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ldest son is eager for soccer RAW novel - Chapter (56)
장남은 축구가 간절하다 56화
전에도 얘기했지만, 첼시는 이번 시즌부터 대대적으로 팀을 보강하고 있었다.
물론, 아직 완성되진 않았다만, 완더레이와 델로아가 이적한 것만으로도 첼시의 퀄리티는 우승 경쟁팀이 될 수준이었다.
뭐, 둘 다 월드클래스니까.
아마 부상만 당하지 않았어도 정말 끝까지 우승 레이스를 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아, 아직까진 우승 레이스 중이구나.
아스날한테 맨시티가 졌으니 말이다.
그래봤자, 맨시티는 남은 세 경기 중 한 경기는 반드시 이길 테고 우승하겠지…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아직은 모른다.
남은 세 경기에서 맨시티가 전부 다 지고 첼시가 전부 다 이기면 우승할 수도 있는 거니까.
이미 한 번 살아본 삶이니까 이번 시즌 우승팀을 알고 있지 않냐고 물을 수도 있는데, 나라는 변수가 있지 않나.
무엇보다 나는 맨시티의 황금기가 어디까지였는지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한다.
이번 시즌이 마지막이었는지, 다음 시즌인지, 다다음 시즌인지 헷깔린다.
나한테 33/34 시즌은 십수 년, 아니, 이번 삶까지 하면 거의 이십여 년 전 기억이다.
다른 일들도 마찬가지다 굵직한 선수나 사건들이나 기억하지 기억 안 나는 게 더 많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막 회귀했을 때 기억나는 거라도 적어둘 걸 그랬나?
뭐, 로또 번호도 아니고 굳이 기억할 필요도 없긴 하지.
가만, 로또?
다른 건 몰라도 기억하는 거 하나 있다.
-태양아 쓸 곳 없다고 통장에 저축만 하지 말고 내가 말한 곳 땅이나 건물 좀 사놔. 우리 엄마가 여기 무조건 오른데.
-몇 년 전에 내가 사라는 곳 샀었냐? 거기 이제 팔아도 될걸? 그리고 여기 좀 봐봐.
-여기 몇 년 안에 재개발 된다던데?
-여기 건물 사두면 평생 놀고먹을 수 있어 비싸긴 해도 공실이 있을 리가 없는 곳이거든.
바로 미래의 공세환이 말한 금과옥조와도 같은 투자 조언들.
나는 그 말을 절대 잊을 수가 없었다.
왜?
하라는 대로 해서 죄다 이익을 봤거든.
개고생은 모두 사서 했던 내가 말년에 편하게 시가나 피우며 술이나 마시며 유유자적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여기 있었다.
그래, 열심히 벌어서 이것들 다시 다 투자해야겠구나.
아니, 잠깐.
내가 부동산으로 막대한 이익을 보고 공세환을, 아니, 공세환 부모님을 신앙처럼 받들어 모시자 공세환이 부모님의 과거 무용담(?)을 술자리 같은 곳에서 수도 없이 많이 이야기해 줬었다.
평생 남의 인생 이야기에 관심 조차 없던 나는 내 돈이 돈복사 버그마냥 불어난 걸 보고 나서 그야말로 세이경청을 했더랬지.
그래, 그때는 그 무용단이 이미 지나간 과거 이야기였지만, 지금은 머지않은 미래의 이야기들이라는 거다.
“내가 왜 이걸 잊고 살았지?”
아예 잊고 산 건 아니지만, 당장 돈이 없으니 굳이 염두에 두지 ㅤㅇㅏㅎ은 것뿐이다.
그런데 지금은 돈이 좀 있네?
내가 유소년 계약을 한 게 거의 두 달이 되어가니까.
세금을 빼도 대충 몇 억은 있겠는데?
이럴 때가 아니다.
괜히 급해진 마음에 서둘러 1층으로 내려와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내 통장에 돈이 얼마나 있어요?”
“글쎄? 나도 만들어놓기만 하고 확인을 안 해서 모르겠네? 갑자기 왜? 용돈이 부족해? 뭐 사고 싶은 거라도 있니?”
사고 싶은 게 있긴 하지.
“엄마, 그걸로 00시 00동에 있는 아파트 하나 사면 안 될까요?”
“아파트? 00시? 거기가 어디야?”
“경기도에 있는 동네인데, 거기 아파트 하나만 사요.”
“우리 아들, 갑자기 왜 부동산에 빠지셨을까?”
