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tra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981)
엑스트라가 너무 강함 981화
동대륙의 하늘은 단죄자들의 것이 된 지 오래다.
예로부터 인류는 신분이 귀한 자일수록 높은 곳에 자리하고자 하는 욕망이 있었고, 단죄자는 그런 인간성을 고스란히 계승한 존재였다.
단죄자 세력의 가장 고귀한 자들은, 재로 뒤덮인 하늘 위에 있었다.
재로 이루어진 운해 위를 떠다니는 거대한 하늘섬.
그 섬 한복판에 위치한 웅장한 성에 세 명의 수확자가 모여 있었다.
“셋이 함께 모이기는 오랜만이군.”
“그러게. 한 3년쯤 됐나? 시간이 참 빠르지?”
그들은 모두 남대륙 신화 출신으로 어두운 잿빛의 피부를 갖고 있었다.
두 명은 남자였고 한 명은 여자였다.
모두들 생전에는 신족, 그중에서도 가장 강대한 권능을 휘둘렀던 자들이다. 그리고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수확자였으나, 단죄자들은 그들을 수확자라고 부르지 않는다.
포식자 베쉬라.
벼락지기 크레삭.
예언가 타루넴.
그것이 그들을 수식하는 명칭이었다.
“대군주가 파괴되다니… 이거 참. 마음이 아프네. 공을 정말 많이 들였는데.”
혀를 찬 것은 긴 잿빛 곱슬머리를 뒤로 묶어 내린 여성, 포식자 베쉬라였다.
고혹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그녀는 대주술사였으며, 또한 대마법사였다. 사역마 제조에 매우 뛰어난 능력을 가졌으며, 그 능력은 단죄자들의 병력을 구성하는 각종 괴물들을 디자인하는 데 십분 활용되었다.
뿐만 아니라 주시자 군주와 바다 군주, 대군주 또한 그녀의 역작이었다.
“리케인이라고 했나? 근본 없는 현세의 신족 출신한테 맡기니까 그 꼴이 난 거 아냐?”
투덜거린 것은 벼락지기 크레삭이었다.
그는 대머리 중년 남자였다. 머리에는 보석이 주렁주렁 달린 진은 서클릿을 쓰고 있었고 2미터를 넘는 거구의 몸은 바위 같은 근육으로 꽉 차 있었다.
한 자루의 검과 한 자루의 창.
상황에 따라 두 가지 무기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단죄자 최강의 전사로 불리는 인물이었으며 생전에는 스스로를 역대 벼락지기 모두의 영혼이 하나로 통합된 ‘초월자 영령’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건 아닙니다. 리케인은 최고의 인선이었어요.”
크레삭의 말을 부정하며 고개를 저은 것은 예언가 타루넴이었다.
그는 차분하고 수려한 용모의 청년이었다. 용모는 곱상했고, 몸은 탄력적인 근육질로 이질적일 정도로 완벽한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크레삭이 물었다.
“그런데도 당했다면, 대군주의 성능이 별로였다는 뜻인가?”
“그건 흘려들을 수 없는데? 나의 역작을 모욕하지 말라고.”
베쉬라가 눈을 치켜떴다.
두 수확자 사이에 흉흉한 분위기가 흘렀다.
타루넴은 쓴웃음을 지었다.
“재주 좋은 황금빛 비늘의 예지자 때문에 자꾸 예지에 사각이 발생하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사정을 알 수 있었습니다. 보고된 은색의 고래상어라는 건 신화에 제작된 심해의 결전병기인 것 같습니다.”
단죄자들의 실시간 통신 기술은 심해와도 이어져 있다.
그러나 대군주 백경이 파괴되었을 때, 그 자리에 있던 병력 중에서 제대로 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이들은 없었다.
전장에서 죽어 나가는 족족 영혼이 구원받았기에, 겨우 도망친 언데드들이 점령한 거점까지 가서 보고한 정보들은 불분명하고 파편화된 것들뿐이었다.
