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tra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891)
엑스트라가 너무 강함 891화
“…충분하지 않아요.”
옛일을 떠올리던 김운산은 흠칫했다.
누워 있는 서둔이 섬뜩할 정도로 차가운 눈으로 허공을 노려보며 말하고 있었다.
“제가 저분들께 도움이 될 수 있는 날이 그리 길지 않을 거예요.”
“무슨 뜻이냐?”
어리둥절해하는 김운산의 물음에 서둔은 한숨을 쉬었다.
김운산은 자신이 모르드 일행이 얼마나 대단한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서둔은 단언할 수 있었다.
그것은 실로 오만한 착각이었다.
그들에게 가르침을 받고, 그들과 함께 탐색에 참여한 서둔은 알 수 있었다.
김운산이 보는 모르드 일행이 까마득한 산 위의 존재라면, 서둔이 보는 모르드 일행은 저 하늘 너머의 별과 같았다.
땅 위의 존재가 우러러본다는 점만 보면 똑같지만 실제로는 하늘과 땅 만큼 차이가 나는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저는 저분들에게 필요 없는 존재가 될 거예요.”
모르드 일행이 자신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알 수 있었다.
그들은 서둔에게 뭔가 큰 기대를 해서 훈련시키는 게 아니었다.
자신들과 함께 싸워줄 사람을 육성하려는 게 아니라, 자신들이 떠난 후를 대비하고 있다.
“지금은 그분의 신관이라는 점 때문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아마 신관이라는 특수성이 필요 없게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 같아요.”
서둔은 그런 미래를 확신하고 있었다.
논리적인 추측만이 아니다. 자신을 그릇 삼았던 신의 의지 또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모르드 일행은 엑슬러의 성물을 손에 넣어, 단죄자들의 눈길을 피해 살아남은 신전을 찾아내야 한다는 공간적 제약에서 탈피하고자 한다.
그리고 거기서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될 수는 없어요. 그전에 더 쓸모 있는 존재가 되어야 해요.”
모르드 일행에게 일방적으로 보호받고, 도움받는 존재로 끝나고 싶지 않았다.
어떤 식으로든 저들이 의지할 수 있는, 도움이 될 수 있는 존재로 남고 싶다.
“저분들은 세상을 바꿔주실 분들이니까요.”
저들은 세상을 바꿔줄 것이다.
모두를 짓눌러 질식시키는 저 저주받은 하늘에 구멍을 뚫어줄 희망이다.
“저는 반드시 저분들께서 대업을 이루시는 데 한몫 거들고 싶어요.”
그것이 자신의 눈앞에서 죽음을 선택한 어머니의 원수를 갚는 유일한 길이었으니까.
“그러기 위해서는 아빠의 도움이 필요해요.”
“…….”
김운산은 부끄러움을 느꼈다.
자신은 별생각이 없었다. 모르드 일행에게 보호받는 입장에서 술법사로서 도움이 되면 그만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딸은 자신과 달리 그들이 세상을 바꾸는 데 한몫 거들고 싶다는 야심을 품고 있었다.
“내가 뭘 도와주면 되겠니?”
김운산이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
* * *
다음 날, 모르드 일행은 엑슬러가 보상으로 알려준 유적을 찾아 나섰다.
서둔은 빠졌다. 굳이 그녀가 필요한 일도 아니었고, 아직 몸이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르드가 말했다.
“내가 뭘 알려달라고 하기 전에 엑슬러가 이거부터 알려준 이유가 있는 것 같았다.”
만약 그 정보를 듣지 않았다면 성물에 대한 정보를 들은 뒤 스토르나를 만날 방법에 대해서 훨씬 구체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었으리라.
엑슬러가 알려준 유적은 북동쪽으로 대략 100킬로미터쯤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었다.
“음?”
그렇게 이동하던 모르드 일행은 멀리서 날아오는 거대한 그림자를 발견했다.
“주시자 군주네. 공격할까?”
달시가 물었다.
이미 두 번이나 주시자 군주를 사냥했기에, 외따로 떨어져 있는 주시자 군주를 다른 지원군이 밀려오기 전에 처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하지만 모르드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저건 그냥 보내자.”
“왜?”
“유적이 있는 위치에서 너무 가깝다. 전투는 유적을 공략한 뒤로 미루는 게 좋겠어.”
“하긴 유적이 어떤 형태일지 모르니, 처리할 때까진 우리 위치를 노출하지 않는 게 좋겠네.”