엄마의 말에 나는 다분히 의도적으로 정말 중요한 이야기를 한다는 것을 어필하듯 은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 내 친구 공세환 알죠? 걔네 부모님이 요번에 거기 샀다고 하더라고요. 세환이 몇 년 뒤에 유럽 올 때 거기 팔아서 유럽에 저택 사서 살게 한다고요.”
물론, 뻥이다.
그런데, 응?
엄마가 공세환이라는 말에 움찔한다. 엄마도 뭔가 알고 있는 건가?
“진짜 세환이네 부모님이 거길 샀대?”
“네, 걔네 부모님이…….”
“부동산으로 유명하시지? 유스팀 학부모 모임할 때 소문은 들었어.”
“네, 맞아요.”
“흐음.”
엄마가 고심하기 시작했다.
고심할 때가 아니다.
조금이라도 쌀 때 사야지.
못해도 몇 배는 남겨먹는 집인데.
“일단, 알았어. 아빠랑 이야기 좀 해볼게.”
그래도 긍정적인 대답이 나왔다.
하긴, 세환이 부모님 소문을 들었다면 무시할 수가 없지.
일단, 몇 년 뒤에 그 집이 잘 되면 미래를 위한 투자 정도는 성인이 되지 않아도 할 수 있겠구나.
뭔가 마음이 안정 된다.
그래도 아직은 모자라긴 하지.
내 목표는 우리 가족, 동생들이 편안하게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 수 있도록 각각 명의로 빌딩을 한 채 씩 사주는 게 목표거든.
그 목표를 이루려면 아직 갈 길이 멀었다.
* * *
리그 36라운드.
36라운드를 포함해서 경기가 3경기가 남은 상황에서 집중력이 떨어진 건지 아니며 아스날에게 5시즌만에 패배, 그것도 완패한 충격 때문인지 몰라도 맨체스터 시티가 또 패배했다.
이제 남은 경기는 고작 두 경기.
맨체스터 시티가 이대로 남은 경기를 모두 패배하고 첼시가 남은 경기를 모두 이기면 우승을 탈환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물론, 설마 혹시나 맨체스터 시티가 두 경기 중에 한 경기도 못 이길까 싶다만은 축구공은 둥글기 때문에 모르는 일이다.
첼시 입장에서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고 한 경기라도 소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건 뉴캐슬 유나이티드도 마찬가지였다.
맨시티와 같은 날 경기를 치른 아스날은 승리를 챙기면서 뉴캐슬과 승점을 4점으로 벌린 상황.
뉴캐슬은 이번 첼시와 경기에서 못해도 무승부는 거둬야 37라운드에서 아스날과 사실상 챔피언스 리그 티켓을 두고 승점 6점과도 같은 경기를 치를 수 있다.
그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롬멜 감독은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유난히 첼시를 상대로 잘해준 마테오 실바에다가 오마르와 레델리를 넣을 것인가, 현 상황에서 핵심이라고 볼 수 있는 셋 중에 하나를 빼고 태양을 선발로 내세울 것인가.
여기에 태양이 조율해 멋진 활약을 보여준 이젤 에드워드도 있다.
“이젤은… 아니지.”
어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하더라도 첼시 수준의 상대를 가지고 이젤로 할 수 있는 게 없다.
롬멜은 태양을 떠올렸다.
사실상 이젤을 MOM으로 만든 주인공.
“얘는 물건이야.”
나이 때문에 경험은 부족해 기복이 있을지 몰라도 실력으로는 나이를 이유로 평가 절하할 수 없었다.
그냥 잘한다.
롬멜의 고민은 이 천재를 어디에 둬야 시너지가 극대화될 것인지였다.
오마르와 레델리, 마테오 실바와 함께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태양의 기록을 살피던 그는 이내 눈을 빛냈다.
“여기서도 자주 뛰었군.”
롬멜은 태양의 위치를 정하고 라인업을 확정했다.
그렇게 36라운드, 첼시를 홈에서 맞이했다.
세인트 제임스 파크는 언제나 그랬듯이 툰들이 관중석을 가득 채우고 뉴캐슬의 응원가인 커밍 홈 뉴캐슬을 부르짖었다.
그 속에 태양의 가족도 있었다.
“큰 경기라 그런가 사람들이 엄청 많네?”
지민의 말에 지성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원정석이 가끔 조금 비는 거 빼면 여기는 항상 만석이야!”
“진짜?”
“당신도 알잖아. 우리 동네 사람들이 얼마나 축구에 미쳐있는지.”
“알지, 그래, 집 앞에도 홈경기만 있는 날이면 유니폼 입은 사람들이 행진을 하는 판인데, 만석이 아닌 게 이상하긴 하네.”
