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tra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912)
엑스트라가 너무 강함 912화
빠르게 식량 생산 기지 비에트를 파괴한 모르드 일행은 곧바로 다음 목표, 광산도시 네쉬탐으로 향했다.
단죄자들 입장에서는 완전히 허를 찔렸다.
해안 봉쇄선을 돌파해서 남쪽 바다로 빠져나간 줄 알았던 모르드 일행이 갑자기 비에트를 강습했으니까.
그리고 단죄자들이 미처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350킬로미터나 떨어져 있는 네쉬탐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 사이에 다른 도시가 있기 때문에, 설마 비에트가 초토화된 지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서 네쉬탐이 급습당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하리라.
무엇보다 이것은 단죄자 입장에서 완전한 미지의 경험이었다.
그들은 주시자 군주와 주시자라는 공군 전력을 정규 편성해서 쓰고 있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땅에 내려오지 않고 계속 하늘을 고속으로 날 수 있는 공중요새를 이용한 병력 운반.
동대륙의 국가들 중에 그 기동성을 따라올 수 있었던 이들은 없었다.
심지어 단죄자 최후의 적이라고 할 수 있는 자들, 오랫동안 중앙집권체제로 운영되며 통일된 병력 운용을 연마해온 온누리 제국군조차 기동성에서는 그들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하지만 모르드 일행의 기동력은 그들조차 상대가 되지 않는다.
모르드가 세계 파편 6개를 변질시켜 저주를 방어하는 지금, 공간왜곡장을 이용한 이동속도는 월등히 빨라져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아주 대담한 방식으로 이동하고 있기도 했다.
더 이상 지상에 붙어서 이동하는 게 아니라 구름 아래쪽, 2킬로미터 가까운 고도로 날아올랐다가 낙하하는 방식을 쓰고 있었던 것이다.
서대륙에서 했던 것처럼 고고도까지 올라가서 이동하는 것보다야 못했지만 기존의 방식보다는 훨씬 시야 확보가 쉽고 빠르다.
이렇게 대담하게 이동할 수 있는 이유는 간단했다.
“못 알아차리는군.”
적들이 모르드가 그렇게 날아서 이동하는 걸 보면서도 알아차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군요. 500미터 거리에서는 확실히 모르고 지나칩니다. 더 가까이 가서 시험해 보고 싶은데…….”
파르웰이 재미있다는 듯 미소 지었다.
모르드가 핀잔을 주었다.
“그럴 때가 아니다.”
“알고 있습니다. 아쉽지만 네쉬탐을 박살 낼 때까지는 참을게요.”
파르웰이 어깨를 으쓱했다.
이것은 대술법사 바렌쉬엔 서림이 준 은신의 부적 효과에 파르웰의 환영 주문이 더해진 결과였다.
주시자 군주를 500미터 거리로 지나가고 있는데도 전혀 존재를 들키지 않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단순한 환영 주문이 아니다.
그랬다면 단죄자와 그들의 괴물 병력의 눈은 속여 넘겨도 용족 언데드 술법사에게는 들킬 수도 있으니까.
지금 파르웰이 모르드와 그 자신의 모습을 감추기 위해 쓰고 있는 것은, 그동안 술법사들과 함께 연구하여 만들어낸 성과였다.
아직 본래 특기로 삼았던 환영주문 전체를 개량하지는 못했지만 이렇게 은신을 목적으로 펼칠 때는 술법사의 감각도 속여 넘길 수 있었다.
‘서림.’
모르드는 죽음을 앞두자 적의와 증오를 내려놓고 자신에게 동대륙의 운명을 부탁했던 바렌쉬엔 서림의 마지막 모습을 떠올렸다.
그들이 서대륙에서 저지른 일은 용서할 수 없다.
란팔로제를 용서하는 일도 없으리라.
‘네가 걱정하던 온누리의 백성만은 우리가 구해주마. 그러면 네 유산을 받은 값 정도는 해내는 셈이겠지.’
하지만 적어도 그들이 무슨 짓을 해서라도 지키고 싶어 했던 존재, 온누리의 백성들만은 지켜낼 것이다.
* * *
옛 호데인 왕국령의 단죄자들이 비에트에서 일어난 상황을 미처 파악하기도 전에, 350킬로미터나 떨어진 곳에 있는 네쉬탐이 공격당했다.
“양동작전이었나?”
폐허가 되어버린 비에트에 집결한 단죄자들은 당황을 금치 못했다.
비에트가 공격받고 있으며, 상황이 심각하다는 소식을 듣고 날아온 주시자 군주들이 속속 도착하는 중이다.
그런데 평소의 궤도를 틀어서 이곳으로 날아온 그들이 다 모이기도 전에 네쉬탐이 공격당했다는 소식이 들려오다니?
어떻게 봐도 적이 비에트로 눈길을 모아서 병력 공백을 만들어낸 다음 네쉬탐을 찌른 것으로 보였다.
