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ldest son is eager for soccer RAW novel - Chapter (48)
장남은 축구가 간절하다 48화
“우리 아들을 영입하고 싶다고 연락 오는 곳이 있네요? 하하.”
뉴캐슬의 유스 디렉터는 모처럼 만난 윤태양의 아버지의 말을 듣고 안색을 굳혔다.
“그런 곳이 있었습니까? 어디입니까?”
“글쎄요, 이거 뭐, 한두 군데가 아니어서요. 유명한 곳에서는 다 연락이 왔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네요. 내 아들이긴 하지만, 확실히 난 놈은 난 놈이에요. 그렇죠? 하하.”
“으음…….”
“아, 그렇다고 어디 간다는 말은 아닙니다. 우리가 어딜 가겠습니까? 거부할 수 없는 금액이 아닌 이상에야, 뭐, 그렇죠? 하하하하.”
지성의 말은 디렉터에게 있어서 아무리 유소년 계약이지만, 적당한 제안이 아니면 다른 곳도 고려하겠다는 협박으로 들렸다.
다른 선수라면, 그래, 하다못해 샬렛이나 린데만 같은 곳에서 이런 요구를 했다면 반대로 겁을 주며 언제든지 계약해지 할 수 있다고 똥배짱을 부리며 협상을 유리하게 가져갔을 수도 있다.
하지만 태양은 다르다.
과거 프리델 마이어가 태양을 데려올 때 뉴캐슬의 메시가 되어줄 아이라 했던 말이 점차 실현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직 검증할 게 많고, 다 자랐다고 볼 수 없는 어린 선수지만, 뉴캐슬은 스포츠 과학팀의 정밀 분석을 통해 태양을 향한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놓쳐선 안 된다.
어차피 놓칠 생각도 없었고 어느 정도 대우를 해줄 생각을 하고 있기도 했다.
디렉터는 망설이지 않고 핸드폰에 숫자를 찍어 지성에게 내밀었다.
“이 정도면 되겠습니까?”
“……!!”
지성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킬 수밖에 없었다.
어린 아들이 받는 주급이 어지간한 직장인 연봉보다 높았기 때문이다.
“…일단, 아들과 상의해 보겠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계약을 체결하자 하고 싶었지만, 지성은 다른 유망주들이 얼마나 되는 돈을 받는지 알지 못했다.
이런 건 아들에게 물어봐야 한다.
“그러시죠.”
디렉터가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기 무섭게 지성은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다.
“오, 괜찮네요.”
축구와 관련된 거라면 뭐든지 다 알 것 같은 아들은 계약서를 보고 묘한 웃음을 흘렸다.
“그런데 왜 그렇게 웃냐? 마음에 안 들어?”
지성은 그 웃음이 만족스러워서 웃는 게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뭐 그리 숨길 게 많은지 모르겠다만, 아들은 좋으면 좋을수록 표정을 숨기거든.
“마음에 안 드는 건 아닌데. 쥐어짜보려고요. 시간은 충분하니까요. 제가 B팀 올라가서 뛰는 걸 보여주면 더 줄지 혹시 모르잖아요?”
“이야, 그러네. 너는 참…….”
한국 나이로 이제 겨우 17살의 생각이 맞나 싶을 정도로 아들은 영악했다.
그러고 보면 겉으로 보기에도 참 많이 크긴 했다.
엄마를 닮아 곱상한 얼굴은 여전했지만, 좀 더 남자다워졌고 어느새 키도 180cm 정도 되는 자신을 근소하게 추월하고 있었다.
다 컸네. 다 키운 것 같네.
가끔은 혼자 큰 것 같기도 하다만.
“그래, 그건 아들이 알아서 할 문제구나. B팀 경기 후에 협상하자고 할게.”
“네, 아버지.”
* * *
2군은 여러 가지 감정이 마구 뒤섞인 곳이다.
