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tra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913)
엑스트라가 너무 강함 913화
제275장 기둥의 진실
비에트와 네쉬탐, 두 개의 도시가 파괴당한 일은 곧바로 인근의 모든 단죄자들에게 알려졌다.
이 지역을 담당하는 수확자들은 사태가 대단히 심각함을 인지했다.
예전에도 적들이 후방을 교란해 보겠다고 침투해서 파괴공작을 벌이는 일은 있었다.
그런 파괴공작의 규모는 작았다. 단죄자들 입장에서 보면 가끔 나타난 모기가 한 번씩 물어서 짜증 나는 수준이었다.
이번 일은 차원이 달랐다.
도시 두 개, 그것도 옛 호데인 왕국령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던 전략적 요충지가 철저하게 파괴당했다.
어느 정도 피해를 입은 수준도 아니고 완벽하게 초토화되어서 폐허로 변해버린 것이다.
“어이가 없군.”
머리를 밀어버린 수확자 하쿠룬은 정화의 열매를 들어 씹었다.
와삭!
마치 잘 익은 사과를 씹었을 때처럼 상쾌한 소리가 울린다.
그리고 내장 안쪽에서부터 활력이 차오르는 기분이 든다.
멋진 기분이다. 이것은 단죄자를 위해 축산업으로 생산되는 고기를 먹는 것으로는 얻을 수 없는 만족감이다.
인간의 영혼을 위해 만든 식물 형태의 변종 단죄자에게서 얻은 열매에서만 얻을 수 있는 영적인 만족감.
[그렇습니다. 정말 어이가 없어요. 뭐 이런 놈들이 다 있지?]전신을 비추고도 남을 정도로 커다란 거울에 멀리 떨어진 곳이 비춰지고 있었다.
그것은 실시간 통신 장치로 쓰이는 거울이었다.
수확자 하쿠룬은 옛 호데인 왕국령에 자리한 수확자 중 하나와 통신기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근데 무슨 일로 연락하셨습니까? 전달할 건 다 전달한 거 아니었던가요?]상대 수확자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수확자들 사이에서도 신분 고하는 있었다.
성스러운 땅이라고 불리는 남대륙 출신이며, 남대륙을 대표하는 제국 중 하나 쿠름 제국의 황손이었던 신족 하쿠룬은 수확자들 중에서도 높으신 분으로 존중받았다.
“아, 클론 마법사들에게 추가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었거든.”
[클론이라, 몇 번이나 들어도 생소하군요.]“그렇지. 나도 현세의 인간이 이런 걸 만들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으니까. 신의 피는 옅어졌어도 대마법사의 힘은 여전한 모양이고.”
[음?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클론을 만든 카리안이라는 마법사에 대해서 말하라고 하니까, 어느 정도 말하다가 죽어버리더군.”
[네에?]상대 수확자가 놀랐다.
“부활시키는 것에는 문제가 없었는데… 우리 일원으로 전생시킨 후에도 특정한 정보를 누설하는 것에 대한 금제가 작동하더라고?”
[아니,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도통 어떤 원리로 그렇게 되는지 모르겠어. 그 은의 피라는 놈들에 대한 정보는 술술 잘 말해주는데 카리안의 정보, 예를 들면 어떤 신의 혈손인지 같은 개인적인 정보는 말을 못 하더군.”
[그 클론이라는 것의 개념을 보면… 영혼이 이어져 있다거나 해서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아, 확실히 신과 사도의 관계 같은 것에 가까울지도 모르겠네. 근데 역시 모르겠단 말이지. 그래서 말인데, 혹시 실력 좋은 대마법사 없나? 있으면 한 명만 이쪽으로 보내줬으면 좋겠는데. 아니면 부활 순서가 밀려 있는 누군가가 있으면 내가 이쪽에서 부활시켜도 좋고.”
[아니, 하쿠룬 님. 대마법사의 부활 순서를 뒤로 밀어두고 있을 리가 없지 않습니까?]“하긴 그렇지? 그냥 말해봤어.”
하쿠룬이 어깨를 으쓱했다.
단죄자에게 있어서 마법이란 숨 쉬듯 당연하게 가진 힘이다. 하쿠룬도 궁극주문을 펑펑 써댈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마족이나 고대의 신족들이 그러했듯 내장된 기능을 쓰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진정한 의미에서 마법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것은 오직 마법사뿐이다.
[놀고 있는 대마법사도 없습니다. 그 클론은 굉장히 우수한 마법사라면서요? 클론들끼리 그 문제를 연구해서 설명하게 할 수는 없습니까?]“내가 데리고 있는 클론 마법사가 셋이라서 시켜보긴 했는데, 그것도 금제가 작동하더군. 진짜 귀찮아.”
하쿠룬이 한숨을 푹 쉬었다.
“가뜩이나 일이 많아서 힘들어 죽겠는데 새로운 일이 계속 늘어나니 원.”
