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tra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895)
엑스트라가 너무 강함 895화
그때 백색 드라칸이 검을 들어 올렸다.
여우인간이었을 때는 적당한 크기로 보였던 검이지만 5미터 이상으로 커진 지금은 작다.
그 문제를 백색 드라칸은 아주 간단하게 해결했다.
검자루가 죽 늘어나 창이 된 것이다.
상당히 무식한 형태였지만 저만한 덩치, 그리고 월등한 근력이라면 자유자재로 써먹을 수 있으리라.
[나를 용족으로 만든 대가를 치르게 해주마.]백색 드라칸이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용신통 전개!
그리고 그런 그의 몸 위로 새하얀 용의 형상이 일어나 울부짖었다.
“어?”
그 정체를 깨달은 달시가 경악했다.
-백룡노호!
에리우의 용신통과 같은 용신통이었으니까!
파아아아아아!
초음속의 냉기 파동이 달시를 덮쳤다.
“큭……!”
허를 찔려서 대응이 늦었다.
오러 아머를 뚫고 냉기가 몸에 침투했다.
그런 그녀에게 백색 드라칸이 쇄도해 온다. 집채만 한 덩치를 지녔으면서도 아까 전보다 두 배 이상 빠른 속도였다.
꽈광!
달시가 튕겨 나갔다.
“이게……!”
그녀의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
하지만 그때였다.
-백룡노호!
등뒤에서 극초음속의 냉기파동이 폭발했다.
[뭣?]달시를 추격하던 백색 드라칸이 기겁했다.
파아아아아아!
새하얀 냉기 파동이 주변을 휩쓸었다.
놀랍게도 백색 드라칸은 얼음덩어리로 변하지 않았다.
그 순간에 이능을 끌어올려 에리우의 공격을 막아내었다.
-백룡갑(白龍鉀)!
두꺼운 얼음으로 만든 갑주가 온몸을 뒤덮어서, 외부의 냉기를 막아낸 것이다.
콰직……!
하지만 단 일격을 막아내는 것만으로도 그 갑주에 균열이 생기고…….
콰장창!
요란한 소리를 내며 깨져 나간다.
[무슨 이런 터무니없는 위력… 아니, 위력이 아니고 질의 차이인가?]백색 드라칸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런 그의 앞에 에리우가 뛰어들었다.
꽈광!
발밑을 뒤덮은 얼음이 터져 나가며 집채만 한 거구의 백색 드라칸과 그에 비하면 장난감처럼 작아 보이는 에리우가 서로 반대편으로 튕겨 나갔다.
[너는 뭐냐!]“에리우.”
에리우가 대답하고는 달시에게 말했다.
“이젠 내가 할게.”
“음…….”
달시는 눈살을 찌푸렸지만, 결국 작게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저렇게 된 시점부터 내 일이 아닌 것 같네.”
여우인간일 때는 분명 자신의 신화와 충돌하는 존재였다.
하지만 용족이 된 순간부터 그런 느낌이 흐려졌다. 이제 저것은 더 이상 자신의 신화를 위협하는 존재가 아니라 단순한 적일 뿐이다.
더 강해졌고, 어쩌면 더 고등한 존재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저 변화에는 ‘전락했다’는 표현이 어울렸다.
‘자신의 신화를 잃고 다른 신화의 일부로 전락한 존재.’
달시는 백색 드라칸을 그렇게 정의했다.
‘이성적으로 보면 동정의 여지가 없는데… 왠지 불쌍하다는 기분을 지울 수 없네. 라이칸스로프라서 그런 거겠지.’
그녀는 쓴웃음을 지었다.
본래 여우인간은 라이칸스로프의 신화에 속한 존재.
그 신화가 실패로 끝났더라도 라이칸스로프의 신화 일부가 되었을 것이다. 그랬어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신화는 라이칸스로프의 신화가 아닌, 용족의 신화가 되었다.
달시의 입장에서 보면 라이칸스로프의 신화가 용족의 신화에 강탈당해 먹히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보는 기분이다. 씁쓸할 수밖에 없었다.
* * *
에리우가 말했다.
“혼자 할래.”
모르드와 파르웰이 움찔했다.
달시가 고개를 끄덕이자마자 공격할 준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에이, 참 치기 좋은 뒤통수였는데.”
심지어 케엘은 그새 백색 드라칸의 뒤로 돌아가서 기습할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그가 은신을 풀며 물러나는 것을 본 백색 드라칸은 섬뜩함을 느꼈다.
‘이놈들은 대체?’
달시만이 아니라 전원이 엄청난 괴물이지 않은가?
‘이놈들의 오만에 기대는 수밖에 없다.’
백색 드라칸은 일대일로 싸우겠다고 하는 에리우를 노려보며 생각했다.
한꺼번에 달려들 경우에 대비한 수작은 준비해두었지만, 그걸 쓴다 해도 일대일이 아니고서는 승산이 보이지 않았다.
