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tra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1061)
엑스트라가 너무 강함 1061화
당연하게도 한울왕자는 우문섭을 휘하로 받아들였다.
그가 지팡이를 짚고 다가오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는 자신이 먼저 밖으로 나와서 그를 맞이했을 정도였다.
그가 용족화 시술을 받을 수 없는 몸이라는 사실을 밝히자 주변에서 실망하는 반응이 나왔지만, 한울왕자는 전혀 동요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우문섭에게 장군의 직위를 내려주고, 자신이 어떻게든 해주겠다고 가슴을 탕탕 치며 허세를 떨고는 모르드를 찾아왔다.
“모르드, 내게 투자를 하는 김에 좀 더 화끈하게 밀어주지 않겠나?”
“찾아올 줄 알았다.”
모르드는 그 뻔뻔한 태도에 미소를 지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우문섭을 순수한 인간인 채로 두는 것은 심각한 인적 자원 낭비였다.
이런 시대에 너무나 귀한 인재임에도 불구하고 그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만큼 육체와 마력이 강하지 못했고, 무엇보다 나이가 일흔 살을 넘었다. 지금 시대에 인간 노인이 70년을 넘게 살았으면 이미 충분히 오래 살아서 내일 당장 눈을 감는다 해도 장생했다는 평가를 듣는다.
“이걸 줘라.”
모르드는 용성주 한 병을 꺼내서 건네주었다.
한울왕자가 물었다.
“넥타르를 먹이는 게 더 좋지 않나? 용족이 될 수 없다면 신혈이라도 되는 편이…….”
“그는 무신의 화신이다.”
“아.”
모르드의 한마디에 한울왕자는 자신이 간과한 사실을 깨달았다.
신혈은 무신의 화신이 될 수 없었다.
“물론 무신의 화신 자격을 잃는다 해도 그 실력이 어디 가는 건 아니지. 하지만 상징성도 있지 않나?”
“그 말이 맞아. 지적해 줘서 고맙다.”
* * *
그날, 우문섭은 한울왕자가 준비해 준 의식으로 용성주를 마셨다.
이스트람이 그의 이야기에 매긴 가치는 아홉 잔이었다.
그의 삶에 그만한 가치가 매겨진 것은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단죄자들과 맞서 싸웠기 때문이리라.
그 한 명이 단죄자와 싸워 세상의 운명에 끼친 영향이 그만큼 컸기에 이스트람이 그만큼이나 많은 술잔을 내려준 것이다.
“믿을 수가 없군요……. 위대한 진룡의 은총이 이러한 것이었다니.”
눈을 뜬 우문섭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용성주의 효과는 넥타르나 황금사과처럼 일률적이지 않다.
양적으로만 그런 게 아니라 질적으로도 마찬가지였다.
용성주를 마셨음에도 우문섭은 여전히 신성이 없는 인간이었다.
그러나 그의 육체는 20년은 젊어져서 활력이 넘쳤다. 젊은 시절 용족화에 실패한 후유증으로 몸 여기저기서 느껴지던 통증도 말끔하게 사라졌으며, 평생 동안 무신술을 연마하여 축적한 마력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제 좀 안심하고 돌아다닐 수 있겠군.”
모르드는 그를 흐뭇하게 보며 중얼거렸다.
* * *
무신에게 천하제일검으로 인정받은 검객이 한울왕자군에 합류했다.
그 사실이 의미하는 바는 컸다.
게다가 한울왕자는 늙은 우문섭을 중용하면서 용성주를 내려 그에게 젊음을 되찾아주기까지 하였으니, 그 사실을 접한 이들은 한울왕자의 배포와 능력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런 시대에 누군가에게 내려줄 용성주를 가졌다는 사실 자체가 엄청난 일이었으니까.
“아, 너무 효과적이라 좀 양심에 찔리긴 하는데…….”
한울왕자는 뒷목을 문질렀다.
“이렇게 된 이상 뻔뻔하게 밀고 나가는 수밖에 없겠지?”
