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tra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1023)
엑스트라가 너무 강함 1023화
제306장 남해용왕
한울왕자 측은 두 가지 중요 계획을 진행하고 있었다.
첫 번째는 용하와 강문 사이에 위치한 마을의 건설.
이것은 성벽을 쌓아 올리는 시간까지 포함해도 굉장히 빠르게 진척되고 있어서 기본적인 모양새를 갖추고 마을이 운영되기까지는 15일도 안 걸릴 것으로 예상되었다.
단순한 인부들만이 아니라 용족을 포함한 백룡군의 인재들 또한 이 공사에 참가했기 때문에 가능한 속도였다.
처음에는 200명 정도를 이주시켜 시작할 것이고, 최종적으로는 1,000명 이상의 소도시로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이 작업이 완료되면 인구 과포화 상태가 심각한 용하와 강문에게 있어서도 꽤 도움이 될 것이다.
두 번째는 단죄자에게 빼앗긴 서남도의 서북부를 되찾는 것.
이것을 위해 용하의 병력과 강문의 병력을 섞어서 재편하고, 손발을 맞추기 위한 훈련을 진행하고 있었다.
모르드 일행은 이 사전작업을 수행하고 있었다.
곳곳에 신성무구를 매설하고 그것을 기둥으로 삼아서 영혼인도자 결계를 확장하는 작업이었다.
이로써 단죄자도 쓰러지는 순간 영혼을 구원받는 ‘공정한 전장’이 완성될 것이다.
* * *
물론 용하에서 이런 작업을 진행하는 동안 단죄자들도 놀고 있지 않았다.
그들은 다시금 전초기치를 만들고 병력을 진출시켰으며, 때때로 용하의 결계 영역 내부로 소수정예를 보내어 염탐과 파괴 활동을 노렸다.
파악하지는 못했지만 용하와 강문의 눈길이 미치지 않는 어디선가 요괴를 이용한 공격도 계속 진행하고 있으리라.
모르드 일행은 이런 움직임을 모두 파악했지만 굳이 파괴하지 않고 두었다.
‘이번에는 온누리 사람들이 해야 한다.’
물론 자신들도 거들긴 할 것이다. 하지만 자신들이 다 해버려서는 안 된다.
한울왕자의 지휘 아래 온누리 사람들의 손으로 단죄자들에게 승리를 거두는 경험이 필요했다.
“그렇다고 계속 느긋하게 지내기도 뭐하니 바다나 좀 휘젓고 오도록 하지.”
용하의 준비와 발맞춰서 훈련과 재정비로 보내기에는 상황이 녹록지 않았다.
그래서 모르드는 로텐다르로 바다를 좀 휘젓고 오기로 결정했다.
한울왕자가 물었다.
“혹시 또 가포를 공격할 생각인가?”
“아니, 놈들도 붕어 대가리는 아니니까 가포는 엄청나게 방비가 되어있을 거다. 때려줄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닌데 굳이 철통방어를 들이받을 필요는 없지.”
“나도 따라가도 되겠나?”
“일이 많을 텐데.”
“오래 걸리지 않을 것 같아서 하는 말이다.”
“훈련을 빼먹을 핑계가 필요해서 그러는 건 아니겠지?”
“…….”
한울왕자가 움찔하더니 살짝 눈을 피했다.
5일 연속으로 훈련에 참가해서 의지와 성과를 보여주긴 했는데, 힘들긴 힘들었나 보다.
하지만 한울왕자는 또 워낙 성실해서 이미 하겠다고 한 일을 힘들다고 빼먹는 성격이 못 되었다. 훈련을 빠지려면 남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납득시킬 수 있는 명분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런 마음이 없다고는 못 하겠지만… 아니, 솔직히 그런 마음이 꽤 있긴 하지만!”
한울왕자는 주먹을 부들부들 떨며 자신의 본심을 인정했다.
“그래도 가포가 아닌 다른 곳을 칠 거라면 기회를 활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 것도 사실이다. 육지에서의 전투 훈련도 물론 중요하지만 검은 포식자 호의 운용도 훈련할 필요가 있지 않나?”
