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tra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893)
엑스트라가 너무 강함 893화
“기분이 별로 좋진 않아. 단순히 아켈리 때문만은 아닌 것 같은데… 내가 라이칸스로프의 신이라 그런가?”
“아마도요. 본능적인 혐오감이나 불쾌감, 그런 거겠죠.”
파르웰이 그녀의 추측에 동의했다.
달시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나섰다.
“내가 처리할게. 그리고 모르드, 부탁이 있는데.”
“뭐지?”
“여기 클리어하고 나면 동대륙의 라이칸스로프 신화를 아는 대로 들려줘. 서대륙과는 좀 다르겠지?”
“음……. 다르긴 하지.”
모르드는 세독마의 내용을 떠올려 보고 말했다.
‘동대륙 신족의 신화의 라이칸스로프는 대충 비슷한 범주지만 용족의 신화에 등장하는 경우는 아예 스케일이 다른 경우도 많고…….’
어쨌든 화려하게 변신한 라이칸스로프 경비병들이 일제히 달려들었다.
“늑대의 용맹함!”
늑대인간이 거침없이 뛰어들었다. 그의 모습이 푸른 불길에 휩싸이며 흑요석 창을 휘감았다.
“여우의 현명함!”
여우인간이 그 뒤를 따르며 양손을 뻗었다. 그러자 호박색 불꽃이 늑대인간의 양옆으로 돌아서 질주한다.
“아니, 근데 참…….”
달시는 살짝 어이없어하며 중얼거렸다.
“…뭐 과시하는 목적이라는 건 알겠는데 그냥 입 다물고 덤비는 게 더 낫지 않을까?”
그리고 늑대인간의 흑요석 창과 달시의 창이 격돌했다.
투학!
“……!”
늑대인간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단 일격으로 몸통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고…….
“이럴, 수가……?”
그 뒤에서 3미터 정도의 거리를 두고 따르던 여우인간까지 같이 꿰뚫렸으며…….
“호랑, 이의, 힘……?”
그 뒤쪽에서 뭔가 하려던 준비를 하던 호랑이 인간은 상반신 왼쪽이 날아가 버렸다.
벽에 달라붙어 달려오려던 원숭이 인간은 눈을 휘둥그레 뜬 채 굳어 있었다.
“후우, 참 잡것들이라곤 해도 라이칸스로프 죽이는 게 기분이 불쾌하네. 예전엔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달시는 이 감정 또한 신성으로부터 비롯된 것임을 알았다.
신성은 신이라 불릴 정도로 완성되었고, 하나뿐인 신명을 두고 다투는 중이다.
따라서 그녀의 본능은 신성의 경향에 영향받아 이전과는 변해가고 있었다.
달시는 그것을 알고 있었으며, 그 변화를 거부하지 않았다. 그것은 라이칸스로프의 신을 목표로 하는 자가 마땅히 감수해야 하는 일이었으니까.
“내가 하지.”
모르드가 그녀의 어깨를 잡고 말했지만 달시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이건 결국 내가 신화를 완성하는 과정이야. 그러니까…….”
달시의 녹회색 눈동자가 루비처럼 붉게 물들었다.
“피를 묻히는 역할은 내가 해야 해.”
그리고 공포로 굳어 있던 라이칸스로프 경비병들이 쓸려 나갔다.
* * *
거침없이 나아간 그들은 저택의 안쪽에 도착했다.
영주, 혹은 부족장의 알현실로 보이는 그 공간에는 거인이 앉아도 될 것 같은 커다란 돌 의자가 있었다. 그곳을 차지한 것은 인간보다 월등히 큰 신체를 지닌 존재였다.
[허어.]육성이 아니라 정신파로 말한 것은 키가 3미터는 넘어 보이는 커다란 여우인간이었다.
털은 새하얀 빛깔을 띠고 있었고, 선명한 은색을 띤 세 개의 꼬리가 의자에 앉은 몸 양옆으로 삐져나와 있었다.
