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tra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977)
엑스트라가 너무 강함 977화
“배를 완전히 감싸서 나올 길을 틀어막았더니… 그걸 때려서 구멍을 뚫고 들어와? 저게 저렇게 쉽게 뚫릴 리가 없는데?”
리케인은 로텐다르에서 내린 모르드 일행의 기척을 느끼고는 허탈함을 느꼈다.
백경의 부서진 부분들을 이용, 단죄자의 권능으로 빚어냈기에 궁극주문을 때려 박는다 해도 안 뚫려야 정상이다. 그런데 모르드가 주먹질 몇 번 하니까 허무하게 터져 나가면서 구멍이 뻥 뚫리고 말았다.
“…하지만 내 앞에 쉽게 도달할 수는 없을 거다. 백경의 배 속에서는 멋대로 공간을 뛰어넘는 수작도 안 통하니까.”
그가 펼친 권능 ‘선장의 세계’는 백경의 거대한 선체를 완전히 장악하고 있었다.
리케인은 말하자면 수성전을 벌이는 입장이다. 어떻게든 적들의 발목을 잡고, 전력을 깎아놔야 한다.
‘선장의 세계’는 그것을 위한 권능이었다.
이미 제1단계는 완벽하게 성공했다. 떨어져 나간 로텐다르는, 설령 봉인을 뚫고 나온다고 해도 아군이 진입해 있는 백경을 마구 공격할 수는 없을 테니까.
“일단 놈들을 뿔뿔이 흩뜨려 놓는 것부터 시작하지.”
리케인은 차갑게 웃었다.
“새삼스럽지만 크군.”
백경 내부로 진입한 모르드는 천장에 매우 높다는 사실에 감탄했다.
본래 800미터에 달했고, 지금은 700미터에 달하는 초거체이니 만큼 일반적인 배에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천장이 높았다.
“농밀하군요.”
파르웰이 눈살을 찌푸렸다.
감각에 잡음이 끼어든다.
의미를 알 수 없는 불길한 속삭임이 수도 없이 들려온다.
백경의 내부로 진입하는 순간, 동대륙에 처음 진입했을 때가 떠올랐다. 단죄자의 저주가 농밀하게 이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다행이라면 수확자의 성역만큼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오래 끌면 안 되겠어.”
모르드가 말했다.
에리우와 니스카, 서둔은 괜찮다.
리온과 달시도 저주에 저항하기 위해 변질시킨 세계 파편을 4개씩 갖고 있어서 별문제가 없었으며, 파르웰도 2개는 갖고 있어서 그럭저럭 괜찮았다.
하지만 이 안쪽에는 더 농밀한 저주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빨리 끝내는 게 최선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며 주먹을 당기는 순간이었다.
리케인이 좀 더 빨랐다.
그들을 둘러싼 공간이 온통 뒤흔들렸고, 그리고…….
쿠구구구궁……!
굉음과 함께 폭발하며 무너져 내렸다.
‘결단력이 대단한 놈이다.’
마치 마법함정을 잔뜩 매설해 놓고 폭발시킨 것 같은 상황이다.
자기들 배 안에서 이런 짓을 주저 없이 저지르는 배짱과 결단력에는 감탄이 나왔다.
‘하지만 소용없는 짓.’
다만 이 정도 파괴력으로는 모르드 일행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게 문제일 뿐.
모르드는 가뿐하게 위로 쏟아지는 잔해를 뚫고 위로 솟아올랐다.
그리고 흠칫했다.
“…죽이려고 터뜨린 게 아니었나?”
함께 폭발에 휘말린 동료들의 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희미하게 공간왜곡장의 잔향이 느껴진다. 폭발에 휩쓸리는 순간, 모르드 일행을 백경 내부의 어딘가로 날려 버리는 공간왜곡장이 발생한 것이다.
‘나한테만 안 먹힌 거였군.’
다른 동료들은 모두 휘말리고 말았다. 아마 뿔뿔이 흩어놨을 게 뻔했다.
‘이놈, 역시 짜증 날 정도로 유능해.’
