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tra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1026)
엑스트라가 너무 강함 1026화
사실 총통과 탄약은 모르드 일행도 필요로 하고 있는 물품이었다.
생존자 부대에 총술사 출신이 있기에, 그들에게 총통과 탄약을 제공할 이유가 있는 것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총통은 서대륙에서 반역의 용군단을 쓰러뜨리고 노획한 것들이 있어서 탄약만 충분히 있으면 되었지만 말이다.
어쨌든 남해 수군은 한울왕자 측에게는 전략 물자를 주지 않았지만 모르드 일행에게는 대가를 받고 넘겨주었다.
특히 모르드 일행이 확보한 물자 중에는 그들이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전략물자가 있었다.
“이런 멀쩡한 군선(軍船)들을 갖고 있다니… 허허, 하늘이 도우시는군.”
바로 배였다.
모르드 일행은 단죄자들에게서 대량의 배를 탈취해서 보존하고 있었다.
물론 그것들은 온누리 수군에서 쓰는 것과는 규격이 다른 배들이지만, 남해 수군은 이미 그런 것을 까다롭게 따질 처지가 아니었다.
전투함을 건조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전투가 벌어지면 아무리 열심히 건조해도 배가 부서져서 줄어드는 속도가 더 빠르다.
그런 상황에서 조금만 개보수하면 바로 해전에 투입 가능한 배가 제공됐는데 필요 없다고 걷어찬다?
온누리 제국이 멀쩡하던 시절이라면 모를까, 지금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런 게 몇 척이나 있습니까?”
“열 척을 주지. 대신 총통과 탄약을 받고 싶군. 그리고 이 목록에 있는 소재들과 부적도.”
모르드는 생존자 부대에서 작성한 목록을 건네주며 말했다.
물자관리를 맡고 있는 무관은 그 목록을 받아 들더니 쓴웃음을 지었다.
“정말 알찬 목록이로군. 총통과 탄약도 그렇고 전부 쓰임새가 높은 것들만 부탁하는군요. 평소라면 어림도 없는 일이겠지만 이런 배들을 열 척이나 주겠다면 어쩔 수 없지요.”
모르드가 요구한 것들은 남해 수군에게 있어서도 귀중한 전략물자였다.
하지만 멀쩡한 군선은 그 이상으로 귀중하다. 남해 수군 입장에서는 모르드가 손해를 봐가면서 자신들에게 크나큰 지원을 해준다고 느낄 정도였다.
모르드는 30정의 총통과 5만 발의 탄약, 그리고 각종 술법 재료와 부적을 받아냈다.
그것을 받은 생존자 부대는 신이 났다.
“군용 부적은 여러모로 개량되었군. 하긴 세월이 그만큼 흘렀으니 술법사들이 놀고 있지 않았겠지.”
“이 천불총통은 신형이군. 전보다 좀 얇아진 것 같은데? 무게중심이 좋아진 것 같은데…….”
“그런데 모르드 님이 구해주신 것만은 못하군.”
“그쪽은 아무리 봐도 흔해 빠진 양산품은 아니었으니… 소총통도 있지 않았나?”
반역의 용군단의 최정예들이 쓰던 총통은 같은 규격으로 만들어졌어도 굉장히 완성도가 높았다.
명장의 솜씨, 혹은 황실에서 관리하는 공방 중에서도 매우 등급이 높은 곳에서 제작된 것이 분명한 물건들이었다.
특히 권총에 해당하는 소형 총기, 소총통은 그 숫자가 희소한 물건이었다. 화력이 부족하기에 물자가 부족한 상황에서는 생산 우선순위가 한참 밀리는 물건인 것이다.
“탄약이 이 정도 있으면 이제 우리도 총통을 써가며 싸워도 되겠어.”
모르드 일행이 총통과 함께 노획한 탄약은 그리 많지 않았다.
서대륙에서 반역의 용군단이 죽을 때 같이 죽자고 폭사해 버리는 경우가 많았고, 그 경우 그들이 갖고 있던 물건들도 같이 날아가 버렸기 때문이다.
연구용이나 훈련용으로 쓰기에는 충분했지만 실전용으로 쓰면 금방 바닥날 게 뻔한 양이라서 생존자 부대의 총술사 출신들도 지금까지는 총술사로서 싸우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부터 충분한 탄약을 확보할 수 있다면 최고급 총통을 놀려둘 이유가 없는 것이다.
달시가 물었다.
“근데 배는 많이 있잖아? 왜 그거만 넘겨준 거야?”