몸 위로는 나무를 엮어서 만든 뒤 가죽을 씌운 갑옷을 입고 있었고, 부하들과는 달리 진은으로 만든 커다란 검을 옆에 세워둔 것이 눈에 띄었다.
모르드는 생각했다.
‘꼬리가 셋? 아직 온누리 제국의 문화가 강하게 영향을 미친 지역은 아닐 텐데… 구미호 신화는 동대륙 전역에 퍼져 있었나?’
이 세계에도 구미호에 대한 전승은 있었다.
정확히는 꼬리가 여럿 달린 여우는 신령한 존재거나 혹은 요괴라는 전승이었지만.
[놀랍군. 짐승신이 남아 있었나?]“짐승신? 나?”
달시가 자신을 가리키며 물었다.
[그래, 늑대의 본질을 가진 신이여.]“눈이 그리 좋진 않은가 봐. 내가 늑대인간이긴 하지만 내 본질이 늑대는 아니야.”
달시는 짐승을 섬기는 자들에 의해 떠받들어지는 신이 아니다.
그녀에게 있어서 늑대인간의 모습은 어디까지나 ‘저주받은 자’의 증거.
신화적 메타포로 해석한다면 자신이 저주받은 존재로서, 그 저주를 끌어안은 채로 신성을 완성했기에 비로소 다른 저주받은 자를 구원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될 것이다.
[음? 후세의 신은 좀 정신이 이상한가?]그 말에 달시는 움찔했다.
그녀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너… 이 던전이 정상적인 세상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구나?”
[당연한 일이다. 이건 내가 연명하기 위해 만든 도피처니까.]“도피처?”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만들었지. 오랜 세월이 흐른 후 정명한 영혼을 가진 자들이 들어오기를 기대하면서…….]동시에 알현실의 문이 열리며 여러 명이 걸어들어왔다.
“정명한 영혼을 가진 자들이라는 게, 저들을 말하는 거야?”
그들은 모르드 일행이 파악한 생존자들 일부였다.
용족과 신혈이, 이 세계의 원시적인 흑요석 무기로 무장한 채로 그들의 뒤를 점했다.
[그렇다. 이 거짓된 세상 속에서 내 신성은 차갑게 식어가고 있었지. 다시 내 신성의 불길을 피워 올리기 위해서는 정명한 영혼이 필요하다. 저들의 영혼은 매우 가치 있는 영혼이었지. 저들 서른한 명은, 평범한 인간 천 명보다도 가치 있다.]그들 전원이 용족과 신혈이었으니, 제물의 가치라는 측면에서 보면 그렇게 평가받을 만했다.
“그렇군요. 당신은 던전에 도전해오는 사람들을 제물로 써서 이 세계를 생동감 있게 유지하고, 그로써 신성에 불을 지피고 있군요. 공략에 실패하는 순간 자신이 누군지도 잊어버리고, 당신을 숭배하는 주민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며 그 영혼이 지닌 힘을 당신의 신성을 위한 동력원으로 바치는 신세로 전락하는 거겠지요.”
[그렇다, 신의 혈손이여. 마법사답게 똑똑하구나. 하지만 그것만은 아니지.]“아, 바깥세상에 대한 정보를 얻는 수단으로도 이용하겠죠. 도전자들의 기억을 읽지 않았습니까?”
[거기까지 꿰뚫어 보았구나.]“제발 알아봐달라고 티를 냈으면서요 뭘. 어쨌든 우리 입장에선 고마운 일입니다.”
[뭐?]“바깥세상이 어떻게 됐는지 알잖아요? 살아남은 사람 자체가 귀합니다. 그런데 당신 덕분에 생존자를 서른한 명이나 구출할 수 있게 되었잖아요?”
[망상이 심하구나. 곧 주제를 알게 될 것이다.]여우인간이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동시에 색색의 도깨비불이 나타나서, 모르드 일행의 뒤에 포진한 생존자들과 결합했다.
“음? 용족과 신혈인데?”
케엘이 놀랐다.