모르드는 혀를 찼다. 리케인의 능력은 해저전에서만 발휘되는 게 아닌 것 같았다.
쿵! 쿵! 쿠궁……!
그리고 주변이 격렬하게 변화하기 시작한다.
무너진 공간 곳곳에 벽이 내려와서 주변을 틀어막았다. 그리고 그 사이로 언데드와 단죄자 병력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들은 농밀한 저주, 그리고 ‘선장의 세계’에 의해서 본래보다 훨씬 강화된 상태였다.
뿐만 아니다. 벽과 천장, 바닥에서 일제히 마법진이 떠오르며 온갖 저주 주문을 모르드에게 쏟아내기 시작했다.
이 공간 자체를 침입자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죽음의 영역으로 만드는 대처.
누가 봐도 백경의 방어 시스템이 외부에서 침입당하는 상황을 상정하고 만들어졌음을 알 수 있었다.
“하, 진짜…….”
모르드는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잔머리 굴린 걸 후회하게 해주지.”
그리고 빛이 폭발했다.
[깨끗하게 성공했습니다!]골파가 주먹을 불끈 쥐며 기뻐했다.
모르드의 추측대로 대군주 백경은 그 거대한 덩치 때문에, 적이 내부로 침입해 오는 상황을 가정한 방어 시스템을 구축해 두고 있었다.
그 방어 시스템과 리케인의 권능이 맞물리면 침입자들은 독 안에 든 쥐 신세로 전락하고 만다.
그들은 백경 곳곳에 뿔뿔이 흩어졌으며, 미리 준비된 강력한 저주의 마법진으로 약화된 채로 월등한 병력에게 시달려야 했다…….
[역시 선장님이십니다. 이대로 지치게 만든 다음에 한 놈씩…….]“골파.”
문득 리케인이 자신을 부르자 골파는 의아함을 느꼈다.
“싸울 준비해. 너도 그럭저럭 싸움 좀 하는 편이었지?”
[그렇긴 합니다만… 벌써부터요?]“놈은 괴물이야. 예상은 했지만 역시 쉽지 않겠어.”
리케인이 쓴웃음을 짓는 순간이었다.
쿠우우우웅!
조타실이 뒤흔들렸다.
좀 더 먼 곳에서 발생한 진동이 여기까지 닿은 것이다.
쿠구궁!
그리고 얼마 안 있어서 또 한 번의 진동이 전해져왔다.
이번에는 첫 번째보다 더 강하고, 가까운 느낌이 들었다.
골파가 경악했다.
이 현상이 의미하는 바를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백경의 벽을 이렇게 쉽게 뚫었다고?]백경은 단죄자의 저주, 그들 입장에서는 축복의 힘으로 만들어진 살아 있는 배였다. 내부의 벽은 두 종류였다.
금속 소재로 만들어진 벽과, 생체 소재로 만들어진 벽.
어느 쪽이든 엄청나게 튼튼하다. 마법을 다발로 퍼붓는다 해도 부서지지 않을 정도로.
무엇보다 지금은 리케인이 ‘선장의 세계’를 발동하고, 선내로 침입해 온 침입자를 상대로 한 방어 시스템이 운용되는 상태다. 생체 소재로 이루어진 벽은 궁극주문조차 막아낼 수 있을 것이다.
쿠과아앙……!
그런데 상대는 그 모든 벽을 너무나 쉽게 때려 부수면서 다가오고 있었다.
꽈아아앙!
아무리 백경의 내부가 크고, 넓다 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배’를 기준으로 했을 때 그렇다는 뜻이다. 초인적인 능력을 가진 자들의 전장으로서는 결코 넓다고 할 수 없었다.
천장을 때려 부수며 올라오면, 그런 일이 가능하다면 맨 아래층에서 이 조타실까지 올라오는 것도 얼마 안 걸리는 게 당연했다.
조타실 바닥이 터져 나가며 한 남자가 솟구쳤다.
“의외로군.”
휘날리는 은발 아래 양쪽의 색이 다른 눈을 가진 철탑 같은 거구의 남자, 모르드가 고개를 갸웃했다.
