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tra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1051)
엑스트라가 너무 강함 1051화
제314장 서남도 통일 전쟁
에르나 베르나스는 기이한 감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녀의 부대는 루트반 왕국에서 발생한 던전을 공략하기 위해 진입했다. 왜곡의 소용돌이 규모로 보건대 대략 백작급으로 추정되었기에, 가뿐하게 해결해 주겠노라고 생각했는데…….
“이게 뭐야?”
진입해 보니 뭔가 상태가 이상하다.
“왜 마계화 던전에 도시가 있어?”
물론 그녀가 마계화 던전에서 도시를 본 적이 없는 건 아니다.
‘근데 그건 그 마왕이 괴상한 놈이어서 그랬던 거잖아?’
마왕 네카드마의 던전에서 말이다.
그리고 그 외의 마계화 던전에서는 사람 사는 도시 같은 것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도시가 있는 것보다… 사람이 사는 게 더 이상한데요?”
에르나의 부관 리베아가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있을 수 없는 일을 봤을 때 느끼는 본능적인 혐오감이 스멀스멀 기어 올라온다.
그런데 그때였다.
콰광……!
도시 쪽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어?”
에르나가 흠칫했다.
“뭐야? 이 힘은…….”
꽈과아아앙!
그녀의 말을 끊으며 한층 더 강한 폭발이 일어났다.
그리고 무수한 빛의 구체들이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정령?”
마족의 저주에 오염된 타락정령도 아니고 온전한 정령들, 그것도 다채로운 속성의 정령들이 날아오르고 있는데 그 숫자가 천이 넘는다.
아아아아아아!
그 한복판에서 어둠 그 자체로 이루어진 여자의 실루엣이, 자신의 몸보다 훨씬 거대한 어둠의 기운을 망토처럼 휘두르며 날아올랐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여기?”
도무지 상황을 알 수가 없어서 에르나가 눈을 깜빡이고 있을 때였다.
꽈광……!
어둠으로 이루어진 존재가 무언가와 격돌하더니 서로 반대편으로 튕겨 나갔다.
그리고 그 무언가는 에르나가 있는 곳 근처에 떨어졌다.
“으윽, 젠장. 진짜 빌어먹을 던전이네! 이건 해도 해도 너무하는 거 아냐?”
신경질적으로 말하며 몸을 일으키는 것은 적갈색 피부에 푸른 눈동자, 찰랑거리는 흑발을 가진 남부인 여자였다.
은의 피의 팔성, 검은 정령사 르네는 자신을 부르는 카리안 클론의 목소리에 흠칫했다.
“…입구는 숨겼을 텐데? 어떻게 여기에… 아니, 잠깐. 에르나 베르나스?”
“날 아는 거야 이상할 게 없지만…….”
에르나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그녀는 유명인이다. 베르나스 공국에서만이 아니라 최소 대륙의 절반에 이름과 얼굴이 알려져 있다. 사왕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처리한 마계화 던전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상대가 자신을 알아보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다.
“우리가 최초로 진입한 마계화 던전에 먼저 들어와 있다니, 너는 정체가 뭐지?”
“마계화 던전?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르네는 뭔 말도 안 되는 헛소리냐는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
“…….”
“…….”
잠시 침묵이 내려앉았지만 오래 가진 못했다.
아아아아아아아!
어둠의 여자가 이쪽으로 다가오며 공격을 퍼부어댔기 때문이다.
아아아아아아아!
마치 노래 같은 괴성을 질러대며 정령을 무차별적으로 소환해서 날려댄다.
그런데 또 이게 마구잡이 공격이냐 하면 그렇지가 않다. 9속성 정령들이 놀라울 정도로 상승효과를 일으키고 있었다.
“인정 못 해!”
르네는 왠지 신경질을 내며 정령들로 받아쳤다.
-정령화!
그리고 그녀가 정령술의 극의를 펼쳐 에너지체로 화한다.
“정령화? 그럼 설마…….”
에르나는 모르드가 알려준 팔성의 정보를 떠올리며 말했다.
“…검은 정령사 르네?”
[나를 알고 있네? 아, 모르드 일당이 알려줬나?]고개를 갸웃하는 르네는 새카만 어둠으로 그려낸 인간, 그러나 머리 위에는 두 개의 뾰족한 고양이 귀가 달리고 엉덩이에는 고양이 꼬리가 살랑거리는 형상을 하고 있었다.
“은의 피의 팔성이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지?”
[폭주하는 던전 공략하러 왔지. 근데 당신들이 나타난 거고.]르네는 정령으로 정령을 요격하며 말을 이었다.
“우리가 그럴 사이던가?”
[뭐든지 유연한 사고방식이 중요한 법 아니겠어? 적대관계라고는 해도 인류 공통의 위협을 앞두고 손을 잡는 게 나쁜 짓 같진 않은데.]“말 잘하는데? 좋아. 받아들이지.”
[좋아. 마계화 던전이라고 한 건 무슨 소리야?]“우린 마계화 던전을 공략하려고 들어왔어.”
에르나는 여기까지 온 과정을 설명했다.