[거기만큼 일이 없는 곳도 없지 않습니까?]상대 수확자가 어이없어하며 말했다.
하쿠룬은 대륙 북방, 옛 아르판 제국령에 자리 잡고 있었다.
아르판 제국을 멸망시키고, 북방의 마경을 정화한 후로는 한적한 땅이다.
단죄자 세력 내에서는 나름 전략적 요충지이긴 한데, 그건 이 땅을 침식하는 저주와 관련된 부분이었다. 그것 때문에 인간적인 업무에 치일 일은 없다는 뜻이다.
그리고 가끔 바다를 통해 침투해 오는 적 특작부대도 굳이 옛 아르펜 제국령을 노리진 않았다.
워낙 광활한 데다가 춥고 얼어붙은 땅이라서 대부분은 사람이 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곳을 굳이 위험을 감수하고 노릴 이유가 있겠는가?
“대신 영혼 할당량이 많지. 그게 제일 귀찮다고. 게다가 요 근래에 주시자 군주가 몇 마리나 격침당하는 바람에 주시자 군주 발주까지 날아오질 않나.”
하쿠룬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다른 일이 없는 대신 다른 수확자들에 비해 영혼을 전생시키거나, 죽은 단죄자를 부활시키는 작업의 할당량이 많았다.
지금 통신으로 떠들고 있는 상대 수확자에 비해 3배 이상을 처리하고 있을 정도다.
[그럼 저랑 바꾸시겠습니까?]“흠. 아니, 그건 아니지. 그러고 보니 신형 주시자 군주에 대해서는 들은 게 있나?”
짜증 난다는 듯 째려보는 상대 수확자의 말에 하쿠룬이 헛기침을 하며 화제를 돌렸다.
[저도 아직은 잘……. 이번 일 때문에 상부에서도 빠른 도입을 고려한다는 분위기만 전해 들었습니다.]“이번 일 때문이라…….”
주시자 군주는 첫 개체가 만들어진 후로 지금까지 계속 동일한 설계로 만들어져왔다.
현세를 침식하는 저주의 균질화라는 역할과 공중전함으로서의 역할, 두 가지를 모두 훌륭하게 수행하는 완벽한 병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죄자들은 결코 멈춰 있지 않았다.
더 강력하게, 그리고 더 악랄하게 현세의 존재를 말살시킬 방법을 궁리했다.
기존의 주시자 군주와 다른 신형이 나오는 것은 갑작스러운 일이 아니다. 필연이다.
전에 상부의 부름을 받았을 때 본 신형 주시자 군주들의 설계를 떠올리던 하쿠룬은 문득 생각난 것을 말했다.
“아, 그러고 보니 이놈들은 정말 일을 잘하더군.”
[음? 이놈들이라면… 그 클론 마법사라는 것들 말입니까?]“그래. 이놈들 일을 진짜 잘해. 마법사라서 똑똑해서 그런가 싶었는데, 생각해 보니 마법사라고 업무를 잘하는 건 아니잖나?”
[그렇긴 하죠.]“이놈들은 물자든 인력이든 관리하는 일에 이골이 난 것 같아. 내 부하들하곤 비교도 안 되고 내가 하던 일도 좀 시켜봤더니 다 알아서 해주더라? 내가 하던 것보다 훨씬 나아서 그냥 다 맡기고 난 확인만 하는 중이야. 어디서 이런 걸 배웠냐고 했더니 원래 하던 일이 이런 거였다던데.”
[…….]“카리안이란 놈은 훨씬 잘한다는군. 혼자서 자기들 백 명분의 일을 처리한다는데, 아무리 그래도 그건 과장이겠지만 탐나는 인재야. 이 땅을 다 먹고 나서 저쪽을 정화하러 가면 최우선적으로 전생시켜서 우리 밑에서 굴려야 하지 않을까?”
[…저도 한 명만 나눠주십시오.]상대 수확자가 한숨을 푹 쉬었다.
강한 전사는 많아도 업무처리능력이 뛰어난 인재는 그리 흔하지 않았다.
특히 단죄자로 전생하는 인재 대부분이 전투적인 역량이 뛰어난 자들이다 보니 더욱 그렇다. 동대륙의 국가들에서 행정 업무를 처리하던 인력 대부분은 영혼 없는 그릇이 되어버려서 생전의 능력을 잃어버린 것이다.
이것은 에앗탐의 영주 바쉬에탐이 전투능력이 없음에도 높은 평가를 받았던 이유이기도 했다.
사실 바쉬에탐의 평가는 그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높아서, 별일 없이 에앗탐을 다스렸다면 좀 더 시간이 지난 후에는 아예 옛 호데인 왕국령 전역을 다스리는 총독으로 임명되었을 가능성이 높았다.