“왜 공격하지 않았지?”
이제까지 리케인이 보여준 능력과 전술적 성향으로 볼 때, 조타실에 진입하는 순간 일제공격이 쏟아질 거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리케인은 검을 뽑아 든 채 그 앞에 서 있을 뿐, 모르드가 조타실에 들어서는 것을 보고만 있었다.
“여기까지 와서 적의 얼굴도 안 보고 싸움부터 시작하는 건 너무 멋이 없지 않나.”
리케인이 어깨를 으쓱했다.
“세계 최고의 항해자이자 모험가였다더니, 그런 낭만에 집착하는 타입이었나.”
“가장 중요한 순간에, 어쩌면 생애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순간에 낭만조차 찾을 수 없는 메마른 인생 따윈 너무 슬프다고 생각하거든.”
“그렇군. 리케인, 네 유언은 그 말이면 충분하겠나?”
모르드가 삐딱하게 묻자 리케인이 피식 웃었다.
“당돌한 녀석이군. 하긴 그럴 만한 자격이 있지. 내 이름을 알고 있다면, 너도 이름 정돈 말해주지 않겠나?”
“모르드. 투신 베르나스의 혈손이며 또한 천공신 아리타의 혈손인 자.”
“음? 지금 두 신의 피가 한 몸에 흐른다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려는… 아, 정말로?”
리케인이 눈을 크게 떴다. 세레스 신족이었던 그는 한눈에 모르드의 말이 진실임을 알아보았다.
“…이런 존재가 있을 수 있다니, 기가 막히는군. 이래서 세상은 재밌어. 아직도 내가 가능하리라고는 상상도 못 한 경이로운 일들이 가득하다니.”
“하지만 이 자리에서는 세레스의 성자로서 그분이 내린 과업을 수행하마. 리케인, 너를 구원해 주겠다.”
“구원?”
리케인은 퍽 신선한 헛소리를 들었다는 표정을 지었다.
“모르드, 영혼 강탈자여, 설마 네가 하고 있는 일이… 그 영혼을 강탈하는 일이 ‘구원’이라고 말하는 거냐?”
“그렇게 말하는 거다.”
“끔찍하군. 그 무지와 오만이 너무나도 끔찍해. 정말로 아무것도 모르기에 할 수 있는 말이야.”
“단죄자들은 다들 그렇게 말하더군. 하지만 너희들이 떠받드는 수확자의 영혼도 결국 내 손에 구원받았지.”
모르드는 심드렁하게 말하며 자세를 잡았다.
적들도 리케인과 모르드가 대화하는 것을 멀뚱멀뚱 보고 있던 것만은 아니었다. 주변을 포위한 채 공격명령이 떨어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리케인은 아직 더 모르드와 말을 나누고 싶었다.
“구원이라고? 하하, 그게 구원일 리가 없지. 너는 다시 써먹을 도리가 없어서 바다에 버릴 쓰레기를 계속 늘리고 있을 뿐이다. 마치 깨져 버린 술통 조각처럼 말이지.”
모르드는 눈살을 찌푸렸다. 뱃사람다운 비유 때문은 아니었다.
그의 머릿속에서는 더 대화를 이어나가고 싶은 욕망과, 곧바로 싸움을 시작하고 싶은 욕망이 충돌하고 있었다.
‘이놈은 수확자가 아니다.’
그 갈등은 수확자 하쿠룬의 영혼을 구했을 때의 경험 때문이었다.
‘하지만 대군주라는, 단죄자 세력에게도 전 세계에 네 척밖에 없는 중요한 전략 자산을 맡은 존재지.’
희소성으로 따지면 수확자보다 훨씬 높다.
과연 그런 존재의 영혼을 구하고 대화를 시도했을 때, 단죄자의 근원의 개입이 있을 것인가 없을 것인가?
무엇보다 단죄자의 근원은 이미 모르드를 주목했다. 눈앞에서 수확자 하쿠룬의 영혼을 빼앗기고, 모르드를 붙잡는 데 실패하고 말았다.
