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tra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1062)
엑스트라가 너무 강함 1062화
제317장 무신(武神)
모르드가 이 소식을 전해주자 케엘이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와, 과감하시네.”
“그러게. 처음에 과업을 내리신 것도 그렇고 이렇게 거두어 가시는 것도 그렇고… 결단력이 뛰어나시군.”
리온도 감탄했다.
솔직히 말하면 다들 스토르나의 과업이 참 애매해졌다고 생각한 지 오래였다.
‘이걸 굳이 수행해야 하나? 수행해 봤자 끝없는 폭풍 수명이나 줄어들 텐데.’
물론 수행하면 끝내주는 대가가 쏟아지긴 할 것이다. 하지만 그건 마치 자기가 돈벼락 맞겠다고 대규모로 환경을 파괴하는 것 같은 사업을 해버리는 꺼림칙함을 안겨주는 일이었다.
그러던 참이라 스토르나의 과감한 결단에 다들 칭송을 아끼지 않았다.
파르웰이 말했다.
“신경 쓸 일이 하나 줄었군요. 기왕이면 다른 신들께서도 과업을 취소해 주셨으면 좋겠지만 그건 무리고.”
천공신이나 대지 여신은 단죄자들에게 봉인되다시피 한 신세라 신관들에게 신탁을 내리는 일조차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약해지긴 했어도 신관들이 권능과 축복을 쓸 수 있는 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모르드가 말했다.
“그리고 그 신관들 덕분에 동쪽의 사정을 좀 알게 됐다.”
한울왕자 세력은 동해 쪽의 사정에는 어두운 편이었다.
사분오열된 지 오래라서 다들 인접한 곳하고만 교류하지 멀리 떨어진 지방과는 교류가 끊겨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서해 수군과 남해 수군이 그랬듯, 남해 수군과 동해 수군도 그리 사이가 좋지 않아서 정보가 별로 없었다.
서해 수군은 붕괴 전까지 남해 수군을 두고 ‘우리가 이렇게 고생해서 싸우고 있는데 팔짱 끼고 구경만 하는 것들’이라고 욕했다. 남해 수군은 서해 수군이 어려움에 처하자 물자 지원을 해줬지만 딱 거기까지였던 것이다.
그리고 이제 서해 수군이 붕괴하고 나자 남해 수군이 동해 수군을 향해 그런 마음을 품는 중이다.
“다들 동쪽은 고생이라고는 모른다고 투덜거리는 중인데…….”
그리고 육지의 사람들 또한 동쪽의 세력들은 고생도 모르고 안락함을 누리고 있을 테니 참 좋겠다고 투덜거리는 중이었다.
단죄자들은 서쪽으로부터 몰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서해 수군을 괴멸시키고, 서쪽 해안가의 도시들을 점령한 뒤 차근차근 내륙으로 진출해 온다. 따라서 남누리의 동쪽은 안전한 후방일 수밖에 없었다.
“착각이었다.”
그런데 실은 그렇지가 않았다.
“단죄자들은 동해도 공격하고 있고 이미 일부 해안가를 점령하기까지 했더군.”
북누리를 공격하면서 동해 너머에 자리한 독수리 군도도 같이 공격, 그쪽은 거의 점령했다. 그리고 그곳을 거점으로 삼고 동해에 자리한 섬들을 기항지로 써가며 동해 수군에게 맹공을 퍼붓고 있었다.
설명을 들은 케엘은 기가 막혀서 입을 벌렸다.
“와, 새삼스럽지만 정말 말도 안 되는 군사력이네.”
새벽 반도가 작기라도 하면 또 모르겠다. 한반도의 4배에 가까운 넓이인데 이걸 전방위에서 몰아치면서 주변의 섬나라들까지 점령해 버리다니?
“만약 우리가 베르나스 공국만으로 서대륙 전체와 싸운다면 이런 기분이 되려나?”
“그거보다 좀 더 심하지. 남대륙이 있으니까.”
