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tra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1021)
엑스트라가 너무 강함 1021화
생각을 정리한 모르드가 말했다.
“온누리의 대륙 진출을 막을 생각은 없다. 그건 우리의 일이 아니야.”
“으음?”
“당장 온누리 제국을 재건하고 단죄자를 격파하는 것부터가 먼 목표니까. 빼앗긴 세상을 다시 사람의 손에 돌려준 후의 일은 현실보다는 공상의 영역이겠지. 갈 길이 멀고 험난한데 그 이후의 이익부터 따지는 건 좋은 태도는 아닌 것 같군.”
“…그렇긴 하군.”
“그리고 단죄자가 사라진 후의 대륙은, 남겨진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광활할 것이다.”
새벽 반도의 인구만 하더라도 이전보다 훨씬 줄어들었다.
정확한 수치는 아무도 모르지만 절반 이하로 줄었다 해도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어쩌면 3분의 1, 아니, 4분의 1 이하일 수도 있다. 단죄자와 싸우느라 계속 죽어 나가고 있기도 하고, 또 온누리 제국 붕괴 이후 행정과 물류가 조각나면서 인구부양력 자체가 심각하게 감소했으니까.
당장 용하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이제 도시의 주민이 아니면서 살아남은 이들은 모두 난민이 되어 도시로 모여들었다.
각지의 작은 마을들은 전부 유령마을로 변해 버리는 중이다.
단죄자가 진출하지 않은 지역이라도 마찬가지다. 나라가 온전하던 시절과 달리 요괴나 도적 떼에게 공격당하면 속수무책이기 때문이다.
지난 세월 동안 그렇게 죽어 나간 이들만 해도 끔찍할 정도로 많은 숫자일 것이다.
이들이 국가 시스템과 인프라를 재건하고 인구부양력을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까?
그리고 그런다 한들 예전의 인구를 회복하기까지는 최소한 수십 년의 세월이 필요할 터.
새벽 반도에 한정해서 봐도 그렇고, 동대륙 전체로 보면 수백 년 후에도 다 회복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그것은 모르드가 이 땅을 떠난 후, 그것도 먼 훗날의 이야기일 것이다.
“우리의 입장에 대해서는 충분히 설명한 것 같군.”
모르드는 등받이에 등을 기대고 한발 물러나는 태도를 취했다.
“…….”
박 장군은 뭐라고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을 느끼며 눈앞의 젊은이를 바라보았다.
오랜 세월을 살아오며 별의별 인간군상을 보아왔지만 모르드 같은 존재는 처음이었다.
그의 이야기를 다 들었음에도, 아니, 다 들었기에 더욱 그가 불가해의 존재로 느껴졌다. 정말로 신의 뜻을 대리하여 이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내려온, 사람이라면 마땅히 가질 수밖에 없는 욕망을 초월한 존재라도 된단 말인가?
“후우.”
답답한 심정을 한숨으로 토해낸 박 장군이 한울왕자를 보며 물었다.
“왕자께선 어떤가? 모르드 공의 말에 부연하고 싶은 바가 있는가?”
“없습니다. 그들에게는 동맹으로서 너무나 많은 도움을 받고 있으니 감사할 따름이지요. 덕분에 고통받던 사람들을 구할 수 있었으며, 단죄자들이 우리 모르게 뻗쳐온 음흉한 손길을 알아낼 수 있었습니다.”
“음? 그건 무슨 뜻인가?”
“장군께서도 알아두셔야 할 일이니 정보를 공유하지요. 저 산적 떼의 수괴, 산군의 배후에는 단죄자가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뭐라고?”
“그게 정말인가?”
박 장군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도 놀라서 눈을 부릅떴다.
“그렇습니다. 놈들은 요괴를 이용해서 우리를 곤란하게 하려고 하고 있었습니다.”
한울왕자는 모르드 일행이 알아낸 정보를 차분하게 설명해 주었다.
그것은 모르드 일행의 의도이기도 했다. 한울왕자가 이 정보를 제공해 주는 것만으로도 강문 사람들이 그를 보는 눈이 달라질 수밖에 없으니까.
“으음……!”
박 장군이 신음했다.
요괴 산적 떼는 꽤 오랫동안 골칫거리였지만 그래도 엄청나게 심각한 위협으로 생각하지는 않았다.
용하와의 교류가 크게 줄어들긴 했지만 그들은 백룡강의 물길을 통해 다른 지역과 교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모든 게 단죄자들의 음모였다고 생각하니 간담이 서늘해진다.
‘물길 또한 위협받을 것이다.’
요괴는 어디에나 있으니까.
어쩌면 백룡강에서 출몰하는 요괴 중에는 단죄자의 손길이 닿은 놈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허어, 내 눈이 멀었구나. 이런 시대에 이토록 안이하게 세상을 대하고 있었다니…….”
박 장군은 탄식했다. 갑자기 자신이 늙었다는 실감이 들었다.
물론 그는 몇 년 전부터 스스로의 노쇠함을 느껴 아들에게 강문의 수장 자리를 세습하기 위한 준비를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순간의 체감은 그것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뼈저리게 다가왔다.
