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tra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926)
엑스트라가 너무 강함 926화
신성이 완성된 자일수록 마투술을 익히는 것도 쉬운 법이다.
마투술의 본질은 가지지 못한 자들의 기술이기 때문이다. 신성도, 마력도 가지지 못한 자들이 가진 자들을 모방하는 기술.
역설적인 일이지만, 그렇기에 가진 자들이 마투술을 익힐 경우 가지지 못한 자들과는 출발점이 달랐다. 가지지 못한 자들이 한참 동안 고련해야 도달할 수 있는 지점에 시작부터 도달해 있었다.
물론 출발점이 유리할 뿐, 마투술을 궁구하는 재능은 별개의 문제였다. 강대한 권능을 타고났다고 해서 반드시 탁월한 전사나 마법사가 될 수 있는 건 아니듯이.
케엘은 그런 현실의 상징이나 다름없었다.
모르드를 만난 후로 여러 차례 신화적인 경험을 하면서 신성을 얻었고, 종족이 바뀌었으며, 신성 완성자가 되기까지 했으니까.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마투술사로서도 극적인 성장을 했다.
모르드와 처음 만났을 때의 케엘은 숙련된 전사였지만 마스터급 마투술사는 아니었다. 오러를 터득하는 것만 해도 꽤 아득한 일로 여겼던 것이다.
그랬던 케엘이 불과 4년여 만에 오러의 3단계를 수행하는 몸이 되었으니, 일반적인 기준으로 보면 그것은 천재라는 찬사조차 부족한 초고속 성장이었다.
문제는 동료들의 성장이 비범하다 못해 비상식적이었다는 점이다.
모르드는 그렇다 치고 달시와 리온도 마치 4년을 40년처럼 보내며 성장해왔다. 그것도 범인의 40년이 아니라 천재의 40년이라도 되는 것처럼.
한때 케엘은 그 사실에 열등감을 느껴 괴로워했다. 하지만 란츠의 양심 챙기라는 충고 덕분에 어느 순간 그런 마음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물론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었다. 리온이 그를 놀려대는 게 한두 번이어야 말이지.
열등감에 몸부림치는 것을 그만뒀다뿐이지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언젠가는 해내고야 만다.’
그런 마음으로 꾸준히 노력해왔다.
다만 그 노력의 정도가 리온이나 달시보다 못하다는 것도 인정했다.
마투술에 모든 노력을 퍼부을 수 있는 그들과 달리 자신은 다양한 능력을 가진 만큼 그 모든 것을 잘 다룰 수 있는 노력을 해야 했으니까.
‘이런 식으로 절망의 벽이라는 걸 넘게 될 줄은 몰랐지만…….’
마녀의 지식을 계승하여 대마법사가 되는 것이 마투술사로서 절망의 벽을 넘는 것으로 이어질 줄이야, 정말로 인생은 예측불허였다.
절망의 벽을 넘는 과정은 정말로 마투술에 대한 노력과는 아무런 관련도 없었다.
일데르바 일족의 근원을 이루는 거대한 불길을, 한 엘프를 일족으로 변화시킬 정도의 작은 불씨로 나누는 과정.
그리고 그 불씨를 한 엘프에게 전하여 그의 본질을 변화시키는 과정.
그것을 수십 번, 수백 번 되새기다 보니 어느 순간 그토록 막막하게만 보였던 절망의 벽 너머에 도달해 있었다.
모르드가 몇 번이고 말해준 극성증폭의 요체, 오러의 본질을 깨닫고 다루는 능력을 일데르바 일족의 전혼사로서의 경험으로 터득한 것이다.
우우우우우우!
말문이 막힌 니스카의 앞에서 케엘의 마력이 폭증했다.
오러의 4단계
오러 극성증폭(極性增幅)
극단적으로 다른 두 가지 성질로 분리된 케엘의 오러가 서로 반응함으로써 폭발적으로 증폭되었다.
니스카가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었다.
“시작도 하기 전에 필요 없는 존재가 되고 말았군요.”
“에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아직 가르쳐 주실 거 많이 남았잖아요? 넘어야 할 벽이 이거 하나뿐인 것도 아닌데.”