[…설마 폭주한 던전과 마계화 던전이 융합한 건가?]“네가 말한 던전의 위치는, 우리가 공략하는 왜곡의 소용돌이 가장 끄트머리부터 봐도 50킬로미터는 떨어져 있는데?”
[근데 우리는 이렇게 한 던전 안에 있지. 그리고 당신은 마계화 던전만 처리하고 다녀서 모르는 것 같은데, 요즘 곳곳에서 던전 폭주가 일어나면서 별의별 비상식적인 일이 다 벌어지고 있어.]“그렇다고 듣기는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런 일이 벌어진다고?”
믿을 수 없다는 듯 말하던 에르나는 곧 표정을 고쳤다.
“아니, 아무리 안 믿겨도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을 부정하는 건 멍청한 짓이지. 적어도 검은 정령사, 당신은 던전 속 허상이 아니라 진짜인 게 확실하니까.”
[알아봐 주셔서 영광이네.]르네가 빈정거릴 때였다.
[베르나스가 세 명?]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르네가 그 목소리가 울린 하늘을 올려다보며 신경질적으로 물었다.
[야! 너 뭐야? 정체가 뭔데 저따위 괴물을 나라고 주장하는 거야?]에르나는 다른 생각을 했다.
‘그러고 보니 하늘이… 마계의 것이라기에는 좀 혼돈의 농도가 옅은 느낌인데?’
이 세상의 하늘이 아닌 것처럼 혼탁하긴 한데, 저 정도는 현세에서도 궂은 날씨에 석양이 질 때 볼 수 있는 수준 같은 그런 느낌이다. 좀 애매하지만 반만 마계화된 하늘 같은 느낌?
[음……. 모르겠네. 별 볼 일 없는 잔챙이인가.]순간 에르나는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뚜둑 소리를 내며 끊어지는 착각을 느꼈다.
“잔챙이? 지금 나보고 잔챙이라고 지껄였어?”
[여자 베르나스 중에 대단한 인물이… 없었는데?]“…….”
더욱더 깊은 빡침이 밀려왔다.
“뭐 하는 놈인지 모르겠지만 기억해 둬. 나는 에르나 베르나스. 장차 베르나스 대공이 될 몸이니까.”
[음? 에르나 베르나스?]역시 알고 있군. 에르나가 그렇게 생각할 때였다.
뭔가 알아먹을 수 없는 소리를 하고 있지만 요점은 분명했다.
“너… 반드시 내 주먹맛을 보여주고 말겠어.”
[검은 정령사도 열쇠는 될 수 없지만 그래도 수집해 놓으면 나름 써먹을 방법이 있겠지.]상대는 들은 척도 안 하고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에르나는 사상 최대의 굴욕감을 느끼며 이를 빠드득 갈았다.
“혼돈의 꿈으로 장난을 치면서 우쭐거리기는.”
저 앞쪽에서는 정령화한 르네가 어둠의 여자와 정령술로 화려하게 치고받고 있었다.
그리고 뒤늦게 사방팔방에서 마물들과 마족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리베아, 세젤다, 파이언.”
어느덧 파이언 또한 에르나 부대의 핵심 멤버로 인정받고 있었다.
투신의 가르침을 받으면서 큰 폭으로 성장했고, 온 세상을 돌아다니며 마계화 던전을 공략하는 에르나 부대에서 격전을 치르다 보니 실력이 쑥쑥 늘었다.
“대응을 맡길게. 난 일단 은의 피하고 힘 좀 합쳐서 저걸 때려잡아 봐야겠어. 아무리 봐도 군주급 이상으로 위험해 보이니까.”
“예.”
합리적인 판단이었기에 리베아도 찬성했다. 하지만 한마디 덧붙이는 것은 잊지 않았다.
“…은의 피니까 뒤통수는 주의하는 게 좋겠습니다.”
“알아.”
신혈 반개(半開) 상태였던 에르나는 단번에 신혈을 개방해서 변신했다. 은발로 화한 그녀가 두 번의 도움닫기 후 그대로 하늘로 날아올랐고…….
꽈광!
르네와 대규모 격전을 벌이고 있던 어둠의 여자에게 파고들어서 일권을 날렸다.
* * *
‘와, 에르나 베르나스, 상정한 것 이상으로 센데?’
르네와 어둠의 여자는 백중세를 이루고 있었다.
물론 그녀를 따라온 은의 피의 부하들과 힘을 합친다면 충분히 압도했으리라. 하지만 던전에 있는 다른 괴물들 또한 기괴할 정도로 강해서 그들도 한창 전투를 치르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에르나가 가세하자 단번에 균형이 무너진다.
에르나는 싸우면서 신혈 개방 2단계, 3단계로 변신했고…….
우워어어어어어!
하늘을 향해 포효하더니 신혈 개방 4단계로 변신했다.
그렇게 변신한 그녀가 보여주는 전투능력은 르네를 놀라게 만들었다.
‘알렌 베르나스보다 이 여자가 더 센 거 아냐?’
