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tra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1014)
엑스트라가 너무 강함 1014화
서해용왕이 물었다.
[혹시 짐에게 바라는 게 있는가?] [그대들이 가포에서 한 일은 우리에게도 도움이 되었다네. 보답을 하고 싶군.] [짐은 그대들이 육지에서 받을 수 없는 종류의 도움을 줄 수 있다네.]그 말에 모르드는 잠시 생각해 본 다음 말했다.
“혹시 배를 한 척 받을 수 있겠습니까?”
[으음? 배가 필요한가? 저 로텐다르라는 배가 있으면서?]“저희가 쓸 건 아니고, 앞으로 한울왕자가 전장에서의 활약을 알리기 위해서는 기함으로 쓸 만한 배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로텐다르에 같이 타서 싸우는 것은 실질적인 도움은 되겠지만 외부에 홍보할 만한 건수가 되기 어렵다. 모르드 일행에게 묻혀 버릴 것이다.
‘앞으로도 활약상 면에서는 그렇겠지만… 최소한 우리의 동맹으로서 독자적인 활약을 홍보할 만한 건수는 있어야지.’
그러기 위해서는 기함으로 쓸 만한 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서해용왕은 조금 의표를 찔린 기색이었다.
[…참신하군. 그렇게까지 그 아이를 위해주는가?]“기회를 효과적으로 살리고자 할 뿐입니다. 가포를 부순 일이야, 앞으로 그런 일이 한두 번 있을 것도 아닐 테니까요.”
머리가 셋이나 되는 서해용왕이지만 일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렇게 말하는 모르드의 태도는 자신감 넘치는 것도 아니고 허세를 떠는 것 같지도 않았다. 너무나 당연한 일을 이야기하는 듯 담담해서 더 충격적이었다.
‘페세이타가 연락을 취해왔을 정도니 보통이 아니리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서해용왕의 눈과 귀는 어디까지나 온누리의 바다, 그것도 서해에만 미친다.
따라서 모르드 일행이 외부의 바다에서 한 일에 대해서는 바다의 백성들끼리의 교류로 전해 들은 정보 이상을 알 수가 없었다.
‘바깥의 바다에서는 세상을 구한 영웅처럼 숭상받고 있다고 했지. 마치 현세가 아니라 신화를 살아가고 있는 듯한 존재들이군.’
신성의 강대함만으로 따지면 서해용왕에 비교할 바가 못 된다.
그러나 신화에도 영웅이라 불리는 자들은,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불리는 일을 기어이 해내고야 마는 자들은 꼭 거대한 신성과 권능을 지닌 자들이 아니었다. 그러기는커녕 인간에 가까운 연약한 존재이면서도 신들조차 해내지 못하는 일을 해내는 이들이 있었다.
[…좋다. 그대들이 해낸 일은 누구도 해내지 못한 업적이지. 우리 서해용왕궁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배를 한 척 내주도록 하겠네.]“감사합니다.”
[앞으로 서해의 주민들에게는 그대들에게 협력하도록 일러두도록 하지.]“배려에 감사드립니다. 단죄자들과의 싸움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모르드는 거짓 없는 진심을 이야기했다.
바다의 백성들이 눈과 귀가 되어준다면, 적어도 바다와 해변 지역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있어서는 매우 양질의 정보를 얻을 수 있으리라.
“그리고 그 맹약의 건 말씀입니다만.”
[모르드 공, 맹약의 계승은 그대가 아무리 큰 공을 세운다 해도 보상으로 받을 수 있는 건이 아니라네. 오직 황손, 아무리 조건을 완화시킨다 한들 현세의 용족이 백성의 지지를 모았을 경우에만 가능하지.]“알고 있습니다. 한울왕자가 맹약을 계승할 자격 요건을 충족시킬 경우를 가정하고 싶습니다.”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가?]“이미 알고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제게는 영혼 인도자라는 권능이 있습니다.”
모르드는 서해용왕에게, 단죄자에게 맞서 모든 죽음에 존엄함을 되돌릴 가장 거대한 결계를 구축하기 위한 제안을 던졌다.
* * *
서해용왕과 협의를 마친 모르드 일행이 바깥으로 나오자 미리 귀띔을 받은 용왕군 소속 해룡족 전사가 그들을 바깥으로 안내했다.
