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tra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890)
엑스트라가 너무 강함 890화
엑슬러가 말했다.
[네가 단죄자의 영혼을 놈들의 사악한 손아귀에서 구해냈다면, 그것은 마침내 이 세상의 죽음에 존엄을 되찾을 수 있다는 뜻이다. 부디 내게 그것을 증명해 주겠느냐?]“제가 구해낸 영혼 중에서는 인간의 영혼만이 아니라 용족과 엘프의 영혼도 있습니다. 이들의 영혼 또한 올바른 길로 보낼 수 있겠습니까?”
[언데드가 된 자들의 영혼까지 구해냈단 말이냐? 너는 정녕 나의 예상을 초월하는 존재로구나.]엑슬러는 놀람을 금치 못했다.
[…본래 그것은 우리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걸 따질 때가 아닌 것 같구나. 나, 엑슬러의 이름을 걸고 약속하마. 천상의 자리한 그들의 선조에게 협조를 구하여 그 영혼들 또한 올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하겠다.]“감사합니다.”
확답을 들은 모르드는 정신을 집중해서 자신의 내면에 품고 있던 영혼들을 해방하기 시작했다.
데에에엥……!
종소리가 울리며 종언의 신성이 개방되었다.
그리고 모르드에게서 흐릿한 빛으로 이루어진 영혼들이 빠져나와 서둔에게로 향하기 시작했다.
영혼들은 흐릿한 빛의 실루엣으로 보였다.
하지만 모르드는 그들이 떠나가면서 자신에게 감사를 표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단 두 명의 영혼만은 생전의 모습과 목소리가 뚜렷했다.
[고맙소. 홍화를 잘 부탁하오.]잘생긴 중년 남자, 다올론이 우아하게 예를 표했다.
[그대들의 앞길에 광영이 있기를. 모르드 공, 부디 이 재앙의 시대에 종언을 고해주길 기원하겠소.]약간 살집이 있는 중년 남자, 바쉬에탐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작별을 고했다.
그들이 다른 영혼들보다 훨씬 뚜렷하게 생전의 의지를 간직한 것은 분명 모르드가 시공간의 바깥에서 대화를 나누었기 때문이리라.
[경탄스럽도다.]동시에 신전 곳곳에서 또 다른 빛이 일기 시작했다.
[라이칸스로프의 신이여.]그것은 들어본 적이 있는 목소리였다.
[고대의 신성을 완성한 자로서, 새로운 신명을 추구하는 자여.]창의 신 란슬리시아의 목소리였다.
엑슬러가 물었다.
[란슬리시아, 그녀가 창술사라서 목소리를 보낼 수 있는 것인가?] [아니, 내 혈손도 아닌데 그것만으론 부족하지.]란슬리시아는 웃는 것 같았다.
[그녀는 서쪽의 나와 제법 깊은 인연이 있었다. 그렇지 않은가?]“그렇습니다.”
달시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권능을 발했다.
-성창(星槍) 아툴릭 소환!
하늘에서 신전 지붕을 통과하여 은색의 빛이 내리꽂혔다.
그 속에서 영롱한 광택을 흘리는 진은제 창 한 자루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란슬리시아가 달시에게 하사한 아티팩트, 십이성창(十二星槍) 중 세 번째 창으로 불리는 아툴릭이었다.
[서쪽의 내가 내 혈손도, 종도 아닌 전사에게 아툴릭을 주었다. 라이칸스로프의 신이여, 너는 필시 훌륭한 창술사일 것이다. 이곳에 나의 종이 있다면 한번 그 실력을 보고 싶은데 그럴 수 없으니 아쉽구나. 대신 나의 과업을 받아주지 않겠느냐?]“기꺼이 받아들이겠습니다.”
[단죄자를 죽여라! 이 과업이 내가 너희들을 도울 명분이 되리라!]란슬리시아의 목소리에서는 서대륙의 그와 만났을 때와는 전혀 다른 울분이 느껴졌다.
신이 자신이 내리는 과업을 두고 ‘인간을 돕기 위한 명분’이라고 말한다. 아무런 포장도 없는 솔직한 진실을 들은 달시가 창을 들어 보였다.
“곧 만족스러운 소식을 들려드리죠.”
[고맙다. 꼭 다시 만나자.]란슬리시아의 신상이 발하던 빛이 사그라졌다.
아무래도 서둔이라는 신관이 있는 엑슬러처럼 자유롭게 관여할 수는 없는 모양이었다.
그나마도 달시가 단순한 창술사가 아닌, 서쪽의 란슬리시아에게 축복과 아티팩트를 받은 존재이기에 가능했으리라.