“젠장. 당장 간다! 오고 있는 놈들은 다 네쉬탐으로 기수를 돌리라고 해!”
단죄자들은 급히 주시자 군주를 타고 네쉬탐으로 향했다.
그러나…….
* * *
‘뭐라고 해야 할까.’
그림자 엘프 니스카는 생각했다.
‘과거의 내가 이런 소리를 들으면 배불러 터진 소리라고 욕할 것 같지만… 이건 좀 뭔가, 뭔가 아닌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도시 곳곳에서 재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폭음이 울려 퍼지고, 비명이 들려오고, 그리고 인간보다 월등히 질긴 목숨이 끊어진 단죄자의 몸이 저주의 재가 되어 날아오른다.
지금 이 순간에도 단죄자들의 목숨이 스러지고 있다.
혼자서는 감히 얼씬거릴 수도 없었던 도시가 항거할 수 없는 재난에 박살 나는 가운데, 그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과정이 너무 간단해서 현실감이 들지 않았다.
절대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복수의 기회였는데, 이렇게 쉽게 달성해도 되는 건가?
니스카는 그런 혼란스러운 기분으로 언데드 한 명과 마주하고 있었다.
[니스카? 아직 살아 있었는가!]뼈만 남은 엘프 언데드였다. 그 위로 엘프 여성의 모습이 투명한 환영처럼 일렁이고 있었다.
그 환영은 니스카가 잘 아는 누군가의 모습이었다.
“초드나.”
니스카의 스승이었으며, 그를 제외하면 일족 최강으로 불렸던 여자.
그리고 일족 멸망의 원흉.
“만나고 싶었다.”
니스카가 검을 겨누었다.
[다 죽어가는 몸으로 나를 죽이겠다고 온 거냐?]“며칠 전까지만 해도 정말 다 죽어가는 몸이었지만 지금은 좀 싸울 만하다.”
니스카는 농담처럼 진심을 말했다.
모르드 일행을 만나고 불과 나흘이 지났을 뿐이다. 하지만 그 나흘 동안 그들이 주는 식사를 세끼 꼬박꼬박 챙겨 먹고, 단죄자의 습격을 걱정하지 않고 푹 잔 것만으로도 급격히 몸이 회복되었다.
물론 아직도 쇠약해질 대로 쇠약해진 상태였다. 하지만 저 증오스러운, 그러면서도 가련한 스승을 해방시켜 주기 위한 싸움은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복수는 살아남은 자의 의무지.”
[터무니없는 오해로군.]“뭐?”
생전의 초드나는 위기에 처한 동족들을 구하기 위해 단죄자들 사이로 몸을 던져 싸웠고, 결국 죽음을 맞이했다.
하지만 단죄자들을 상대로 존귀한 희생이란 있을 수 없었다.
단죄자들은 초드나의 죽음을 모욕하여 그를 언데드로 되살려냈다.
그리고 저주에 의해 가치관이 뒤바뀐 초드나는 마을을 지키는 모든 비밀을 낱낱이 단죄자들에게 밝혔고, 결국 마을은 몰살당하고 말았다.
“너……!”
[너의 스승이었던 자로서, 너 또한 올바른 길로 이끌어주마. 그런데…….]초드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물었다.
[…저것들은 대체 뭐냐?]숙명적인 인연으로 이루어진 대결의 장이다.
그럼에도 이 싸움에만 온전히 몰입하지 못하고 주변을 가리키며 물을 수밖에 없었다.
그야 그럴 만도 했다.
“그쪽 용광로 꽤 튼튼한데? 내가 부숴줄까?”
“신경 꺼!”
케엘의 빈정거림에 발끈한 리온이 더욱 마력을 끌어올려 주먹을 내질렀다.
꽈광! 꽈아아아아앙!
사람이 주먹질을 하는데 거대한 제철소가 박살 나고 쇳물이 사방으로 튀어 오른다.
-멸살의 섬광 7문!
파르웰이 날아오르며 쏘아낸 굵직한 섬광 일곱 줄기가 마치 끝없이 뻗어 나간 검처럼 도시 곳곳을 베어 넘긴다. 그 궤적으로부터 고열이 폭발하며 사방을 불태운다.
왕왕!
라그나스가 단죄자들의 마법을 봉쇄하고, 카운터를 날려 그들을 하나하나 작살 내간다.
파지직! 파지지지지직!
은빛 뇌광을 두른 달시가 질주하며, 그 궤적에 거려드는 모든 적을 격파한다…….
“괴물 같으니……!”
단죄자의 비명이 울려 퍼진다.
이 도시를 수호하는 최강의 전사이기도 한 네쉬탐의 영주가 모르드에게 제대로 손도 못 써보고 박살 나고 있었다…….
[대체 어디서 저런 놈들을 데려온 거냐?]“음.”
니스카는 머리를 긁적였다.
눈앞의 원수에게만 몰입하고 싶은데,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다.