하지만 타루넴의 예지는 아득한 심해에서 포효하는 로텐다르의 정보를 포착해 내었다.
베쉬라가 눈살을 찌푸렸다.
“그게 대군주를 능가했다는 거야?”
“필적하거나 능가했을 겁니다.”
“음…….”
타루넴이 단언하자 베쉬라가 신음했다. 크레삭이 그렇게 말했다면 성을 냈겠지만 타루넴의 평가라면 받아들일 수 있었다.
“중요한 건, 그 심해의 결전병기가 영혼 강탈자의 손에 쥐어졌다는 겁니다.”
“…짜증 나는 놈이군. 짜증 나다 못해 경이롭기까지 해. 하쿠룬을 죽이고 사라졌다 싶었더니 어느새 심해까지 가서 대군주를 파괴해?”
크레삭이 질린 표정을 지었다.
타루넴이 말했다.
“이번 일로 대량의 영혼을 빼앗겼습니다. 10만쯤은 될 겁니다.”
“믿을 수 없는 손실이네. 영혼 강탈자, 정말 무서운걸. 그 누구도 우리에게 이런 타격을 준 적이 없었는데.”
베쉬라도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단죄자들은 침공 이래로 진정한 의미에서 대규모 전력 상실이라는 것을 겪어본 적이 없었다.
어차피 죽어도 영혼은 회수되며, 중요한 전력은 수확자가 되살리면 그만이었으니까.
그런데 모르드 일행은 그들에게 인류의 전쟁사에서는 당연했던, 진정한 의미에서의 전력 손실을 안겨주고 있었다.
타루넴이 그녀에게 말했다.
“바다와 하늘, 양쪽에서 그것을 상대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합니다.”
“대군주 5호와 신형 주시자 군주의 투입을 서둘러달란 뜻이지? 알겠어. 애들을 좀 더 열심히 굴릴게. 어차피 과로사해도 내가 금방 다시 살리면 되니까 죽을 때까지 굴리면 되지.”
“…살살 하세요.”
타루넴이 애매한 표정을 지었다.
크레삭이 팔짱을 끼고 눈살을 찌푸렸다.
“목격 정보를 보면 다들 이동속도가 너무 경이로워서 도저히 잡을 수 없었다지. 예지밖에는 답이 없어 보이는데?”
모르드 일행의 존재는 지금까지 단죄자들이 경험해 보지 못한 미지의 위협이었다.
영혼을 구해내는 것이 가장 치명적이지만, 경이로운 이동능력 또한 너무나 위협적이다. 항상 적들을 압도하던 단죄자 세력의 기동력이 굼벵이처럼 느껴지게 만들었으니까.
타루넴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렇긴 합니다만… 솔직히 지금 당장은 잡을 길이 안 보여요. 일단 대비를 잘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너무 무력한 이야기 아닌가?”
크레삭의 불평에 타루넴이 말했다.
“놈들을 몰아넣을 예지를 얻기 위해서는 앞서 처리되어야 하는 조건들이 있습니다. 그중 하나는 알고 있어요. 크레삭, 당신이 움직여 주셨으면 합니다.”
“음? 내가 직접 전장으로 나서라고?”
“예. 내키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습니다만…….”
“아니, 그렇게 말한다는 건… 적이 내가 상대할 만한 투사라는 거겠지?”
대부분의 수확자들은 자신의 성역에서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크레삭은 수확자, 그중에서도 가장 고귀한 존재로 불리면서도 전장에서 지휘관으로 활약하고 있었다.
다만 그는 상대를 까다롭게 고른다.
단순히 성격이 그래서가 아니라, 그를 지배하는 신성한 맹세 때문이었다.
“물론입니다. 당신의 신성한 맹세를 움직일 가치가 충분한 적일 겁니다.”
“어떤 놈이지?”
살짝 흥분한 크레삭의 물음에 타루넴이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허공에 한 남자의 모습이 떠올랐다.
