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ldest son is eager for soccer RAW novel - Chapter (54)
장남은 축구가 간절하다 54화
[후반전을 앞두고 선수들 입장합니다.] [윤태양 선수가 보이네요. 오랜만에 등장한 한국인 프리미어 리거 윤태양 선수입니다!] [아, 오마르 선수가 보이지 않습니다. 예상한 것과 다르게 이젤 선수는 후반전에도 뜁니다.] [사실, 오마르 선수가 전반전에 보여준 모습도 좋지 못했습니다. 중앙에 고립돼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거든요.] [아, 이제 보니 전반전 최저평점의 장본인도 오마르 선수였군요.]그럴 수밖에 없는 게 오마르는 중앙에서 뛸 줄 아는 거지 측면에서 뛰는 게 더 익숙한 선수였다.
익숙하지 않은 포지션에서 국가대표급 수비라인 안에 갇혀있었으니 제 활약을 하기 어려울 법도 하다.
-오마르를 이젤 자리에 놓고 이젤을 빼는 게 낫지 않나?
-ㅇㅇ 이젤은 뭐 하는 게 없는데 차라리 오마르가 측면에 있음 뭐라도 하지
-아니, 그 전에 태양이 저 어린애가 중앙에서 뭘 해? 태양이가 이젤 자리로 가는 게 낫잖아?
-그냥 지금 소튼이랑 붙는데 하필 중앙에서 뛸 애가 없네 ㅋㅋ
-뉴캐슬 감독 ㅈ 같겠다 하필 이번 시즌에 ㅋ
-이번 시즌이 왜?
-계약 연장 시즌임
-아… 챔스 못 가면 실직 예정?
한국에 어떤 커뮤니티에서 롬멜의 경질 이야기를 꺼내며 웃고 있을 때, 롬멜은 차분한 표정으로 필드를 바라봤다.
태양을 내보낸 게 조금 이른 감이 있긴 하지만, 전반 내내 이젤 에드워드가 한 작업은 무의미한 게 아닐 거라고 그는 믿고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하프타임에 쉬고 왔음에도 불구하고 사우스햄튼의 단단한 수비라인은 전반과는 조금은 달라져 있었다.
좀 더 둔했고, 집중력도 다소 떨어진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이게 다 이젤 에드워드가 개발에 땀나 듯 열심히 뛰어서 그렇다.
그가 많이 뛰면 뛸수록 사우스햄튼의 선수들은 지쳐갔다.
아무리 개같이 뛰기만 한다 하더라도 이젤 에드워드는 이번 시즌 2골 4도움을 기록하고 있었다.
그런 그를 방치할 수 없는 노릇이니 그가 뛰는 위치마다 그를 신경 쓸 수밖에 없었다.
물론, 지금까지는 그저 신경 쓰이는 그게 전부였지만.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내가 공을 잡으면 그때부터 공만 봐. 그리고 내 발에서 공이 떠나면 그 공을 개같이 쫓아. 할 수 있지?”
“내가 아무리 이젤 하운드라고 불리지만, 개같이 쫓으라니…….”
“개같이 해라, 개같이 일해라, 개같이 뛰어라, 우리나라에서는 정말 열심히 하라는 뜻이야. 할 수 있어 없어?”
“영웅이 될 수 있다며. 해봐야지.”
결연한 이젤의 표정에 태양은 웃었다.
[경기 시작됩니다. 뉴캐슬이 공을 가지고 빌드업합니다.] [레델리! 공 잡고 돌파 시도합니다! 하지만 공간이 없어요! 절대 측면에서 중앙으로 들어서지 못하게 철통같이 막아서는 사우스햄튼!]사우스햄튼은 측면에서 중앙으로 들어갈 하프 스페이스를 절대 열어주지 않는다.
레델리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채 사선으로 공을 몰아 어떻게든 공간을 찾으려고 애썼다.
“이반!”
그런 레델리를 태양이 불렀다.
레델리는 태양의 부름에 시선을 들었다.
오마르와 달리 1선에서 조금 내려온 위치, 사우스햄튼의 후방 미드필더와 같은 선상에 있었다.
상대 후방 미드필더가 라인을 내려놓은 상황이기 때문에, 원래라면 1.5선 위치.
측면이 아닌 중앙이라면 태양이 가장 능숙하게 뛸 수 있는 위치였다.
[아, 지금 이렇게 보니 뉴캐슬 뉴아티드의 기본 포지션이 바뀌었군요. 433이 아니라 4312입니다.] [유스팀과 2군에서 기록을 보면 윤태양 선수는 측면에서 주로 뛰었지만, 중앙에서 뛴 경기도 많습니다. 그때 위치가 바로 저 위치예요. 1.5선에서 폴스나인과 같이 움직였다 하네요.] [말씀드리는 순간, 윤태양 선수 움직입니다.]“온다.”
“쟤가 그 꼬맹이라 이거지?”
사우스햄튼의 골문 앞을 지키는 든든한 선수들의 시선이 윤태양에게 꽂혔다.
