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tra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927)
엑스트라가 너무 강함 927화
니스카는 한숨을 쉬었다.
“역시 무신경의 달인에게는 통하지 않는군요.”
“아니, 이건 무신경이냐 아니냐의 문제는 아니다. 물론 무신경의 달인이라면 설령 완전히 허를 찔렸다 해도 막아냈겠지.”
“예를 들면 어떤 방식인지 보여주실 수 있겠습니까?”
“다시 들어와 봐라.”
당돌한 요청이었지만 모르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역시 니스카의 특이한 공명권역 전개 방식을 다시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니스카는 다시 한번 공명권역을 펼쳤다. 눈을 깜빡이지도 않았는데 마치 순간과 순간을 잇는 시간의 틈새가 사라져 버린 듯 그의 존재가 사라졌다 다시 나타난다.
니스카는 그 허점을 섬전처럼 빠르면서도 정확하게 찔러온다. 모르드는 그 움직임을 간파했으면서도 일부러 방어하지 않았다.
파앗!
그리고 빛이 번뜩였다.
“…….”
니스카는 말문이 막혀서 입만 뻐끔거렸다.
분명히 모르드는 회피와 방어 둘 다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눈앞에서 빛이 번뜩였고…….
“…이것이 무신경.”
한순간에 위치와 자세 모두가 바뀐 모르드가 그의 검을 붙잡아 내리누르고 있었다.
모르드가 물었다.
“직접 본 적은 없었나?”
“예. 공명권역도 구전되는 내용을 기본으로 저 스스로 터득한 것이지 누군가 보여준 적은 없었습니다.”
니스카보다 훨씬 나이가 많고, 강대한 신성을 지녔던 스승 초드나도 마투술사로서는 초진동 오러를 수행하는 몸이었다. 그것만으로도 니스카가 그를 능가하기 전까지는 엘프 최강으로 불릴 수 있었다.
“전설로 전해 내려오는 것 이상이군요. 사람의 재주로 보이지 않습니다.”
니스카는 경탄을 금치 못했다. 모르드가 전개하는 오러화를 견식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 속 깊은 곳으로부터 전율이 밀려왔다.
‘이분들은 이런 경지의 기술을 매일매일 보면서 연마해왔겠지. 강한 것이 당연하다.’
노는 물이 달라지면 보이는 세상도 달라지는 법이다. 니스카는 모르드 일행의 훈련 상대가 되는 것이 기나긴 생애 동안 만난 적 없는 무인의 행운임을 확신했다.
모르드가 살짝 놀라며 물었다.
“그 공명권역의 전개 방식이 누구도 가르쳐 주지 않고 스스로 궁리해 낸 것이었다고?”
“예. 공명권역을 처음 터득했을 때는 정말 기뻤지만 그때 이미 쫓기고, 굶주리는 몸이었으니까요. 도무지 제대로 연구하고 훈련할 여력이 없었습니다.”
니스카는 아련한 표정을 지었다. 꿈에 그리던 전설적인 경지에 올랐건만 마음껏 그 경지를 탐구한다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었다. 생존만으로도 버거운데 연구하고 훈련하겠다고 체력과 마력을 소모하는 건 미친 짓이었으니까.
“오직 머릿속으로만 궁리할 수 있었죠. 궁리하고, 궁리하고, 또 궁리하다가 겨우 이 방법을 찾아내어 갈고닦았습니다.”
모르드는 감탄했다.
니스카의 공명권역 전개 기술을 만들어낸 것은 처절함이다. 정상적으로 기술을 탐구할 여유조차 없는, 오로지 생존을 위해 모든 것을 아껴야만 하는 처절하고 잔혹한 시간이 그가 저 기술을 만들어낸 기반이 되었다.
아무리 모르드라도 저것은 그저 몇 번 본다고 해서 훔쳐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실전에서 써먹은 적이 있나?”
“몇 번 정도는요. 정말로 최소한의 힘으로 적을 쓰러뜨릴 때 유용했습니다.”
“확실히. 그런 용도로는 더없이 뛰어나다.”
한순간만 감각을 어긋나게 하는 것만으로도 니스카는 단죄자의 목숨을 취할 수 있었다. 치명적인 순간을 찌르는 그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는 단죄자는 매우 드물 것이다.
“탁월한 기술이다. 효과와는 별개로 그 전개 방식은 감탄스럽군.”
다올론이 썼던 전개 방식과 마찬가지로 배울 가치가 있는 기술이었다.
모르드는 그 사실에 기쁨을 느꼈다. 오러화의 경지에 올랐건만 여전히 마투술에는 자신이 모르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존재하고 있었다.
