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tra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894)
엑스트라가 너무 강함 894화
여우인간은 처음부터 라이칸스로프 형태로 태어난 존재가 아니었다.
그는 본래 다른 여우와 다른, 특별한 힘을 가진 짐승이었다.
어떻게 그런 힘을 얻었는지는 모른다. 예전의 기억이 없으니까.
어쨌든 원시적인 시대의 인간은 그를 신령한 존재로 숭배하며 제물을 바쳤다.
그들이 바라는 것은 간단했다.
‘부족을 지켜주십시오.’
당시의 그에게 딱히 지성은 없었지만 그 염원은 매우 단순해서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그 계약을 받아들였다. 자신을 숭배하는 그들에게 제물을 받아먹으며 그들 부족을 수호해 주었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다 보니 지성이 생겼고, 힘은 더욱 강해지며 여우인간이 되었다.
자신이 지키는 부족 말고는 전부 죽이고, 먹었다.
인간을 먹고, 또 먹고…….
때로는 신성을 지닌 존재를 먹으며 계속 강해졌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그는 자신이 지닌 것이 너무나 초라함을 깨달았다.
권능이 강해지는 속도에 비해 지성이 발달하는 속도가 너무 느렸다.
그래서 뒤늦게 깨달았다.
어느새 주변 부족이 섬기는 신들은 자신보다 훨씬 위대한 존재가 되었다는 것을.
그들은 자신보다 훨씬 많은 추종자를 거느렸으며, 추종자들에게 존경과 사랑을 받았다.
여우인간은 그들보다 더 강했지만 추종자는 그들의 반절도 되지 않았고, 두려움으로 떠받들어지는 악신(惡神)일 뿐이었다.
여우인간은 탄식했다.
그리고 분노했다.
‘약한 놈들은 가질 자격이 없다! 내가 가질 것이다!’
정복전쟁이었다.
부족의 수호신으로 불리는 이웃 부족의 신들을 죽이고, 끝까지 신앙을 버리지 않는 자들을 가차 없이 먹어치웠다.
신앙의 대상을 바꾼 자들은 그의 부족민이 되었다.
그렇게 그의 세력이 커져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세력이 열 배로 커져도 그가 정말로 원하는 것은 손에 넣을 수 없었다.
그의 부족민들은 그를 존경하고 사랑하지 않았다. 두려워할 뿐이었다.
‘사랑받고 싶다.’
자신에게 패해 죽어간 신들처럼, 사랑받고 싶었다.
그런 갈망이 그의 마음을 두 개로 쪼개놓았다.
여우인간은 이중인격이 되었다.
낮과 밤이 바뀔 때마다 다른 인격이 되어, 인간들에게 더욱 큰 두려움을 심어주었다.
그 사실에 괴로워하던 그는 긴 세월 동안 궁리한 끝에 한 가지 시도를 했다.
두 개의 인격을, 서로 다른 존재로 분리하는 것.
그리고 그 시도는 성공했다.
* * *
[…나의 꼬리 중 셋을 분리하여 봉인했다. 내 힘은 절반으로 줄어들었지만, 나는 비로소 악신이 아닌, 사랑과 존경을 받는 선신으로 거듭날 수 있었지.]“…….”
여우인간의 과거사를 들은 달시가 눈을 껌뻑였다.
‘동대륙 신화는 우리 쪽이랑은 좀 차이가… 음. 그래. 정서적 차이가 있는 것 같네. 뭐, 아주 이해 못 할 정도는 아닌데…….’
여우였던 존재가 인간에게 섬김받아 신성을 지닌 여우인간이 되고, 힘이 커질수록 꼬리가 늘어난 것까지는 딱히 이상할 게 없다.
술법으로 마음속의 악을 분리했고, 그랬더니 꼬리의 숫자가 절반으로 줄어들었다는 것도… 좀 이상하긴 하지만 이해 못 할 건 아니었다.
달시가 지금까지 접한 신화에도 둘이 하나가 되거나 하나가 둘이 되거나, 혹은 거대한 존재가 갈가리 찢겨 죽었더니 그 파편 숫자만큼 새로운 존재가 태어나거나 하는 일화들이 있었으니까.
‘근데 결국 과거에 저지른 짓이 사라지는 건 아니잖아?’
그렇게 마음속 악을 분리했으니 사랑받고 존경받는 신이 선량한 신이 됐다고 주장하다니…….
‘양심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을 살았나? 아니면 설마 동대륙 신화는 다 이런 식이야?’
어처구니없어하는 달시 앞에서 여우인간은 더없이 진지하게 자신의 정당성을 어필하고 있었다.
[너희가 한 짓은 내가 떼어내어 봉인한 악의를 나라는 그릇에 되돌리는 행위다! 지금 당장 나를 도와서 저걸 다시 봉인하지 않으면… 꾸엑!]주먹을 불끈 쥐고 웅변을 펼치던 여우인간이 비명을 지르며 날아갔다.
달시가 더 이상 못 참고 호쾌한 발차기로 그의 얼굴을 걷어차 버렸기 때문이다.