“그건 그렇지.”
검은 포식자는 딱 한 번 시운전해 본 게 전부였다. 많은 훈련이 필요할 것이다.
“그동안 백룡군에서 선원으로 지원할 이들을 받아두었는데, 이번 기회에 같이 출격해 보고 싶군. 로텐다르의 뒤를 쫓아가는 것만으로 좋아. 실전에 나서는 건 조심스럽게 하지.”
“좋은 판단이다. 그럼 혹시 공격목표로 추천할 만한 곳이 있나?”
“여기서는 좀 멀지만… 좀 더 남부로 가고 싶은데.”
“어째서지?”
“살아남은 서해 수군의 잔여세력이 있을 테니까. 그들을 만나보고 싶어. 당장 우리와 연계가 안 되더라도 장차 꼭 필요한 사람들이야.”
“과연.”
모르드는 납득했다.
한울왕자는 지도를 펼치고 한 곳을 가리켰다.
“서쪽 해안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황혼포가 나오지.”
가포는 새벽 반도를 한반도와 비교할 때 군산쯤 되는 위치였고 황혼포는 목포쯤 되는 위치에 있었다.
물론 새벽 반도는 한반도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항구도 훨씬 많다. 어디까지나 대충 그런 느낌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황혼포는 지형상 물동량이 많기 힘든 곳이지. 단죄자 놈들도 손에 넣긴 했지만 가포보다는 활용도가 떨어질 거야.”
황혼포는 앞바다에 섬과 암초들이 있기 때문에 앞바다가 탁 트인 가포에 비해 배가 오가기 짜증 나는 곳이었다.
“그 아래쪽으로 좀 더 내려가면 흑룡포가 있지. 정석적으로 따지면 황혼포를 공격하는 게 우선이겠지만, 이번에는 황혼포를 지나서 여길 가 보고 싶군.”
“여기도 단죄자들에게 넘어갔나?”
“아니, 남부는 아직일 거라고 생각해. 하지만 공격은 받고 있겠지. 서해 수군의 생존자들이라면 아마 이쪽으로 모여서 남해 수군과 합류했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예전에는 둘의 사이가 그렇게 좋진 않았다고 하니 끝까지 합류를 거부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정보 수집 차원에서도 가 볼 가치가 있겠군. 좋다. 그럼 내일 출발하는 걸로 하지. 인원을 선발해 두도록.”
원래는 오늘 바로 날아갔다 오려고 했지만 한울왕자가 함께 할 때는 그런 식으로 움직일 수가 없다. 하루 정도는 시간을 주어야 했다.
“…내일인가.”
그런데 왠지 한울왕자는 침울해하는 기색이었다.
“왜 그러지?”
“아니, 그래……. 오늘은 해야지, 훈련…….”
“…….”
모르드는 결국 자기 자신만은 속이지 못하고 성실함을 발휘하는 그가 살짝 애처로워지기 시작했다.
* * *
다음 날, 모르드 일행과 생존자 부대, 그리고 한울왕자가 선발한 50명이 백성들에게 출진을 알리고 용하를 나섰다.
“일단은 육로를 따라서 황혼포를 정찰하고 나서 바다로 나가도록 하지.”
물리적 거리, 그리고 그 사이의 지형을 생각하면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린가 싶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아무도 토를 달지 않았다.
이제는 다들 모르드 일행의 능력이 얼마나 터무니없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모르드가 여는 공간왜곡장을 통과할 때마다 풍경이 바뀐다.
돌아보면 조금 전의 풍경이 4, 5킬로미터씩 멀어져 있는 경험은 몇 번을 해도 경이로웠다.
새벽 반도가 넓다 해도 지형을 무시하고 지도상의 직선거리로 이렇게 나아가면 어디든 가깝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사람들 다 챙기자니 답답하긴 하군.’
하지만 정작 모르드는 혀를 차고 있었다.
