣었어?”
“내가 차면 공이 이상한 대로 가!”
음, 아무래도 여름이는 발로 하는 건 재능이 없는 모양이다.
평소 뛰어노는 걸 보면 운동신경은 있는 것 같은데 말이지.
“축구 말고도 다른 거 여러 가지 해봐.”
“하지만 애들은 전부 축구만 하는걸.”
그것은… 이곳이 영국이기 때문이지.
“그건 어쩔 수 없지.”
영국은 계급과 관련된 다른 건 몰라도 계층 간에 즐기는 운동 문화는 점차 축구로 통일되는 추세였다.
나이가 젊으면 젊을수록 계급을 따지지 않고 축구를 좋아하는 시대다.
더 이상 상위 계급들이 승마나 게이트볼을 하는 시대는 지났다 이거지.
“발로 하는 게 재미없으면 골키퍼는 어떨까? 골키퍼는 공을 잘 막아야 하는 어려운 포지션이거든.”
“그래? 그럼 한 번 해볼게!”
해맑게 웃는 여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는데 엄마가 올라왔다.
“아들!”
“네?”
“구단에서 연락 왔는데, 계약을 하자는데? 계약은 입단할 때 한 거 아냐? 이건 무슨 계약이야?”
“…오!”
“응?”
“그거… 프로 계약이에요.”
드디어 기다리던 순간이 온 건가.
사전 계약, 프리미어 리그에만 존재하는 스콜라쉽을 통해 나는 사전에 프로 계약으로 전환하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내 활약을 보면 당연한 거지만, 혹시나 싶은 마음에 기다리고 있었는데 기다리던 순간이 온 거다.
“아, 그래서 요즘 다른 구단에서 그렇게 연락이 오는 거구나.”
“네? 다른 구단이요?”
“응, 아빠가 그러던데? 최근에 다른 구단에서 연락이 자주 온다고. 시즌 끝나기 전에는 굳이 말해서 심란하게 할 필요 없다고 말을 안 해서 그렇지, 한두 군데가 아니라던데?”
“그으래요?”
아버지한테 냉큼 깨톡해서 물었다.
-아부지 : 말하지 말라니깐, 하긴, 시즌 끝나서 괜찮으려나?
-나 : ㅇㅇ 상관없어요 그리고 뉴캐슬이 계약하자고 연락 오기도 했고요
-아부지 : 그래? 잘됐구나. 뭐, 대충 레알이랑 바르샤, 첼시, 리버풀, 맨유, 맨시티 이 정도일까?
-나 : 헐 많네요 ㄷ
-아부지 : 근데 아빠 느낌에 대부분 그냥 찔러보는 느낌이야
-나 : 뭐, 일단 찔러보는 거죠. 그러다 낚이면 적극적이게 되는 거고요.
-아부지 : 그렇지. 아, 한 곳은 진심인 것 같더라. 맨유.
맨유라.
한 30년 전쯤이면 구미가 당겼을 팀이긴 하지.
-아부지 : 혹시 뉴캐슬 말고 다른 곳으로 가고 싶은 거니? 알아볼까?
-나 : 아니에요. 저는 뉴캐슬에 남을 거예요.
그래, 나는 당장 뉴캐슬을 떠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다만, 조금 더 많은 돈을 받고 싶을 뿐이지.
-나 : 아버지, 제의 온 사실을 뉴캐슬에 은근슬쩍 알려주실래요? 모르는 척 하고요.
-아부지 : 아 뭔지 알겠다 그래 모르는 척 은근슬쩍 흘려두마
자, 이제 협상 테이블이 차려지겠지?
아주 유익한 협상이 될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