“다 장부에 기록해 두고 있다. 나중에 꼭 갚아라.”
“알아. 이자까지 쳐서 갚아줄 거라고.”
모르드의 말에 한울왕자는 주먹을 꼭 쥐며 허세를 떨었다.
“어휴, 내가 왕자만 아니었어도 고개를 조아리며 감사를 표했을 거야. 진짜 하나부터 열까지 너무 고마워. 솔직히 우 장군이 당신에게 충성을 맹세해도 이상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거든.”
“그는 온누리 사람이다. 앞으로 내 부대에는 온누리 사람은 되도록 받지 않을 계획이고.”
“나로서는 감사한 일이야.”
“그럴 필요는 없다. 온누리 사람에게는 그게 좋은 길이라고 생각하니까.”
이 부분은 생존자 부대와도 협의가 끝난 사항이었다.
현재 생존자 부대는 온누리 사람으로 남고자 하는 김운산 일파와 새로운 나라를 세우길 꿈꾸는 프록스 일파로 나뉘어 있다.
그리고 김운산 일파는 향후의 거취를 결정한 참이었다.
한울왕자의 세력이 순조롭게 커진다면, 그래서 그가 진정으로 온누리 제국을 재건하여 황제의 자리에 오를 거라는 확신이 생긴다면 김운산 일파는 그의 밑으로 들어갈 것이다.
그들이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은, 모르드가 권했기 때문이다.
한울왕자군과 함께 싸움을 거듭할수록 그들의 마음속 흔들림이 커져가는 게 보였고, 동료들과 상의한 끝에 그들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기로 한 것이다.
앞으로도 온누리 사람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그것이 가장 좋은 길일 것이다.
따라서 생존자 부대로 남는 것은 프록스 부대만이 될 것이며, 앞으로 새롭게 영입되는 부대원 또한 그들과 뜻을 함께할 조건을 갖춘 자로 한정될 것이다.
한울왕자가 말했다.
“하나부터 열까지 배려해 줘서 고마워. 그리고 이건… 분명 이후의 세계에서 그들이 원하는 바를 이루는 데도 큰 도움이 되겠지.”
프록스 일파의 의도는, 모르드의 비호를 받는 생존자 부대가 온전히 그들뿐일 때 더 빛을 발한다.
새로운 국가를 건설하기 위한 구심점 역할을 하기 위해서도 그게 좋았다.
한울왕자가 말을 이었다.
“어쨌든… 일이 잘 풀리고 있어. 지금까지는 말이지.”
무쇠주먹이 이끄는 단죄자 대군을 정면으로 격파한 이번 승리에는 엄청난 가치가 있었다.
이 소식은 운평도 전역을 뒤흔들었다. 불과 사흘 만에 지방세력 둘이 합류하기를 청해왔고, 나머지도 시간문제로 보였다.
이유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운평도가 단죄자에게 차근차근 점령되는 중이었다는 것.
그리고 또 하나는 한울왕자의 기세가 하늘을 뚫을 듯하다는 점이다.
“예상은 했지만… 역시 눈덩이가 눈 덮인 산의 비탈에서 굴러가는 것과 같군.”
한울왕자가 눈을 감고 집중하자 천명의 불꽃이 거세게 타오른다.
그것은 모르드와 처음 만났을 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거대해져 있었다.
한울왕자의 명성이 높아지고, 세력이 커지는 만큼 더욱 많은 백성들이 지지를 보내오고 있으며 예전에 비해 훨씬 더 마음속 깊숙한 곳으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보내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었다.
사분오열된 채로 서서히 단죄자들에게 짓밟혀 죽어 나가던 상황에서 온누리 재건을 외치며 여러 세력을 하나로 통일하는 데 성공한 영웅.
또한 그가 이끄는 군대가 누구도 당해내지 못할 것 같았던 단죄자들을 몇 번이나 격파한 데다가 신화로 널리 알려진 성웅(聖雄) 에리우 란팔로제가 함께 하고 있다는 소문이 퍼져 있는 상황이다.