“데려온 건 아니고… 저분들이 나를 여기로 데려다주셨지.”
니스카는 쓴웃음을 지었다.
“이게 맞나 싶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감사해라, 초드나, 나의 원수이며 경애했던 스승이여.”
그가 검을 들어 초드나를 겨누었다.
“초라하고 무력한 나는 그저 너를 쳐 죽이는 것만 생각했지만…….”
불길에 휩싸여 파멸해가는 도시 한복판에서, 죽음을 모욕당한 스승과 살아남은 제자가 동일한 검술을 펼쳐 격돌했다.
“저분들은 네 영혼까지 구해주신다고 하니까!”
니스카는 그 사실에 슬픔과 환희를 동시에 느끼며, 쇠약해진 몸에 존재하는 모든 힘을 끌어내어 초드나에게 공세를 퍼부었다.
제자와 스승의 사투가 결말에 도달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 * *
“살아 있나?”
불길에 휩싸인 도시 한복판에서, 모르드가 툭 던지듯이 물었다.
그러자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져 있던 니스카가 눈을 떴다.
“…어떻게 목숨이 붙어 있긴 합니다.”
“먹여줘야 하나?”
모르드가 물약 병을 들어 보이며 묻자 니스카는 쓰러진 채로 바람정령을 소환하여 그것을 받아오게 했다. 그리고 바람정령의 손으로 치료 물약을 상처에 뿌리고, 남은 것은 마시자 상처가 지혈된다.
“저걸 부탁합니다.”
그가 힘겹게 손가락을 들어 올려 가리킨 것은, 작은 바위덩어리처럼 보이는 무언가였다.
모르드는 그것이 대지정령을 이용해서 한 덩어리로 압축시킨 흙과 암석 덩어리라는 사실을 알아보았다.
몸이 다 박살 나고 머리만 남은 초드나를, 저런 형태로 봉인한 것이다.
인간이었다면 죽었을 상태지만 언데드라면 저런 상태로도 봉인이 성립하니까.
“원수는 갚았나 보군.”
“아마도…….”
니스카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스승을 뛰어넘은 제자였다. 그리고 언데드가 된 초드나는 신성을 잃었기에 생전에 비해 명백히 기량이 하락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니스카 또한 오랜 절망과 굶주림 속에서 쇠약해진 몸이었다. 이길 수 있다는 자신은 전혀 없었다.
그럼에도 고집을 부려서 초드나와 일대일로 싸운 것은, 그러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다.
죽든 살든 그녀와의 결판만은 자신의 손으로 내야 했다. 그러지 않으면 더 이상 살아갈 자신이 없었다.
“잘 모르겠군요.”
모르드가 추가로 던져준 회복 물약을 마신 니스카는 겨우 몸을 일으키며 한숨을 내쉬었다.
과연 자신은 복수를 했다고 할 수 있는가?
죽음을 각오하고 싸워서 이긴 것만으로 충분한가?
“적어도 당장 죽고 싶어서 견딜 수 없다는 기분이 사라졌다면 그걸로 됐다.”
모르드의 말에 니스카는 흠칫해서 그를 바라보았다.
“오늘 전투에 참가하기 전의 당신은 그런 눈을 하고 있었으니까.”
니스카는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자신보다 한참 어린 인간에게 속내를 읽혔다는 사실에 부끄러운 기분이 들었다.
“봐라.”
모르드는 초드나를 봉인한, 어른 몸통만 한 바위를 한 손으로 들어 올리더니 그대로 손에 힘을 주었다.
콰작!
손아귀를 통해 발한 오러가 바위와 그 안에 봉인되어 있던 초드나의 머리까지 통째로 산산조각 내버렸다.
동시에 니스카의 칠감이 속삭였다.
‘영혼이 움직였다.’
초드나의 영혼이 모르드의 안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그렇게 사라져가는 영혼에서는, 조금 전까지 느껴졌던 불쾌한 악취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초드나는 구원받은 겁니까?”
“그래.”
“…….”
“미안하군. 좀 더 뚜렷한 형태로 실감하게 해주고 싶지만 내 권능은 아직 미완성이거든. 내가 이 영혼과 대화하는 건 가능했어도 당신과 대화하게 해주는 건 불가능했다.”
“…아니, 사과하지 마십시오. 그럴 일이 아닙니다.”
니스카는 뭐라고 형용할 수 없는 기분에 사로잡혀 얼굴을 감싸 쥐었다.
300년 가까운 긴 세월을 살아왔건만 지금 그를 사로잡은 감정은 너무 생소했다. 도대체 이 감정을 무엇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힘들었다.
“마무리는 우리한테 맡기고 빠져나가서 쉬도록. 마음이 좀 정리되고 나면 부탁하고 싶은 게 있다.”
“부탁?”
“무리한 부탁은 아닐 거다.”
모르드는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날아올랐다.
광산도시 네쉬탐이 완전한 폐허로 변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