모르드 일행이 확보해둔 배는 훨씬 많았다. 대륙에서 오는 동안 확보한 배가 80척 이상, 가포를 강습할 때 확보한 배가 또 45척이나 되는 것이다.
거기에 나룻배 같은 것들까지 합치면 정말 수백 척 수준이다. 물론 그 전부가 전투선인 것은 아니었지만.
모르드가 말했다.
“거래는 지속적인 게 좋을 것 같아서. 그리고 배가 필요한 게 이들뿐이라는 보장도 없고.”
“하긴 그렇긴 하네. 그럼 이제 어쩔 거야?”
“대답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지. 도시나 구경해 보려고 한다.”
“항구도시라서 또 분위기가 많이 다르겠지. 나도 좀 돌아다녀 봐야겠네.”
“혹시 모르니까 말해두는 거지만 군사시설에는 가까이 가지 마라. 용하나 강문과는 다르니까.”
“칫.”
달시가 혀를 찼다. 노골적으로 아쉬워하는 기색이었다.
놀러 다닌다고 하고는 병사들이 훈련하는 모습이라도 보러 가려고 했던 것이리라.
“하지 마라.”
모르드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살짝 한심해하는 시선을 보내주고는 거리로 나섰다.
* * *
에리우는 신기한 기분으로 흑룡포의 거리를 걷고 있었다.
흑룡포는 어딜 가나 군인들로 가득한 도시였다.
남해 수군이 단죄자를 막기 위한 최전선이다 보니 당연한 일이었다. 군인도 많고, 군인을 상대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많은 사람들 중 에리우를 보며 에리우 란팔로제의 이름을 수군거리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이상한 기분이야.”
에리우가 중얼거렸다.
그녀와 함께 걷고 있던 모르드가 바라보자 그녀가 말을 이었다.
“케엘은 대단해.”
“언제나 대단했지.”
모르드는 피식 웃었다.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날아든다.
하지만 그들의 시선은 거의 모르드에게 집중되고 있었다.
에리우가 평소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머리칼은 금발이었고 눈동자 색은 녹색이었다. 약간의 분장과 마법을 더해서 이목구비와 안색을 조금씩 바꾸는 것만으로도 완전히 다른 인물처럼 보인다.
케엘은 그것에 만족하지 않고 에리우의 뿔 위로 회색 가짜 뿔을 덧씌우고, 모자까지 씌워서 완전히 다른 인상을 만들었다.
물론 이런 변장이 처음은 아니다.
용족이라는 점이 너무 눈에 띄기 때문에, 에리우는 서대륙에서도 변장하고 거리를 돌아다녀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때와는 기분이 다르다.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자신이 모르는 수많은 얼굴들을 보며 묘한 감흥을 느낀다.
왜일까?
자신이 달라졌기 때문일까? 아니면 이곳이 과거에 온누리 제국이었던 땅이기 때문일까?
“왠지 그리운 느낌이 들어.”
에리우는 호리병에 담아준 막걸리와 구운 떡에 고추장 양념을 바른 떡꼬치를 먹으며 말했다.
“계속 그랬어.”
그녀 입장에서 온누리의 음식은 이 땅에 와서야 처음으로 먹어본 것이다.
지금까지 먹어온 음식에 비해 이국적인 맛이다. 일행들의 첫 반응은 호불호가 갈리는 편이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익숙해져 가는 중이었다.
그런데 에리우는 첫날부터 그 음식들이 그립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르드만큼 선명한 반응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그녀도 이 음식들이 마음에 들었다.
그것은 단순히 맛있다 맛없다, 취향에 맞는다 아니다를 떠나 그녀의 무의식 어딘가에 자리한 본질적인 그리움을 자극했다.
“분명히 모르는데, 알고 있었던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그녀의 머리는 몰라도 몸은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모르드가 물었다.
“마음에 드나?”
“응.”
에리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말했다.
“진룡사원에 가 보고 싶어.”
* * *
진룡사원은 온누리 제국령의 사람 사는 곳이라면 어디에나 있다.
흑룡포의 진룡사원은 제법 큰 규모였다. 오늘 전투가 벌어져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있었고 사원의 신관들도 바빠 보였다.
그러나 모르드와 에리우가 사원의 담장 안으로 들어서자 그 분주한 움직임이 잦아들었다. 모두들 모르드를 바라보았다.
모르드는 그런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안으로 들어섰다.
흑색, 백색, 녹색, 황색, 적색, 청색.
