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tra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945)
엑스트라가 너무 강함 945화
제284장 바다의 백성들
모르드는 훌쩍 뛰어서 해변에 내려선 다음 물었다.
“인어족인가?”
“저희를 아시나요?”
“본 적은 없지만…….”
“인어족이군요!”
파르웰이 눈을 반짝이며 끼어들었다.
바다의 여신 페세이타가 준 책 덕분에, 그는 바다의 백성에 대해서도 상당한 지식을 갖고 있었다.
“와, 진짜 귀 모양이 지느러미 같은 걸 빼면 상반신은 거의 인간과 비슷해 보이네요.”
“파르웰.”
“네?”
“사람을 앞에 두고 그런 소리를 하는 건 실례다.”
“아.”
파르웰은 퍼뜩 정신을 차리고는 얼굴을 붉혔다.
“죄송합니다. 인어족은 처음 봐서 그만…….”
“아뇨, 괜찮습니다.”
손사래를 치며 암초 위로 올라오는 인어족 여자는 왠지 안도한 것 같았다.
젊고 아름다운 여성이었다. 머리칼은 검푸르고, 귀는 언뜻 보면 푸른 지느러미처럼 보였다.
머리에는 푸른 서클릿을 쓰고 있었으며 상반신에는 푸른 미늘갑옷을 입었다. 하반신은 푸른 비늘의 물고기였다.
모르드가 물었다.
“무슨 일이지?”
“아, 저기… 죄송하지만 여길 떠나는 걸 잠시 보류해 주실 수는 없을까요?”
인어족 여성이 모르드의 눈치를 살피며 물었다.
모르드는 팔짱을 꼈다.
“단죄자들이 몰려오기 전에 떠나야 하는 상황이라 그러긴 어렵다. 혹시 당신들 세력이 우리하고 대화를 원하나?”
“그렇습니다. 대화를 위해 이쪽으로 오실 분이 계셔서…….”
“파르웰, 통신기를 하나 쓰자.”
“그러죠.”
파르웰은 생존자들이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만들고 있는 실시간 통신기를 모르드에게 하나 건네주었다. 귀걸이에 덧붙이거나 목걸이 장식으로 달 수 있는 고리가 달려 있었다.
“이걸로 우리한테 연락을 취할 수 있을 거다.”
모르드가 통신기에 대해서 설명해 주자 인어족 여자는 신기해하며 이것저것을 질문했다. 모르드는 그 질문에 하나하나 답해준 다음 물었다.
“혹시 여길 떠나서 당신들과 합류할 만한 장소를 추천해 줄 수 있겠나? 암초 정도만 되어도 괜찮겠군.”
“그거라면… 있습니다.”
인어족 여성은 서남쪽에 있는 암초를 추천해 주었다.
“…파르웰, 혹시 어딘지 알겠나?”
“무리인데요.”
모르드의 물음에 파르웰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상반신이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고, 프린어를 쓴다지만 인어족은 기본적으로 바다 밑에 기거하는 수중생물이다. 바다 위로도 나올 수 있을 뿐, 주거는 바다 밑에서 하는 것이다.
암초 위로 올라오는 일은 있어도 육지로 올라오지는 않는 그들이 세계의 형태를 파악하는 관점은 인간의 그것과는 달랐다.
“어쩔 수 없군요. 정보정령을 붙여주죠.”
파르웰은 정보정령 하나를 만들어서 인어족 여자에게 주었다.
“그 통신기를 갖고 있으면 당신들의 이동속도에 맞춰서 우리가 있는 곳으로 인도할 겁니다. 물밑에서도 작동하겠지만 너무 깊숙이 내려가면 못 버틸 테니 주의하시고요.”
혹시 단죄자들에게 넘어가는 경우를 상정해서 조치도 취해두었다.
그럼에도 위험부담은 존재하지만, 인어족의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서 그 정도는 감수할 만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모르드가 말했다.
“그럼 거기서 만나도록 하지.”
“아, 한 가지만 더 물어봐도 될까요?”
“뭐지?”
“여러분은 온누리 제국 소속이십니까?”
“우리 중에 용족들이 있어서 그렇게 생각했나 보군. 아니다.”
“역시 그렇군요. 대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르드 일행은 곧바로 섬을 떠났다.
인어족이 보고 있었기에 심상 세계로 집결하지는 않았다. 대신 한곳에 모여 공간왜곡장을 펼치고 하늘 저편으로 이동하고, 또 이동하는 식으로 순식간에 멀어져 갔다.
너무 놀란 나머지 넋 나간 표정으로 그것을 바라보던 인어족 여자는 표정을 굳히며 중얼거렸다.
“…저 사람들이라면 대군주 백경을 처리하는 데 도움이 될 거야.”
* * *
모르드 일행은 30킬로미터쯤 떨어진 암초에 자리를 잡았다.