“그렇군요. 여기서 멈추실 분은 아니겠지요.”
니스카는 피식 웃었다.
“하지만 이제는 제가 가르쳐드리는 것보다 배워야 할 게 많을 것 같기도 합니다. 마음 같아서는 모든 능력을 발휘해서 겨뤄보고 싶은데 그럴 수 없는 게 유감이군요.”
단죄자들의 눈을 피해 숨어야 하는 입장이니 어쩔 수 없었다.
아투스의 보물고 안 공간도 꽤 넓은 공간이긴 하지만 그건 사람들이 지내는 공간으로서 그런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 지내는 곳에서 정령의 군세로 주변을 초토화시켜가며 싸울 수도 없는 노릇이고.
아쉬워하는 니스카에게 케엘이 씩 웃어 보였다.
“그건 걱정 마세요. 마침 니스카, 당신을 위해 하나 준비해 왔거든요.”
“네?”
“이게 뭔지 아세요?”
케엘의 손에서 영롱한 빛의 파편이 떠올랐다.
* * *
케엘이 니스카에게 세계 파편을 하나 나눠줄 수 있었던 것은 최근에 획득한 세계 파편이 꽤 많았기 때문이었다.
옛 아르판 제국령에는 많은 신비가 잠들어 있었다.
땅은 넓고, 사람은 적었다. 혼돈의 시대가 도래했을 때는 이미 단죄자들에 의해 멸망해 있었다.
신화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그럼에도 파르웰은 의아함을 느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군요.”
“뭐가?”
리온의 물음에 그가 말했다.
“너무 많아요.”
“음?”
“세계 파편이 너무 많이 남아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옛 아르판 제국령에 진입한 후로 두 개의 유적, 두 개의 던전을 공략했다.
세계 파편은 유적과 던전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여러 가지 이유로 땅속 깊숙한 곳에 묻힌 신족의 시신과 파괴된 무구를 발굴하고, 화장해 주는 것으로 얻기도 했다.
신화부터 수천 년 동안 얼음호수 밑에 봉인되어 있던 괴물을 풀어주고, 덤벼드는 괴물을 처치하는 것으로 얻기도 했다.
“신들께서 알려주신 것은, 처음부터 확실한 걸 가르쳐 주셨으니까 그렇다 치죠.”
하지만 일행은 그것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유적의 기록이나 신족의 시신에 남긴 단서를 해석하여 신들이 알려주지 않은 것까지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그렇게 찾아낸 것이 얼음호수 밑에 봉인되어 있던 괴물이었다.
“단순히 땅이 넓고 사람이 적어서라고 하기에는 너무 많이 남아 있는 느낌이란 말이죠.”
심지어 신들이 알려준 것들도 아직 다 찾아낸 게 아니었다. 일행이 옛 호데인 왕국령에서 해낸 일이 워낙 엄청났기에, 신들도 그만큼 많은 것을 보상으로 알려주었던 것이다.
“단죄자들이 세계 파편 탐색을 하고 있다면 이렇게 많이 남아 있을 수가 없을 것 같은데…….”
파르웰이 느끼는 위화감의 정체는 그것이었다.
단죄자들은 아르판 제국을 멸망시켰고, 그들을 괴롭히던 북방의 마경까지 없애 버렸다.
그 과정에서 아르판 제국의 모든 사람들의 영혼을 수집하여 단죄자로 만들었으니, 그들이 알고 있던 신화의 흔적에 대한 단서 또한 수집했을 것이다.
설령 문서나 유물의 기록은 유실되었다 해도 사람들의 기억을 모으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분명한 단서를 얻을 수 있었을 텐데 왜 이렇게나 많은 세계 파편이 그들의 손에 넘어가지 않고 남아 있는 것일까?
‘루니아의 신전 때부터 느낀 위화감이 사라지지 않는다.’
그때부터 파르웰은 이 땅만 단죄자들의 손길이 기이할 정도로 허술하다고 느꼈다.
리온이 좀 생각해 보더니 말했다.