품 넉넉한 진룡사원의 신관복은 여섯 진룡을 상징하는 6개의 색으로 장식되어 있어서 화려하다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굳이 그 화려함을 뽐낸다는 느낌은 아니었다.
그런 옷을 입은 신관은 대부분 인간이었고 용족은 한두 명뿐이었다. 인간 노인 신관이 다가와 물었다.
“…실례지만 혹시 오늘 수군을 도와주신 분들이십니까?”
“그렇습니다.”
“아, 역시 그랬군요! 흑룡포의 주민으로서 감사드립니다.”
“별말씀을.”
“이 사원에는 무슨 일로 오셨는지 여쭤봐도 될는지요?”
“동료가 진룡사원을 보고 싶다고 해서 왔습니다. 잠시 둘러보고 가도 되겠습니까?”
그 말에 노인 신관의 시선이 에리우에게 향했다. 그녀는 호박부침개를 냠냠거리며 먹고 있었다. 마치 예의를 모르는 어린아이 같은 태도였지만 묘한 압박감이 들었다.
“그야 물론입니다. 안내해 드릴까요?”
“괜찮습니다. 바쁘신 것 같은데 조용히 둘러보고 가지요.”
모르드는 신관의 제안을 사양했다.
“에리우.”
본당으로 들어서려는 그녀를 모르드가 제지했다.
“음식물을 갖고 들어가면 안 되는 곳이다.”
“으음?”
에리우가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그녀는 곧 이곳이 신전과 같은 경건함이 요구되는 장소임을 이해했다. 음식을 심상 세계에 집어넣은 그녀가 본당에 들어서려는데 다시금 모르드가 제지했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한다.”
“그렇네. 정말 다들 신발을 벗었어.”
건물에 들어갈 때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것 자체가 신기하진 않았다. 용하와 용문에서 생활 거주공간에 들어설 때는 신발을 벗는 온누리의 문화를 경험했으니까.
하지만 불특정 다수가 오가는 진룡사원의 본당에 들어갈 때 신발을 벗는 것은, 지금까지 서대륙 문화권에서 살아온 에리우에게는 다소 독특한 감각으로 다가왔다.
모르드와 에리우는 신발을 벗고 진룡사원 안으로 들어갔다.
기와지붕 아래 나무 바닥 위를 맨발로 걸으며 그 안을 맴도는 향냄새를 맡자 모르드는 지구에서 절에 갔을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머리를 깎고 불살과 자비를 이야기하는 승려들이 있는 공간은 아니지만…….’
모르드가 그런 생각을 하며 안쪽을 둘러볼 때, 에리우의 시선이 한 곳에서 멈췄다.
“…….”
진룡사원의 본당에는 여섯 진룡의 조각상이 모셔져 있었다.
그리고 그 주변에 신화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들의 초상화가 큼지막하게 그려져 있었는데, 그중 하나는 에리우가 잘 아는 누군가였다.
에리우 란팔로제였다.
“나, 이렇게 생겼어?”
에리우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그럴 만도 했다.
동양적 화풍으로 그려진 에리우 란팔로제의 초상화는, 사실주의와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에리우 란팔로제의 특성은 명확하게 묘사되었지만 사실과 똑같은 그림과는 거리가 멀다.
모르드는 쿡쿡 웃으며 말했다.
“이 나라 사람들은 그걸 보고도 너를 알아보았지. 이 나라 사람들 눈에는 비슷하게 보이는 게 아닐까?”
“…….”
에리우는 납득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초상화를 노려보았다.
모르드가 말했다.
“그림에 손을 가져가 봐라. 만지지는 말고 그 앞까지만.”
영문 모를 말이었지만 에리우는 그 말에 따랐다.
“아.”
그리고 곧 모르드가 그렇게 하라는 의미를 알게 되었다.
그림에는 일종의 환술이 걸려 있었다. 손을 가져가는 것만으로 그림 속에 감춰져 있던 이미지가 머릿속에 떠오른다.
그것은 먼 옛날의 한순간을 기록, 혹은 재현한 것.
그림처럼 완전 무장한 에리우 란팔로제의 늠름한 모습이었다.
“그런 식이라서 이 나라 사람들이 널 알아본 거다.”
에리우는 잠시 동안 눈을 감은 채로 머릿속에 떠오른 그 이미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다시 눈을 뜨자 환술이 역할을 다하며 머릿속의 이미지가 사라져 간다.
“…안 닮았어. 못 그린 그림이야.”
에리우는 초상화를 보며 부루퉁한 얼굴로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