“무신경의 달인께서 그렇게 칭찬해 주시니 더없는 영광입니다. 그 비참한 세월이 조금은 보상받는 기분이 드는군요.”
“진짜 보상은 이제부터다. 저 빌어먹을 놈들이 만들어놓은 세상을 뒤집어엎는 것이 당신의 영혼을 치유해 주겠지.”
“그 일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제 목숨을 바치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니스카의 눈에는 스산한 결의가 깃들어 있었다.
* * *
며칠간 평화로운 나날이 이어졌다.
매일매일 훈련을 하고, 광활한 땅을 탐색하는 나날들.
물론 정말 평화로웠냐 하면 그건 아니었다. 적어도 서둔과 니스카는 찬성할 수 없었다.
유적이나 던전을 공략할 때마다 그들을 투입해서 앞장서서 싸우게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르드 일행 입장에서 보면 그 모든 것이 훈련용으로 딱 좋은 수준이었다. 여우인간, 아니, 용족의 신화에 먹혀 백색 드라칸이 되어버린 그 존재가 코어였던 던전 이후로는 그만큼 위험도가 높은 곳은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옛 아르판 제국령에서 총 8개의 세계 파편을 손에 넣었다.
충돌은 그 직후에 일어났다.
* * *
막 유적 공략을 끝낸 참이었다.
고대에 이 땅에 살았던 신족이 후세를 위해 남긴 신화의 훈련장이었는데, 일행이 들어서자 자격 없는 자들이 들어왔다며 모조리 달려드는 바람에 한바탕 격전을 치렀다.
물론 격전을 치른 건 서둔과 니스카였고 다른 이들은 뒤에서 적당히 지원만 해줬다.
“음?”
파르웰이 눈살을 찌푸렸다.
“누군가 입구로 진입했습니다.”
입구 부근에 깔아둔 탐지마법에 새로운 침입자의 존재가 걸려들었다.
그리고…….
“저쪽에서도 눈치를 챈 것 같군요. 마법사가 있어요. 꽤 수준이 높은.”
파르웰이 설치해 둔 마법이 해제되었다.
은밀하게 설치한 마법을 간파하고 해제했다는 건 상대 마법사의 실력이 그만큼 뛰어나다는 뜻이다.
“2중으로 숨겨놓은 것까지 찾아서 해제하다니 확실히 제법입니다.”
하지만 파르웰의 입가에는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그 이상은 찾지 못했지만요.”
탐지마법을 고작 2중으로만 걸어둔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오는 동안 다 다른 방식으로, 다른 위치에 몇 개나 더 감춰서 설치해 두었다.
“이 반응은… 당연하지만 단죄자들이군요. 괴물들도 데리고 온 모양입니다.”
숫자는 꽤 많았다. 단죄자와 괴물을 합쳐서 120을 넘는다.
“평화롭게 날로 먹는 나날은 끝났네.”
케엘이 투덜거렸다.
단죄자들에게는 실시간 통신 기술이 있다. 모르드가 저들 전부의 영혼을 구원한다 해도, 그 존재를 완전히 은폐하는 것은 불가능하리라.
“이렇게 된 이상 가련한 영혼들을 구원해 주고 이 땅을 뜨자고.”
케엘의 말에 모두들 적들을 맞이할 준비를 시작했다.
* * *
“아직 이런 짓을 할 수 있는 쥐새끼들이 남아 있었나?”
단죄자들은 혀를 차고 있었다.
“하여튼 이래서 철저하게 박멸해야 한다고 했던 건데. 수확자 하쿠룬께서는 다 좋으신데 너무 의욕이 없으시단 말이지.”
탐사대의 리더가 투덜거렸다.
수확자 하쿠룬이 다스리는 이 옛 아르판 제국령의 분위기를 요약하면 ‘적당히, 너무 열심히 하지 말고 맡은 일만 하기’였다.
단죄자들은 다들 느긋하게 주어진 일만 하고, 쉬었다.
일이 많지도 않았기 때문에 다들 한량처럼 살고 있다. 위에서 분위기를 조이지 않으니 다들 풀어질 수밖에 없었다.
점령이 끝난 시점에서, 굳이 고생해가면서 생존자나 숨겨진 신전 등을 찾아내려고 애쓰지 않는다.
그런 옛 아르판 제국령에서 그나마 군기가 유지되는 곳은 마계화 공략 부대 정도다. 단죄자들이 점령하고 충분히 저주로 잠식한 지역은 마계화 현상의 발생 빈도수가 현저히 줄어들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예 없어지는 건 아니었으니까.