신혈은 만월의 저주를 받지 않는다. 그것은 널리 알려진 상식이었다.
모르드 일행은 용족과 엘프 또한 마찬가지임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여우인간이 빚어낸 도깨비불과 결합한 용족과 신혈이 라이칸스로프로 변신하고 있었다.
[아, 그렇군. 너희들이 아는 ‘라이칸스로프’라는 것은 그런 존재지. 하지만 나는 그렇게 하찮은 존재가 아니다. 영혼이 내 것이 된 이상, 나의 축복이 그들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당연한 일!]“허어, 확실히 당신은 좀 특이하네요. 재미있는 사례를 보여주셔서 더욱 감사하는 마음이 드는걸요?”
파르웰이 쿡쿡 웃었다.
모르드가 말했다.
“달시, 저놈은 네가 처리해라. 나머지는 우리가 맡지.”
“당연히 그럴 생각이었어.”
달시가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여우인간에게 다가갔다.
파르웰이 말했다.
“세데아, 라그나스, 마법은 맡길게요.”
[음?]뜬금없는 소리에 여우인간은 의아함을 느꼈다.
투학!
그러나 그런 일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한순간에 거리를 좁힌 달시가 창을 내질러왔기 때문이다.
[하! 인간의 모습으로 나와 싸우겠다고?]여우인간은 어이가 없었다.
어느새 그는 진은제 검을 들어서 달시의 창을 막아낸 상태였다.
“그야…….”
달시가 피식 웃었다.
콰광!
충격이 폭발하며 여우인간을 튕겨냈다.
[컥!]그가 앉아있던 의자가 박살 나며 그가 벽 앞에 착지했다.
“…인간 모습으로도 충분할 것 같거든? 하지만 그런 이유로 변신하지 않은 건 아니고.”
어깨를 으쓱하는 달시의 모습이 은빛에 휩싸였다.
그리고 산산이 흩어져가는 은빛 속에서 은색 털과 붉은 눈을 가진 늑대인간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렇게 빠르게?]그 모습을 본 여우인간이 경악했다.
달시의 변신이 빨라도 너무 빨랐으니까.
“어쨌든 한 박자는 잡아먹으니까.”
날카로운 이를 드러내며 웃은 달시가 다시금 땅을 박찼다.
꽈광!
그리고 다시금 튕겨 나간 여우인간이 벽을 부수고 나가떨어졌다.
꽝!
곧바로 따라잡은 달시의 찌르기가 한 번 더 그를 튕겨내서 저택 밖으로 내던진다.
[크윽……! 현세의 신이, 고작해야 현세에서 자유롭게 활동할 운명을 허락받은 미완의 신이 이렇게 강력하다고?]여우인간은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달시의 공격을 막아내긴 했지만 충격이 그의 방어를 관통하면서 몸을 만신창이로 만든 것이다.
하지만 그 또한 초재생 능력을 갖고 있었다. 피가 증발하면서 순식간에 상처가 치유되어가고…….
파악!
그 상처가 다 낫기도 전에 달시의 창이 그 몸통을 가격했다.
[……!]여우인간은 눈을 부릅떴다.
‘분명히 막았는데?’
분명히 창이 날아드는 궤도를 보고 검으로 막았다.
그런데 창이 마치 허상이라도 되는 것처럼 방어를 통과해서 그의 몸을 꿰뚫었다.
푹! 푹! 푸푸푸푹!
그런 현상은 일격으로 그치지 않았다.
여우인간은 정신없이 두들겨 맞기 시작했다.
[카아악! 이건 무슨 권능이냐!]“권능? 아, 그런 식으로 사고가 굴러가나.”
달시가 피식 웃었다.
여우인간이 일방적으로 농락당하고 있는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전투기술의 차이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여우인간의 전투기술은 본능대로 베고 찌르는 단순무식한 것이었다.
그리고 고대의 존재를 수도 없이 상대해온 달시는 여우인간의 움직임을 손바닥 보듯이 들여다보고 농락할 수 있었다.
