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tra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1063)
엑스트라가 너무 강함 1063화
무신의 사원은 다른 신전처럼 거창하지 않았다.
대부분은 조촐한 사당이다. 방 안에 둘 수 있을 정도로 작은 경우도 있다. 마치 지구의 길가에 놓인 불상처럼 말이다.
모르드와 우문섭은 그런 작은 사당 앞에서 마주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우문섭이 검을 뽑아 들고 심호흡을 했다.
여전히 모르드와 거리를 둔 채, 느릿한 동작으로 검무(劍舞)를 추기 시작한다.
그러자 빛이 일어나 주변을 안개처럼 뒤덮어간다.
‘신에게 바치는 춤인가.’
본래 무기를 들고 추는 춤은 신에게 바치는 제사 의식으로서의 의미가 강했다.
우문섭의 검무 또한 그러했다. 모르드는 빛의 안개가 주변을 뒤덮는 가운데, 거대한 존재가 이 자리에 내려오고 있음을 느꼈다.
‘그렇군.’
모르드는 이 현상이 익숙하다고 느꼈다.
현실이 녹아내리고 있다.
무신의 사당을 중심으로 혼돈의 꿈이 결계영역을 형성하는 것이다.
‘다른 신들이 강림하는 것과는 다르다. 무신은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야.’
천상의 신이 아니기 때문일까?
혹은…….
‘인격신이 아닐지도 모르겠군.’
의도와 의지를 갖고 있긴 하지만 이 세계의 다른 신들처럼 확고한 인격을 가진 존재는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읍, 후우…….
그리고 천천히 호흡하는 소리가 들렸다.
자욱한 빛의 운무를 헤치고 우문섭이 걸어온다.
하지만 그는 조금 전과는 묘하게 달랐다.
모습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는데 기질이 변했다는 느낌이 든다.
“…….”
모르드는 그에게 말을 걸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지금의 우문섭은, 우문섭이되 우문섭이 아니다.
저것은 자신의 화신에게 강림한 무신이다.
투학!
도끼와 검이 부딪친다.
처음에는 도끼로 부딪쳐본다. 훈련과 격전을 거듭하며 연마된 모르드의 도끼술은 이제 달인의 경지에 올라 있었다.
푸확!
그러나 놀랍게도 단 한 합만으로 모르드의 가슴이 길게 베어져 나갔다.
“…화끈하군.”
모르드가 중얼거렸다.
우문섭은 몰아치는 대신 칼끝에 묻은 피를 털어내며 가만히 기다린다. 마치 모르드에게 이걸로 정신 차렸냐고 묻는 것 같은 태도였다.
“인정하지. 내가 좀 시건방졌군그래.”
모르드는 피식 웃으며 라흐팅을 집어넣었다.
라흐팅을 날게 하면서 종합전투능력으로 압박할 수도 있다. 그 또한 그가 갈고닦은 무예였다.
그러나 그러고 싶은 기분이 들지 않았다.
무쇠주먹과 마주했을 때와 비슷하다. 자신이 가장 자신 있는 두 주먹으로 한계를 시험해 보고 싶다.
“무신.”
그렇게 불리는 존재를 상대로 무예를 시험한다.
싸움의 기술을 극한까지 연마해온 입장에서 이보다 피가 끓는 상황이 있겠는가?
어느 순간, 모르드와 우문섭의 몸이 천천히 가까워진다.
모르드는 한 걸음 내디딘 것이지만 우문섭의 움직임은 기이하다. 다리를 전혀 움직이지 않는데도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며 상대방의 거리감을 흐트러뜨린다.
그리고 어느 순간, 검이 쏘아져 온다.
투학!
한 번 막는 순간, 섬뜩한 예감이 들었다.
툭! 파아앙!
마치 첫 일격에 겹쳐진 것처럼 위와 옆을 노리는 검격이 있었다.
‘겹쳐서 베고 있다.’
그 공격의 실체는 놀라울 게 없다.