“아주 잘됐네.”
달시가 도시의 움집을 부수며 처박힌 여우인간을 보며 싸늘하게 말했다.
“내가 네가 외면한 죄악을 정산해 줄게. 무료 봉사니까 감사하도록 해.”
[크, 윽… 이 어리석은 자가!]쿠구구구궁!
다시금 땅이 흔들렸다.
파르웰이 갈라버린 산에서 새카만 덩어리가 하늘로 솟구치더니, 이윽고 여우인간에게 떨어져 내렸다.
[아, 안 돼……!]그것을 본 여우인간이 비명을 질렀다.
허둥거리며 피하려고 했지만 소용없다. 새카만 덩어리는 그를 쫓아서 궤적을 틀었다.
그리고 융합했다.
[아, 정말로…….]여우인간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은색 꼬리가 네 개로 늘었다.
그리고 여우인간의 덩치가 더욱 커져서 키가 3미터 50센티에 달했다.
[…그토록 경고해 주었거늘.]“오, 막 내면에서 사악함이 샘솟고 그래?”
[아직은 괜찮다. 아직은 그 빌어먹을 용족으로는…….]“용족?”
달시가 눈살을 찌푸릴 때였다.
그러나 그때 또다시 굉음이 울린다.
쿠구구구구궁!
[아니, 무슨!]여우인간이 기겁했다.
파르웰이 초고열의 섬광으로 또 하나의 산봉우리를 가르고 있었으며…….
쾅! 콰쾅!
그 옆에서 모르드가 주먹질로 산을 쳐서 깎아내고 있었다.
한번 주먹을 내지를 때마다 수십 톤의 토사가 날아가는 광경은 실로 비현실적이었다.
[멈춰라!]여우인간이 그들을 막기 위해 날아올랐다.
하지만 그 위로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꽈광!
그를 추격한 달시가 머리통을 내리찍어서 대지에 처박았다.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즐겨.”
[닥쳐라! 조금 전까지의 내가 아니다!]여우인간이 격노했다.
확실히 그가 발하는 마력은, 꼬리가 세 개일 때보다 훨씬 더 상승해 있었다.
‘꼬리는 하나만 늘었는데 마력은 한 두 배 가까이 되는 것 같은데.’
아무래도 꼬리 숫자대로 딱딱 힘이 나뉜 건 아닌 모양이다.
화아아아악!
여우인간이 푸른 불꽃을 뿜어냈다.
달시가 받아쳤다.
은색 뇌광을 휘감은 창이 푸른 불꽃을 꿰뚫는다.
[……!]여우인간이 피를 뿌리며 날아가 처박혔다.
[이런, 말도 안 되는…….]그는 꼬리가 네 개가 됐음에도 달시에게 압도당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쿠구구구궁!
그리고 그렇게 잠시 공방을 벌이는 동안, 파르웰이 산을 둘로 가르고 모르드가 산 하나를 부숴서 흩어버렸다.
또다시 검은 덩어리 두 개가 솟구쳤다가 여우인간에게 내리꽂힌다.
[하, 이것이 운명인가?]여우인간의 꼬리가 여섯 개로 늘어났다.
[결국 나는 잡아먹힐 수밖에 없었구나!]그리고 전혀 예상 못 한 변화가 시작되었다.
[저 하늘 너머로부터 온 침략자들에게!]푸른 벼락이 쳤다.
“어?”
달시가 눈을 크게 떴다.
너무나 익숙한 현상이었기 때문이었다.
“용혼강림?”
에리우를 통해서 수도 없이 본 현상.
어째서 라이칸스로프 계통의 신이 용혼강림을 한단 말인가?
폭발하는 푸른 빛 속에서 여우인간의 모습이 변한다.
몸을 뒤덮은 하얀 털이 떨어져 나가며 대신 백색의 비늘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복슬복슬했던 여섯 개의 꼬리가 하나로 통합되더니 도마뱀의 그것처럼 길쭉하게 변했다. 몸의 실루엣 자체가 보다 강인하게 변한다.
“…드라칸.”
달시는 경악하며 중얼거렸다.
* * *
여우인간이 백색 비늘의 드라칸으로 변했다.
덩치가 지금까지 본 드라칸보다 훨씬 커서 키가 5미터에 달했다. 거의 오우거에 가까운 덩치였다.
[이 운명을 피하기 위해 발버둥 쳤거늘.]백색 비늘 위로 새파란 빛을 흩뿌리는 드라칸이 탄식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여우인간이었던 존재였다.
[적어도 수천 년은 흘렀을진대 아직도 운명은 변하지 않았는가.]“어째서 용족이 된 거지? 아니, 원래 용족이었나?”
달시는 의문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어느 쪽이냐 하면… 그래. 놈은 나를 오염시켰지.]여우인간, 아니, 백색 드라칸은 과거를 떠올리며 비틀린 미소를 지었다.
[사랑받는 존재가 되고 싶다면 누군가를 잡아먹는 일은 그만두고 덕을 쌓아 여의주를 만들어내라면서 말이다.]“…….”