당장 내일 방출될 걱정을 해야 하는 사람, 부상 회복 후 감각을 되찾기 위해 있는 1군 선수, 그리고 1군을 목전에 둔 유스들이 머무는 곳이기 때문이다.
당장 내일 방출될지도 모를 사람은 우울한 표정으로 있었고, 부상에서 막 회복된 사람은 이곳 2군 무대조차 반갑고 기쁜 표정을 지었으며, 1군을 코앞에 둔 유망주들은 희망에 가득 차 있다.
그런 곳에 나도 입성하게 되었다.
1군을 꿈꾸면서 말이지.
“오, 윤! 오랜만인 것 같네?”
“그러게요. 마티.”
마티, 마테오 실바.
미스터 툰이 나의 2군 입성을 반겼다.
이 노인네는 정말 나와 함께 프리미어 리그에 뛸 기세였다.
지금은 비록 부상에서 막 복귀해 2군에 있지만, 37살 나이임에도 1군에서 뛰고 있었다.
이번 33/34 시즌에도 14경기에 나와서 3골 6도움을 기록하며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었다.
“머지않아 1군으로 올라오는 건 아닌가 몰라?”
“제가요? 에이, 설마요. 아직 16살인데요.”
“이거 왜 이래? 우리 툰의 최연소 데뷔 선수가 16살이었다고. 스티브 왓슨이라는 양반이었지.”
“그런 선수가 있었군요.”
“거의 반세기 전 사람이니 모를 수도 있지. 나도 얼핏 들어서 알고 있을 뿐이거든.”
실바는 그리 말하며 나를 라커룸으로 안내하며 물었다.
“오늘 출전하려나?”
“설마요. 여기 오늘 처음인데요?”
“공교롭게도 처음 온 날이 경기가 있는 날이네? 과연 이게 우연일까? 아닐까?”
말이 처음이지 요 몇 주 동안 2군과 U-18을 왔다 갔다 하면서 훈련을 하기는 했다.
“그래도 그렇지…….”
“아냐, 나는 가능성 있다고 본다. 물론, 선발은 어렵겠지만. 테스트는 해볼 거야. 때마침 상대도 해볼 만하잖아?”
“첼시가 해볼 만한 팀인가요?”
어이없는 소리를 다 듣네.
첼시가 만만한 팀도 아니고.
프리미어 리그 칠공주 중 한 팀인데? 그중에도 맨시티 우승을 가장 많이 위협하는 삼대장 중 하나고.
“해볼 만하지. 맨시티가 아니잖아 첼시는.”
그건 그래.
“아, 1군 애들 없다는 가정 하에.”
“…….”
“그렇게 보지 마. 이번 시즌부터 첼시 애들 심상치가 않다고. 영입하는 데 돈을 얼마나 퍼붓는지 로만 회장이 다시 온 줄 알았다니까?”
그러고 보니 가만.
생각해 보니까 이번 시즌인가? 아니면 다음 시즌이던가?
오랜 시간 타이틀은커녕 챔피언스 리그 진출도 간당간당하던 첼시는 묵혀놓은 돈을 한 번에 쓰기라도 하듯 대대적인 투자를 진행한다.
그리고 맨체스터 시티의 시대를 끝내지.
“설마 지금 막 영입한 애들이 2군에 있겠어요?”
“그지? 그러니까 해볼 만하다니까 첼시?”
“그렇군요.”
“해볼 만하니까 아마 교체출전 확실할 거야.”
마테오 실바의 말에 고개를 주억거렸다.
2군끼리 싸움이면 정말 교체 출전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기대는 감독이 가져온 선발 라인업을 보고 금방 무너지고 말았다.
“델로아, 완더레이라니.”
이번 시즌 첼시가 FFP룰을 어긴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큰돈으로 데려온 선수들이다.
“와, 이러면 나가리인데.”
마테오 실바는 머리를 북북 긁으며 말했다.
“저 새끼는 도대체 왜 첼시로 이적한 거야?”
“저 새끼가 누군데요?”
“델로아.”
이고르 펠리페 델로아.