달시는 납득했다.
하지만 모르드는 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엑슬러가 굳이 알려준 게 그냥 유적을 공략해서 세계 파편을 얻으라는 뜻만은 아닌 것 같으니까.’
그의 진의를 파악하기 전까지는 단죄자와 충돌하는 것을 피하고 싶었다.
“지난번에도 느낀 거지만…….”
파르웰이 중얼거렸다.
“…이 호부의 효과는 정말 확실하군요.”
지금까지 수집한 정보에 따르면 주시자 군주의 탐지능력은 엄청난 수준이다.
은신처 같은 곳에 처박히지 않고 밖으로 나와 있으면 숨죽인 채로 숨어 있다가도 들키는 경우가 있을 정도로.
하지만 모르드 일행은 대충 모습을 감췄을 뿐인데도 주시자 군주로부터 숨을 수 있었다.
그럴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모두 바렌쉬엔 서림이 남긴 은신의 호부를 장착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얼마 전 에앗탐에서 연기 속에 숨어서 주시자 군주의 눈을 완벽하게 피했던 것도 이 호부 덕분이었고 말이다.
모르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대술법사의 작품이니까. 혹시 마법으로 비슷한 걸 만들 수 있을 것 같나?”
“지금으로선 힘듭니다. 제작술은 제 전공도 아니고요.”
아무리 파르웰이라고 해서 마법의 모든 분야에 뛰어난 것은 아니었다.
물론 어떤 분야에서든 일반적인 마법사보다는 훨씬 뛰어나지만, 한 분야에 특화된 전공자보다는 못할 수밖에 없다.
특정한 마법 아이템 제작 기술은 파르웰이 다른 분야에 비해 깊이가 얕은 분야였다.
모르드와 함께 하는 동안 마법 아이템이 넘쳐나서 곤란한 적은 많아도 부족해 본 적은 없다 보니 상대적으로 다른 분야에 비해 소홀해졌다.
대신 마법 아이템을 분석해서 기능을 수정하거나 개량하는 기술은 매우 뛰어난 수준으로 발전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확실히 모르드, 당신이 말한 대로 술법은 제작술 쪽으로는 마법보다 우위에 있는 것 같으니까요.”
파르웰이 투덜거렸다.
마법사로서는 불쾌한 사실이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같은 효과를 내는 마법을 만들어내는 건 할 수 있을 겁니다.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요.”
“그래.”
그런 대화를 나누는 사이 그들은 엑슬러가 알려준 지점에 도착했다.
“딱 유적이 있을 법한 지형이네.”
케엘이 피식 웃었다.
산속 깊숙한 곳에 있는 동굴 안으로 들어가야 도달할 수 있는 지하 협곡이었다.
습기가 차서 물이 떨어져 내리는 협곡은 일반인의 신체 능력으로는 내려가는 것조차 힘들어 보였다. 충분한 장비, 혹은 마법의 힘이 필요할 것이다.
물론 모르드 일행에게는 이런 지형적 요소는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는다.
미끈미끈한 암벽을 따라서 한참 밑으로 내려가다 보니 도중에 부자연스럽게 뚫린 동굴이 보였다.
그 안으로 들어가자 안쪽에 단단해 보이는 석문이 있었다.
“음?”
그런데 그 석문은 열려 있었다.
“이미 도전자가 있었나 보군요. 문에 마법이 걸려 있었는데 깨진 지 오래됐어요.”
파르웰이 석문을 살펴보며 말했다.
모르드가 물었다.
“케엘, 흔적은?”
“상당히 많은 인원이 들어간 것 같은데.”
“어느 정도?”
“글쎄. 발자국이 너무 많은데? 우리랑은 전혀 다른 루트로 들어온 것 같고…….”
발자국은 아래쪽으로 이어져 있었다. 지하로 와서 이쪽으로 올라온 것이다.
“최소한 30명 이상. 근데 여기 워낙 바람도 잘 안 닿는 곳이라 흔적이 안 사라진 거고, 실제로는 몇 년은 된 것 같아.”
“혼돈의 시대가 도래한 이후인가?”
“아마 그럴 거야.”
케엘이 고개를 끄덕이자 파르웰이 말했다.
“그럼 먼저 이 유적을 찾아내서 도전한 이들이 실패했겠군요. 그렇지 않고서야 엑슬러께서 굳이 이 유적을 알려주시진 않았을 테니까요.”