우문섭은 오러 블레이드를 활용해서 자신이 쥐고 휘두르는 검과 별개의 검격을 중첩시킨 것이다.
그러나 그 실체를 알고 봐도 놀라운 기술이다. 너무나 날카롭고 은밀하다.
철컥!
그 앞에서 우문섭이 검을 검집에 집어넣고 몸을 낮춘다.
‘발도술? 직도(直刀)인 고리자루큰칼로?’
모르드는 그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
애당초 발도술 자체가 서로 무기를 꺼내기 전, 최대한 빠르게 칼을 빼서 적을 베기 위한 기술이다.
이렇게 적을 앞두고 검을 검집에 집어넣는 건…….
슈화악!
모르드는 급히 몸을 숙였다.
그러자 뒤에서 나타난 우문섭이 휘두른 검이 빗나간다.
‘분신?’
자신의 눈을 속였단 말인가?
놀라면서도 모르드는 옆으로 원을 그리며 걷기 시작한다.
그러자 우문섭이 움찔했다.
모르드의 모습이 여럿으로 늘어나 보였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다. 완급을 주어 옆으로 걷는 것만으로도 실체와 허상을 구분하기 힘든 마력의 파동이 그 자리를 뒤흔든다.
디딩, 딩…….
그것은 무쇠주먹이 모르드의 감각을 농락했던 기술을 모방한 것이다.
완전히 같지는 않았다. 무쇠주먹의 기술은 너무 심오해서 모르드도 그것을 재현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많은 연구와 실험이 필요했다.
하지만 그 원리를 자신의 기술에 접목하는 것은 가능했다.
어느새 자신의 주변을 둘러싸 포위한 모르드를 보며 우문섭이 웃는다.
그가 다시금 검을 휘두른다.
동시에 모르드의 등뒤를 노리는 칼날이 있었다.
‘사라진 것 자체가 속임수.’
뒤쪽에서 검을 검집에 집어넣었던 우문섭은 사라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모습과 기척을 죽인 채 그 자리에서 공격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가 발검하자 칼날이 마치 발사된 포탄처럼 무시무시한 기세로 쏘아져온다.
-공허(空虛).
동시에 모르드의 기술이 펼쳐졌다.
두 명의 우문섭이 당황한다.
분명히 실체를 간파해서 공격을 가했다.
안쪽에서 베고, 바깥쪽에서 찌르는 공격.
설령 피한다 해도 안팎에서 날아드는 여섯 번의 동시 공격이라면 방어에 나설 수밖에 없으리라.
그런데 없다.
우문섭이 내지른 공격이 완벽하게 허공을 쳤다.
우문섭의 눈이 깊게 가라앉는다.
주먹과 검이 교차한다.
“……!”
그리고 아무런 소리 없이 둘의 위치가 바뀐다.
“음…….”
모르드가 신음했다.
파악!
그의 왼쪽 승모근이 베이며 피가 튀었다.
하지만 일방적으로 당하진 않았다.
“…….”
우문섭의 왼팔 손목이 부러졌다.
“공허를 한 번에 간파하다니… 과연 무신인가? 혹은 천하제일검이기 때문인가?”
그것은 오직 달인이라 부를 자격이 있는 자들에게만 쓸 수 있는 방어기술.
물리적인 영역에서만이 아니라 정신적인 영역에서도 공방을 치르는 경지에 오른 자가 아니면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한다.
기운의 흐름, 정신적 흐름을 하나로 엮어 상대방의 공격이 한 지점으로 빨려 들어가듯 허공을 치게 만드는 기술.
그림자 끊기처럼 오러화의 영역에 도달하고 나서야 구현할 수 있게 된 기예였다.
“좀 알 것 같군.”
그는 우문섭이되 무신이다. 무신이되 우문섭이다.
온전히 무신이라 할 수 없으되, 우문섭의 모든 역량을 한계까지 발휘하고 있다.
‘하지만 그 한계는 우문섭 공 자신조차 알지 못하는 영역.’
세상에 진정으로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아는 자는 드물다.