여기서 쉬어갈 생각은 아니라서 굳이 안쪽으로 파고 들어가는 수고를 하진 않았다. 결계를 펼쳐서 자신들의 모습이 관측되는 걸 막았을 뿐.
케엘이 의문을 제기했다.
“우리를 어떻게 찾았을까? 우연히 찾은 것 같지는 않은데.”
“단죄자 놈들과는 적대 관계일 테니, 놈들의 움직임을 파악하기 위해 정찰을 돌리고 있겠지.”
“그렇다고 쳐도 움직임이 너무 빠르지 않나? 실시간 통신 기술을 가진 것 같지는 않은데…….”
“아마 물고기나 새를 이용하고 있을 겁니다.”
파르웰이 말했다.
“우리는 만나보지 못했지만 인어족은 서대륙의 바다에도 있으니까요. 저들은 순수하게 물고기나 새와 정신교감을 하는 능력으로 ‘부탁’하는 게 가능합니다. 마법을 걸어서 짐승의 시선을 빌려 보거나 하는 게 아니라 순수하게 물고기나 새에게 관측을 부탁하고, 그렇게 관측한 것을 공유받는 식이라면 우리도 파악하기 힘들죠.”
그리고 인어족은 돌고래와 같은 소통 방식을 쓸 수 있을 것이다.
초음파를 이용한 그 소통 방식은 해저에서 상당히 먼 거리까지, 아주 빠른 소통을 가능케 하는데 거기에 마법적인 이능이 더해져서 돌고래의 그것보다 더욱 뛰어난 효과를 자랑한다.
케엘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럼 저 인어족이 단죄자들에게 죽어서 언데드가 될 경우, 단죄자들도 그런 방식으로 우리를 살필 수 있겠네?”
“…그건 생각 못 했군요.”
파르웰의 표정이 굳었다.
모르드가 말했다.
“그 환경에서 이질적인 존재라면 몰라도 그곳의 생태계에 속한 것들이 우릴 보는 것까지는 어쩔 수 없다. 포기할 건 포기해야지.”
“음…….”
“놈들의 관측을 피하고 싶은 강박은 이해하고, 나도 공감하지만… 때로는 포기하고 다른 것에 신경 쓰는 게 나은 일도 있는 법이다.”
“그건 그렇죠.”
파르웰이 한숨을 쉬었다.
그때 통신기가 울렸다.
“모르드 님, 파르웰 님, 들리십니까?”
아까 전에 인어족 여자와 이야기를 나눈 것은 모르드와 파르웰뿐이었다.
파르웰이 말했다.
“5킬로미터 안쪽까진 왔습니다.”
그가 내준 정보정령을 따라서 오고 있기에 위치를 알 수 있었다.
모르드는 통신기를 잡고 응답했다.
“들린다. 계속 정보정령을 따라서 오도록.”
“알겠습니다.”
곧 모르드 일행은 다가오는 인어족을 볼 수 있었다.
머리를 내밀고 헤엄쳐오는 인어족은 다섯이었다.
‘전부는 아니군.’
하지만 모르드는 모습을 감추고 바다 밑으로 헤엄쳐오는 이들이 열 명 정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보았다.
‘돌고래나 상어 같은 것도 있는 것 같은데… 가오리도?’
감각을 곤두세워보니 인어족 중 하나는 커다란 가오리를 탈 것처럼 이용하고 있는 것 같았다. 왠지 좀 부럽다는 기분이 들었다.
곧 그들은 모르드 일행의 결계 안쪽으로 들어왔다.
“정말 교묘한 결계로군…….”
인어족 마법사가 감탄했다.
은신의 결계에 들어오기 전까지, 안쪽에서는 바깥을 볼 수 있지만 바깥에서는 안쪽을 볼 수 없었다. 마치 풍경에서 모르드 일행을 지워 버린 듯 암초 위로 파도치는 풍경만을 볼 수 있을 뿐이었다.
심지어 초음파로 주변을 파악하는 인어족의 능력으로도 그 실체를 알 수 없었다. 인어족 마법사 입장에서는 등골이 오싹해질 수밖에.
“만남에 응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모르드 공이라고 부르면 되겠습니까?”
“그걸로 좋다. 당신은?”
“저는 푸른 지느러미 왕국의 왕자, 브린탄이라고 합니다. 소용돌이의 신 소르아의 핏줄이지요.”
물에서 반신을 드러낸 채로 자신을 소개한 것은 푸른 머리칼과 수염, 그리고 구릿빛 피부를 가진 젊은 인어족 남성이었다.
‘굉장하군.’
모르드와 마주한 브린탄은 내심 동요를 드러내지 않기 위해 애썼다.
그 또한 신의 혈손으로서 신성을 가진 자.