“신족인가?”
크레삭이 눈을 크게 떴다.
영상으로 떠오른 남자는 은발을 짧게 기르고, 수염은 날렵하게 다듬은 주홍색 눈동자의 남자였다.
“예.”
타루넴이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최근 북쪽을 시끄럽게 만든 란슬리시아 신족, 엘테인이라고 하는 자입니다. 영혼 강탈자만큼은 아니지만 이쪽도 엄청난 피해를 발생시키면서 이동 중이에요. 저는 이홍화에게 세 번의 기회를 예언해 주었고, 그녀는 그중 한 번을 썼습니다.”
“이홍화가 실패했다?”
크레삭이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천하제일궁 이홍화는, 적어도 그 실력만큼은 가장 고귀한 수확자들에게도 크게 인정받고 있었다.
타루넴이 입술을 매만지며 말했다.
“아직은 실패가 아니죠. 그녀는 신중한 사냥꾼이니까요. 하지만 확실한 성공을 위해서 아르타-마르에의 달인이 한 명 더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 정도의 사냥감이란 거군. 좋다. 내가 나서도록 하지!”
“잘 부탁드립니다.”
“그럼 이만 실례할게. 감히 내 아름다운 백경을 부쉈다는 그 심해의 결전병기인지 뭔지를 박살 낼 준비를 해야 하니까.”
베쉬라는 그렇게 말하고는 허공에 녹아들듯이 사라졌다.
“그럼 나도 실례하지. 위치를 보내도록.”
크레삭 역시 똑같이 사라졌다.
이 하늘섬은 타루넴의 성역이었으며, 두 사람은 타루넴에게 초대받아 의식을 투영한 것이다.
홀로 남은 타루넴은 몸을 일으켜 활짝 열린 창으로 향했다.
아래쪽으로는 저주의 재로 이루어진 운해가, 위로는 창공이 펼쳐진 풍경.
종말의 풍경은 아름다운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이 한 잔에 함께 담긴 기름과 물처럼 위아래로 나뉘어 있었다.
그 기괴한 풍경을 눈에 담으며 타루넴이 중얼거렸다.
“이레티샤 하음, 당신에게 새로운 패를 주진 않겠어요. 그는 영혼 강탈자를 잡기 위한 무기가 되어줄 것입니다.”
그것은 서로 직접 본 적은 한 번도 없지만, 오랫동안 예지의 영역에서 겨루어온 호적수를 향한 말이었다.
일곱 산호 연합은 위대한 승리에 달아올랐다.
하지만 축제를 벌이지는 않았다. 한 번의 싸움으로 적의 핵심세력을 완전히 분쇄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이 바다에는 많은 적들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떠나간 자들을 추모하는 한편, 병력을 재정비하고 모르드 일행을 중심으로 빼앗긴 영역의 탈환에 나섰다.
어둠상어족의 왕도 페슈를 시작으로 푸른 지느러미 왕국의 빼앗긴 도시들, 그리고 다른 종족들의 영역이 차례차례 탈환되었다.
대군주 백경이 사라진 시점에서 단죄자 세력에는 바다의 백성들을 압도할 방법이 없었다.
그리고 로텐다르는 백경은 물론이고 바다군주를 포함한 단죄자 세력의 그 어떤 존재보다도 월등한 해저기동력과 전투능력을 자랑했으니, 일단 포착되고 나면 도주조차 하지 못한 채로 격파당하는 것만이 유일한 결말이었다.
“…끝났군.”
모르드가 그렇게 중얼거린 것은 대군주 백경을 격파하고 나서 11일이 지난 시점이었다.
고작 11일 만에 바다의 백성들이 단죄자 세력에게 빼앗겼던 모든 지역을 되찾았다.
이 광활한 해역 어딘가에는 아직도 단죄자들의 잔당이 남아 있을지 모르지만, 사실상 완전한 승전으로 마무리되었다고 할 수 있었다.