전부 아투스의 보물고에 넣고 날아서 이동하면 순식간에 황혼포에 도달했을 것이다.
하지만 백룡군에게까지 아투스의 보물고를 노출하기는 좀 그래서 이런 방식을 쓰는 것이다.
어쨌든 그들은 중간에 잠깐 휴식도 취해가면서, 서남도를 벗어나서 황혼포에 접근했다.
“저게 황혼포인가.”
모르드는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하늘 위에서 해안가를 관측하며 중얼거렸다.
단죄자에게 넘어갔다는 것은 멀리서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척 봐도 방비를 엄청 해놨는데?”
그의 옆을 날며 황혼포를 살핀 케엘이 말했다.
그 옆에는 남혁과 김 아르센도 있었다. 그들은 김 아르센의 멀리보기 마법을 통해서 황혼포를 살펴 얻는 정보를 열심히 기록하는 중이었다.
“으음. 그렇군요. 저렇게나 많은 주시자 군주가 모여 있다니…….”
황혼포 주변을 날고 있는 주시자 군주만 10개체가 넘었다.
명백한 전투태세다. 모르드 일행의 공습을 상정하지 않았다면 저만한 주시자 군주를 집결시켜두고 있을 이유가 없으리라.
“준비한 대책이 저것만도 아니겠지. 황혼포를 피하는 건 옳았군.”
모르드는 주시자 군주를 보며 묘한 이질감을 느꼈다.
지금까지 상대한 주시자 군주와 뭔가 다르다는 느낌이 든다. 막연한 느낌일 뿐이긴 하지만, 칠감을 지닌 자에게 있어서 그런 느낌은 결코 무시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저주의 힘을 소재 삼아 괴물을 마구 찍어내는 놈들이니 신형 주시자 군주 같은 게 튀어나와도 이상할 게 없지. 혹은 개조해서 새로운 기능을 탑재했을 수도 있고…….’
이 세계, 이 시대 사람들 입장에서 단죄자들이 괴물 병기를 양산하는 과정은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다.
왜냐하면 이들의 문명은 아직 완벽하게 규격화된 초대규모의 대량생산을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도 나름대로 그런 작업을 하고 있긴 하다. 하지만 완벽한 중앙집권제를 이루고 총통 같은 병기를 규격화하여 양산하는 데 성공한 온누리 제국의 생산량조차 현대 지구의 관점으로 보면 매우 조촐한 수준이다.
단죄자들은 특유의 통합성, 그리고 이 세계에서는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규모를 이용해서 현대 지구의 그것에 근접한 엄청난 생산성을 확립하고 있다.
적어도 괴물 병기에 한해서는 그렇다. 그렇다면 격렬한 전쟁 상황에서 그 병기가 빠르게 개량되고, 기존의 생산품도 개조되는 일도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었다.
‘그렇다 해도… 지금 부딪쳐 확인할 문제는 아니지. 어차피 머지않아서 알게 된다.’
모르드는 황혼포를 강습해서 자신의 느낌을 확인해 보고 싶은 충동을 억눌렀다.
“가자.”
황혼포 정찰을 마친 그들은, 황혼포를 지나쳐서 단죄자의 시선이 미치지 않는 지점에서 바다로 나섰다.
그들이 바다로 나서고 그 사실을 서해용왕궁에 알리자, 곧바로 바다의 백성들로부터 한 가지 요청이 날아들었다.
* * *
한울왕자가 모르드에게 이야기한 예상은 대충 들어맞았다.
슬프게도 부정적인 방향으로 들어맞았다.
서해 수군의 생존자들은 남해 수군에 흡수되기를 거부하고 독자적인 길을 모색한 것이다.
그들은 해안선에서 멀리 떨어진 섬들을 옮겨 다니며 단죄자들에게 약간씩이나마 타격을 주는 길을 선택했다.
어리석어 보이는 선택이었지만, 그건 단순히 자존심 때문에 똥고집을 부린 결과물은 아니었다.