[잘됐군. 이제 너희는 나와 란슬리시아, 두 신과 이어졌다.]엑슬러는 그 사실을 기꺼워했다.
그의 태도는 그들이 얼마나 막막한 상황에 처해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듯했다.
만약 서대륙에서였다면 인간이 자신을 배알하는 상황에 다른 신이 끼어드는 것을 기꺼워하진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엑슬러 입장에서 보면 창의 신인 란슬리시아는 경쟁자, 그것도 자신보다 훨씬 뛰어난 입지를 갖고 숭배받는 존재이지 않은가?
[63명, 17명, 그리고 7명.]문득 엑슬러가 말했다.
그것은 각각 인간, 용족, 엘프의 영혼 숫자였다.
모르드의 새로운 권능이 크게 발전하면서, 다올론을 구했던 전투보다 훨씬 많은 숫자의 영혼을 구해냈던 것이다.
[벌써 이만큼이나 되는 죽음에 존엄을 되찾아주었는가? 훌륭하다! 나는 지금 감동하고 있노라! 또한 이 감동은 나만이 아니라 이 땅을 굽어살피는 모든 신들의 것이리라!]그리고 잠시 동안 아르테스 신전에 있는 모든 신상이 빛을 발했다.
‘신들이 왔다.’
짧은 시간 동안이나마 압도적인 존재감들이 그 자리에 응하며, 그들의 박수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천상에서 이 자리를 굽어보는 모든 신들이, 아무런 명분도 매개체도 없는 상황임에도 무리해가면서 모르드 일행에게 경의를 표했다.
모두들 그 사실에 울컥함을 느꼈다.
신들이 인정해 주고 있었다.
오래전부터 종말의 수렁에 빠져 버린 이 땅에 그들이 희망의 빛을 밝혀냈노라고.
[이것은 보상받아야만 하는 위업이다. 그러니 묻겠다. 어떤 보상을 바라느냐?]단죄자들을 처단한 공로로 축복을 받은 지 불과 몇 분 만에 더욱 커다란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모르드는 미리 생각해 둔 보상을 말했다.
“당신의 성물을 주십시오. 혹은 그것을 얻을 수 있는 정보를 주십시오. 그로써 영혼을 구할 때마다 올바른 길로 보낼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과연! 훌륭한 생각이로다! 지상에 아직 무사히 남은 내 성물이 있으니, 너는 그것을 찾아 손에 넣을지어다.]엑슬러는 모르드가 바라는 대로 지상에 존재하는 자신의 성물이 있는 곳을 알려주었다.
그 성물을 서둔에게 준다면 언제든지 엑슬러를 통해 영혼을 보내줄 수 있을 것이다.
‘가까이 있진 않군.’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성물이라는 게 아무 곳에나 널려 있진 않으니까.
게다가 지금까지 단죄자들은 성물을 발견하는 족족 파괴했을 것이다.
엑슬러가 물었다.
[더 바라는 것이 있느냐?]“위대한 세 신, 그리고 폭풍과 바람의 얼굴을 뵐 수 있는 방법을 원합니다.”
[스토르나에게 이를 수 있는 길, 그 단서를 알려주마. 지금은 그 단서를 알려주는 것까지가 한계인 것 같구나, 미안하다.]엑슬러는 답답해하는 기색으로 사과했다. 하지만 모르드는 피식 웃었다.
“미안해하실 필요 없습니다. 그다음을 알려주실 수 있게 될 때까지 얼마 걸리지 않을 것입니다.”
[…….]잠시 말문이 막혔던 엑슬러는, 이윽고 호탕하게 웃었다.
[하하하! 그래! 너라면 그럴 수 있으리라 믿는다!]스토르나를 만날 수 있는 단서를 알려준 엑슬러는 물러가기 전, 조금 겸연쩍어하는 기색으로 말했다.
[그러고 보니… 두 번째 과업도 잊지 말아줬으면 좋겠구나.]“…….”
[흠흠. 그럼 다음에 만나자꾸나.]모르드가 빤히 바라보자, 엑슬러는 도망치듯이 떠나갔다.
“…….”
모두들 참 할 말이 많은 표정을 지었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 *
신의 의지를 임하게 하는 것은, 신관에게 많은 부담을 주는 일이다.
장시간 엑슬러의 의지를 임하게 한 서둔은 비틀거렸다. 쓰러지지 않은 것은 그럴 줄 알고 대비한 케엘이 잽싸게 부축해 준 덕분이었다.
모르드가 말했다.
“오늘은 이만 쉬도록 하지.”