“좀 더 힘내봐.”
달시가 여우인간을 조롱하며 창을 내질렀다.
‘권속들… 내 권속들은 대체 뭘 하고 있는 거냐!’
여우인간은 자신과 연결된 권속들, 던전 공략에 실패한 생존자들의 상태를 살폈다.
‘뭐?’
그리고 경악했다.
‘전부 다 산 채로 제압당했다고?’
그들은 모르드 일행에게 전부 생포당한 후였으니까.
그들 하나하나도 상당한 전투능력을 갖고 있었고, 여우인간이 부여해 준 축복으로 변신까지 했는데 이렇게 눈 깜짝할 사이에 당해버리다니? 어떻게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하지만 여우인간은 더 이상 그 문제를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쿠구구구궁!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대지가 뒤흔들렸다.
[아니?!]여우인간이 깜짝 놀라서 뒤를 돌아보았다.
달시 입장에서는 세 번쯤 급소를 찔러줄 만한 허점이었지만, 그녀는 그러지 않았다.
“역시 뭐가 있었구나?”
그녀는 여우인간이 바라본 곳을 바라보며 혀를 내둘렀다.
파르웰이 하늘에서 쏘아진 섬광이 마치 검처럼 도시 뒤쪽의 산을 가르고 있었다.
정확히는 가파르게 솟아난 세 개의 봉우리 중 하나를 두 동강 내는 중이다.
달시가 어깨를 으쓱했다.
“지형이 너무 수상해 보이더라고. 우리 경험상 이런 건 대부분 뭐가 있지.”
[어리석은 것들! 같이 죽자는 거냐!]여우인간이 분노해서 외쳤다.
[그만둬라!]그가 파르웰이 초고열의 섬광으로 갈라내고 있는 산봉우리 쪽으로 날았다.
“어딜 가시려고?”
하지만 그 순간 달시의 창이 그의 등을 꿰뚫었다.
[컥!]“저기 뭐가 봉인되어 있는 모양이지? 그래서 저게 풀려나면 네가 엿 되는 거지?”
달시가 여우인간을 빠르게 끝장내지 않고 놀아준 것은 파르웰이 그렇게 부탁했기 때문이다.
저 수상한 산봉우리들에 뭔가 봉인되어 있는 것 같으니, 그 봉인을 부숴 버릴 때까지는 여우 인간을 죽이지 말라고 한 것이다.
굳이 여우인간을 살려둔 것은 여우인간과 봉인이 깊은 관계로 묶인 게 분명해 보여서였다.
이 경우 한쪽을 없앤 뒤에 봉인을 해제해서 그 안의 것을 해결하려고 하면 괜히 일이 꼬이는 수가 있었다.
‘보통은 다 해치워놓고 났더니 월등히 강해진 채로 다시 부활해서 또 한 번 싸워야 하거나 아니면 여기저기 흩어진 걸 찾아야 하거나…….’
그런 경험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물론 꼬여도 해결할 자신은 있었지만, 괜히 일을 귀찮고 골치 아픈 방식으로 해결할 필요가 있겠는가?
-봉인 해제!
산봉우리 하나를 초고열 광선으로 썰어버린 파르웰이, 그 안에 존재하는 봉인을 풀었다.
쿠구구구구……!
그러자 지상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어리석은! 사악의 꼬리를 해방시키다니!]“요호?”
[제길! 네놈들은 내가 겨우 분리해서 봉인한 재앙을 깨운 것이다!]여우인간이 분통을 터뜨리더니 말했다.
[나를 도와라! 재앙을 세상에 풀어놓고 싶지 않다면!]“설명을 제대로 하시지 그래? 분리해서 봉인하다니 뭔 소리야?”
[저것은 내 안에 존재하는 악의(惡意)이었다!]“음?”
[본래 나는 말 못 하는 짐승이었으나, 인간이 제물로 바치는 약자들을 먹고 두려움으로 섬김받아 악신(惡神)이 되었노라.]여우인간이 과거를 이야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