‘한울왕자라면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쯤 되면 다들 그런 희망을 볼 만도 한 것이다.
한울왕자는 이 겨울이 가기 전에 서남도에 이어 운평도까지 통일할 수 있으리라 예상하고 있었다.
물론 비교적 멀쩡했던 서남도와 달리 운평도는 반쯤 단죄자들에게 짓밟혀 버린 상황이긴 하지만…….
“그래도 운평도까지 통일하고 나면, 서해용왕께 맹약의 계승을 청할 근거가 되겠지.”
그리고 서해용왕이 한울왕자를 인정하여 맹약을 계승한다면 그것은 다른 세력이 고개를 조아리며 합류를 청할 명분이 된다.
“서해용왕을 시작으로 남해용왕과 남부용왕, 중부용왕, 그리고 동해용왕까지… 다섯 용왕께 인정받아 맹약을 계승한다. 그러면 설령 북부용왕의 인정이 없더라도 온누리를 재건하기에는 충분해.”
적어도 남누리의 모든 세력은 한울왕자를 중심으로 통합될 것이다.
“음?”
그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바깥에서 누군가 종을 울렸다.
알려야 할 이야기가 있다는 알림이었기에 한울왕자가 안으로 들 것을 허하자 병사 한 명이 들어와 예를 표했다.
“모르드 장군님을 찾아온 분들이 계십니다.”
모르드가 물었다.
“어떤 손님들이지?”
“스토르나의 신관들이라고 합니다.”
“음?”
“다들 여기까지 오는 길이 상당히 고생스러웠던 것 같았습니다. 일단 안으로 안내해 드렸는데 어떻게 할까요?”
“만나보도록 하지.”
모르드는 한울왕자에게 양해를 구하고 몸을 일으켰다.
* * *
모르드가 들어서자 다섯 명의 신관이 몸을 일으켰다.
“만나주셔서 감사합니다.”
리더로 보이는 중년의 신관이 고개를 숙였다.
한울왕자의 세력권을 지나는 동안 모르드에 대해서 온갖 믿기 힘든 소문들을 들었다. 이 세력권에서 모르드의 지위가 얼마나 높은지 알았기에 이렇게 곧바로 만나준 것은 감사할 일이었다.
‘스토르나의 신혈이군.’
모르드는 그를 보는 것만으로도 스토르나의 신혈이며 고위 신관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마주 인사한 모르드가 그들에게 앉기를 권하고는 자신도 맞은 편에 앉았다.
“절 만나기 위해 먼 길을 오셨다고 들었습니다.”
모르드는 기본적으로 성직자에게는 예의 바른 편이었다.
지구에서 엄태성으로 살아갔을 때의 경험, 그리고 세속의 존재들과 달리 혈통과 신분을 내세워 눌러줄 필요가 없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예. 저는 폭풍과 바람의 얼굴을 섬기는 신관장 그레드 어균이라고 합니다. 실은 그분께서 제게 신탁을 내리셔서 모르드 장군님께 말씀을 전하라 하셨습니다.”
“…….”
“왜 그러십니까?”
“…아니, 아닙니다. 말씀 계속하시지요.”
이제 모르드 장군이라고 불리는 것에는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멀리서 찾아왔다는 신관들까지 모르드 장군이라고 부르니 참 기분이 묘했다.
‘지구에서는 군대도 일반 사병으로 전역했는데 왜 여기서 장군님 소리를 듣고 있나…….’
베르나스의 최상급 전사가 되어 엘빈 남작위를 받은 북방에서도 장군님 소리는 안 들어봤는데 말이다.
그런 소리를 들을 만큼 대규모 병력을 거느리고 있으면 모르겠는데 생존자 부대를 다 합쳐봐야 60명 정도밖에 안 된다.
신관은 모르드의 눈치를 보더니 조심스럽게 말했다.
“폭풍과 바람의 얼굴께서 말씀하시길… 서쪽에서 모르드 님이 받으신 과업을 거두겠다고 하셨습니다.”