“그렇네. 와, 진짜…….”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케엘 앞에서 세데아도 한숨을 쉬었다.
“죽어도 얼마든지 되살아나고, 죽일수록 병력이 늘어나니 그럴 수밖에 없겠죠. 지금까지 수확자 다섯 명을 처리한 게 과연 놈들의 병력 회전에 얼마나 타격을 입혔을지 궁금하군요. 공포로 위축되어서 전선에 퍼붓던 병력 일부를 물리게 하는 데 성공한 건 분명한데…….”
수확자는 단죄자들 중에서도 극히 한정적인, 귀하디귀한 인적 자원이다.
문제는 세상은 너무 넓고 단죄자도 너무 많다는 것이다.
모르드가 말했다.
“수확자는 동대륙에만 150명은 확실히 넘는다고 했지.”
150명이라고 하면 많아 보인다. 하지만 단죄자의 규모를 생각하면 정말로 희소한 것이다.
어쨌든 그중에 5명을 죽였을 뿐이니 아직 갈 길이 멀었다.
하지만 병력 회전을 책임지는, 사람의 모습을 한 전략시설 중에 30분의 1을 처리했다고 치면 그 타격은 결코 무시할 수준이 아닐 것이다.
케엘이 의견을 냈다.
“다음 내륙 강습은 달시가 다시 참전할 때까지는 미뤄둬야 할 것 같고… 이렇게 된 이상 우리는 운평도가 정리될 때까지 다른 지역을 좀 봐두는 게 좋을 것 같은데?”
“확실히. 바다는 로텐다르의 수리가 끝난 후라고 해도 남누리 전역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
모르드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일단 남누리 전역을 돌아보기로 결정했다.
* * *
무신의 화신, 천하제일검 우문섭의 나이는 일흔 살이 넘었다.
아무리 무신술을 극한까지 연마하여 강철같이 단련된 몸을 가졌어도 몸은 노쇠했으며 관절의 통증을 비롯해서 크고 작은 문제를 달고 살 수밖에 없는 나이였다.
“알겠습니다. 이곳은 제게 맡겨주십시오.”
하지만 공손하게 대답하는 우문섭의 외모는 확연히 젊어져서, 백발만 가득했던 머리에는 검은 머리가 조금씩 나 있었고 피부의 주름도 확연히 줄었다.
그를 알던 사람들은 다들 20년은 젊어 보인다고 할 정도였다.
몸에 누적된 크고 작은 부상이 모두 나았고, 노쇠했던 육체에 활력이 돌아온다.
우문섭은 며칠간의 훈련으로 그 감각을 파악했으며 그것만으로도 자신의 기량이 더욱 발전했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육체와 기술은 상호보완적이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을 가졌어도 육체가 따라주지 못하면 제대로 쓸 수가 없다.
무신에게 천하제일검으로 인정받은 우문섭에게도 그 마땅한 법칙은 적용되었다.
무신술사로서, 검술가로서는 더욱 놀라운 경지에 들었다.
하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젊은 시절에는 당연한 듯 할 수 있었던 일들이 어려워지거나,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렇게 잃은 것들을 다른 대체재로 채웠을 뿐.
그런데 이제 노쇠함으로 잃어버린 것들을 되찾았으니, 그는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일을 마치고 돌아오신다면, 다시 제게 가르침을 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럼에도 우문섭은 겸손했다.
그의 성격이 그렇기도 했지만 이런 몸이 된 후로 모르드와 대련해 보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것은 서로에게 감탄할 수밖에 없는 경험이었다.
“물론이다.”
모르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문섭이 무신에게 천하제일검으로 인정받은 이유를 뼈저리게 알 수 있었다.
검술을 이용한 격투술에 있어서 모르드는 우문섭과의 격차를 느꼈다.
물론 그것은 종합적인 전투능력과는 별개다. 달시도 창술을 이용한 격투술로만 따지면 모르드보다 우위를 점하니까.
어쨌든 그 경험은 모르드에게 크나큰 자극이 되었다.