따라서 그가 모르드가 다시 구해낸 영혼과의 대화를 시도하기만을 노리고 있을 가능성은 충분했다. 그런 가능성이 있는 한 모르드는 구해낸 영혼과의 대화를 함부로 시도할 수 없었다.
그런 사정 때문에 리케인과의 대화를 통해서 정보를 얻고 싶었던 것이다.
‘어차피 시간을 끌어서 유리해지는 건 내 쪽이다.’
그리고 대화를 통해 시간을 끌면 동료들이 이곳에 도달해서 합류할 것이다.
메시지 주문이 막힌 상황이고, 칠감으로도 상황을 알 수 없도록 격리되어 있었지만 그 사실에 대해서는 절대적인 신뢰가 있었다.
“조금은 참신하군. 무슨 뜻이지?”
“단언컨대 이 세계는 멸망으로 수렴한다. 그것은 정해진 운명이다.”
“글쎄. 너희들의 손으로 그렇게 되어가고 있었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너희들 뜻대로 안 될 거다. 내가 막을 테니까.”
“네가 유능하다는 건 인정하지. 확실히 너는 우리의 대적자로 불릴 자격이 있어.”
리케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부릅뜬 눈으로 모르드를 노려보며 말했다.
“하지만 그래 봤자 결정된 운명을 바꾸진 못해. 세계의 멸망은 결정되었어. 지금 우리가 하는 일은 구원받지 못하고 쓰레기로 버려지는 이들을 최대한 줄이기 위한 노력일 뿐이야.”
“음?”
모르드는 눈살을 찌푸렸다.
리케인이 말하는 뉘앙스가 이상했기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수집한 정보로는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을 암시하고 있었다.
“자신감이 과하군. 신들의 가호가 나와 함께한다. 나도 단언하지. 멸망하는 건 세계가 아니라 너희들뿐이다.”
“무지하기에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거다. 이 세계의 멸망은 확정된 사항이야. 원죄에 대한 단죄가 시작되는 순간부터, 원죄를 끌어안고 있기에 어쩔 수 없는 운명이었지.”
그렇게 말하는 리케인은 슬퍼 보였다. 모르드는 그의 심경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네게 있어서 멸망은 추상적이겠지. 기껏 상상한다 한들 화산이 폭발하고, 지진이 일어나고, 해일이 육지를 덮치는… 그런 것들. 하지만 그건 인류의 입장에서는 멸망에 가까운 일이되 세계의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아.”
“흥미로운 견해로군. 반만년쯤 후에는, 신화의 흔적이 충분히 옅어져서 사람들이 그것을 그저 옛이야기로만 여기는 시대가 온다면 그때는 올바르게 들릴지도 모르는 이야기야.”
모르드는 전투 자세를 풀고 팔짱을 끼었다. 이야기를 더 들어보겠다는 의사표현이었다.
현대적인 관점에서 보면, 리케인의 말은 옳다.
‘재해가 일어난다 한들 아픈 건 지구가 아니라 인류일 뿐이다.’
현대 지구인들에게는 매우 친숙한 이야기가 아닌가?
하지만 이 세계에서는 그리 설득력 있는 이야기가 아니다.
신화의 흔적이 짙은 이 세계에서 자연은 곧 신이며, 신은 인류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신화는 신들이 신명이라는, 세계를 이루는 요소를 대표할 자격을 얻어 세상을 조각하는 과정이었다.
그리고 신화의 끝은 그렇게 조각된 세계를 인류에게 물려주는 과정이었다.
따라서 이 세계의 주인은, 인류였다.
이 세계의 인류와 세상은 따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존재였다.
인류가 아프면 세상도 아프고, 세상이 아프면 인류도 아프다.
그것이 당연했다. 실제로 인간이 대규모로 죽어 나가면 그 반작용으로 자연에도 어떤 변화가 닥칠 수 있는 것이다.
리케인이 묘한 눈으로 모르드를 바라보았다.
“너는 이상한 놈이군. 비아냥거리는 것 치고는 말하는 게 너무 구체적인데.”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니까. 그래서, 네가 알려주고 싶어서 안달이 난 멸망의 실체라는 건 어떤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