[흥. 공교롭게도 란팔로제의 혈손인가. 잘되었다. 거부반응 없이 흡수할 수 있겠어.]에리우가 고개를 갸웃했다.
“너 란팔로제야?”
[원치 않게 란팔로제의 혈손이 되어버렸지.]“근데 어떻게 날 흡수해?”
에리우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었다.
‘에리우 란팔로제’의 조각끼리라면 본래 하나의 존재였기에 서로를 흡수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존재라면 설령 용족이라 해도 그럴 수 없었다.
에리우는 용의 피를 흡수해서 힘을 키웠지만, 그것은 그 피의 주인 되는 자들이 그것을 원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물론 지금의 나는 널 먹어치워서 흡수할 수는 없지.]백색 드라칸이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그의 말을 끊으며 푸른 벼락이 쳤다.
-용혼강림!
산산이 흩어져가는 푸른 빛 속에서 푸르게 물든 에리우의 머리칼이 휘날린다.
그것을 본 백색 드라칸의 눈이 찢어져라 크게 떠졌다.
[지금까지는… 용혼강림 전이었다고?]“아.”
문득 에리우가 중얼거렸다.
“그거, 나도 할 수 있구나.”
무슨 말을 하냐고 물을 필요는 없었다.
-백룡갑!
한순간에 두꺼운 얼음으로 만든 갑옷이 형성되어 에리우의 전신을 감쌌기 때문이다.
백색 드라칸은 경악하지 않았다. 의아해했을 뿐이었다.
어차피 자신이나 에리우나 똑같이 진룡 란팔로제의 혈손이다. 그러니 같은 이능이나 용신통을 쓸 수 있다 해도 놀랄 게 없었다.
그의 입장에선 그랬다. 하지만 다른 이들이 보기엔 아니었다.
모르드는 생각했다.
‘란팔로제의 혈손들이 쓰는 이능이나 용신통은 그냥 보기만 하면 익힐 수 있는 건가?’
사실 에리우는 용신통 백룡의를 쓸 수 있으니 백룡갑은 그리 쓸모 있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어쨌든 상대가 쓰는 걸 보는 순간 습득했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다.
‘앞으로 란팔로제의 혈손인 자들을 보게 되면 꼭 용신통과 이능을 보여달라고 해야겠군.’
그것만으로도 에리우는 강해질 수 있을 것이다.
-용신통 전개!
백색 드라칸은 에리우가 백룡갑을 쓰는 틈을 타서 공격을 가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때 뭔가가 그의 발목을 붙잡아서 강하게 잡아당겼다.
[뭐, 뭐냐?]그 힘이 너무 강해서 백색 드라칸은 땅에 처박힐 뻔했다.
아슬아슬하게 땅을 짚어 쓰러지는 것을 면한 그는 곧 얼음으로 이루어진 손이 자신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직후 섬뜩한 예감이 들었다.
꽈광!
에리우가 냅다 집어던진 별방망이가 그의 머리통을 강타했다.
[컥……!]일순간 눈앞에 별이 보였다.
하지만 그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뒤따라서 뛰어든 에리우의 발차기가 휘청거리는 그의 머리통을 한 번 더 때렸다.
그리고 허공에서 별방망이를 붙잡은 에리우가 다시금 그것을 내려치려는 순간이었다.
투학!
휘청거리는 백색 드라칸의 꼬리가 에리우를 후려갈겼다.
‘꼬리가 늘어났어.’
본래의 형태가 아니라 마치 고무줄처럼 늘어나면서 예상 못 한 궤도로 날아든 것이다.
투웅!
튕겨 나간 에리우가 땅을 주먹으로 후려갈겼다.
땅이 터져 나가며 그 반동으로 붕 떠올랐던 에리우가 자세를 바로잡고 착지했다.
[너, 설마…….]용혼강림으로 진룡 란팔로제의 힘을 끌어낸 두 용족이 서로를 노려보았다.
[…에리우 란팔로제인가?]문득 백색 드라칸이 눈살을 찌푸렸다.
“날 알아?”
[네가 진짜 에리우 란팔로제라고? 그럴 리가.]“왜?”
[흐, 하마터면 속아 넘어갈 뻔했군. 에리우 란팔로제, 진룡 란팔로제의 세 번째 화신. 그런 존재가 이렇게 멍청한 모습으로 여기 있을 리가 없지.]본래 백색 드라칸은 ‘에리우 란팔로제’에 대해서 몰랐다.
하지만 용혼강림을 통해서 그의 칠감에 그 정보가 흘러들어오고 있었다.
아마도 그와 에리우가 같은 근원으로 이어져 있기에 일종의 공명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리라.
[하지만 정말 쏙 빼닮았군. 직계 자손이라도 되는 건가?]“…….”
에리우의 표정이 묘해졌다. 자신에게 이런 식의 추측을 이야기한 상대는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자손.’
돌이켜 보면 에리우는 누군가의 자손으로 취급받은 적이 없었다.