[용왕께서 지시해 두신 것은 항구에 정박시켜 두었습니다.]“고맙다. 통신기에 대해서는 들었나?”
[들었습니다.]파르웰이 그에게 10개의 통신기를 건네주고 설치 방법과 사용법을 알려주었다.
그것은 서해용왕궁의 주민들에게도 매우 놀라운 일이었다.
감탄한 그가 말했다.
[여러분이 가포를 뒤집어놓은 것은 정말 통쾌했습니다. 우리가 할 수 없었던 일을 해낸 것에 경의를 표하는 바입니다. 무운을 빕니다.]해룡족 전사의 예를 받은 모르드 일행은 한울왕자 일행을 데리고 다시금 서해용왕궁의 입구로 향했다.
“저 배는 뭐지?”
한울왕자가 놀라서 중얼거렸다.
로텐다르 옆에 한 척의 검은 배가 정박되어 있었다.
전장 40미터에 달하는 그 배는 거북이를 연상케 하는 모양이었다. 위쪽은 날카롭고 뾰족뾰족한 가시들이 잔뜩 달린 갑주 같았고 아래쪽은 매끈한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특이한 것은 앞쪽에 달린 머리와 노로 보이는 것들이었다. 거북이의 머리가 아니라 굴강한 두 개의 뿔이 달린 용의 머리가 달려 있었으며, 양옆에는 거북이의 다리처럼 생긴 네 개의 기관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마치 푸른 거북 호나 붉은 거북 호 같군요. 물론 훨씬 작긴 합니다만…….”
한울왕자는 용황제 오율 서거 후에 태어났기에 지고병기를 직접 본 적이 없다.
그러나 그를 보필하는 측근들 중에는 용황제 오율 치세 때부터 살아온 이들이 있었고 노인 술법사 남혁은 그 대표 격이었다.
[어서 오십시오, 모르드 공. 용왕께서 당신께 이 배를 내드리라고 했습니다.]머리 양옆에 뿔이 솟아난 중년의 용인어족(龍人魚族) 남자가 씩 웃으며 말했다. 그 말고도 인어족과 해룡족, 그리고 커다란 거북이면서 인간 같은 손을 지닌 귀인족(龜人族) 등이 있었는데 왠지 다들 기술공이라는 느낌이 풍겼다.
“…….”
모르드는 잠시 동안 그 배를 바라보았다. 이 배는 그에게 푸른 거북 호를 봤을 때와 비슷한, 그리움과 놀라움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거북선인가.’
온누리 제국은 여러모로 지구를 그립게 만드는 나라였다. 그들을 통해 모르드가 떠올리는 것은 그가 살아온 것과는 아주 먼 시대였긴 하지만.
어쨌든 이 배는 푸른 거북 호보다도 더 거북선에 가까운 외형이었다. 철갑 위로 뾰족뾰족한 가시들을 붙인 것도 그렇고, 뚜껑과 아래쪽 선체 사이를 메꾸는 반듯한 면이 존재하는 점도 그렇다.
“여러분이 이 배를 만든 장인들인가?”
[그렇습니다. 3년 전에 만들어서 지금까지 개보수해왔지요. 언젠가 놈들의 손길이 심해에까지 미칠 때 출격시킬 예정이었는데 육지의 여러분들에게 내드리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배의 이름은 뭐지?”
[검은 포식자 호입니다.]조선공은 흥분한 기색으로 배에 대해서 설명했다.
술법으로 강화 처리한 철갑 위에 구름철을 입혀서 만들었으며, 해상에서도 해저에서도 매우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는 것 등등.
[배를 정비하거나 수리할 일이 생기면 언제든지 환영하겠습니다. 이는 용왕께서 지시하신 일이니 부담 갖지 않으셔도 됩니다.]“알겠다. 잘 쓰도록 하지.”
[술법탄들은 최대한 적재시켜두었습니다. 제작법이 적힌 책도 실어두었으니 술법사들이라면 제작할 수 있을 겁니다.]“그 부분은 협력을 부탁하고 싶군. 이보다 낮은 수심에 탄약 재고를 보관해 줄 수 있겠나? 급할 때 보급할 수 있도록.”
[그건 좋은 생각이군요. 알겠습니다.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이런 문제에도 곧바로 대답이 나오는 걸 보니 이 조선공의 지위가 꽤 높은 모양이었다.