“음……. 적을 얕보는 건 그리 좋은 태도는 아니지만, 그냥 무능해서 그런 거 아닐까? 인류에 대한 전쟁 수행 능력과 세계 파편을 찾아내는 능력은 완전히 별개잖아?”
“그거야 그렇긴 합니다만…….”
파르웰은 그 의견이 일리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석연치 않은 느낌을 지워 버릴 수가 없었다.
그것이 이 땅을 지배하는 수확자 하쿠룬의 게으름에서 비롯된 문제라는 것을, 지금의 파르웰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 * *
서둔에 이어 니스카가 모르드의 심상 세계에 발을 들였다.
일데르바 일족이 되면서 더 이상의 회복 기간이 불필요해진 그는, 곧바로 모르드 일행의 훈련에 참가했다.
하지만 이런저런 훈련에 앞서서 리온, 달시, 모르드와 순차적으로 한판씩 붙어보길 희망했고 다들 기꺼이 받아주었다.
이 세 번의 대련은 각각의 양상, 그리고 종료되기까지의 시간이 극단적으로 달랐다.
리온과의 대련은 아주 길었다. 너무 길었다.
“헉, 헉……. 졌습니다.”
마투술사로서의 경지는 니스카가 리온보다 우위였다. 니스카는 마을이 파멸하기 수십 년 전에 초진동 오러를 터득하여 각각의 영역을 깊이 연마했고, 그 후로 단죄자들을 피해 살아남는 과정에서 공명권역까지 터득했으니까.
하지만 그는 결국 리온의 무지막지한 방어능력을 넘어서지 못했다.
두 시간 넘게 도망 다니면서 치고받다가 결국 지쳐서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생사를 가르는 것은 마투술의 경지와 기교만이 아니다……. 새삼 그 사실을 실감했습니다.”
니스카는 겸허하게 패배를 인정했다.
‘도움이 되는 경험이긴 한데, 뭔가 서로 배울 점은 하나도 없는… 그런 대련이로군.’
모르드는 쓴웃음을 지었다.
리온 입장에서는 니스카 같은 타입을 상대해 보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그가 실전에서 만날 강자는 대부분 니스카 같은 타입일 테니까.
니스카 입장에서도 리온을 상대해 보는 경험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래서 서로에게 배울 게 있냐 하면, 단 한 가지도 배울 점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만큼 리온과 니스카는 극과 극으로 다른 타입이었다.
달시와의 대련도 리온만큼은 아니지만 상당히 길었다.
“세상이 넓긴 넓군요.”
30분이나 싸우다가 집중력이 흐트러져서 패배한 니스카가 탄식했다.
이번 대련은 서로 극한까지 발휘되는 기교의 맞대결이었다.
“에이, 리온이랑 싸우느라 지치셔서 그렇죠. 다음에는 만전의 상태에서 해봐요.”
“그때는 권능도 써주실 겁니까?”
달시의 말에 니스카는 쓴웃음을 지었다.
꽤 좋은 승부로 보였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달시가 끝내려고 마음먹으면 빠르게 끝낼 수도 있었다.
달시는 가속의 권능은 끝까지 봉한 채로 싸웠던 것이다.
실전이 아니라 대련이라는 점, 그리고 니스카와 기교로 맞붙는 것이 너무 즐거워서 일부러 승부를 길게 끌고 갔을 뿐이다.
“원하신다면 기꺼이 그렇게 할게요.”
“이토록 뛰어난 실력이신데 아직 공명권역에 도달하시지 못한 게 이해가 안 될 정도로군요.”
“음. 그건… 제가 초진동 오러를 터득한 지 아직 1년도 안 되어서요. 저도 마음이 급하긴 한데 쉽진 않아요.”
“네?”
“진짜예요.”
“…….”
니스카는 놀란 나머지 입만 뻐끔거렸다.
어쨌든 달시가 니스카를 인정한 것은 진심이었다.
‘몸을 너무 사리는 버릇이 약점인데, 그건 앞으로 지속적으로 치고받으면서 교정해 주면 될 것 같은데.’
니스카는 서둔과 똑같은, 생존에 최적화된 습성이 몸에 새겨져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오직 생존만을 목적으로 할 때는 좋은 습성일지 몰라도 전사로서 자신의 기량을 최대한으로 발휘하는 데는 방해가 되는 습성이다.