그들은 단죄자들의 해군 세력을 조금이라도 분산시키고자 한 것이다.
단죄자들이 남해 수군에게 전력을 집중하는 것을 조금이라도 늦추기 위해서…….
그것이 서해를 수호하는 것에 실패하고, 단죄자들에게 병력을 보태줘 버린 자신들이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군…….”
서해 수군 잔여세력의 수장, 푸른 비늘의 드라칸 임 장군은 피로한 얼굴로 한숨을 쉬었다.
그들의 숫자는 나날이 줄어들어 가고 있었다.
이제는 남은 전투함이 3척밖에 되지 않는다.
그리고 숫자가 줄어들수록 점점 운신의 폭이 줄어들었다.
그들의 숫자가 줄어들었다는 것은, 그만큼 그들의 일원이었던 단죄자가 늘어난다는 소리이기 때문이다.
바다의 백성들이 전폭적으로 지원해 주지 않았다면, 그래서 계속 근거지를 옮기지 못했다면 지금까지 버티지도 못했으리라.
하지만 이제 그것도 한계였다.
총통의 술법탄이 바닥났기 때문이다.
온누리 수군이 강력한 이유, 총술사와 포술사 중에 총술사가 무력해지고 말았다.
술법사들과 포술사들은 아직 괜찮다. 서해용왕군에서 부적과 술법 재료, 그리고 술법 포탄까지 지원해 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해용왕군에서는 총통을 쓰지 않는다. 그래서 총통의 술법탄을 수급해 줄 수 없었다.
활도 마찬가지다. 바다의 백성들은 활을 쓰지 않고, 바닷속에는 활과 화살의 재료가 존재하지 않기에 이쪽으로도 보급이 안 된다.
그러다 보니 바다의 백성들이 공급해 주는 돌로 투석 공격을 하고 있을 지경이었다.
물론 무신술사들이 충분히 훈련한 끝에 행하는 투석 공격은 강력한 살상력을 발휘한다. 하지만 그걸 행하는 입장에서는 이렇게까지 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비참한 기분이 들 수밖에 없다.
“결단을 내릴 때라고 생각합니다.”
부관이 말했다.
“그렇군. 이대로 저 빌어먹을 것들의 먹잇감이 되는 것보다는 남해 수군에 합류해야겠지.”
결단을 내린 서해 수군 잔여세력은 거점을 정리하고 바다로 나섰다.
그런데 그들이 물살이 강한 해역을 지나서 남해로 들어서기 전, 정보정령 하나가 날아들었다.
“음?”
임 장군은 의아함을 느꼈다.
서해용왕궁에는 이미 자신의 결단을 알렸다.
지금까지의 협력에 감사하며 남해로 가는 것에 대해서 사과의 말까지 전했고 무운을 빈다는 답변도 들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서해용왕궁이 정보정령을 날려 오니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설마 적이 온다는 이야기입니까?”
부관의 물음에 임 장군은 고개를 저었다.
“흑룡포가 공격받고 있다는군. 한창 교전 중이라고 한다.”
“아…….”
그들이 목표로 한 곳이 흑룡포였다.
흑룡포가 공격받는다는 사실 자체는 놀랍지 않았다. 남해 수군과 단죄자가 맞부딪치는 최전선이었기에 몇 번이고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으니까.
“합류한다면 이번이 기회로군요.”
총통은 쓸 수 없다고 해도 술법 포탄이 충분히 적재된 전투함 3척, 그리고 200여 명의 숙련병이다. 전투에 난입해서 도움을 주기에는 충분하고도 남았다.
남해 수군에 합류하려면 지금 바로 달려가서 전공을 세워야 할 것이다. 그래야 합류한 후에도 입지가 설 테니까.
그런데 임 장군의 표정이 묘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네만… 어째 좀 내용이 이상하군.”
“예?”
“가면 놀라운 것을 보게 될 거라고, 꼭 가 보라고 하는데? 구경이라도 가라는 투야.”
“으음?”
임 장군과 부관은 서로를 보며 의문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