그에게서 검은 포식자 호의 설명을 다 들은 모르드는 한울왕자에게 말했다.
“당신들은 이 검은 포식자 호를 타고 해상으로 따라와라.”
“음? 이, 이 배를 우리한테 주겠단 말인가?”
한울왕자가 말을 더듬자 모르드가 피식 웃었다.
“주는 건 아니고 빌려주겠다는 거다. 내가 받은 거니까 선주(船主)는 어디까지나 나지.”
“…….”
“이 배는 당신이 하려는 일에 도움이 될 거다. 서해용왕에게 받았다는 점도, 지고병기와 닮았다는 점에서도 그렇다고 생각하는데… 어떤가?”
“대여비는 공짜가 아니겠지?”
“성공한 후에 청구하겠다. 물론 결코 저렴하지는 않을 거야.”
“그렇군. 좋아, 기꺼이 빌리도록 하지.”
한울왕자는 씩 웃으며 검은 포식자 호에 올랐다. 측근들이 모두 따라서 타고 나자 모르드 일행도 로텐다르에 올랐다.
“그럼 시운전을 좀 도와주면서 천천히 올라가 볼까? 하는 김에 단죄자 놈들 신경도 좀 긁어주고.”
로텐다르가 힘차게 울부짖으며 서해용왕궁이 있는 해구 위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그 뒤를 로텐다르보다는 훨씬 작지만 이 시대의 일반적인 기준으로는 매우 대형함에 속하는 검은 포식자 호가 빠르게 뒤따르고 있었다.
* * *
단죄자들은 새벽 반도 서해를 완전히 장악하지 못했다.
해상의 제해권만 놓고 보면 장악했다고 할 수 있겠지만, 유감스럽게도 해저까지 장악하려면 한참의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추측되고 있었다.
북누리의 권역에서는 해상에서도 격렬한 저항이 계속되었으며, 해저에서는 바다의 백성들이 활약하고 있으니 어쩔 수 없었다.
게다가 최근에는 이 서해와 이어진 대륙 남쪽 바다, 대군주 백경이 담당하던 권역이 완전히 바다의 백성들에게 탈환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그 사태는 온누리의 바다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해저 전력의 수급이 원활하지 않게 된 것이다. 단죄자의 해저 병력의 핵심은 바다군주를 비롯한 바다 괴물들이었으며, 이 괴물들은 멀리 떨어진 바다에서 생산되어 공급되고 있었다.
대륙 남쪽 바다가 적들의 손에 넘어간 것은 이런 병력 공급망이 망가졌다는 뜻이었다.
대규모로 괴물들을 이동시키려고 하면, 모르드 일행에 의해 해방된 남쪽 바다의 주민들에게 차단당하고 만다.
물론 단죄자 세력 상층부에서는 이 문제를 인지하고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그 대비책이 전선에 투입되어 병력 공급의 안정화를 이루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젠장. 날벼락 같은 놈들이 나타났군.]수심 500미터 지점.
본래 이 영역에 살고 있었던 주류 종족, 인어족과 어인족은 단죄자의 언데드로 전락해 있었다.
그들은 로텐다르에 의해 가포의 해상, 해저병력이 박살 난 것 때문에 공포에 떨고 있었다.
[대군주 백경을 쓰러뜨렸다더니 정말 보통이 아니야. 당분간은 병력을 집결시켜서 가포를 방어한다더군.] [당연히 그래야지. 가포가 안정화되지 않으면 육지의 병력 공급에도 차질이 생기니까… 음?]그런 대화를 나누던 인어족 언데드들은 불현듯 무언가의 접근을 느꼈다.
[뭐지? 큰 게 오고 있는데?] [평범한 고래… 는 아닌 것 같군. 너무 커.]그들은 초음파와 마법을 통해서 접근해오는 상대의 정체를 헤아렸다.
전장 40미터에 달하는, 거북이를 닮은 무언가.
[용왕군인가?] [아니, 이 깊이까진 못 올라올 텐데?]용왕군의 주력은 모두 심해에 사로잡힌 자들이다. 아무리 배를 탄다 해도 이 수심까지 올라오면 컨디션이 급격히 나빠져서 고통에 시달릴 것이다.