물론 모르드 일행에게 그의 영혼이 구원받은 지금은 사라져 버린 가능성이지만.
“유감스럽게도 귀하게 보호해야 할 기밀 지정 존재라서 안 되겠군. 문제가 가라앉고 나서 요청해 보면 될지도 모르지.”
[젠장.]상대 수확자가 투덜거렸다.
[그거 자랑하시려고 연락하셨습니까?]“아니, 경고해 주려고.”
[경고라고요?]“클론 마법사들에게 그 서대륙에서 온 놈들에 대해서 정보를 계속 캐봤거든. 모르드 일당이라고 하더군.”
모르드의 영혼 구하기는 단죄자들에게는 영혼을 강탈해가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이 땅을 침공한 지 55년째에 이르도록 한 번도 나타난 적이 없는, 새로운 형태의 대적자.
그렇기에 영혼 강탈자라는 위협적인 별명이 붙었다.
“그래. 지금까지 강탈당한 영혼이 어느 정도지? 내가 마지막으로 들었을 때는 300은 안 됐던 것 같은데…….”
[아직 집계가 끝나지 않았긴 합니다만, 천 명은 훨씬 넘었습니다.]“뭐? 벌써?”
[비에트와 네쉬탐을 초토화시키는 과정에서 강탈해간 영혼을 합치니 그렇게 됐습니다. 아무래도 점점 영혼을 강탈하는 능력이 강해지는 것으로 추정됩니다.]“위험하군. 그럼 아직 능력의 한계가 어느 정도인지 모른다는 뜻이니…….”
신음처럼 중얼거린 하쿠룬이 말했다.
“아무튼 클론 마법사들은 그 모르드 일당에게 하도 당한 게 많아서 그런지 놈들에 대해서 여러 가지를 들을 수 있었거든. 놈들의 선택은 항상 파격적이고 공격적이니, 상식적으로 판단하고 방심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충고하더군.”
[그렇게 말씀하시는 의미는 설마……?]“놈들은 동쪽 놈들의 특작부대가 아니니, 그 행동을 후방을 교란하겠다느니 하는 전략적 합리성으로 이해하면 안 된다는 거지. 수확자를 죽여 버리겠다고 공격해 와도 이상할 게 하나도 없는 일이야.”
[호오, 재미있군요. 제발 그래 줬으면 좋겠습니다만…….]상대 수확자가 차갑게 미소 지었다.
수확자가 거하는 지역은 일종의 성역이었다.
수확자로 선택받는 조건은 전투능력과는 관계가 없기에, 수확자의 전투능력은 천차만별이다. 그들 중에는 영주 바쉬에탐이 그랬듯이 본인의 전투능력은 형편없는 이도 있었다.
그럼에도 성역에 거하는 수확자가 살해당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성역 밖에서 살해당한 적은 몇 번 있지만, 성역에 거하는 수확자는 무적이다. 55년째에 접어든 전쟁의 역사가 증명하고 있었다.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지면, 당할 리는 없겠지만 피해는 입겠지. 그러니 모두에게 경고하고 대비하도록.”
[알겠습니다. 하쿠룬 님은 그럴 필요도 없으시니 편하시겠군요.]“부러우면 처음부터 이런 한적한 곳으로 발령 나고 싶다고 희망하지 그랬나?”
[여기도 제가 발령 날 때는 제법 한적한 곳이었습니다. 어쨌든 일단 호데인 전체 포위망을 구축해서 사냥에 들어간 상황입니다만… 그것과는 별개로 성역 공격을 방비하겠습니다.]* * *
식량 생산 기지 비에트와 광산도시 네쉬탐, 두 개의 도시가 초토화된 것은 단죄자들에게 거대한 충격을 안겨주었다.
이만한 피해를 입어본 것이 대체 얼마 만인지 기억도 잘 안 날 지경이었으니까.
전쟁 초기라면 모를까, 단죄자들의 전력은 나날이 강해지고 적이 그들의 후방에 침투하여 작전을 벌이는 난이도는 나날이 상승했다.
그런데 이런 말도 안 되는 피해를 입게 되다니?
당연히 그들은 이런 짓을 벌인 적들을 순순히 놔줄 생각이 없었다.
옛 호데인 왕국령 전역을 포위하는 거대한 포위망이 구축되었다.
일국의 영토를 포위하는 말도 안 되는 규모의 포위망이다. 단죄자 세력이 아니라 인간 왕국이었다면 이런 짓은 시도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단죄자들도 옛 호데인 왕국령의 병력만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인접한 다른 옛 국가 지역에 있는 병력들까지 이 포위망을 구축하는 데 동원되었다. 이 상태에서 포위망을 점점 좁혀가는 것으로 모르드 일행을 확실하게 잡겠다는 의지였다.
“진짜 병력 하나는 무한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군요.”
멀리 보기 마법으로 상황을 살핀 파르웰이 혀를 내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