진룡은 부모 없이 세상을 걷는 자.
그녀의 본원인 진룡 란팔로제 또한 부모가 없었으며, 그 화신인 에리우 또한 마찬가지였다.
에리우는 진룡 란팔로제의 자손이 아니라 그녀의 일부였다.
“아니야.”
[뭐가 말이지?]“난 에리우 란팔로제의 자손이 아니야. 과거에 에리우 란팔로제였던, 에리우야.”
[말장난이라도 하자는 거냐?]백색 드라칸은 눈살을 찌푸렸다.
에리우와의 공명을 통해서 그에게 흘러들어온 정보는 파편화되어 있었다. 전혀 구체적이지 않았기에 에리우의 말에 숭숭 뚫린 구멍을 메꿔서 진실을 유추하기 힘들었다.
[…하긴 상관없는 일이다. 어쨌든 이렇게 된 이상 뒷일을 생각하며 뭘 아낄 때가 아니군. 와라!]백색 드라칸이 하늘을 보며 외쳤다.
그러자 던전 안에서 격렬한 변화가 일어났다.
아직 살아 있던 도시의 주민들이 전부 일렁거리는 새하얀 빛으로 화해서 백색 드라칸에게 날아온 것이다.
[음?]백색 드라칸이 눈살을 찌푸렸다.
“대비해 두길 잘했군요.”
파르웰이 살짝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생존자들은 자기가 누구인지조차 까맣게 잊어버린 채로 정신을 완전히 지배당하고 있는 상태였다. 생사여탈권 또한 백색 드라칸에게 쥐어져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래서 전부 제압한 다음 외부의 연결을 차단하는 결계를 치고 세데아와 리온이 그 옆을 지키고 있었다.
“직접 먹어치우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제물로 삼아서 힘을 뽑아내는 거야 얼마든지 가능할 테니까요.”
장기적으로는 저들을 던전의 부품으로 유지하는 게 나을 것이다.
하지만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에서 장기적 이득 따위 알게 뭔가?
“에리우도 그런 식으로 흡수하려고 한 거겠죠. 정확히는 우리 모두겠지만.”
백색 드라칸 입장에서 도전자를 실패시켜서 던전의 주민으로 만드는 것은, 말하자면 밥상을 차리는 과정이나 다름없다.
일단 던전의 주민으로 만들고 나면 언제든지 먹어치울 수 있는 것이다.
“칭찬 감사합니다.”
파르웰이 빈정거렸다.
[조금 전까지와는 다를 거다!]주민들을 구현하던 힘을 모두 흡수한 백색 드라칸의 눈이 새파랗게 불타올랐다.
마력이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깊어지고 있군.”
그 모습을 본 모르드가 중얼거렸다.
단순히 던전 주민들을 구현하느라 흩어놓았던 힘을 집약해서 강해진 게 아니다.
용혼강림의 동조율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백룡노호!
다시금 용신통이 폭발한다.
순백의 냉기 파동이 퍼져 나가는 가운데…….
[아니?!]얼음으로 만들어진 방망이가 그것을 뚫고 날아들었다.
꽈광!
얼음으로 만든 별방망이가 백색 드라칸을 강타했다.
그리고 그 뒤를 따라서 에리우가 뛰어든다.
[큭……!]백색 드라칸이 입을 벌렸다.
화아아아아악!
그러자 백색의 불길이 뿜어져 나갔다.
불꽃의 형상을 하고 있지만 그것은 닿은 것을 얼려버리는 빙결의 숨결이다.
다른 용족보다 더욱 용에 가까운 드라칸은 권능이 담긴 숨결로 적을 공격할 수 있었다.
한 방향으로 집중된 그 위력은 매우 강력했다.
그러나 상대는 에리우였다.
-백룡노호!
극초음속의 냉기 파동이 작렬했다.
백색 드라칸의 그것과는 다르다. 전 방향이 아니라 한 방향으로 집중되어 부채꼴로 쏘아져 나갔다.
콰아아아아아!
숨결과 용신통이 충돌한다.
그리고…….
[이건… 말도 안 돼……!]닿는 모든 것을 얼려 버리는 하얀 불꽃의 숨결이, 이글거리는 형상 그대로 얼어붙는다.
그렇게 숨결을 얼음기둥으로 바꿔버린 에리우의 냉기 파동이 그대로 백색 드라칸을 덮쳤다.
‘이건 설마… 정말로?’
용혼강림의 동조율이 높아질수록, 칠감을 통해 더 많은 정보가 파편화되어 떠오른다.
그것은 지금 자신이 당한 용신통에 대한 정보였다.
‘진정한 백룡노호.’
닿기만 하면 태양조차 얼려 버릴 수 있다고 하는 초월적인 힘.
자신이 다루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진룡 란팔로제의 세 번째 화신 ‘에리우 란팔로제’만이 쓸 수 있었던 용신통의 원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