“…….”
전혀 예상치 못한 이야기였다.
살짝 동요를 드러낸 모르드가 물었다.
“혹시 신관장께서는 그 과업의 내용을 알고 계십니까?”
“아니요. 저는 모릅니다. 하지만 그분께서는 그 과업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으며, 오히려 세상에 독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셨기에 과업을 거두겠다고 하셨습니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굳이 그 이야기를 전하시기 위해 먼 길을 오실 필요까지는 없었을 텐데…….”
서쪽 세계의 신들과 달리 동쪽 세계의 신들은 다들 긴밀하게 연계하고 있었다. 스토르나가 과업을 취소한다는 결정도 충분히 다른 신들을 통해 전달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게… 그분께서는 모르드 장군님에게 실망하여 과업을 거두는 것이 아니니, 이 사실을 전달함에 있어 예의를 갖춰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자신의 뜻을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시더군요.”
스토르나 같은 고위 신격이 이렇게 노골적으로 인간의 눈치를 보다니 놀라운 일이었다. 과업의 내용을 모르는 신관들도 혼란스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모르드가 말했다.
“그랬군요. 걱정 마십시오. 그분이 과업을 내린 것도, 거둔 것도 모두 세상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결정이었음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놀라긴 했지만 불쾌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스토르나가 이런 결단을 내린 것에 감탄하고,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
서쪽과 동쪽의 페세이타를 하나로 만든 시점에서, 다른 신들이 내린 서쪽과 동쪽의 자신을 하나로 만들라는 과업은 의미를 잃었다.
이제는 오히려 그 과업을 수행하지 않는 편이 나았다. 통합이 이루어질수록 끝없는 장벽의 유통기한이 짧아질 테니까.
하지만 끝없는 장벽이 오래 유지되길 바라는 것은 단죄자 때문은 아니었다.
오히려 단죄자를 처단한 이후의 세계를 걱정해서였다.
‘동대륙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적어도 백 년 이상의 시간이.’
동대륙 사람들이 다시 일어날 시간이 필요했다.
그들이 문명을 일구고 스스로를 지킬 힘을 갖추기에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그전에 끝없는 폭풍이 사라지고 서대륙의 세력들이 진출해 온다면?
뻔하다. 동대륙 사람들은 단죄자를 상대로 처절하게 싸워 쟁취한 미래를 누려보지도 못하고 불행한 결말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모르드는 자신들이 애써 구해낸 동대륙이 그런 결말을 맞이하길 바라지 않았다.
“먼 길을 오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대접에 불편함이 없도록 부탁해 놓을 테니 이곳에서 푹 쉬다가 돌아가십시오.”
“아…….”
그 말에 신관들이 서로를 보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모르드가 의아해하자 중년 신관이 눈치를 보며 물었다.
“…저희는 동쪽 해안 쪽에서 여기까지 왔습니다만, 오는 길이 너무 힘들고 위험해서 돌아갈 엄두가 안 납니다. 오면서 형제 두 명이 그분의 품으로 돌아가기도 했고요.”
“…….”
저 말을 전하려고 먼 길을 오다가 두 명이나 죽었다는 소리를 들으니 말문이 막힌다. 아무리 신의 종이라지만 너무 슬픈 이야기 아닌가?
“물론 그분의 종으로서, 그분이 내리신 과업을 수행하였으니 영광된 일입니다.”
스토르나가 쩨쩨한 신은 아니니 이들은 그녀의 체면을 위해 힘든 과업을 수행한 대가를 받으리라.
“그래서 말입니다만… 이곳에는 그분의 신전이 없는 듯한데, 저희가 이곳에 신전을 새로 세우면 안 되겠습니까? 물론 여러분에게 도움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전장에도 나설 생각입니다.”
“누구나 환영할 겁니다. 한울왕자를 만날 수 있도록 자리를 만들어드리죠.”
“감사합니다.”
그렇게 운평도에 스토르나의 신전이 들어서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