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tra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1022)
엑스트라가 너무 강함 1022화
마을의 위치와 형태에 대해서는 며칠 동안 많은 논의를 거친 끝에 결정되었다.
용하와 강문의 백성들에게 이 마을로 이주할 이들을 지원받으니 충분한 인원이 나왔다.
예전 같으면 다들 몸을 사렸으리라. 하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달랐다.
한울왕자라면 서서히 죽어가던 세상을 되살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번져가고 있었다.
“천명의 불꽃이 커지고 있군.”
한울왕자는 그런 백성들의 마음을 뚜렷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가 품은 천명의 불꽃이 빠르게 커져가고 있었다.
‘세 배 이상… 이 정도면 네 배에 가까운 것 같군.’
용하의 지배자로서 꽤 많은 이들에게 지지받고 있었음에도, 그가 품은 천명의 불꽃은 작았다.
용하의 백성들은 그를 지배자로 인정은 했지만 마음속 깊숙한 곳으로부터 우러난 지지를 보내는 이는 소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용하의 백성들 또한 그에게 더욱 강한 지지를 보냈고, 거기에 강문의 백성들의 지지가 더해지자 천명의 불꽃이 급격히 성장하기 시작했다.
강문의 세력을 휘하에 들인지 열흘 만에 네 배 가까이 늘어났을 정도로.
모르드가 물었다.
“체감되는 효과가 있나?”
“정신이 언제나 또렷해지는 느낌은 있군. 아마 정신에 작용하는 공격이나 저주에 대해서도 더 강해졌을 거고. 만백성의 위에 설 자의 정신건강은 매우 중요한 문제니…….”
“확실히.”
“그런데 오늘은… 뭔가 할 말이 있어서 온 건가?”
한울왕자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모르드가 용건을 꺼냈다.
“새 마을 문제로 바빠 보여서 좀 미루고 있었는데 슬슬 권해봐도 될 것 같아서.”
“아, 여러분 덕분에 진척이 빠르더군. 언제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
새 마을을 건설하는 문제는 실로 눈부신 속도로 진행되고 있었다.
모르드가 공간왜곡장으로 사람과 물자를 이동시켜줬기 때문이다. 이동과정이 생략되는 것만으로도 일정이 몇 배는 빨라지고 있었다.
“그건 동맹으로서 당연히 도와야 할 일이지. 어쨌든 한울왕자, 훈련을 받아볼 생각 없나?”
“음?”
“강문에서 온 사람들을 보니 그런 생각이 들더군. 한울왕자, 당신과 측근들의 무력을 향상시킬 필요가 있다고.”
“…….”
한울왕자의 표정이 굳었다.
불쾌감 때문이 아니라 그 역시 뼈저리게 실감하고 있는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새로이 백룡군에 들어온 박 장군의 아들, 박성규는 오러의 3단계를 수행하는 무신술사였다.
부친인 박 장군과 달리 절망의 벽을 넘지는 못했지만 그 정도만으로도 백룡군의 무신술사 중에서 최강을 다투는 실력자다.
그런 인물이 자신의 휘하에 들어오는 것은 기뻐할 일이면서 동시에 부담스러운 일이기도 했다.
오랫동안 그의 측근이었던 이들과 달리 자신에게 절대적으로 충성한다는 확신이 없으니까.
“물론 당신의 측근들은 뛰어나지.”
한울왕자의 술법 스승이기도 한 노인 술법사 남혁은 온누리 제국의 제1급 술법사였고, 호령공주에 의해 용족화 시술을 받은 김 아르센은 7서클의 고위 마법사이면서 실전경험도 풍부한 전투 마법사였다.
그리고 백룡군의 장수가 되기를 거부하고 한울왕자의 호위무사이기를 고집하는 중년의 용족 무사 주영수는 절망의 벽을 넘어 오러의 4단계를 수행하는 무신술사.
이들은 한울왕자의 세력 규모를 생각하면 너무나 과분한 수준의 인재들이라고 할 수 있다.
‘한울왕자를 지키는 역할보다 백룡군과 함께 싸우는 쪽으로 나섰다면… 산군 요괴를 잡을 때 백룡군의 부상자가 그렇게 나오지도 않았겠지.’