그렇기에 모르드와 마주하는 순간 알 수 있었다. 그가 가진 신성이 너무나 강대하다는 것을.
‘그만이 아니다. 이들 모두가…….’
브린탄은 모르드 일행 전원이 자신보다 월등히 강대한 존재임을 느꼈다.
본래는 이들을 존중하되 왕족으로서의 위엄을 세우며 이야기를 나눌 생각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마주하고 나자 절로 태도가 공손해졌다.
“단죄자 세력에 맞서는 일곱 산호 연합의 일각을 맡고 있습니다.”
“일곱 산호 연합?”
“뭍의 방식으로 표현하자면, 일곱 왕국 연합이라고 이해하면 될 것입니다.”
“바다의 백성들 사이에도 여러 세력이 있는가 보군.”
“그거야 뭍의 백성들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그렇긴 하지.”
모르드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물었다.
“우리를 만나자고 한 이유는 뭐지?”
“협력을 바랍니다.”
“구체적인 협력 내용을 들어야 결정할 수 있겠는데.”
“말씀드리지요. 혹시 바다의 사정에 대해서 잘 알고 계십니까?”
“조금씩 알아가는 중이다.”
이 자리는 협상의 장이었다. 따라서 모르드는 무지를 고스란히 드러내지는 않았다.
“그렇군요. 놈들의 기지를 몇 곳이나 부수신 걸로 봐서는 해상의 사정에 대해서는 잘 아시는 것 같습니다. 설마 베날린 섬이 그렇게 빠르게 파괴될 줄은 상상도 못 했으니까요.”
브린탄은 고개를 끄덕였다. 추켜세우려고 한 말이기도 했지만 경악한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바다 밑의 사정에 대해서는 잘 모르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원래부터 육지와 바다는 서로 단절된 것에 가까웠고, 그나마 우리와 교류하던 뭍의 백성들은 모두 단죄자가 되어버렸으니까요.”
브린탄의 말에는 슬픈 울림이 담겨 있었다.
모르드가 말했다.
“해상에 한정해서 보면 놈들은 이미 온 세상의 제해권을 장악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도 그렇습니다. 온누리의 수군은 자신들의 권역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한계인 것 같더군요.”
브린탄의 대답으로 온누리의 수군이 아직 존재하며, 자신들의 해상 권역을 지키며 단죄자와 싸우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모르드는 그 부분에 대한 무지를 감추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당신들이 우리와의 협력을 바라는 걸로 봐서는… 해저는 상황이 다르다는 뜻인가?”
“그렇습니다. 뭍의 백성들은 상상하기 어렵겠지만, 해저는 정말로 광활한 영역입니다. 육지보다도 훨씬 더…….”
“이해는 한다. 설령 면적이 육지와 동일하더라도 마치 하늘 높은 곳까지의 공간이 전부 활용되는 셈일 테니까. 게다가 면적으로 따지면 바다는 육지보다 훨씬 넓지.”
“…혹시 뱃사람이셨습니까?”
브린탄이 놀라서 물었다.
이 세계, 이 시대에서는 바다를 노니는 뱃사람이 아니고서는 모르드가 말한 인식을 갖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아니. 위대한 바다의 어머니를 뵐 기회가 있어서 많은 것을 알게 되었지.”
모르드가 그렇게 얼버무리자, 브린탄과 함께 온 투구를 쓴 인어족이 못 참겠다는 듯 말했다.
“왕자님, 실례지만 제가 말씀을 좀 드려도 되겠습니까?”
“아, 하지만…….”
“제발 부탁드립니다.”
“…알겠습니다.”
왕자가 협상을 진행하고 있을 때 이런 식으로 나서는 것은 크나큰 무례일 것이다.
하지만 왠지 브린탄은 그에게 강하게 나가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한숨을 참는 기색이었다.
그는 얼굴을 전부 가리는 푸른 투구를 쓰고 있었는데, 앞부분에 손을 가져가서 한번 쓸어내리자 얼굴 보호대 부분이 탈착되며 얼굴이 드러났다.
눈매가 날카롭고 얼굴에 많은 흉터가 나서 더욱 험악해 보이는 중년의 인어족 남자였다. 주름진 얼굴과 달리 터질 듯한 근육질의 몸 위에 푸른 미늘갑옷을 입은 노인이, 모르드에게 공손하게 고개를 숙여 예를 표했다.
“위대한 바다의 어머니를 섬기는 종, 와르더라고 합니다.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모르드 님이라고 부르면 되겠습니까?”
“바다의 어머니의 신관이십니까?”
“그렇습니다. 신성한 의지에 따라, 대신관장직을 맡고 있습니다.”
그 말에 모르드는 살짝 놀랐다. 페세이타 교단의 직위 체계상 대신관장이라면 교황 바로 아래 직위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