이제 또 다른 대군주가 진출하기 전까지는 더 이상 바다의 백성들 전체가 위협받을 일은 없을 것이다.
여기까지 싸움이 마무리되고 나서야 일곱 산호 연합은 축제를 벌였다.
모든 종족이 모르드 일행을 자신들의 영역으로 초대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모르드는 육지의 백성인 자신들이 긴 해저 생활에 지쳤음을 이유로 가장 해수면에서 가까운 푸른 지느러미 왕국의 왕도 비세그린에 머무르기로 했다.
육지와는 다른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인어족의 축제가 사흘 밤낮 동안 이어졌고, 모르드 일행은 그동안 많은 이들을 만났다.
사실 그들을 만나고 싶어 하는 이들은 너무 많아서 셀 수도 없을 정도였기에 고르고 고른 인원이 그 정도였다.
만남을 허락받는 조건은 일곱 시련으로 향하는 동안 모르드 일행과 만났던 이들을 제외하면 모두가 뛰어나다고 인정하는 정령술사와 마법사로 한정되었다.
당연하게도 일곱 산호 연합의 유일한 대마법사인 백색증 깊은고래족 헤르수아 또한 포함되어 있었다.
[확실히 오베이언이 그렇게 된 건 아쉬운 일이었지. 하지만 단죄자의 주구로 전락한 모습으로나마 그대에게 쓸모 있는 것을 남겼으니, 그도 저승에서 어느 정도 위안거리를 얻지 않았을까?]파르웰에게 오베이언과의 싸움에 대해서 들은 헤르수아의 말이었다.
“그랬으면 좋겠군요.”
파르웰은 쓴웃음을 지었다.
대마법사는 실로 귀하디귀한 존재다.
바다는 워낙 광활하니, 백경이 아닌 다른 대군주가 패악질을 부리고 있는 다른 해역으로 나아가면 또 다른 대마법사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장 대마법사끼리 열정적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이 자리에 오베이언이 없다는 사실이 아쉬움으로 다가왔다.
문득 파르웰이 물었다.
“그러고 보니 다른 깊은고래족 분들은 못 올라오시는 겁니까?”
그녀와 파르웰은 그 사이에 숙소의 창을 두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 창을 경계로 공기가 차 있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이 나뉘었기 때문이다.
[우리들 깊은고래는 심해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야. 나는 마법의 힘으로 부상할 수 있었지만 다른 이들은 이 수심까지 올라오기는 힘들지. 힘겹게나마 해수면까지 올라가서 진짜 태양을 보는 건 내가 대마법사이기에 가능한 특권이라고 할 수 있어.]본래 일곱 산호 연합이 설정한 결전의 해역, 수심 3,500미터 지점이 깊은고래가 그럭저럭 전투 가능한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는 한계 환경이었다. 그것도 좋은 컨디션이라고는 할 수 없었고.
[수압의 변화는 서서히 올라오는 것으로 어떻게 되지만, 우리의 존재를 유지하는 힘의 근원이 심해에 있기 때문에 급격하게 상태가 안 좋아져. 사실 나도 마법으로 어떻게든 버티고 있을 뿐이지 결코 좋은 상태는 아니야. 이번 싸움 전부터 부상 중이기도 했고…….]“부상 중이셨다고요? 무리하고 계셨던 겁니까? 저도 나중에 심해에 내려갈 텐데 그렇게 하실 필요까지는…….”
[오, 서로 적의가 없다는 걸 확신할 수 있는 대마법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눈앞에 있어. 그런데 그걸 몸이 좀 아프다는 이유로 참으라고? 당신은 할 수 있겠어?]“못 참죠.”
파르웰은 픽 웃어버리고 말았다. 고민할 필요도 없는 질문이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놀랍게도 이 거대한 고래에게도 표정이 있었다. 장난스럽게 올라가는 입꼬리를 보며 파르웰은 놀라고 흥분해서 마주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