하지만 이 시대에 귀하신 분이 전장에 나섰을 때는 그를 지키는 것 자체가 매우 중요한 일이기는 했다.
“당신의 기량도 일반적인 기준으로 보면 상당히 높다. 강문을 병합한 지금 상황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
하지만 과연 앞으로도 그럴 것인가?
신화의 흔적이 짙은 시대, 그것도 이런 난세에는 본신의 무력이 매우 중요한 법이고 한울왕자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모르드, 당신이라면… 내 실력을 더 끌어올려 줄 수 있단 말인가?”
“오해의 여지가 있군. 나는 당신을 가르치겠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애당초 나는 술법사가 아니니 그건 불가능하지.”
“하지만 당신 일행에는 뛰어난 술법사가 있지 않나?”
“김운산 공을 말하는 건가?”
“그래. 남 선생도 그를 인정하더군.”
“전해줘야겠군.”
김운산은 정식으로 술과 시험을 본 적이 없다.
온누리 출신자인 그는 아무래도 자신이 제도권 기준으로 시험받은 적이 없기에 제대로 된 술법사가 아니라는 열등감을 품고 있었다. 모르드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종종 무의식적으로 그런 속내를 드러낼 만큼.
하지만 1급 술법사 남혁이 그를 인정했다는 것은 그가 옛 온누리의 기준으로 봐도 뛰어난 술법사임을 의미한다.
한울왕자가 말했다.
“당신들을 따르는 그들… 생존자 부대는 하나같이 실력이 뛰어나더군. 어딜 가나 대접받을 수 있을 거야.”
“그런 사람들만 살아남았기 때문이지.”
모르드는 쓴웃음을 지었다.
생존자 부대의 모든 인원은 세상에 이렇게 되기 전부터 지금처럼 강했던 사람들은 아니었다.
모르드 일행에게 구원받고 나서, 그렇게 길지 않은 기간 동안의 경험이 그들을 절망에 내몰리기 전보다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한울왕자가 말했다.
“그들이 지옥 같은 환경에서 살아남았다고는 들었어. 하지만 단순히 살아남은 이들을 모았다고 그렇게 될 것 같지는 않군. 내게 받아보라는 훈련이 그들이 받는 훈련이겠지?”
“그렇지.”
생존자 부대는 치열하게 훈련하고 있었다.
서둔과 니스카처럼 모르드 일행과 심상 세계에서 함께 하진 못하지만, 파르웰이 모르드의 아이디어, 그리고 동료들의 피드백을 받아가며 짜는 다채로운 훈련 프로그램을 소화해 내고 있다.
술법사들은 서로 지식을 교류하며 수준을 높이고, 마법사들은 파르웰의 가르침을 받아서 그 수준이 일취월장했다.
“흥미가 생기는군. 당신 말대로 확실히 나 자신의 힘을 키울 필요가 있지.”
술법사로서의 역량을 키우는 데 게을렀던 적은 없었다.
그는 재능도 뛰어난 데다 남혁이라는 좋은 스승이 있었고, 성실하게 자신을 연마해왔으니까.
하지만 모르드 일행과 생존자 부대를 보자 자신의 노력이 부족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들이 강해진 비결을 알 수 있다면… 고생할 가치가 있겠지.’
모르드 일행의 능력은 워낙 비상식적인 수준이라 그런 마음도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생존자 부대를 보고 있노라면 그 비결을 알고 싶다는 욕구가 일었다.
모르드가 제안한 타이밍은 마치 그런 욕망을 꿰뚫어 본 것처럼 적절했다.
“좋아. 그럼 언제부터 하겠나?”
“옛말에 이르길 쇠뿔도 단숨에 빼라고 했지. 지금부터라도 좋아.”
“…….”
“왜?”
“그 말이 여기에도 있었군. 신기해.”
모르드는 피식 웃으며 중얼거리고는 몸을 일으켰다.
“그럼 바로 가지. 혹시 참가시키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데려와도 좋다.”
* * *
용하에는 연무장이 있지만 그것은 백룡군을 위한 것이다.
생존자 부대는 용하의 훈련 시설을 이용하지 않고 독자적인 장소를 이용했다. 모르드 일행과 함께 용하에서 3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산속에 훈련장을 만든 것이다.