“감사합니다. 그동안에는 니스카 공을 졸라봐야겠군요.”
우문섭과 니스카는 서로에게 좋은 훈련 상대였다.
첫 만남 이후로 시간이 날 때마다 격렬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모르드가 말했다.
“달시도 아쉬워하고 있다.”
“그분의 창술은… 정말 신묘하더군요. 어쩌면 그분이야말로 천하제일창일지도 모르지요.”
천하제일검의 평가에는 상당한 무게감이 있었다.
모르드가 물었다.
“무신의 화신 중에 천하제일창이 있었나?”
“아니요. 없습니다. 제가 아는 한 예전에도, 지금도……. 물론 좀 더 먼 과거에는 있었던 것으로 압니다만.”
“무신의 화신끼리는 그걸 알 수 있나?”
“예. 천하제일창은 란슬리시아의 혈손들과 경쟁해야 하는 자리입니다. 그들을 넘어서기는 실로 어려운 일이지요. 하물며 란슬리시아 신족조차 놈들의 손에 넘어갔으니…….”
“그랬었지.”
란슬리시아가 알려주었다. 신들이 단죄자에게 맞서 싸우기 위해 혈손들을 전폭적으로 밀어주었고, 그 과정에서 두 명의 란슬리시아 신족이 탄생했었다는 사실을.
하지만 그들은 결국 단죄자가 되고 말았다.
‘말하는 태도를 보면 어떻게든 신족으로 만들어줬을 뿐, 전사로서의 역량은 엘테인에게 비할 바는 못 되는 것 같지만…….’
물론 그들이 신족이 되기까지 겪은 고난과 역경도 엄청났을 것이다.
하지만 전사로서의 역량과 별개로 신격이 올라가서 신족이 되는 경험은 현세보다는 신화에 가까운 환경이었으리라.
모르드는 문득 생각난 것을 물었다.
“천검은?”
“예?”
“검술 또한 천검을 넘어서야만 천하제일검이 있지 않나?”
“모르겠습니다.”
“음?”
“죄송하지만 제가 견문이 얕아서 천검이라는 존재를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가.”
하긴 검신 우루스레라가 만신전에 그 이름을 새기지 못한 이유는 신화의 비밀이었다. 고대의 비밀을 이은 자들이 아니고서야 그 비밀을 알고 있기 어렵다.
천검의 존재 또한 그러했다.
설령 천검이 천하제일검이 되었다 한들 그 정체가 천검이라는 것이 밝혀질 이유가 없었다.
‘천검이 무신의 화신이 될 수 있는지 궁금하긴 하군.’
신혈은 무신의 화신이 되지 못한다. 신의 종인 신관 또한 마찬가지.
무예로 천하제일을 추구하는 자들에게 있어서 그들은 무신의 화신이 되는 가로막는 장애물일 뿐이다. 어쨌거나 그들을 넘어서 무신에게 전하제일로 인정받아야만 무신의 화신이 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천검은 특별한 존재다.
스스로를 갈가리 찢어서 세상에 흩뿌린 미치광이 신 우루스레라의 조각을 지닌 자.
그럼에도 그들은 천상의 힘을 쓰지 않는다.
루이사가 죽을 때까지 그랬던 것처럼, 기회가 주어지더라도 끝내 신성을 거부하고 인간으로 남는다. 그것이 그들에게 강요되는 운명이다.
그런 그들이라면 무신의 화신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지만 신성을 거부하듯 무신의 화신이라는 지위도 거부할지도 모르지. 그렇다면 단죄자는 어떨지도 모르겠고…….’
단죄자는 신들의 힘을 강탈해 왔다.
신혈은 물론이고 신관조차도 신으로부터, 천상으로부터 비롯된 힘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로 단죄자가 되었다.
만신전에 속하지 않은 정체불명의 신격, 무신의 화신도 예외가 될 수 없었다.
그렇다면 천검은 어떨까?
천검 또한 그 힘, 정확히는 그 운명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로 단죄자가 되는가?