그렇게 혼란스러워하는 인어족 언데드들 앞에 적이 실체를 드러냈다.
[용왕군의 배다.] [이런 이놈들, 여기까지 올 방법을 찾았나? 당장 알려야…….]하지만 그들에게 그럴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콰아아아아!
검은 포식자 호의 용머리에서 쏘아낸 술법포가 그들을 갈가리 찢어버렸기 때문이다.
* * *
파르웰이 중얼거렸다.
“성능이 꽤 괜찮군요.”
로텐다르는 좀 떨어진 곳에서 검은 포식자 호가 싸우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여기까지 올라오는 동안 시운전을 어느 정도 해봐서 그런지 검은 포식자 호는 그럭저럭 이상하지 않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모르드가 말했다.
“해상에서도 테스트를 해보긴 해야겠지만… 여섯 명만 타도 저 정도면 앞으로 전투에서 활약을 기대해 봐도 되겠어.”
검은 포식자 호는 로텐다르나 푸른 거북 호처럼 신성로를 탑재한 배는 아니었다. 따라서 승무원이 많아진다고 해서 출력이 상승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배의 기능을 충분히 활용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승무원이 필요했다. 심지어 한울왕자와 그 일행들은 뱃사람으로서의 경력조차 전혀 없는 인물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죄자들을 상대로 잘 싸우고 있었다.
인원이 부족해서 탑재된 무기들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긴 하지만, 모자라는 부분은 한울왕자와 다른 술법사들의 힘으로 어떻게든 처리하고 있는 중이다.
케엘이 말했다.
“영 불안한 구석이 많아. 바다군주가 나오면 격침당하겠는데?”
“아직은 그렇지. 하지만 이제 막 시운전을 했을 뿐이고 승무원도 현격히 부족하다. 그런데 저 정도면 충분한 잠재력이 보이지 않나?”
모르드는 그렇게 말하고는 로텐다르를 움직였다.
“이 정도면 될 것 같군. 다른 놈들이 몰려들기 전에 떠나자.”
곧 로텐다르가 뛰어들어 단죄자 병력을 몰살시키고, 추가 병력이 오기 전에 검은 포식자 호와 함께 이탈했다.
* * *
쏴아아아아…….
로텐다르와 검은 포식자 호는 암초들 사이로 부상했다.
서해용왕군 측에서 단죄자의 눈길을 피해 부상할 만한 장소로 추천해 준 곳이었는데, 두 개의 암초가 엇갈려 있어서 외부에서의 관측을 가려주는 절묘한 지형이었다.
“후우, 힘들군.”
배에서 내린 한울왕자가 이마를 쓸었다.
그만이 아니라 검은 포식자 호를 탔던 그의 측근들 모두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다들 뱃사람도 아니었고, 스스로도 미숙함을 느끼는 상황에서 생애 최초로 해저전을 벌였으니 극한의 긴장감에 시달려 지쳐 버린 것이다.
한울왕자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훈련이 많이 필요하겠어. 아니, 그 전에 일단 용하에서 뱃사람 경력이 있는 사람들을 찾아봐야겠군…….”
필요한 일들을 생각하던 한울왕자가 모르드에게 물었다.
“그런데 이 배는 어쩔 거지? 로텐다르는 뭔가 아공간을 이용한 수납 기능이 있는 것 같지만 이 배는…….”
모르드는 그의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대답을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40미터에 달하는 검은 포식자 호의 거체가 그의 심상 세계로 수납된 것이다.
한울왕자가 놀라서 물었다.
“…로텐다르만 그럴 수 있는 게 아니었나?”
“서해용왕궁 측에서 적절한 시설을 확보해 줄 때까지는 이런 식으로 운용하도록 하지.”
“빌려 쓴다는 느낌이 더 확실해지는군그래.”
한울왕자는 쓴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곧 표정을 고치며 말했다.
“그럼 용하로 돌아가서 이 전과를 모두에게 알려야겠군. 모두들 기뻐할 거야.”
이제부터 시작이다. 한울왕자는 바다를 보며 마음을 다잡았다.
‘반드시 천명의 불꽃을 키워서 맹약을 계승하고야 말겠다!’
그 일을 해낸다면 온누리 제국의 재건에 한 발짝 다가갔다고 자부할 수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