달시는 눈을 껌뻑였다.
‘저게 뭔 소리야?’
파르웰도 바로 이해가 안 되는지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다.
‘모르드가 무엇이든 용족이 될 수 있다고 말해주긴 했지만 이건 정말 놀라운데. 아무리 원시적인 야만신이라고 해도 신마저도 용족으로 만들 수 있다니……. 근데 덕을 쌓아 여의주를 만들라니 무슨 소리지? 뭔가 저주를 걸고 그 여의주라는 걸 만들면 해제할 수 있는 조건을 설정한 건가?’
오직 모르드만이 그 이야기를 단박에 이해하고 작게 신음했다.
‘문화권의 차이가 신성의 성질도 달라지게 만드는 건가?’
지구인의 영혼을 가진 그에게는 익숙한 개념이었다.
동양 설화에서는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개념이었으니까.
‘여의주. 용족이 승천하기 위한 조건.’
신화에 천상에 오른 존재는 수도 없이 많았다.
다만 세상을 지배하는 신화의 패권을 쥔 것이 신족이었고, 그들을 대표하여 신화의 주인공 역할을 맡은 것이 만신전에 이름을 새긴 신들이었을 뿐이다.
용족의 신화 세계관에서 천상에 오르는 행위를 승천(昇天)이라 부르며, 그 일을 해낸 존재를 가리켜 승천자(昇天者)라 부른다.
‘특별한 기운을 타고나 요괴가 된 짐승이 섬김받아 신이 되었고, 용족화 시술을 받아서… 아니, 이 경우에는 당했다고 해야겠군.’
거기까지 짐작하고 나자 진실을 통찰할 수 있게 되었다.
용족화 시술을 당해서 용족이 된 그에게, 삶의 방식을 바꾸어 용족의 방식으로 승천하기를 종용했다.
그러나 그 본질이 인간을 잡아먹는 괴물, 사악한 요괴였던 짐승은 그렇게 강요받은 삶의 방식을 거부하고 도망칠 길을 찾은 것이다.
용족이 되어버린 자신을, 세 개의 꼬리를 희생하여 분리하여 봉인하고 던전 속에서 잠든 채 먼 훗날을 기약했다.
그렇게 봉인된 용족으로서의 부분이 완전히 사멸하고, 던전 외부에서 들어온 현세의 존재들이 자신을 회복시킬 양분이 되어주길 기대하며…….
즉 그가 처음에 달시에게 늘어놓은 과거 이야기는 모조리 거짓으로 점철되어 있었다.
봉인된 꼬리와 합쳐지기 전에도, 후에도 그의 본성은 변하지 않았다.
여우인간이었을 때도, 용족이 되어버린 지금도 그의 본성은 사람을 잡아먹으며 힘을 키우고 싶은 충동에 지배당하는 존재였다.
‘그래서였나.’
모르드는 여우인간의 선택을 이해했다.
‘용족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굳이 라이칸스로프로 만들 수도 없는 저들을 먹어버리지도 않고 살려둔 거였군.’
여우인간이었을 때의 그는 사람을, 정확히는 힘 있는 존재의 영육을 먹어 힘을 키울 수 있는 존재였다.
신화적 운명에 따라 신으로 섬김받아 신성을 획득했을 뿐, 그 본성은 괴물이었다.
모르드는 동대륙에서 그런 존재를 지칭하는 이름을 알고 있었다.
‘요괴(妖怪).’
용족의 신화 세계관에 속한 이 괴물들은 자연적인 생명체가 아니다.
특별한 사연으로 발생하는, 특별한 힘을 지닌 괴물들이었으며 기본적으로 동대륙에만 존재했다.
그들의 공통점은 사람을 특별한 먹잇감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사람을 먹고 힘을 키워온 여우인간의 본성은 요괴의 그것과 같았다.
즉 여우인간일 때의 그는 던전에 사로잡힌 생존자들을 먹어서 양분으로 삼을 수 있었다.
하지만 용족이 되면 그런 방법은 쓸 수 없다.
용족은 요괴와 달리 무작정 사람을 먹는다고 힘이 늘어나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 던전 속 세상을 이 세계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서 이 세계를 생동감 있게 유지하고, 그로써 신성에 불을 지피는 역할로 활용한다……. 그 말은 거짓말이 아니었던 것 같지만, 이놈의 본성이 요괴라면 그냥 먹어치우는 게 훨씬 이득이었을 터.’
하지만 여우인간 요괴는 용족이 되고 말았다.
물론 모종의 수법으로 용족으로서의 자신을 분리하고, 여우요괴로 돌아가는 데 성공했지만…….
‘자신이 코어가 된 이 던전이기에 가능한, 이 던전 안에 한정된 기적.’
모르드의 칠감은 그 진실을 꿰뚫어 보았다.
언젠가 던전에서 나가면 다시 용족으로 돌아가고 만다. 그때를 위해서 요괴의 방식이 아닌, 용족에게도 허용된 방식으로 힘을 기를 필요가 있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