‘…모르겠군. 하지만 만약 단죄자 천검이 존재한다면 그건 실로 흉악한 위협이다.’
눈살을 찌푸리는 모르드에게 우문섭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혹시 그 천검이라는 존재를 제가 알고 있어야 정상인 것입니까?”
“아니, 그렇지는 않다. 천검이라는 존재는…….”
모르드는 천검에 대해서 설명해 주었다.
우문섭은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그, 그렇군요. 세상에 그런 비운의 존재가 있었다니…….”
“비운이라……. 정말로 그렇긴 하지.”
한번 각성하면 죽을 때까지 슬픈 운명에서 벗어날 수 없는 존재들이었다.
천검 루이사 우루스갈다가 마지막까지 꿈꾼 것이 자신이 필요 없는, 자신처럼 고통받는 존재가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지 않았던가?
모르드가 말했다.
“천검은 반드시 한 세대에 한 명은 존재하지. 하지만 한 명만 존재한다는 법도 없다. 그렇기에 궁금하군. 동쪽과 서쪽에 최소한 한 명씩의 천검이 존재하는 것인지 아니면 어느 한쪽에만 존재하면 되는 것인지…….”
우루스레라가 만신전에 이름을 새긴 신이었다면 답은 명확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대단히 특수한 사례였기 때문에 알 수가 없었다.
“어쩌면…….”
우문섭이 잠시 생각해 보더니 말했다.
“무신께서는 아실지도 모릅니다.”
“음?”
“그분을 만나보시지 않겠습니까?”
“…무신이 대화 가능한 신이었나?”
모르드는 당혹감을 느꼈다.
지금까지 알아낸 바로 무신은 만신전의 신과는 다른, 민간신앙의 대상에 가까운 존재였다.
곳곳에 무신의 사원이 존재하긴 하지만 무신을 섬기는 성직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무예가들, 신혈이 아닌 무예가들만이 그에게 무예를 통해 그에게 기도를 바칠 뿐이다.
우문섭이 고개를 저었다.
“그분과 말을 나눌 수는 없습니다. 그분은 사람의 말을 들어주실 뿐, 돌려주시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대화는 가능합니다.”
“…말로 하지 않는 대화라고?”
말장난 같지만 모르드는 그 의미를 알아들었다.
주먹으로 대화를 나눈다는 말이 있다.
무예가에게 있어서 무예를 겨룸으로써 육체의 대화를 나누고 서로를 이해하는 것은 허황된 이야기가 아니다.
“그렇습니다. 솔직히 쉽게 권할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
“어째서지?”
“무신의 화신인 저도, 그리고 대화에 임하는 대상도 목숨을 걸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
봐주면서 겨루는 것 따위는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물론 제 실력은 모르드 장군님께 아득히 미치지 못합니다만… 무신의 화신으로서, 그분과의 대화에 응하실 때는 이야기가 달라질 겁니다.”
“알 것 같군.”
모르드는 잠시 생각해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해보지.”
“괜찮으시겠습니까? 이제부터 큰일을 하러 떠나시는데…….”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아무래도…….”
모르드는 눈을 가늘게 뜨고 우문섭을 바라보았다.
“무신도 내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 같군.”
“예?”
“우문섭 공, 당신은 지금 내게 말한 내용을 언제부터 알고 있었나?”
“……!”
우문섭이 눈을 부릅떴다.
모르드의 말이 그가 자각하지 못하고 있던 사실을 강렬하게 일깨웠기 때문이다.
“그, 그렇게 된 것인가…….”
우문섭의 목소리가 떨려 나왔다.
그럴 만도 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자신이 무신과의 대화에 대해서 전혀 몰랐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가 모르드에게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처럼 그 사실을 이야기해 주고 권한 것은 무신의 뜻이었다.
“과연 신은 신이라는 거겠지. 우문섭 공, 당장 가능하겠나?”
“예.”
우문섭은 충격을 다스리며 말했다.
“그분의 사원으로 가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