브라질의 미드필더로 세계 최고 미드필더 자리를 다투는 선수였다.
원래 리버풀 선수였는데, 무슨 이유인지 몰라도 이번 시즌 첼시로 이적해 시즌이 시작된 지 몇 달이 지난 지금도 말이 많은 상황이었다.
그 탓인지 몰라도 시즌 초반 부진했고, 그나마 살아날 것 같은 상황에 부상을 입었다.
근데 오늘 2군 경기에 나서네.
하필이면 오늘.
아, 다비 완더레이는 마찬가지로 브라질 출신이다.
이번 시즌 스페인에서 넘어왔는데, 과연 그 돈을 주고 영입할 선수인가 말이 많았지만, 그 말을 모두 사라지게 만드는 실력을 보여주다가 부상을 당했다.
그런데 얘도 하필 오늘 2군으로 출전하네?
물론, 이걸 심각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툰의 유니폼을 입으면 그게 1군이든 U-18이든 늘 진지하기 그지없는 마테오 실바밖에 없었다.
대부분 선수들의 표정은 희망에 가득 차 있었다.
저 델로아와 완더레이를 상대로 활약하면 1군에 올라갈 수도 있다는 희망 말이다.
글쎄, 그게 쉽게 될까.
나도 2군에 있어봤고, 비참하게 쫓겨나 본 적이 많아서 잘 안다.
저 희망은 그저 희망일 뿐.
거기서 끝이다.
특히 뉴캐슬 같이 스포츠 과학을 신봉하는 팀에서는 이미 저들에게 내부적으로 사형선고를 내린 뒤일 거다.
그저 계약 기간이 있기 때문에 쫓아내지 않을 뿐.
포텐을 터뜨리지 못한 선수는 여기서 희망만 바라보며 살다가 쫓겨날 일만 남았다.
물론, 그중에는 현실을 파악하고 빠르게 다른 구단을 알아보고 떠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많다.
안타깝긴 하지만, 이게 프로 아니겠어?
프로의 세계는 그 무엇보다 냉정하고 잔인한 법이지.
“뭐해, 왜 혼자 근엄한 척 하고 있어 제일 어린놈이.”
옛 생각과 안타까움에 잠긴 내 뒤통수를 치며 마테오 실바가 히죽 웃는다.
아, 이 사람 진짜.
내가 불퉁한 표정을 짓자 그가 말했다.
“혹시나 출전하거든 잘 하라고.”
“…그럴 거예요.”
“잊지 않았지?”
“네?”
“나랑 같이 프리미어 리그에서 뛰겠다며.”
“아직… 노망이 들진 않았나보네요. 기억하는 걸 보면.”
“이 자식.”
마테오 실바는 어처구니없다는 듯 웃었다.
왠지 모르게 나도 기분이 좋아 그를 따라 웃었다.
* * *
경기는 쉽게 풀리지 않았다.
후반도 한참이나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스코어는 3대0으로 지고 있는 상황이었으니 말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였다.
상대는 비록 부상에서 막 회복해 복귀했다지만, 델로아와 완더레이라는 프리미어 리그, 아니,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선수들이 뛰고 있었고 지금 뉴캐슬에서는 마테오 실바를 제외하면 언제 팀을 떠나야 될지 모르는 2군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으니 말이다.
사실, 이 자리에 선수들을 제외하고 이 경기 승패를 크게 신경 쓰는 사람은 없었다.
컵대회라면 모를까 리그 경기는 어디까지나 1군 선수들의 경기력 회복을 위한 장소, 혹은 유스팀 마지노선인 2군 팀에서 마지막 기회를 부여받을 선수를 찾거나, 전술적인 부분을 점검하는 경기, 그 이상으로 보지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2군 감독은 한 선수를 기용해 볼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
팔짱을 끼고 경기를 지켜보던 감독이 뒤를 돌아 벤치를 바라봤다.
그곳에는 팀에서 애지중지하는 보물이 바나나를 입에 물고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보통 담력은 아니군.’