“그러니까.”
“근데 이거 맛있네?”
지민은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서 파는 온갖 잡다한 게 들어가 국적을 알 수 없는 근본 없은 음식을 먹으며 말했다.
“그러게.”
“다른 팀 경기장 음식들도 궁금하네.”
“여기만큼 맛있는 곳 없을걸?”
돈이 넘쳐나는 프리미어 리그 소속 팀들은 경기장도 증축하고 개선하며 팬들을 위해 많은 것을 하고 있었지만, 시간이 흘러도 개선되지 않는 게 있었으니 그게 바로 구단에서 파는 음식들이었다.
대부분 구단들이 비싸기만 비싸고 음식 수준은 최악으로 유명했다.
뉴캐슬 음식은 어느 나라 음식인지 추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근본이 없었지만, 맛도 좋고 푸짐했다.
거기에다가…….
“키야, 좋구먼!”
“역시 맥주는 브라운 에일이지.”
최고의 맥주를 판매하고 있었다.
두 할아버지는 벌써부터 브라운 에일을 두 잔이나 원샷한 상황이었다.
“아빠, 아버님, 그만 좀 드세요. 태양이 경기 하기 전에 취하겠어요!”
“이이? 고작 두 잔 가지고 왜 그려? 열 잔도 먹을 수 있구먼?”
“맥주가 한, 두 푼도 아니고…….”
“허허, 우리 딸이 몰랐나보네. 선수 가족은 맥주가 공짜야.”
“이이, 우리 장손 덕분에 여서 호강하는 겨.”
“…그러면 나도 한잔만.”
“엄마, 맥주 맛있어? 나도 먹을래!”
“애들은 안 돼.”
“어? 엉아다!”
어른들이 손에 맥주를 한잔씩 챙기는 가운데 필드에 선수들이 나와 워밍업을 시작했다.
여름은 그 가운데 한눈에 태양이를 발견했다.
“어머, 우리 아들 나왔다!”
“오빠 찍을까?”
“어어, 얼른 찍어봐.”
태양은 그 특유의 시큰둥한 얼굴로 필드 위에 들어와 가볍게 뛰는 듯 하더니 이내 마테오 실바가 건넨 공을 발바닥에 두고 이리저리 굴려보다가 다시 실바에게 패스했다.
실바가 몇 번 볼 트래핑을 하는 모습을 보이자 사람들이 미스터 툰을 부르짖었다.
마테오 실바는 그런 사람들한테 여유롭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 보인 뒤 다시 태양에게 공을 보냈다.
“Suny!!”
“Yoon!”
태양이 다시 공을 잡아 이번에는 툰들이 태양의 애칭과 이름을 외치며 손을 흔들었다.
태양은 뚱한 표정으로 반응하지 않았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런 태양을 불쾌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사춘기 소년 같은 느낌에 귀엽다며 좋아하는 여성팬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남자들도 마찬가지, 그저 흐뭇하게 태양을 바라봤다.
원래 잘하면 뭘해도 예뻐보이는 법이다.
그때였다.
“TaeYang!!”
악센트가 있긴 햇지만, 정확히 태양을 외치는 목소리가 들리자 태양이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오! 태양!!!”
그러자 한 아저씨가 다시 한번 태양의 이름을 정확하게 외치며 맹렬하게 손을 흔들었다.
태양은 그를 알아봤다.
엄마와 함께 장을 볼 때마다 항상 들리는 정육점 사장님이었다.
어릴 때부터 뉴캐슬을 위해 잘 크라고 고기 한 덩이라도 더 얹어주던 사장.
태양은 그를 향해 볼을 계속해서 트래핑해 다가갔다.
“아저씨, 오랜만이네요?”
“그래, 요즘은 자네 동생들이 대신 오더군?”
“아저씨 기대에 보답하려고 최선을 다하는 중이어서요.”
“그래, 네가 필드로 나오는 걸 보고 내가 펍에서 비명을 다 질렀다네. 저기 봐! 우리 가게에 엄마랑 같이 고기 사러 오던 꼬맹이가 저기 있어! 이러고 말이야.”
“하하.”
태양은 기분 좋게 웃으며 아저씨에게 자신이 튕기던 공을 건넸다.
“오늘 이기면 서비스 가능?”
들뜬 얼굴로 공을 받아든 정육점 아저씨는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당연하지! 해트트릭하면 온 가족이 먹을 수 있게 티본을 잔뜩 가져다주마!”
“그거 듣기만 해도 설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