연습해서 해낸 기술을 실전에서 해낼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것처럼.
실전에서 생각지도 못한 일을 해내는 것처럼.
그것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에서야 비로소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자신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를 알게 된다.
우문섭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무신은 그런 우문섭보다 더 우문섭의 무예를 잘 알고 극한까지 활용하고 있었다.
‘무신경에 도달한 화신이 아니더라도 이 정도인가? 실로 무서운 존재군…….’
물론 우문섭은 그렇게 폄하될 만한 존재가 아니다. 오러화의 달인이라고 하더라도 우문섭과의 싸움은 목숨을 걸어야 하는 것이니까.
마투술, 혹은 무신술의 영역에서 우문섭을 앞선다고 해도 신기(神技)라고 불릴 만한 검술은 그 격차를 메꿀 수 있다.
무쇠주먹도 우문섭을 온전한 몸으로 쓰러뜨리진 못했고, 심지어 지금의 우문섭은 용성주를 마시고 육체가 젊어진 데다 강화되기까지 했다.
-별돌려 베기!
그리고 우문섭의 비기가 전개되었다.
분명히 눈 똑바로 뜨고 보고 있는 앞에서 칼날이 사라진다. 그리고 우문섭의 칼날이 사라진 검을, 그가 지금까지 보여준 검격에 비해서는 느릿느릿한 기세로 휘두른다.
모르드는 이 기술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착각이었다.
파악! 팍!
옆구리와 복근이 베이며 피가 튀었다.
‘세 번을 동시에?’
대련을 할 때, 우문섭이 펼치는 별돌려베기는 단발성이었다.
어디로 날아들지 알 수 없다는 무서움은 있어도 한 번만 막아내면 그만이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세 번의 공격이 동시에 펼쳐졌으며…….
-별무리 베기!
그 공격이 연속으로 펼쳐졌다.
‘육체가 젊어지고 더 강해지면서, 힘에 부쳐서 할 수 없던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나!’
그것은 진정한 의미로 시공간을 희롱하는 검이었다.
실체의 검만이 아니라 오러도 공간을 뛰어넘으며 한 번의 휘두름만으로 무수한 혼돈을 자아낸다!
오싹.
등줄기를 타고 한기가 내달렸다.
‘공명권역으론 안 돼.’
우문섭의 공격은 공명권역을 이용해서 펼치는 것.
그러나 그것을 펼쳐놓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검, 그리고 검이 뻗어 나가는 궤적으로만 제한함으로써 이 신묘한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방어를 위해 공명권역을 펼친다 한들, 저것은 간섭받지 않은 채로 목적을 이룰 것이다.
이미 달시의 달그림자 찌르기를 통해 검증한 사실이었다.
전부 막을 수는 없다.
피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베일 것을 각오하고 맞설 뿐이다!
-허공권(虛空拳) 해체(解體)!
모르드의 몸이 빛으로 화했다.
-아수라장(阿修羅場)!
* * *
불현듯 우문섭은 자신이 우두커니 서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분명히 무신에게 바치는 검무를 추고 있었던 것 같은데, 어느 순간 기억이 끊겼다.
그리고…….
“…모르드 장군님?”
무신의 사당 앞에는 피투성이가 된 모르드가 앉아 있었다.
“깨어났군.”
모르드가 이마에서 흘러내려 눈을 찌르는 피를 슥 닦아내며 말했다.
우문섭이 놀라 물었다.
“…괜찮으십니까?”
“괜찮다. 물약도 마셨고, 상처에도 부었으니.”
칼에 베이고 찔린 부상이 한둘이 아니었다. 옷이 완전히 너덜너덜해지고 피로 물든 상태였다.
“멋진 경험이었다. 덕분에 이론만 세워놨던 기술도 하나 완성했고.”
“멋진 경험이었습니까…….”
“그래. 까딱하면 죽을 뻔했지만… 멋진 선물이었다는 건 부정할 수 없군.”
모르드는 머리를 쓸어 넘기며 중얼거렸다.
