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tra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892)
엑스트라가 너무 강함 892화
“음? 라이칸스로프 관련 같아?”
리온의 물음에 달시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근데 라이칸스로프가 관련되어 있는데 배경이 도시라니… 침공받는 쪽일까?”
“저 뒤에 산이 좀 수상해 보이는데. 저기서 이 시대보다 더 오래된 고대의 라이칸스로프 관련 신 같은 게 일어난다거나 그러는 거 아냐?”
케엘이 도시 뒤쪽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좀 특이한 모양의 산이 있었다. 굉장히 가파르게 세 개의 봉우리가 삐죽삐죽 솟아 있는 형태다.
“그것도 가능성은 있겠네.”
여태까지 온갖 유적과 던전을 경험하다 보니 던전에서 무슨 일이 터질지 대충 예측해 봐도 수십 가지 패턴을 떠올려 볼 수 있었다.
“아, 근데 여기 참… 좋군.”
리온이 공기를 한껏 들이마시며 말했다.
“그러게. 그 짜증 나는 소리가 안 들려.”
달시도 고개를 끄덕였다.
동대륙에 온 이후로 모르드, 파르웰, 달시, 리온은 내내 저주에 시달리고 있었다.
왕!
라그나스까지 포함해서.
세계 파편 하나를 변질시켜서 어느 정도 저항력을 확보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자유로워진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던전으로 들어서는 순간, 저주의 압박이 깨끗하게 사라졌다.
물론 모르드 일행에게는 저주에 대한 대책이 있었다.
모르드와 리온의 심상 세계도, 아투스의 보물고도 저주가 미치지 않는 영역이었으니까.
그들이 동대륙에 온 후로도 지나치게 예민해지지 않을 수 있는 이유이기도 했다.
온 세상이 적일지도 모르는 막막한 상황에서 숨돌릴 곳조차 없었다면, 아무리 강인한 정신력을 지녔다고 해도 평정심을 유지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이 던전 안에 들어서는 순간 저주가 사라진 것이 기껍기는 마찬가지였다.
리온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여기서 며칠 쉬고 싶을 정도인걸.”
“그 정도야?”
저주의 영향에서 자유로운 케엘이 놀라서 물었다.
강력한 저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건 알았지만 리온이 이렇게 약한 소리를 할 정도였을 줄이야.
리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누가 날 둘러싸고 계속 자기들끼리만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기분 나쁘게 웅얼웅얼거리고 있는 느낌이야.”
한 대씩 패서 닥치게 만들고 싶은데, 그럴 대상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라 계속해서 스트레스가 누적되어 간다.
“이렇게 표현하면 청각에만 국한되는 것 같은데 사실은 모든 감각에 잡음이 끼어드는 느낌이란 말이지.”
감각의 성능이 떨어진다기보다는 감각의 신뢰성이 떨어지는 느낌이다.
일상에서야 큰 장애가 되지 않지만 전투 중에는 심각했다.
동대륙으로 넘어온 후 전투를 치를 때마다 심력 소모가 몇 배는 되는 기분이었다.
어쨌든 일행은 도시로 들어섰다.
입구에 경비병이 있었지만 별말 없이 일행을 통과시켰다.
척 봐도 굉장히 이질적인 생김새와 차림새를 하고 있음에도 그런 것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은 태도였다.
던전에서는 흔히 있는 일이었다.
“신화 중기인가 보군요.”
파르웰이 경비병의 차림새를 보고 말했다.
나무로 만든 갑옷 위에 짐승 가죽을 덮은 차림새였고, 끝에 흑요석 날을 꽤 정교하게 붙인 창을 들고 있었다.
이런 문명 수준으로 돌을 깔끔하게 쌓아 만든 10미터짜리 성벽을 두르고 있다는 건 상당히 불균형해 보인다. 하지만 원래 신화는 그런 식의 불균형이 흔한 세상이었다.
“확실히 라이칸스로프 관련이어도 이상하지 않겠네요.”
파르웰이 말했다.
라이칸스로프가 관련된 신화의 흔적은 다들 꽤 오래되었기 마련이었다.
그들은 야성적이고, 그렇기에 원시적인 신성이었으니까.
“근데 저만한 성벽으로 둘러놓고 안쪽은 움집이라니… 정말 신화답다고 해야 하나.”
리온이 중얼거렸다.
말끔한 돌 성벽을 10미터 높이로 쌓아 올려서 도시를 둘러놓았다.
그런데 안쪽은 대부분 움집이었고 몇몇 개의 주요 시설만 나무를 이용해서 좀 더 튼튼하게 보강해 놓은 정도였다.
실로 불균형의 극단을 보여주는 풍경이었다.
그런 와중에 맨 안쪽에 있는, 이곳의 우두머리가 기거하고 있을 저택만이 돌로 만들어져 있어서 그 권위를 보여주고 있었다.
“찾았다.”
거리를 거닐던 달시가 말했다.
“저 사람이네.”
주변에 보이는 시민들은 다들 인간이었다.
