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tra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1028)
엑스트라가 너무 강함 1028화
제307장 구해줄 수 없었던 삶
남해용왕은 서해용왕보다 더 많은 일들을 해주었다.
‘에리우에게 입은 은혜에 보답한다’라는 명분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천상의 신들이 그러하듯 그들 또한 현세에 더 많은 영향을 끼치는 일을 하려면 명분이 필요했으니까.
“용왕의 어사(御史)?”
한울왕자가 놀라서 물었다.
남해용왕은 모르드와 에리우에게 흑룡어사(黑龍御史)라는 벼슬을 내렸다.
이것은 말하자면 신들이 성자로 삼은 것과 비슷하다.
새벽 반도에서는 남해용왕의 흑룡어사라고 소개하는 것만으로도 모두의 존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모르드 일행은 어딜 가나 존중받을 신분을 가졌지만, 온누리 사람들에게는 자신들의 문화권에서 존귀한 신분을 획득했다는 것이 아주 크게 다가올 것이다.
또한 흑룡어사는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었다. 신의 성자가 그러하듯 필요할 때 남해용왕의 신통을 빌려쓸 수 있으며, 새벽 반도 남해에 사는 바다의 백성들 상대로는 필요하면 협조를 구하는 수준이 아니라 인원을 징집하거나 물자를 징발하는 것조차 가능했다.
한울왕자는 혀를 내둘렀다.
“정말 대단하군……. 부러워. 내가 흑룡어사가 된다면 서남도를 통일하는 것 정도는 순식간일 텐데…….”
그는 서해용왕 때와 별다르지 않은 대접을 받았다.
요약하자면 이런 이야기들이었다.
‘맹약의 계승 이야길 할 거면 천명의 불꽃 좀 더 키워서 와라. 자격을 갖춰서 서해용왕이 계승해 줄 정도면 나도 계승해 주마. 그리고 너는 남해 와서 딱히 공적 세운 것도 없지 않으냐?’
이런 소릴 들으면 한울왕자 측에서는 할 말이 없었다.
그리고 한울왕자도 뭔가 큰 기대를 하고 온 게 아니었다. 남해용왕을 알현하여 이야기를 전달한 것만으로도 큰 성과라고 할 수 있었다.
어쨌든 지금 남누리 지방 세력의 우두머리들 중에 ‘서해용왕과 남해용왕을 직접 만나서 미래에 대한 약속을 받은 존재’라는 것은 그가 유일하니 말이다.
자신을 저런 존재로 포장하여 알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실질적인 성과는 없어도 정치적인 성과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었다.
한울왕자가 말했다.
“거기에 더해서 이만한 배까지 받아오다니.”
남해용왕궁은 꾸준히 전투함을 건조하여 남해 수군에게 공급해 주고 있었다.
서해용왕궁이 서해 수군에게 그랬듯 남해용왕궁에서 남해 수군에게 단죄자 퇴치의 과업을 내려주고, 성과를 올릴 때마다 보상으로 내주는 방식이다.
그런 전투함 중에서도 최상급에 속하는 배 한 척이 모르드의 손에 들어왔다.
검은 포식자 호 정도로 성능이 빼어난 배는 아니다. 그 배는 서해용왕궁에서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낸, 양산품이 아닌 수준의 배였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이 배는 양산품 중 일급품이라고 할 수 있다. 검은 포식자 호보다는 좀 작고, 기능이 제한적이다.
하지만 해저전, 해상전을 모두 수행할 수 있는 배 자체가 매우 귀중한 데다 그중에서도 최상품이라는 것만은 분명했다.
“서해 수군이 좋아하겠는걸. 인원도 남는데 잘됐어.”
한울왕자가 신나서 하는 말에 모르드가 말했다.
“내 배다.”
“그야 알지. 우리 선주님이 저 좋은 배를 놀리지 않고 우리에게 빌려주실 거라고 믿고 있으니까 하는 말이지.”
그가 아양을 떨자 모르드는 코웃음을 쳤다.
“돌아가는 길에는 시간을 좀 들이도록 하지. 먼 바다로 나가면서 배의 운용을 숙련하고, 가능하면 단죄자 놈들하고도 싸워보는 게 좋겠다.”
“찬성이야.”
한울왕자가 엄지손가락을 세워 보였다.
* * *
남해용왕궁에 다녀온 모르드 일행은 흑룡포에 나흘간 머물렀다.
남해 수군과 협의하여 신성무구를 이용한 영혼 인도자 결계를 설치하기 위해서였다.
이로써 흑룡포를 중심으로 한 주변 해역에는 모르드 일행이 목표로 하는 ‘공정한 전장’이 완성되었다.
그 사실은 남해 수군을 들뜨게 만들었다.
힘껏 싸우다 죽는다 해도 단죄자로 타락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또한 이미 타락해 버린 가련한 영혼들을 구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보다 희망적인 일이 어디 있단 말인가?