“한울왕자.”
“예.”
“진심으로 온누리를 재건하여 황제가 되고자 하시는가?”
“그렇습니다.”
“저들의 도움이 있기에 그런 꿈을 꾸시는 것이겠지.”
“조금 다릅니다. 저만이 아니라 이 땅의 황손이라면 누구나 그런 꿈을 꾸고 있겠지요. 저들이 제 앞에 나타나 손을 내밀어준 덕분에 비로소 그 꿈을 이룰 길이 보였을 뿐입니다.”
“옳은 말이군. 그렇다면 당신이 황제가 되는 것이, 이 땅의 모든 백성을 위한 일이라고 믿으시는가?”
“예.”
한울왕자는 흔들림 없는 눈으로 박 장군의 시선을 받아내며 말했다.
“제가 품은 천명의 불꽃이 그것을 증명할 것입니다. 백성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면 어찌 온누리의 제위를 계승했노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습니까?”
“그렇군…….”
박 장군은 잠시 눈을 감았다. 만감이 교차하는 기색이었다.
“나도 비슷한 꿈을 꾸었지. 아니, 꾸었었어.”
수십 년 전까지는 그도 꿈을 꾸었다.
‘온누리 제국은 망했다.’
슬프게도 그것이 현실이었다.
온누리는 완전히 망했다. 이제는 돌이킬 수 없다. 그렇게 믿었다.
지방 세력을 지배하는 황손 중 온누리의 천명을 이을 그릇을 보이는 이는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고작해야 작은 지방을 다스리면서도 완전한 지지를 얻어내지 못하는 모자란 자들뿐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자신을 따르는 백성들을 이끌고 새로운 나라를 세우기를 꿈꾸었다. 그랬던 시절이 있었다.
“…어느 순간 깨달았지. 나 또한 그런 꿈을 꾸기에는 너무 작은 그릇이라는 것을. 나는 고작해야 이 강문을 지켜내는 게 고작이었어.”
꿈은 컸지만 그것을 실현시킬 방법을 찾을 수가 없었다. 세상 어딜 봐도 안개로 뒤덮인 듯 막막하기만 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내가 포기했더라도 누군가는 계속해서 그런 꿈을 꾸어야 하지. 그리고 이루어야만 한다.”
종말이 가까워져 오고 있었다.
아무리 현실에서 눈 돌리려고 해도 그럴 수는 없다. 모든 것을 종말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을 재앙은 눈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후우.”
박 장군은 얼굴을 쓸어내리며 한숨을 쉬었다. 오만가지 감정이 한꺼번에 밀려와서 평정을 지킬 수가 없었다.
침묵이 내려앉았다.
모두들 박 장군이 다시 입을 열 때까지, 오랫동안 그를 주목하며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야 하늘이 이 늙은이를 지금까지 살아남게 도우신 이유를 알겠군.”
마침내 입을 연 박 장군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일어나서 한울왕자 옆으로 걸어오더니 한쪽 무릎을 꿇고 예를 표했다.
“전하.”
그것은 박 장군과 한울왕자의 관계가 완전히 재정립되는 순간이었다.
“앞으로 저와 강문의 모든 병사들은 전하를 따르도록 하겠습니다. 부디 저희들을 전하의 휘하로 거두어주소서.”
한울왕자는 잠시 그를 바라보았다. 표정은 태연했지만 속으로는 격정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모두가 보고 있다.’
어릴 때부터 그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 앞에서 자신을 꾸미는 법을 배웠다. 그리고 모두가 원하는 모습을 연기하는 것은, 썩 적성에 맞는 일이었다.
‘내가 성공한다면, 분명 이 순간은 역사에 남을 것이다.’
그의 수하들이 사관이 되어 이 순간을 기록하여 알릴 것이다.
‘그렇다면 최고의 모습을 보여줘야겠지.’
그는 실로 황손답게 위엄 있는 태도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대의 충성을 받아들이겠소. 만백성의 미래를 위해 큰 결심을 해준 것에 감사하는 바이오. 훗날 우리가 온누리를 재건했을 때 만인이 장군의 이 선택을 칭송하겠지.”
“전하께서 온누리를 재건하고 황위에 오르시는 그날까지, 전하의 검이 되어 적들을 무찌르겠나이다!”
“전하께 충성을 맹세하나이다!”
박 장군의 아들 박성규가 따라 말하자 다른 이들도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며 충성을 맹세했다.
그날, 갈기갈기 찢겼던 온누리 제국의 조각들 중 둘이 하나로 이어졌다.
사분오열된 온누리의 지방 세력들 모두가 꿈꾸지만 아무도 현실에서 진전을 보지 못했던 위업.
온누리 제국 재건의 시작이었다.
* * *
한울왕자에게 충성을 맹세한 박 장군은 강문의 백성들을 불러 모아 그 사실을 공표했다.
강문의 백성들은 모두 당황하고 혼란스러워했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와아아아아아!
모두가 환호성을 지르며 그 사실을 기쁘게 받아들였다.