이 문제는 서둔이 그랬듯이 훈련과 실전을 통해서 차츰 교정해 나가는 수밖에 없었다. 수십 년 동안 뼈에 사무치는 경험으로 형성된 습성을 하루아침에 바꿀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마지막으로 모르드와의 대련은 그리 길지 않았다.
니스카가 리온, 달시와의 대련으로 지치기도 했지만 모르드가 별로 오래 끌 마음이 없었기 때문이다.
니스카의 전투기술을 본다는 목적은 앞선 두 번의 대련을 보는 것만으로도 대충 달성했으니까.
그래서 모르드는 엘프 전사, 아니, 이제는 일데르바 일족의 전사 니스카가 아니라 마투술사로서의 니스카를 한계까지 몰아넣어 보았다.
그러자 달시와의 대련에서는 볼 수 없었던 면모를 볼 수 있었다.
“공명권역을… 겹쳐서?”
모르드가 다중 공명권역을 펼치자 니스카는 경악했다.
그는 아직까지 공명권역에 도달한 마투술사와 싸워본 경험이 없었다. 처절한 상황 속에서 공명권역을 터득하긴 했으나, 그것을 마음껏 부딪칠 만한 강적과 싸울 기회를 만나지 못한 것이다.
애당초 그런 강자가 단죄자 중에서도 드물기도 하고, 모르드 일행에 구출되기 전과 같은 상황에서 만약 그런 강적을 만났다면 죽음을 피할 수 없었으리라.
“하, 한 번만 더 해봐도 되겠습니까?”
다중 공명권역 앞에 허망하게 패배한 니스카의 부탁에 모르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는 다중 공명권역은 펼치지 않았다. 니스카에게서 보고 싶은 게 있었기 때문이다.
‘역시.’
그리고 니스카는 곧바로 모르드가 원하는 것을 보여주었다.
‘공명권역끼리의 영역 다툼으로 들어가서 다중 공명권역이 나오기 전에 공격을 넣어야 한다.’
모르드가 의도한 대로 그런 판단을 내린 니스카는, 처음 모르드에게 실력을 검증받았을 때 보여준 기술을 선보였다.
모르드의 도끼를 피해서 옆으로 돌아가는 한순간, 그의 머리 뒤에서 후광이 번뜩인다.
지금까지 모르드가 본, 공명권역을 전개할 때 은은하게 일어나는 것과는 다르다. 정말로 희미하게 번뜩이고 사라졌다.
그리고 공명권역도 마찬가지였다. 아주 짧은 순간 눈에 보이는 풍경이 일그러지는 것 같았다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
니스카는 신음을 삼켰다.
그의 검이 모르드의 두 손가락 사이에 잡혀 있었다.
“그때도 봤지만… 정말로 사라지는군.”
모르드는 감탄하며 검을 놔주었다.
니스카의 공명권역은 한순간에 펼쳐진다. 모르드가 영역 다툼을 할 새조차 없이 한순간에 펼쳐지고, 다시 거두어진다.
그리고 그 짧은 순간, 니스카는 사라진다.
분명히 눈앞에 있었는데 보이지 않는다. 또렷하게 느껴지던 기척이 사라졌다.
상대하던 입장에선 갑자기 세상의 시간이 자신만 놔두고 찰나의 미래로 건너뛰어 버린 것 같은 감각.
그것은 아주 잠깐이지만 달인끼리의 초고속 공방전에서는 더없이 치명적인 한순간이었다.
니스카의 공명권역은 그 한순간을 만들어내는 데 특화되어 있었다.
“…놀랍군요. 어떻게 막으신 겁니까?”
“비슷한 공명권역을 본 적이 있다. 당신 같은 방식으로 펼치진 않았지만…….”
황금가지의 대전사 제리엇.
그가 펼쳤던 공명권역 중에서는 상대로 하여금 동작의 중간과정을 인식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 있었다.
목숨을 건 실전에서 그 기술을 경험한 적이 있었기에 니스카의 공명권역에도 비교적 쉽게 대응해 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