리더는 마계화 공략 부대 출신이었다. 처음부터 자처해서 그 역할을 맡았고, 계속 공을 세워서 지위를 높였다.
공을 세워서 위로 올라가고자 하는 야심이 있는 사람에게 옛 아르판 제국령의 분위기는 자신을 가둬두는 감옥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 우리 밖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상부가 눈여겨볼 만큼의 공을 세워야 한다. 하지만 옛 아르판 제국령의 마계화 현상을 공략하는 것만으로는 주목을 받기가 불가능했다.
좀 더 눈에 띄는 공적이 필요했고, 이 신화의 흔적 탐사는 아주 좋은 기회였다.
“주의하는 게 좋겠습니다. 마법이 상당히 세련됐어요.”
카리안 클론이 말했다.
수확자 하쿠룬 휘하에 있는 세 명의 카리안 클론 중 하나인 그는 리더에게 기회를 준 은인이었다. 신화의 흔적 탐사라는 새 일거리를 기획하고 진행했으니까.
“알겠소.”
그렇기에 리더는 상대가 신혈이나 신족 출신이 아닌 인간 마법사 출신이었음에도 더없이 존중하는 태도를 보였다.
“하긴 지금까지 살아남은 걸로도 모자라서 이런 곳을 찾아 공략할 정도면 실력이 있는 게 당연하겠지.”
물론 두려움은 없었다. 자아를 가진 단죄자 30명, 자아가 없는 단죄자 병사가 30명이었고 던전에서 활약할 만한 전투생명체들도 60개체나 데리고 왔으니까.
“꽤 격렬하게 싸우면서 진행했군요. 그러면서도 이렇게 곳곳에 마법을 설치해 둘 여유가 있었다니…….”
수려한 용모를 가진 금발의 청년 마법사, 카리안 클론이 중얼거렸다.
진행하는 동안 먼저 이 던전에 진입한 공략자들이 남긴 전투의 흔적을 볼 수 있었다.
함정이나 골렘, 석화주문으로 봉인해뒀다 풀어놓은 사역마까지 무수한 저지력이 그 앞을 가로막았다 박살 난 흔적이었다.
“신관이 있군.”
“정령술의 흔적도 느껴집니다. 엘프가 있나 봅니다.”
부하 단죄자가 말했다. 엘프와의 전투경험이 있는 이였다.
“엘프인가. 사실이라면 오랜만에 언데드 노예를 바칠 수 있겠군.”
엘프와 용족 언데드는 유용한 노예 자원이다. 특히 전투에 능한 자들이라면, 그들을 죽여 언데드로 삼은 것만으로도 높은 공을 인정받을 수 있다.
그렇게 조금 들뜬 마음으로 나가다 보니 넓은 공간이 나타났다.
“왔군.”
그리고 그 앞에 한 사람이 서 있었다.
진한 갈색 머리칼에 청록색 눈동자를 가진, 2미터의 거구를 자랑하는 남자.
모르드였다.
“음? 저놈은 뭐지?”
“…….”
단죄자들은 혼자 기다리고 있던 모르드를 보며 의아함을 느꼈다.
하지만 단 한 명, 카리안 클론만은 달랐다.
그는 모르드를 보자마자 사시나무 떨듯 떨기 시작했다.
“모, 모르드? 당신이 어째서 여기에?”
“카리안 클론인가? 너야말로 왜 여기에… 그것도 단죄자가 되어서 있지?”
모르드도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동대륙에서 카리안 클론을 만나리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으니까.
“어쩐지 파르웰이 적 마법사의 솜씨가 괜찮다고 칭찬하더라니, 네놈이라면 납득이 가는군.”
개체마다 편차가 있긴 하지만 카리안 클론은 모두 마법사로서 탁월한 기량을 가졌다. 특히 전투 마법사로서는 더더욱.
“당신은… 분명히 남쪽 해안선을 돌파해서 사라졌다고 들었는데?”
단죄자가 된 카리안 클론은 모르드 일행이 이 땅에 왔다는 사실도, 마지막으로 그들을 관측한 정보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뒤통수를 망치로 두들겨 맞은 듯 충격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이야기는 천천히 듣도록 하지.”
모르드가 주먹을 들어 올렸다.
“전원……!”
카리안 클론이 외쳤다.
“퇴각하십시오! 영혼 강탈자입니다!”
“도망갈 길은 없다.”
모르드가 말했다.
쿠과광!
그리고 단죄자들이 지나쳐온 유적의 통로가 폭파되어 주저앉았다.
“아……!”
카리안 클론은 모르드 일행이 함정을 파두고 그들을 기다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