그들은 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투지를 불태웠으며, 그들에게 그런 전장을 마련해 준 모르드 일행의 명성이 빠르게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그들에게 작별을 고한 모르드 일행은, 남해에서 빙 돌아가는 길을 선택해서 서해로 진입했다.
검은 포식자 호와 다른 전투함의 훈련을 위해서 되도록 단죄자 병력의 밀도가 낮은 지역을 지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의도대로 되었다.
그들은 이틀간 세 번의 소규모 교전을 치렀다.
‘확실히 움직임이 전혀 다르군.’
서해 수군 생존자들이 선원으로 일하기 시작하자 검은 포식자 호의 움직임이 전혀 달라졌다.
서해용왕궁이 공들여 만든 최신예 전투함다운 성능을 유감없이 보여주면서 단죄자 병력을 격파했다.
‘둘의 연계만으로도 바다군주를 충분히 격파해 낸다.’
그 사실이 의미하는 바는 컸다.
‘탄약만 계속 보급받을 수 있다면… 단죄자들 상대로 충분한 전공을 세울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한울왕자의 수군’이 공을 세운다는 것을 의미한다.
바다의 백성들의 인정을 받고, 용왕들이 포상을 내려줄 명분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어쨌든 그런 과정을 거쳐서 그들은 서쪽 해안선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다시 바다의 백성들의 도움을 받아서 단죄자들의 감시망을 벗어난 암초들 사이에 정박할 수 있었다.
“그럼 이 배들은 정비해 두도록 하겠습니다.”
그들을 인도한 인어족들이 말했다.
서해용왕궁과의 협력 덕분에 이 배들을 맡아서 유지보수하는 일들을 그들에게 부탁할 수 있었다.
한울왕자가 감사를 표했다.
“잘 부탁드리겠소.”
“별말씀을. 서해 수군을 거두어주시고, 이 배로 단죄자 놈들이 피를 흘리게 만들어주셨으니 저희도 최선을 다해 도와드려야지요.”
그들은 한울왕자에게 큰 호의를 품고 있었다.
한울왕자는 그들의 지지 또한 천명의 불꽃을 품는 데 도움이 됨을 알고 약간의 당혹감을 느꼈다.
‘바다의 백성들은 온누리 제국의 백성들이 아니거늘… 그럼에도 그들의 마음이 제위에 영향을 끼치는가.’
바다의 백성들이 왕으로 섬기는 것은 용왕들이다.
한볕섬, 둘볕섬이나 독수리 군도의 왕들과 달리 용왕들은 온누리 제국의 황제가 내려다보는 제후국의 왕이 아니다. 그들은 황제조차 천명을 얻기 위해 협력을 구하는, 인간과는 다른 권역을 지배하는 존재들이다.
그럼에도 바다의 백성들이 자신에게 품은 호의가 천명의 불꽃을 키워준다는 일은 신기하기도 하고, 그런 한편 납득이 되기도 했다.
‘바다의 백성들과의 관계 또한 민심에 큰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한울왕자는 조금씩 옛 온누리 제국이 어떤 식으로 구성되어 굴러갔는지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있었다.
“정말 대단하시군요.”
그런 한울왕자를 보며 서해 수군 생존자의 수장, 임 장군이 감탄을 금치 못했다.
“바다의 백성들이 이렇게 전폭적으로 협력해 준다니… 바닷가에 근거지를 두신 것도 아닌데 정말 대단하십니다.”
“동맹을 잘 만난 덕분이지. 저들이 보여주는 호의는 지금의 내가 아니라 내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오.”
한울왕자는 냉정하게 자신을 평가하고는 임 장군에게 미소 지어 보였다.
“저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서는 그대들의 능력이 필요하오. 저 무도한 단죄자들에게 멋지게 한 방 먹여줍시다.”
“물론입니다. 이런 기회를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임 장군은 자신에게 기대를 거는 한울왕자에게 반드시 보답하겠노라고 다짐했다.
* * *
[용하인가.]용족 언데드 하나가 턱뼈를 딱딱거리고 있었다.
[하는 짓이 정말로 굼뜨군. 이제 와서 온누리 시절을 겪지도 못한 황손을 내세워 온누리를 재건해 보겠다니… 엉덩이에 불이 붙어도 정신을 못 차리던 놈들이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그는 가소롭다는 듯 쿡쿡 웃었다.
[참으로 무의미하고 한심하도다. 서남도 안에서 우물 안 개구리로 살던 것들이 더욱 큰 죄악을 저지르고 싶어서 안달이 난 꼴이라니…….]혀가 있었다면 혀를 찼을 것이다. 하지만 언데드가 될 때부터 해골만 남아 있었던 그는 턱을 딱딱거릴 뿐이었다.
그런 그에게 단죄자 하나가 다가와서 묻는다.
“결계에 구멍을 낼 때까지는 얼마나 남았나?”
[이틀이면 됩니다.]용족 언데드는 본래 온누리 제국에서 꽤 높은 신분의 술법사였다.
생전의 그는 인간들에게 고개를 숙여본 일이 거의 없었다. 용족, 그중에서도 귀한 신분이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자연스럽게 고개를 숙이고 공손한 태도를 취한다.