혼돈의 꿈이 자아낸 결계가 사라지고 나자 그의 상처에 파고든 재생억제력이 눈 녹듯이 스러졌다. 덕분에 모르드는 회복 물약과 치료 물약을 먹고 재생력을 활성화하는 것만으로 상처를 회복할 수 있었다.
‘우문섭 공의 몸은… 정말 아무 일도 없었던 것 같군.’
조금 전의 싸움에서 입은 부상이 고스란히 남은 모르드와 달리 우문섭의 몸에는 전혀 싸움의 흔적이 없었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우문섭의 몸은 모르드처럼 튼튼하지 않고, 빠르게 회복되지도 않을 테니까.
“그나저나 기억이 전혀 없는 건가?”
“예.”
“유감이군. 기억이 남아 있었다면 실력이 진일보했을 텐데…….”
모르드는 진심으로 안타까워했다.
자신의 한계를 낱낱이 규명하고, 자신의 모든 역량을 극한까지 발휘하는 경험.
그것은 마치 이상적인 정답지와도 같다.
무신이 자신의 몸을 다루어 모르드와 싸운 그 기억이 남아 있었다면 우문섭은 그것만으로도 크게 성장할 수 있었으리라.
“어쩔 수 없지. 떠나는 걸 하루 이틀이라도 늦춰야겠군.”
“예?”
“이런 경험을 헛되게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내가 체험한 무신에 대해서 최대한 상세하게 이야기해 주지.”
“그, 그런……. 너무나 감사한 일입니다만 큰일을 하러 떠나시는데 제가 족쇄가 되다니…….”
“이 또한 큰일의 일부다. 그리고 무신과의 대화는 매우 유용했지.”
생사를 넘나드는 싸움 속에서 모르드는 무신을 이해했다. 또한 그 존재가 자신에게 전하고자 하는 내용도 알 수 있었다.
과연 그게 가능한가 싶을 것이다. 모르드도 참으로 기이한 경험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무신과 싸움을 거듭하는 동안, 파편화된 정보가 칠감을 통해 전달되어 차곡차곡 조립되어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완성되어갔다.
“무신은 내가 단죄자들로부터 무신의 화신들을 되찾아주길 바라더군.”
모르드가 이해한 바로 무신에게는 선악이 없다.
인격신의 경우 신명이 선악과 관계없다고 하더라도 그 신의 인격에 따라서 선이나 악을 추구하는 경향이 생긴다.
그러나 무신은 인격신이 아니었기에 그런 치우침조차 없었다.
천인공노할 악인이라 할지라도 천하제일의 무예가라면 무신의 화신이 될 수 있으며, 만인의 존경을 받는 선인이라 할지라도 무예가로서의 역량이 떨어진다면 무신의 화신이 될 수 없다.
무신이 바라는 것은 오직 인류에게 무예가 계승되고 발전되는 것이다.
무신의 화신은 그것을 위해 준비된 힘이었다.
그런데 그 힘이 단죄자들에게 강탈되어 인류를 위협하고 있으니, 무신 입장에서는 반드시 되찾아야만 하는 것이다.
“무신께서는… 장군님께서 무쇠주먹을 쓰러뜨리고 천하제일권의 자리를 놈들로부터 되찾아온 것에 기뻐하고 계십니다.”
“하지만 다른 누군가가 무신의 화신이 될 수는 없겠지. 유감이로군.”
“그것은 오직 무예가가 무예로 쟁취해야 하는 자리입니다. 장군님은 인간들에게 천하제일권의 자리에 도전할 기회를 주셨으니, 그것만으로도 크나큰 은덕입니다.”
“은덕인가…….”
모르드는 피식 웃고는 말했다.
“좀 정신이 드는 것 같군. 우문섭 공, 이야기를 하자.”
“어떤 이야기입니까?”
“내가 이 몸으로 겪은, 천하제일검인 당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모르드는 무신의 우문섭의 몸으로 펼친 신위(神威)를 하나하나 자세히 이야기해 주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