하지만 그중 한 명, 달시가 가리킨 여자만은 인간이 아니었다.
용족이었다.
머리 양쪽으로 뿔이 나 있고 등 뒤에는 인간의 체격에 비해 너무 작아 보이는 앙증맞은 날개 두 장이 달려 있다.
김운산과 서둔과 마찬가지로 용족의 최상위 계급, 드래코니안이었다.
“응. 저 사람은 진짜야.”
에리우가 동의했다.
용족이라서 ‘진짜’라는 표현을 쓴 게 아니다.
이 도시의 시민들은 모두 던전 속 존재일 뿐이다. 진짜 인간이 아니다.
하지만 저 용족만은 ‘진짜’였다.
그것이 의미하는 가능성은 두 가지.
‘이 던전의 원인에 해당하는 존재이거나.’
하지만 아무리 봐도 그렇지 않았다.
‘던전에 도전했다가 공략에 실패해서, 던전에 사로잡혀 버린 존재이거나.’
모르드는 용족 여자가 이 던전으로 들어온 생존자일 거라고 확신했다.
* * *
“안녕하세요.”
모르드 일행은 여자를 따라잡았다. 케엘이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그리고 의아해하는 여자의 반응을 보고 바로 알았다.
‘자기가 누군지 잊어버렸네.’
이 용족 여자는 자기가 이 던전을 공략하기 위해 들어온 도전자라는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렸다.
아마 자신이 용족이라는 사실조차 잊고 인간이라고 믿고 있을 가능성이 컸다.
“미안해요. 사람을 잘못 봤군요.”
케엘은 웃으며 사과하고는 물러났다.
여자는 고개를 갸웃거릴 뿐, 그 이상의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자기 갈 길을 갔다.
케엘이 파르웰에게 물었다.
“환영주문 같은 거 걸려 있어?”
“아뇨. 전혀 없습니다.”
그런 경우가 있었다. 도전자들에게 환영 주문이 필터를 씌우듯 씌워져서 던전 속 존재들이 그들의 진짜 정체를 못 알아보는 경우 말이다.
“던전에 먹힌 게 맞는 것 같네요. 음. 한 사람일 것 같지는 않으니 몇 명 더 찾아보죠.”
모르드 일행은 흩어져서 도시를 뒤지고 다녔다.
“와우.”
케엘이 놀랐다.
“서른한 명이라니, 대박인데.”
던전에 먹힌 도전자, 달리 말하면 생존자의 숫자는 31명이었다.
지금 모르드 일행이 보호하고 있는 생존자 숫자보다 더 많다.
“이번에도 보통 인간은 한 명도 없군요.”
파르웰이 쓴웃음을 지었다.
용족이 10명, 신혈이 21명이었다.
몇 년 전까지의 이 지방 역시 평범한 인간이 살아남기에는 너무 가혹한 환경이었던 모양이었다.
모르드가 말했다.
“아무래도 저들 전원이 한꺼번에 여기 들어왔다가 다 집어삼켜진 모양이군.”
“그럴 가능성이 높죠.”
“그래도 관대한 던전이라 다행이다.”
자기 자신조차 잃어버린 채 던전의 부품으로 살아가는 것을 두고 ‘관대하다’는 표현을 쓸 수 있을까?
모르드가 생각하기에는 그랬다. 파르웰 역시 동의하는 바였고.
“벌써 죽어서 먹혔어도 이상하지 않은데 살아 있는 상태를 유지시켜 줬으니 확실히 관대하지요. 영양 상태도 좋은 것 같은데요.”
던전 공략에 실패해서 던전에 먹힐 경우, 바로 죽지 않더라도 결국 죽는 경우가 많았다.
일종의 가사상태로, 영양공급을 받지 못한 채로 던전 속의 일원으로 살아가다 보면 서서히 죽음에 이르는 것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 던전은 실패하여 사로잡힌 도전자들에게 제대로 영양공급을 해주고 있었다.
그것은 이 던전이 상당히 수준 높은 던전이라는 사실을 증명한다.
“여기 들어올 때보다 지금이 더 영양 상태가 좋지 않을까요?”
“그럴 가능성이 높지.”
모르드도 동의했다. 아마 단죄자들의 눈을 피해 도망 다니던 때보다 지금이 훨씬 영양 상태가 좋을 것이다.
“어쩔까? 바로 들이받을까? 아니면 하루 정도는 지켜볼까?”
달시가 물었다.
던전을 공략할 때, 던전이 도전자에게 부과하는 시련이 무엇인지 눈에 보이면 힘으로 맞서면 그만이다.
하지만 이 던전은 이 시점까지는 시련이라고 할 만한 요소가 보이지 않는다.
이럴 때는 일단 무대가 되는 이 도시를 조사해 보며 이변이 발생할 때까지 시간을 보내는 게 정석적인 공략법이지만…….
“시간 아깝다.”
모르드는 고개를 저었다.
지금의 그들에게 시간은 대단히 귀중한 자원이었으니까.
그리고 수많은 던전을 경험해 본 그들은, 이런 경우에도 어떻게 하면 되는지 답을 알고 있었다.