대다수의 지방 세력은 하루하루 존립하는 것 자체가 투쟁이다.
물자는 풍족하지 못한데 외부와의 교류는 계속해서 어려워져가고, 주변 땅을 개척하여 도시를 확장하는 것도 외부의 위협 때문에 쉽지 않은 일이었으니까.
지난 수십 년 동안, 강문에 사는 이들의 삶은 이전보다 더 나아진 적이 없었다. 하루하루 더 나빠져가기만 했다.
온누리 붕괴 전에 태어난 이들은 매일같이 좋았던 그 시절을 추억하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지 않고서는 계속되는 어려운 시절을 견딜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모두가 이렇게 살아가는 것에 지쳤고 희망이 보이지 않는 시대였다.
그런 시대에 변화가 일었다.
천명의 불꽃을 가진 황손이 강문의 골칫거리였던 요괴를 토벌하여 그 위엄을 백성들 앞에 명명백백하게 전시했다.
백성들이 한울왕자에게 영웅의 풍모가 있다며 떠들어대고 있을 때, 오랜 세월 동안 그들을 지배해온 박 장군이 그에게 충성을 맹세하며 밝힌 것이다.
용하와 강문은 다시 하나의 울타리로 묶인다고.
앞으로 온누리 재건의 시작이라고 불리게 될 것이라고.
생각지도 못한 그 변화는 사람들이 갈망하던 희망을 전해주었다.
용하와 강문에서는 이 소식을 연락이 닿는 모든 곳에 알렸고, 온누리의 지방 세력들은 수십 년 만에 찾아온 변화에 술렁이기 시작했다.
* * *
한울왕자는 박 장군을 계속 강문의 지배자로 두기로 했다. 물론 이제부터는 기존의 지방세력을 인정할 수는 없었으므로, 옛 온누리의 자료에 따라 그에 맞는 벼슬을 내려주는 형식을 취했다.
강문이 용하보다 훨씬 큰 도시인 만큼 본거지를 용하에서 강문으로 옮기는 것도 고려했다. 하지만 오랫동안 용하를 근거지로 삼았는데 강문과 통합했다고 냉큼 옮겨오는 것도 그리 좋게 보일 행동은 아닐 것이다.
또한 용하는 서쪽으로부터 밀려오는 단죄자를 막는 최전선의 기지 역할을 한다는 명분도 있었고, 앞으로 또 세력을 확장하게 되면 강문보다 근거지로 삼기에 더욱 적절한 지역이 있을지도 몰랐다.
그런 이유로 한울왕자는 계속 용하를 근거지로 삼고, 박 장군에게 강문을 맡겼으며, 박 장군도 그 역할을 받아들였다.
모르드는 내심 실소했다.
‘권력 승계하고 물러날 생각하고 있던 140살이 넘는 노인을 계속 부려먹는 걸 모두 당연하게 여긴다니… 참.’
심지어 박 장군 본인 또한 그 역할을 당연히 받아들이는 모습이 이곳이 온누리의 권역임을 실감케 해주었다.
박 장군은 그 역할을 받아들이는 대신 본래 강문의 지배자 자리를 물려주려고 했던 장남 박성규, 그리고 강문의 병력 중 700명을 백룡군에 편입시켜 한울왕자의 곁에 두어달라고 청했다.
막 그의 충성을 받아들인 한울왕자 입장에서는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었으며, 이득이 되는 제안이기도 했다.
백룡군의 병력은 용하를 지키고 치안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벅찼기 때문이다.
앞으로 많은 일들을 하기 위해서는 군사력의 성장이 절실했다. 서씨가문의 사병들로부터 출발한 백룡군과 달리 박 장군 휘하의 병력은 온누리 제국의 정규병력 출신이었기에, 그들과의 결합은 크나큰 이득을 가져올 것이다.
“용하와 강문의 역할을 분명히 하고, 두 도시의 연결을 활성화해야 합니다. 지금은 역참 하나조차 없는 상황이니까요.”
온누리 붕괴 전에는 그 사이에 마을도 있고, 역참도 있어서 지금보다 훨씬 작은 단위로 연결점이 이어져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마을은커녕 역참 하나조차 없는 상황이었기에 두 도시 간의 거리감이 엄청나게 멀어진 것이다.
이것을 완화시킬 방법이 필요했고, 그것을 위해서는 두 도시 사이에 물리적인 거점을 신설할 필요가 있었다.
역참을 설치하여 운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다.
단죄자들이 요괴를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상, 외부의 위협을 막아낼 수 있는 최소한의 군사력을 주둔시킬 수 있는 규모가 되어야 했다.
한울왕자가 결정을 내렸다,
“둘 사이에 경작이 가능한 곳을 골라서 마을을 하나 만들기로 하지.”
용하도, 강문도 인구가 과포화 상태가 되고 외부와의 교류가 줄어들자 식량 부족에 시달리고 있었다. 추가적인 경작지 확보는 사활이 걸린 문제다.
“난민 중에서 지원자를 받는 게 좋겠어. 지원을 약속하면 위험을 감수할 사람도 나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