사실, 2군 감독은 선수의 멘탈을 굉장히 중요시하는 감독이었다.
그 멘탈에는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선수의 대처도 포함되어 있었다.
상식적으로 U-18에 있는 어린 선수가 난데없이 23세 이하, b팀에 하루아침에 불려 나가 벤치에 앉는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대부분 흥분한다.
한층 더 큰 무대에서 뛴다는 압박감과 긴장감에 흥분하든, 큰 경기를 어서 뛰고 싶다는 마음에 흥분하든지 어쨌든 흥분한다.
하지만 저 아이는 뭘까?
뾰로통한 얼굴로 바나나를 물고 그저 필드를 보고 있었다.
혹시 오늘 절대 경기를 뛰지 않을 거라 생각하는 걸까?
“태양.”
그래서 불렀다.
“네?”
“준비해라. 교체 출전이다.”
“네에.”
대답이 시큰둥하다.
하지만 준비는 철저히 하는 걸 보니 열의는 가지고 있는 걸까?
적당히 몸이 풀린 것 같길래 감독은 즉각 선수를 교체했다.
태양이 트레이닝 복을 벗고 필드에 나섰다.
등번호 47번.
팀에서 정식으로 받은 유니폼을 입고서 필드에 나선 소년은 어슬렁거리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필드에서 어울리지 못하고 왠지 모르게 혼자 붕 떠있는 모습이다.
감독은 일단 지켜보기로 했다.
그 가운데 태양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태양의 지금 위치는 오른쪽 윙포워드.
유스에서도 즐겨 뛰던 자리였는데, 감독은 태양이 저 위치에서 사이드를 이용하기보다 수비수와 풀백 사이에 하프 스페이스를 파고 들어가는 움직임이나 풀백을 올라오게 하고 본인은 중앙으로 들어가 쉐도우 스트라이커처럼 움직이는 걸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유스에선 통할지 모르겠지만, 어른들이 뛰는 곳에서는 쉽지 않을 거다.
어른들의 경기는 유스보다 더 하드하니까.
아니나 다를까, 경기 투입하고 10분이 지나갈 때까지 태양은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저 패스 두어 번 한 게 전부다.
“역시 아직 어리군.”
어른들의 세계는 쉽지 않다고 아직 올리기엔 이르다고 그렇게 말했건만.
감독이 혀를 차는 그 순간이었다.
마테오 실바가 최전방에서 공을 몰아갔다.
37살, 공격수로는 노장 중에 노장인 그는 풀타임으로 뛸 체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예전 같은 움직임을 보여주기 어려웠다.
발은 느려졌고 반응 속도도 예전 같지 않다.
하지만 노련함으로 아쉬운 부분을 메꾸며 위협적으로 파고 들어온다.
무엇보다 나이를 먹으면서 더욱더 날카로워진 게 하나 있었으니, 바로 슈팅이었다.
어느 거리 어느 위치에서든 골대로 넣을 수 있는 그의 슈팅은 페널티 박스 근처만 가도 상대팀에게 위협적이었다.
완더레이를 포함한 모든 수비진, 골키퍼의 시선이 그의 발을 주시했다.
그 순간 휘둘러지는 그의 슈팅.
“…엇!!”
아니다.
슈팅이 아니었다.
그를 중심으로 한쪽으로 쏠린 수비수들의 뒤로 파고드는 예리한 얼리 크로스였다.
그리고 그 크로스에 반응한 것은 실바에게 모두의 시선이 쏠린 사이 은밀하게 뒤에서 파고 들어온 태양이었다.
마치 이 경기장에 없던 사람인 것처럼 숨죽이던 태양은 타겟을 제거하기 위해 숨어있던 암살자처럼 골대를 향해 비수와도 같은 발리 슈팅을 선보였다.
골키퍼가 미처 반응하기 전에 공은 골망을 뒤흔들었다.
“…음.”
태양의 2군 콜업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던 2군 감독이 생각을 바꾸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