* * *
콰광!
폭음이 울렸다.
도시 한복판에 위치한 석조 저택의 벽이 터져나가는 소리였다.
“누구냐!”
저택에는 경비병들이 잔뜩 있었다.
그들이 목재를 가공한 뒤 흑요석을 정교하게 가공한 창이나 곤봉을 들고 달려 나왔다.
투학!
모르드의 대답은 주먹이었다.
가볍게 내지른 주먹에 맞은 경비병 하나가 장난감처럼 날아갔다.
투캉! 투학! 퍽!
그리고 나머지 경비병들도 똑같았다.
‘어어?’ 하고 반응할 새조차 없었다.
“안에 있군.”
5초도 안 되어서 다섯 명의 경비병을 날려 버린 모르드가 안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콰쾅!
저택의 구조 따윈 존중하지 않았다.
벽이 앞을 가로막으면 길을 따라 돌아가는 게 아니라 벽을 뚫고 간다.
“멈춰라!”
그렇게 벽을 두 개 뚫고 나자 또 다른 경비병들이 앞을 가로막았다.
이번에는 열 명이었다.
“음?”
그리고 아까 전과는 좀 달랐다.
“위대한 조상령이여!”
모르드가 보기에 그들은 인간이었다.
이능의 혈통이 몇 명 보이긴 했지만, 신혈이거나 혹은 강력한 신화적 종족이 뒤섞인 그런 존재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들에게 못 보던 힘이 깃들었다.
색색의 불꽃이 도깨비불처럼 뭉쳐 날아들어 그들과 융합한다.
“늑대의 혼!”
늑대인간으로 변했다.
“여우의 혼!”
여우인간으로 변했다.
“호랑이의 혼!”
호랑이 인간으로 변했다.
“원숭이의 혼!”
원숭이 인간으로 변했다…….
모르드의 뒤를 따라 걷던 파르웰이 눈을 크게 떴다.
“분명히 라이칸스로프가 아니었는데… 지금은 라이칸스로프군요?”
“저 상태를 성직자의 축복처럼 부여받는 건가? 신기하군.”
모르드도 흥미로 눈을 빛냈다.
‘무슨 변신 히어로 같군.’
자기만 알아들을 수 있는 감상에 내심 쓴웃음을 지을 때, 달시가 말했다.
“라이칸스로프 맞네. 근데…….”
그녀가 눈살을 찌푸렸다.
“다르다는 건 알겠는데… 이거, 아켈리의 라이칸스로프들이랑 성질이 비슷한데?”
“저 상태를 ‘축복’으로 인식하고 있어서 그런 거 아닐까?”
“그렇겠지?”
모르드의 말에 달시가 한숨을 쉬었다.
그녀가 추구하는 라이칸스로프의 신이란 ‘저주받은 자들을 구원하는 신’이다.
즉 라이칸스로프의 존재가 만월의 저주로 탄생한, 죄 없는 자가 아무런 인과 없이 저주로 고통받는 존재임을 전제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현세 인류 공통의 의식에 가깝다.
‘죄 없는 자’ 그리고 ‘아무런 인과 없이’라는 부분은, 분명히 그것이 정설임에도 불구하고 다르게 믿는 자들이 많으니까.
어쨌든 아켈리가 추구하는 라이칸스로프의 신은, 그것과는 정반대다.
아켈리는 고대의 존재이며, 따라서 달의 여신 루니아의 신화가 완성된 이후의 세상에 정착된 인식과는 전혀 다른 인식을 가졌다.
그녀에게 있어서 라이칸스로프는 ‘축복받은 존재’다.
저주받은 괴물이 아니라, 연약한 인류가 나아가야 할 마땅히 진보된 형태다. 그렇기에 저주받은 존재를 모두 자신이 먹어치움으로써 저주 그 자체를 없애버리겠다는 목표로 움직이는 것이다.
물론 모든 고대 라이칸스로프가 축복으로 인식되는 존재였냐 하면, 절대 아니었다.
저주받은 라이칸스로프가 있는가 하면 축복받은 라이칸스로프도 있었다.
시대에 따라서, 지역에 따라서 달랐지만 ‘저주’와 ‘축복’ 중에서 어느 쪽이 더 수적으로 우세했냐 하면 ‘저주’였다.
만약 라이칸스로프가 인간이 한계를 초월한 유일한 형태였다면 이야기가 달랐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세상에는 라이칸스로프 말고도 인간을 초월한 형태가 수두룩했다.
무엇보다 굳이 짐승의 모습을 빌리지 않고도 인간 그 자체의 모습으로 신화의 정점에 선 신족들과 그 혈손들이 있었다.
그들이 보기에 굳이 인간이 불완전한 존재라며 짐승의 모습을 빌리는 라이칸스로프의 존재가 어떻게 보였겠는가?
결국 루니아의 신화가 완성되는 과정에서 라이칸스로프는 불합리하게 저주받은, 그 광기와 흉성으로 파멸에 이르는 뒤틀린 존재로 완성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