설령 자신의 능력이 상대보다 더 뛰어나더라도, 주저 없이 그렇게 할 것이다.
단죄자가 될 자격이 없어서 언데드가 된 용족은 단죄자보다 열등하기 때문이다.
“그렇군. 계속 수고해 주게. 단번에 병력을 쑤셔 넣어서 놈들을 짓밟아야 하니.”
[예. 맡겨주십시오.]용족 언데드 위로 덧씌워진 생전의 환영, 용족 노인 술법사의 모습이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 * *
단죄자들은 차근차근 서남도 안쪽으로 진출해 오고 있었다.
모르드 일행이 처음 상륙하고 나서 전투를 벌였던 바로 그 지점으로 다시금 병력을 집결시키고 있었는데 그 숫자가 이전의 두 배에 달했다.
“아,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괜히 마을 시설을 보존하겠다고 하지 말고 부수는 게 나았을지도.”
케엘이 머리를 긁적였다. 하지만 파르웰은 고개를 저었다.
“살짝 헛수고를 한 느낌인 건 사실이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별로 달라지지 않았을 겁니다. 애당초 지금 집결한 병력을 다 수용할 수 있는 규모도 아니잖아요.”
“그건 그렇지. 음…….”
“더 모이기 전에 한번 분쇄해야 할 것 같군. 마침 시기가 맞아떨어졌어.”
한울왕자가 말했다.
그들이 남해에서 용하로 복귀한 지 5일이 지났다.
이 기간 동안 백룡군은 강문의 병력 일부를 데려와서 조직을 재편했고, 훈련을 통해 전투준비를 마쳤다.
또한 모르드 일행이 흑룡포에서 가져온 총통 30정 전부, 그리고 탄약 5만 발 중 2만 5천 발을 백룡군에 지원해 주었기에 총술사 중 능력이 빼어난 자들을 선발하여 총술대를 편성했다.
온누리 제국군의 전술을 계승해서 싸우는 입장에서 보면 총술대의 존재 유무는 전체적인 전투 수행 능력에 크나큰 영향을 끼치는 문제였다.
한울왕자가 말했다.
“유감스럽게도 지금의 우리에게는 공중전까지 감당할 여력이 없군. 모르드 공, 하늘은 여러분들에게 부탁드리겠소.”
“그러지.”
모르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 출진할 백룡군의 병력은 1,500명.
한울왕자는 ‘공중전까지 감당할 여력이 없다’고 말했지만 그것도 체면을 세우기 위해서 아주 많은 허세가 들어간 말이다.
도시의 결계 안쪽에서 방어할 때라면 몰라도 그 바깥의 전장에서는 적 지상병력이 다 빠지고 공중병력하고만 싸운다 해도 감당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전투가 벌어지면 반드시 주시자 군주가 나타날 테니까.
한울왕자도, 모르드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지금은 허세를 부려야 했다. 단죄자에 대한 반격을 결의한 백룡군의 사기를 고취시켜야 했으니까.
그러나 세상일은 계획한 대로만 굴러가지는 않는 법이다.
* * *
그날 밤. 정찰대가 통신기를 통해 다급한 소식을 전해왔다.
적들로 하여금 대규모 병력을 투입할 수 없게 만드는 국토방위결계.
기둥이 하나씩 파괴당하면서 그 보호영역이 서서히 서남도 안쪽으로 밀려나고 있지만, 여전히 단죄자들의 내륙 진출을 느리게 만드는 효과가 있었다.
그런데 그 결계에 구멍이 뚫리면서 단죄자 병력이 빠르게 안쪽으로 파고들어 오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다.
안쪽으로 진입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여기저기 감춰져 있는 결계의 기둥 중 하나를 찾아서 파괴했다. 그로써 결계가 수축되는 것을 용하에서도 감지할 수 있었다.
“술법사들을 집중시킨 건가.”
뛰어난 술법사인 한울왕자와 남혁은 그렇게 된 사정을 짐작할 수 있었다.
“아니, 단순히 술법사를 모은다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분명히 아주 높은 수준의 술법사가 용족 언데드가 되어 작업을 지휘했을 겁니다.”
온누리 제국 기준으로는 1급 술법사에 해당하는 대단히 수준 높은 결계 전문가, 그중에서도 국토방위결계에 대해서 지겹도록 연구한 이가 아니고서야 불가능했다.
“결국 이런 일이 생기는군.”
한울왕자는 이를 악물었다.
모르드 일행과 만나기 전까지, 기회가 될 때마다 용족 언데드를 최대한 봉인했던 것은 그들을 가련히 여겼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들만큼 자신들의 약점을 아프게 찌를 존재가 없었기 때문이다.
동급의 마법사보다는 술법사 쪽이 온누리 제국의 방어체계에 훨씬 위협적이었다.
“전원 전투태세! 놈들이 결계를 파괴하는 것을 막는다!”
백룡군은 예정한 것과 달리 야간에, 방어를 위해 전투에 나서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