대공자 알렌이 위협을 느껴서 외부활동을 줄이고 자신의 역량을 강화하는 데 전념하게 만든 원인 중 하나라더니 장난이 아니다.
날아드는 정령들을 모조리 격파하고, 요격하고, 때로는 극초음속의 섬광으로 어둠의 여자 본체를 타격한다.
‘정령술 상대가 능숙하다 못해 이골이 난 수준인데. 게다가 이거… 아무리 봐도 상성이 안 좋아. 나도 싸우면 고생하겠는걸?’
베르나스의 후예는 마법사나 정령술사처럼 화력전을 특기로 삼는 이들에게 있어서 매우 짜증 나는 존재다.
융단폭격을 가해도 비정상적으로 튼튼한 몸뚱이로 받아낼 건 받아내고, 튕겨낼 건 튕겨내면서 점점 거리를 좁혀오는 상황 자체가 공포다.
에르나는 어둠의 여자를 상대로 그런 베르나스의 무서움을 충실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르네의 눈에는 좀 다른 게 보인다.
에르나는 정령술을 어떻게 상대하면 좋은지 잘 알고 있는, 그러니까 단순히 자신의 장점을 살리는 것 이상으로 무서운 대 정령술사 전법을 보여주고 있었다.
-임펄스 볼 소나기!
날아와서 들이받고 폭발하는 타입의 정령들 앞에 위력을 최소화한 임펄스 볼을 뿌려서 폭발시키고…….
-벼락 삼키기!
특정한 속성의 정령들만 남긴 뒤 자신의 힘으로 흡수해서…….
-벼락 꿰뚫기!
그대로 되돌려준다.
그리고 대지 정령과 나무 정령의 움직임을 미리 간파하고 그들이 힘을 발휘하는 지역을 훌쩍 뛰어넘어 버리는 재주를 아주 흔하게 보여준다.
‘솔직히 싸우고 싶지 않은 타입인데. 아마 힘을 다 쓰고 있는 것도 아닐 거고…….’
지금 보여주는 것만으로 판단하면, 일대일로 싸울 경우 르네 자신이 무조건 이긴다.
싸움이 좀 길고 짜증 나는 내용이 되긴 하겠지만 그래도 승산을 장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르네 자신이 그녀 앞에서 진짜 힘을 감추듯, 그녀 또한 르네 앞에서 진짜 힘은 감추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정도만으로도 어둠의 여자를 두들겨 패주기에는 충분했다.
[이상하네.]정체불명의 존재는 그 사실을 이해할 수 없는 것 같았다.
[뭐지? 잔챙이가 왜 신혈 개방 4단계야? 대공 말고 4단계 없을 텐데?]“썅! 너 당장 나와! 그 주둥아리를 날려 버리겠어!”
[이상하네…….]상대는 싹 무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에르나와 르네에게 두들겨 맞고 추락한 어둠의 여자에게 말한다.
[검은 정령사, 너 왜 져?]“…….”
저게 자기가 싸우라고 밀어 넣어놓고 할 소리인가?
‘뭔지 모르겠지만 사람의 마음이 없는 놈인 것만은 분명하다.’
에르나와 르네는 오늘 처음 본 데다 적대관계이면서도 눈빛만으로도 마음이 통하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이상하네. 마법사라면 모를까 어차피 정령술사야 감각대로 힘 휘둘러대는 것밖에 모르는 무식하고 못 배운 것들이니까 마음을 잃고 폭주해서 한계를 깨부순 괴물이 더 강해야 정상인 것 같은데…….] [이 쌍것이 뭐가 어쩌고 저째?]르네는 자기도 모르게 욕설을 내뱉었다.
정령술사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모욕적일 수 없는 이야기였다.
[하긴 지금 구현할 수 있는 건 열화판 모사품에 불과하니까 어쩔 수 없나. 진짜 검은 정령사를 가져올 수 있으면 좋았을 것을…….]상대는 그런 반응도 아예 안 들리는 듯 무시했다.
[그래도 잡다하나마 자원은 차곡차곡 모이고 있다. 인간도, 신혈도… 계속 모으면 개입도가 늘어나니 언젠가는 열쇠를 대체할 수 있겠지…….]르네는 하늘을 노려보며 생각했다.
‘진짜 뭐지? 카리안 말대로라면 이계의 신 같은 존재이고 하는 짓을 보면 진짜 그런 것 같긴 한데… 마치 나를 아는 것처럼 구는 것도 이상하고, 진짜 나는 저런 모습이라면서 구현해 놓은 것도…….’
르네와 에르나에게 압도당한 어둠의 여자는 힘이 다해 스러져가고 있었다.
그 모습이 르네에게는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불쾌하고 혐오스러웠다.
저것은 정체불명의 존재가 ‘진짜 검은 정령사’라면서 혼돈의 꿈을 이용해 구현한 존재였고, 상당히 르네에게 근접한 능력을 갖고 있었으니까.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카리안이 나를 구하지 않았더라면 진짜 저렇게 됐을지도 몰라.’
그렇기에 더욱 꺼림칙하고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대체 이 세상에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