훈련 중에 용하에 비상사태가 발생해도, 모르드가 공간왜곡장으로 불러들여 주지 않아도 금방 달려올 수 있는 정도의 거리였다.
“그새 이런 장소를 만들어놨다니…….”
그 훈련장에 온 한울왕자는 놀람을 금치 못했다.
산 안쪽의 공터만으로는 좁아서 주변을 깎아내었는데, 그렇게 해서 확보한 공간은 용하의 백룡군 연무장보다 더 넓었다.
‘이만한 공사를 하려면 인부가 많이 필요할 텐데, 자신들의 능력만으로 단숨에 해치워 버렸단 말이군.’
모르드 일행이 마음만 먹으면 인부 수천 명분의 일을 해낼 수 있기에 가능한 결과였다.
바닥을 다진 것 말고는 딱히 어떤 건축물이 설치되지 않은 채였다. 그럼에도 이곳은 훈련 시설이라고 부를 수 있었다.
훈련장 전체를 환상 결계로 감싸서 밖에서 관측되지 않도록 감추었고, 모르고 접근하는 이는 자기도 모르게 발길을 돌려서 다른 곳으로 가도록 되어 있다.
또한 안쪽에서 일어나는 소리는 완벽하게 차단되는 차음결계도 펼쳐져 있다.
그리고 안쪽에는 훈련에 쓰는, 예를 들면 특정한 술법이나 마법을 요구하는 표적이 떠오르는 마법 결계 등이 설치되어 있으니 용하의 연무장보다도 더욱 훌륭한 시설이었다.
“대단하군요.”
한울왕자를 따라온 노인 술법사 남혁과 중년의 용족 무사 주영수, 마법사 김 아르센, 총술사 호진이 감탄했다.
물론 단기간에, 그것도 도시 가까운 곳에서 공사를 하는 줄도 모를 정도로 조용히 이런 훈련장을 만든 것도 대단하지만…….
“이 정도 수준이라니…….”
그들이 훈련에서 보여주는 실력이 매우 뛰어났다.
남혁은 술법사들을 보고, 주영수는 전사들을 보고, 김 아르센은 마법사들을 보고 감탄한다.
“의욕이 나는군.”
땀투성이가 될 각오로 편한 옷차림을 하고 온 한울왕자가 의욕을 불태웠다.
“뭐부터 하면 되지?”
그 물음에 모르드가 파르웰에게 눈짓했다. 파르웰은 가면처럼 친절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오늘은 처음이니 술법사들을 위해 고안한 1단계부터 차근차근해 보시죠.”
“하하, 기대되는데? 하지만 1단계부터라니 너무 쉽지 않겠나?”
한울왕자는 자신만만한 태도로 훈련을 시작했다.
* * *
30분이 지났다.
“…….”
남혁은 입을 다물지 못한 채 한울왕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커억, 큭…….”
한울왕자는 바닥에 쓰러진 채로 꿈틀거리고 있었다.
훈련을 진행할수록 급격하게 지쳐가더니 어느 순간 눈앞이 핑 돌며 쓰러져 버린 것이다.
“이, 이상하네. 왜 벌써 이렇게……?”
한울왕자는 자신의 상태가 납득이 안 간다는 듯 중얼거렸다.
무신술사들만은 못하다고 해도 그는 육체도 굉장히 튼튼하고 체력도 빼어났다. 마계화 던전 공략이나 요괴 토벌 때도 몇 번이나 장기전을 소화해 낸 경험이 있는 것이다.
목숨의 위협이 눈앞에 있는 실전에서도 그랬는데 훈련에서 이렇게 빨리 지쳐 버리다니?
“전하께 이런 약점이 있었다니…….”
남혁이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온누리 제국에서 1급 술법사 자격을 땄다는 것은 전투능력만이 아니라 이론적인 부분도 굉장히 뛰어났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그는 훈련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한울왕자가 왜 저런 상태에 빠졌는지 알 수 있었다.
파르웰이 훈련용 마법진을 정지시키면서 말했다.
“지금까지는 여러분에게 보호받으면서 싸워서 드러나지 않은 것 같군요. 기본적으로 술법사라서 후방에 있는데 보호자들이 너무 뛰어나서 적이 바로 앞까지 닥쳐온 적이 없으면 이런 문제가 생길 법도 하네요.”