그들의 단단한 수비력은 국가대표급 라인으로 구성된 것뿐만 아니라 감독과 코치진, 그리고 수비진들의 철저한 연구 끝에 만들어진 거다.
그들도 윤태양이 지난 경기 후반 11분 만에 해트트릭을 꽂아 넣은 걸 알고 있었다.
“붙어!”
기다렸다는 듯 사우스햄튼의 선수들이 간격을 좁히며 태양의 활동반경을 줄였다.
태양은 좁아진 공간에서도 무섭게 움직였다.
마치 한 마리 다람쥐처럼 요리저리 자신의 앞을 막아서는 선수들을 피하며 꾸역꾸역 앞으로 밀고 간다.
[저것 보십시오! 저 선수가 과연 17살 어린 선수가 맞습니까?]가벼운 발재간과 순간 가속, 방향전환만으로 선수들을 벗겨내며 전진하는 태양의 모습은 한국 사람들에게는 충격이었다.
-와 탈압박 지리네
-드리블 장난 없네 저거
-사우스햄튼 선수들 끌려다니는 거 봐라 미쳤다 ㄷㄷㄷㄷ
-우리나라에도 이런 애가 나오는구나
-얘는 ㄹㅇ 망해도 K리그 올 정도는 아님 절대 아님
-망해도 유럽 어딘가에서는 뛸 수준이다
“허억, 허억…….”
“헉…….”
모두가 감탄하는 사이, 태양은 자신을 쫓는 사람들의 거친 숨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확실히 지쳤네.’
이젤 에드워드가 얼마나 열심히 뛰었는지 사우스햄튼 선수들의 움직임이 둔하다는 걸 느꼈다.
공을 끌면서도 태양은 수시로 주변을 훑었다.
자신을 막기 위해 많은 선수들이 밀집해 있었다.
지금이다.
태양은 망설이지 않고 오른쪽 방향으로 얼리 크로스를 보냈다.
[윤태양 선수! 공을 전방으로 보냅니다!] [아! 이젤 에드워드 선수 달립니다! 풀백이 따라 달립니다만, 이젤 에드워드 선수가 훨씬 더 빠릅니다! 공 잡는 이젤!] [윤태양과 레델리를 견제하느라 이젤 에드워드 선수가 자유롭게 달리고 있습니다!] [골키퍼와 1대1 상황까지 갑니다!]이젤 에드워드의 움직임은 이게 과연 전반에만 7km를 뛴 선수가 맞나 싶을 정도로 날렵했다.
주력만 보면 이젤을 앞선다고 볼 수 있는 상대편 레프트 백, 티어니 스몰은 지칠 대로 지쳐서 이젤의 속도조차 따라잡을 수 없었다.
이젤은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전방을 바라봤다.
‘어, 언제 슈팅하지?’
이 부분은 감독도 태양도 가르쳐 주지 않았다.
지금 차야 하나?
좀 더 앞으로 가서 차야 하나?
골키퍼가 나오기 전에? 아니면 나올 때 차야 하나?
더할 나위 없는 기회에 그의 두뇌가 경직되려는 순간.
“때려!!”
천둥 같은 고함에 그는 화들짝 놀라면서도 본능처럼 공을 슈팅했다.
이젤의 유일한 장점 중 하나가 발휘됐다.
그는 노력의 화신이다.
지금의 강한 체력도 모두 노력으로 일궈낸 결과물인 만큼, 그의 몸도 뉴캐슬의 체계적인 운동을 극한까지 따르며 강철 같은 몸을 자랑하고 있었다.
그 몸에서, 코치들이 가르쳐 준 그대로 수십, 수백, 아니, 수만 번은 더 찼을 슈팅 자세가 하나가 되면서 강력한 슈팅이 터져 나왔다.
마치 대포에서 발사된 대포알처럼, 공이 쭈욱 뻗어나가다 크게 흔들리기 시작한다.
현대 과학의 집합체인 프리미어 리그의 공인구는 무회전 슈팅이 어렵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프리미어 리그 정상급 선수도 10번 차면 2, 3번 성공할 정도로 말이다.
그런 공이 공기의 저항을 받아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
이젤 에드워드의 슈팅이 무회전 슈팅으로서 아주 완벽했다는 소리였다.
모처럼 보는 무회전 슈팅에 골키퍼는 당황하다 난데없이 방향을 바꾸는 공에 반응하지 못했고 공은 골망을 뚫을 듯이 사정없이 뒤흔들었다.
[골! 골입니다!] [이젤 에드워드! 놀라운 슈팅으로 골을 선보입니다!] [보기 드문 무회전 슈팅이었습니다! 현재 프리미어 리그, 아니, 모든 빅리그의 공인구는 무회전 슈팅을 하기 어렵게 만들어졌는데요, 저걸 성공시키네요! 대단합니다!]-이젤 무회전 슈팅 지렸다 ㄷ
-이건 푸스카스 상 후보급이다
-근데 태양이가 이젤한테 때리라고 한 거 나만 들었냐? ㅋㅋㅋ
-나도 들음 ㅋㅋㅋㅋ
-태양이가 뒤에서 조종하는 중임? ㅋㅋㅋ
이젤 에드워드는 자신이 골을 넣고도 순간 반응하지 못하고 멍하니 섰다.