“저는 괜찮아요. 아직…….”
서둔이 일어나려고 버둥거리며 말했다.
그동안 탐색에 동참하면서 그녀는 어느 정도 모르드 일행의 스타일을 파악했다.
지금은 아직 해가 저물기 전이다. 본래 모르드 일행의 스타일이라면 곧바로 엑슬러가 알려준 유적으로 향할 것이다.
오늘은 이만 쉰다는 것은 자신에 대한 배려다. 자신이 폐를 끼친 것이다.
서둔은 자신이 모르드 일행에게 폐를 끼친다는 사실을 참기 힘들었다.
“무리하지 말아요. 서둔 양, 당신은 아주 큰 일을 해낸 거예요.”
하지만 케엘이 그녀를 붙잡아서 앉혔고, 모르드는 고개를 저었다.
“오늘은 여길 찾는 성과도 올렸으니 충분하다. 아버지와 함께 쉬어라.”
눈앞이 어질어질한 증상이 사라지지 않았기에, 서둔은 입술을 깨물며 그 배려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 * *
서둔은 아투스의 보물고 안에서 앓아누웠다.
지난번에도 이랬다. 대충 하루 만에 회복해서 일어났으니 이번에도 똑같을 것이다.
“훈련, 해야 하는데…….”
김운산의 간호를 받으며 서둔이 칭얼거렸다.
해가 저물 때쯤, 이동 및 탐색이 끝나고 나면 모르드의 심상 세계에서 훈련을 했다.
그것은 서둔에게는 굉장히 신선한 경험이었다.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서 실로 다채로운 상황에 대응하는 훈련.
모르드 일행과 함께 싸우는 훈련.
리온과 함께 하는 마투술 기술 훈련까지…….
모두 힘들지만 경이로운 경험이었다.
그저 하루하루 살아남기 위해 움츠리는 게 아니라 몸에 비축된 에너지를 남김없이 발전을 위해 투입하는 시간.
모르드 일행을 만나기 전까지는 꿈도 꿀 수 없었던 그 시간을, 서둔은 너무나 좋아했다.
‘나는 강해지고 있어.’
하루하루 자신이 더 나은 존재가 되어간다는 실감은, 다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압도적인 쾌감을 선사하고 있었다.
‘놈들을 사냥할 수 있어.’
그리고 그렇게 더 나은 존재가 됨으로써 단죄자들에게 복수할 수 있다는 희망을 얻을 수 있었다.
김운산은 그런 딸의 모습에 복잡한 감정을 느꼈다.
“…서둔아, 너는 충분히 애쓰고 있단다.”
그가 누워 있는 서둔의 이마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너는 아직도… 웃지 않는구나.’
어릴 적의 서둔은 잘 웃는 아이였다.
이런 지옥 같은 세상 속에서도 그녀를 웃게 하는 존재가 있었기 때문이다.
‘소현.’
서둔의 모친이며 김운산의 아내.
그녀가 단죄자들에게 죽은 그날부터 서둔은 웃음을 잃었다.
‘서둔이 얼굴에서 당신 얼굴이 보입니다.’
모르드 일행과 만난 후로 서둔은 빠르게 살이 올랐다. 피골이 상접했던 생김새가 점점 더 사람다움을 갖춰갔다.
하루하루 달라지는 그녀의 얼굴에서 김운산은 죽은 아내의 얼굴을 보았다.
소현은 김운산보다 열 살 연상이었고, 그보다 훨씬 더 고등한 술법사였다.
젊다 못해 어린 나이에 온누리 제국에서 술과(術科) 시험을 봐서 정식 술법사, 그것도 1급 술법사 자격을 딴 사람이었으니까.
지금 김운산이 부리는 술법 대부분은 그녀에게 배우고, 그녀와 함께 발전시킨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재앙이 시작될 당시에 미숙한 소년일 뿐이었던 김운산은 지금 같은 실력을 갖추기는커녕 살아남지도 못했으리라.
소현이 죽은 것은 지금으로부터 16년 전의 일이다.
지금보다 옛 유라스 왕국 영토에 존재하는 단죄자의 수가 훨씬 더 많았고, 그만큼 더 위험했던 시절.
소현은 점점 숨통이 죄어오는 상황에서, 무엇이든 하려고 노력했다.
다른 생존자 그룹을 찾아서 연결고리를 만들고, 조금이라도 동쪽으로 향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헤맸으며, 식량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다가 결국 단죄자들에게 죽고 말았다.
언데드가 되어 단죄자들의 도구로 쓰이지 않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여 서둔에게 맡기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