술법사용 훈련 마법진은 특정한 과제를 수행하는 가운데, 지속적으로 주변 환경을 변화시키게 되어 있었다.
기온이나 기압이 변화하거나 산소량이 희박해지는 등의 변화가 일어나서 집중을 방해하고, 추가적인 술법 사용으로 대응할 것을 요구하는 게 기본이다.
또한 에테르 분포와 마력 밀도도 지속적으로 변화하며, 한 자리에 가만히 있을 수 없도록 이동을 강요한다.
신경이 분산되어 집중력 소모를 크게 하며 체력 소모까지 더해지기에, 안정된 상태에서는 별 무리 없이 할 수 있는 일을 할 때도 크게 지쳐 버리고 만다.
한울왕자는 전투에서 극한까지 몰려본 경험이 없었다.
목숨의 위협을 느껴본 적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어린 시절부터 몇 번이나 그런 경험을 했으니까.
하지만 한울왕자라는 신분으로 전장에 나섰을 때, 그의 곁에는 늘 그를 철두철미하게 지키는 이들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당장 눈앞에 닥쳐온 위험 때문에 허둥거릴 일도 없고, 충분한 집중력을 유지한 상태로 전장에 필요한 술법을 공급해 줄 수 있었다.
어떤 의미에서는 전투에 술법사를 포함한 구성으로 임할 때의 이상적인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전사에 의해 완벽하게 보호받으며 전장 곳곳에서 요구되는 술법을 쓰는 것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것.
하지만 실전은 이상적으로 굴러가지 않는다. 그렇기에 극한상황에서의 대응능력을 길러야만 하는 법이다.
그런데 한울왕자는 지금까지 상당한 실전경험을 쌓았으면서도 그를 지켜주는 사람들이 너무나 뛰어난 바람에 이상적인 상황에서 벗어나지 않았던 것이다.
“커헉, 그, 그렇군…….”
한울왕자는 바닥에 쓰러진 채로 실소했다.
“내가… 온실 속의 화초였다 이 말이지? 하, 하하하…….”
여태까지 실전 경험이 풍부하다고 자부하며 살아왔는데 고작 30분간의 훈련으로 그 자부심이 산산조각 나버렸다.
“제기랄.”
그 충격은 엄청났다.
“그래, 세상은 내가 황손이든 뭐든 인정사정 봐주지 않지.”
한울왕자는 이를 악물고 몸을 일으켰다.
“이제라도 그 사실을 되새기게 되어서 다행이군.”
인생이 순탄하게 풀려본 적은 없었다. 만약 그랬다면 황손이라는 이유로 자객에게 아버지를 잃고, 눈앞에서 어머니가 자신을 위해 희생하는 모습을 보지 않아도 되었겠지.
그런 그에게 있어서 자신이 전투에 있어서는 온실 속 화초였음을 자각하는 것은 대단한 수치심으로 다가왔다.
“고맙다. 훈련받겠다고 하길 잘했어. 이 훈련으로 나는 다시 태어나겠다!”
비틀거리며 일어난 그의 눈이 투지로 불타올랐다.
“좋은 각오입니다.”
파르웰은 그런 그에게 다가가 물을 한 잔 건네더니 말했다.
“그럼 바로 시작해 볼까요?”
“음? 지금?”
“잠깐만. 전하께서는 완전히 지쳐서 겨우겨우 일어나신 상태입니다만?”
남혁이 당황해서 말하자 파르웰이 그를 돌아보았다.
“그러니까 딱 좋은 겁니다. 그렇게 지쳤을 때만 할 수 있는 훈련이 있거든요.”
“지, 진짜로?”
“그럼요. 다들 하는 훈련입니다.”
한울왕자의 동공이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흔들렸다.
그가 이거 농담 아니냐는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호응해 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생존자 부대 중 몇 명이 본인의 경험을 떠올리며 싫다는 표정을 짓고 있을 뿐.
“그럼 시작해 보죠.”
파르웰은 친절하게 웃으며, 단호하게 훈련 프로그램을 작동시켰다.
* * *
그날, 한울왕자는 세 번 토하고 다섯 번 기절한 후에야 훈련의 목표 수치를 달성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