“어, 근데 그렇게 따지면 좀 이상하지 않나?”
케엘이 고개를 갸웃했다.
“고작해야 몇 년 전의 일이었다면… 여기서 죽은 사람들은 단죄자가 되거나, 언데드가 되었을 거 아냐?”
그렇게 되었으면 곧바로 단죄자 측에서 병력을 보내서 공략했을 것이다. 그런데 여태까지 남아있다니?
“확실히 케엘, 당신 말대로예요.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는 경우가 있죠.”
“뭔데?”
“던전 속에서 죽었을 경우요. 단죄자의 저주가 던전 안까지 미쳤을 것 같진 않아요.”
“아, 확실히…….”
던전은 외부와는 격리된 세상이다. 단죄자의 저주가 동대륙 전역을 침식했다고 해도 던전 속은 완전히 별개일 터였다.
“하지만 엑슬러께서 굳이 여길 먼저 가 보라는 뉘앙스로 알려주셨다면, 다른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무슨 가능성?”
“어쩌면 유적 안에 생존자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들어가 봅시다.”
파르웰이 빙긋 웃었다.
* * *
유적 안으로 들어가는 길은 편안했다.
그렇다고 해서 유적의 구조 자체가 편하냐 하면 절대 아니었다.
함정도 있었고, 수호자 역할을 하는 골렘도 있었으며, 미로와 수수께끼도 있었던 것 같았다.
“꽤 실력이 있는 사람들이었나 보군요.”
하지만 그 모든 것이 이미 공략된 후였다.
격렬한 전투의 흔적들, 파괴된 시설들이 그 행적을 보여주고 있었다.
모르드 일행은 그냥 그 흔적들을 따라가기만 하면 되었다.
“아, 일부는 다시 유지보수가 되네요. 제법 잘 만들어진 유적이에요.”
파르웰이 그 구조를 분석해 보면서 미소 지었다.
골렘들이 그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하지만 전투의 흔적은 골렘들이 가로막은 길 뒤로 이어져 있었다. 그것은 이 골렘들이 한 번 파괴되었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다시 복원되었음을 추측할 수 있게 해주었다.
꽈광!
물론 골렘들이 다시 일어난다 한들 모르드 일행 앞에서는 별 의미가 없었다.
에리우가 냅다 뛰어들어서 별방망이를 휘두르자 처참하게 박살 나버리고 말았다.
최심부로 들어갈 때까지 그렇게 복원된 골렘들이 세 번이나 일행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리고 최심부에 도달한 그들은, 파르웰이 말한 가능성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케엘이 파르웰에게 물었다.
“혹시 생존자들이 던전을 피난처로 쓰고 있을 가능성을 생각한 거야?”
유적 최심부에는 던전이 존재하고 있었고, 그 입구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들어간 흔적이 남아 있었다.
파르웰이 대답했다.
“던전 환경에 따라서는 그것도 가능하겠죠. 근데 어지간히 환경이 좋은 던전이라도 그렇게까지 하긴 어려울 거예요. 우리 정도 된다면 모를까.”
그리고 모르드 일행 정도로 강력한 생존자 그룹이라면 굳이 던전 안을 피난처로 삼기보다는 단죄자들을 돌파해서 동쪽으로 향하지 않았을까?
달시가 말했다.
“실패해도 죽지 않는 던전일까? 공략에 실패하면 죽지는 않는 대신 던전의 일부가 되어버리는 그런 던전 있잖아?”
“전 그럴 거라고 생각합니다.”
파르웰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덧붙였다.
“그들이 자신을 유지하고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요.”
* * *
던전에 진입하자 유적 안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노을이 지고 있었다.
“시간의 흐름이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지만, 환경은 괜찮아 보이네.”
케엘이 주변을 둘러보고는 말했다.
야트막한 언덕 위에 10미터 정도 되는 성벽을 두른 도시가 있었다.
“나름 규모가 있는 도시네.”
케엘이 멀리서 도시를 관측해 보고는 말했다.
도시에 다니는 사람들을 보니 적어도 인구가 2천 명은 되어 보이는 도시였다.
“대충 뭔가 일이 터지고 그걸 막으면 되는 타입이겠지.”
모르드가 도시를 보며 말했다.
그런데 도시로 다가가던 중, 달시가 콧등을 찡그렸다.
“이거 묘하게 익숙한 느낌이 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