“와악! 이젤!!”
“이 새끼! 기가 막히네!”
“슈팅 쩔었다!!”
그런 이젤에게 동료들이 달려와 매달렸다.
이젤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태양이 보이기 무섭게 그는 매달린 선수들을 떨쳐내고 태양에게 달려가 그를 번쩍 들어올렸다.
“윤! 봤어? 네가 말한 대로 했더니 골까지 넣었어!”
“그래, 잘했어. 그런데 좀 내려놔 줄래?”
“아, 미안.”
이젤은 조심스럽게 태양을 내려놓았다.
태양은 뚱한 얼굴로 이젤의 뒷덜미를 잡고서는 그의 귀에 대고 말했다.
“잘 들어. 앞으로도 계속 똑같이 하면 돼. 근데 골을 넣었으니 견제가 좀 더 심할 거야. 뚫지 못할 것 같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 글쎄?”
태양은 고민했다.
일단 이젤 에드워드는 발재간이 좋은 선수는 아니었다.
그럼 1대1 패스로 탈압박하는 방법도 있는데, 이것도 축구 지능이 있어야 가능한 거다.
이젤은 기본기만 죽어라 연습해 간신히 갖춰진 도화지나 다름없었다.
그렇다면 주변에 마킹이 없는 선수나 빈 공간에 패스하라고 싶은데, 이것도 아직은 힘들다.
잠시 고민하던 태양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런 상황에선 주변에 공 달라고 하는 사람한테 줘. 하지만 1순위는 나야. 내가 안 보이면 일단 그냥 내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패스해. 아무튼, 그냥 무조건 나한테 패스해. 알았지?”
“어, 어엉!”
지휘관의 말에 절대복종하는 병사처럼, 그는 굳건한 얼굴로 결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경기 다시 시작합니다!] [사우스햄튼, 선수 교체를 하네요. 지친 티어니 스몰을 빼고 휴고 피어스를 투입합니다.] [휴고 피어스는 풀백, 후방 미드필더, 센터백 모두 가능한 멀티 자원이죠. 사우스햄튼의 감초 같은 선수입니다.]많이 지쳐 보이는 티어니 스몰을 대신해 휴고 피어스를 넣으며 변화를 줬지만, 사우스햄튼 감독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교체되어 나간 티어니 스몰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가 지쳤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사우스햄튼에는 저 선수들을 받쳐줄 백업 수비수들이 있다는 것 정도다.
문제는 수비가 아니라 공격이었다. 지금 상황을 원점으로 만들어줄 선수가 없었다.
사우스햄튼에게 남은 공격 방법은 오로지 역습뿐이다.
위험하지만, 뉴캐슬 선수들을 더 끌어당겨야 한다.
[동점 상황에서 사우스햄튼은 공격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습니다.] [누가 봐도 역습을 노리는 모습이네요.] [하지만 뉴캐슬은 알면서도 공격을 해야 합니다. 필요한 건 1점이 아니라 승점 3점이기 때문이죠.]뉴캐슬은 사우스햄튼이 의도한 대로 따라줄 수밖에 없었다.
라인을 올리고 거세게 사우스햄튼을 몰아붙였다.
거센 압박 속에서 사우스햄튼은 뉴캐슬이 라인을 올리도록 라인을 내리고 최후방에서 패스를 주고받았다.
[뉴캐슬이 거세게 압박합니다! 사우스햄튼 공을 앞으로 전개하지 않고 다시 후방으로… 앗!!]뉴캐슬의 거센 압박에 사우스햄튼이 공을 다시 뒤로 돌리는 순간, 태양이 절묘하게 그 사이에 끼어들어 공을 인터셉트했다.
[윤태양 공 가로챕니다! 그대로 전진합니다!] [이젤 에드워드에게 패스! 이젤 에드워드 다시 보여주나요?]우직하게 태양을 살피며 달리던 이젤은 공간으로 공이 떨어지자 냅다 달려 공을 차지했다.
이젤이 보여준 득점 때문인지 사우스햄튼의 수비들이 이젤에게 집중한다.
이젤은 공을 앞으로 전개하지 못하고 버텼다.
그 누구도 공을 달라고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태양이 공 달라고 하는 사람한테 주라고 했는데…….’
일단 공을 줄 수 없으니 버티자.
유도리 없이 한결같은 이젤은 공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했다.
그때였다.
“패스!!”
들려오는 태양의 목소리에 이젤은 보이지도 않는 곳을 향해 공을 휘둘렀다.
뻥!
“아, 좀 셌나.”
이건 패스가 아니라 슈팅인데?
아차 싶은 순간.
저 너머에서 태양이 보였다.
태양은 힘이 실린 공을 튕겨내지 않고 발에 자석이라도 달린 것처럼 딱 붙인 상태로 공을 발 앞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질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