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tra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982)
엑스트라가 너무 강함 982화
모르드 일행은 대신관장 와르더를 따라 페세이타의 신전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위대한 바다의 여신을 따르는 모든 신들이 함께 모셔져 있었기에, 육지에서와 달리 신들을 만나겠다고 신전을 따로따로 찾아다닐 필요는 없었다.
‘그것만으로도 정말 큰 수확이지.’
게다가 이번에 알게 된 바로는 이 비세그린에는 육지의 신들을 섬기는 신전도 있었다.
모두는 아니고 바다의 백성들에게도 의미 있는 신들뿐이긴 했지만, 모르드 일행에게는 굉장히 가치 있는 일이었다.
단죄자들과 투닥거릴 필요 없이 안정적으로 신들과 접촉할 수 있는 거점이 생긴 것이다.
어쨌든 지금은 바다의 신들을 만나는 게 우선이었다.
[기다리고 있었노라.]신전 밑바닥으로 내려가 페세이타의 신상과 마주하는 순간, 빛이 그 자리를 가득 채우며 거대한 시선이 느껴졌다.
[우리 모두가.]그리고 시선을 보내온 것은 페세이타만이 아니었다.
그 주변에 세워진 기둥에 자리한 모든 바다의 신들의 신상이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너희들의 위업에 경의와 찬사를 보내는 바이다. 이 동쪽의 천상이 축제처럼 들떠 있다는 것을 알려줘야겠구나.]켜켜이 쌓인 절망을 뚫고 희망의 불길이 솟구치고 있었다.
누구도 어쩔 수 없을 거라고 체념했던 상황 속에서, 모르드 일행은 아직 아무것도 끝나지 않았음을 증명하며 위대한 승리를 거두었다.
[사랑스러운 나의 성자여, 바라는 것을 말해보거라.]모르드 일행은 신들에게 받을 것이 많았다.
대군주 백경을 격파하는 것은 모든 바다의 신들이 바라는 불가능에 가까운 과업이었고, 구해낸 영혼의 숫자는 10만이 넘었으니까.
모르드는 이 문제에 대해서 며칠 동안 고민했고, 답을 정해놓은 상태였다.
“단죄자들로부터 영혼을 구하는 제 권능을 품은 도구를 만들고 싶습니다. 그것을 타인에게 주어도 그 권능을 빌려줄 수 있도록…….”
[성물을 만들고 싶다는 것이로구나.]“그렇습니다.”
성물이란 신의 권능과 의지가 담긴 물건이다.
당연하지만 신성을 완성하지도 못한 이가 만들 수 있는 물건은 아니었다. 모르드는 신족보다 강대한 신성을 지녔을지언정, 신족이 할 수 있는 일은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신의 힘을 빌린다면 가능할 것이다.
‘우리들이 권능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
단죄자들은 전 세계 규모의 재앙이다.
모르드 일행이 아무리 강대한 힘을 가졌더라도 고작 열 명도 안 되는 소수 집단.
온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어찌할 수는 없다.
당장 바다의 백성들만 해도 모르드 일행이 다음 전장을 향해 떠나고 난 후에도 또다시 단죄자들과 맞설 일이 생길 것이다.
이미 적들에게 점령당한 육지와 달리 이들은 자신들의 터전을 지켜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다시 단죄자들에게 짓밟히지 않기 위해서, 이들에게는 영혼 구하기의 권능이 필요했다.
자신의 죽음이 존엄할 수 있다면, 또한 자신의 죽음이 곧 적의 병력을 늘리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충분히 단죄자들과 맞설 수 있을 테니까.
‘나의 권능을, 무기화해서 보급해야 한다.’
그것이 모르드가 생각한 답이었다.
[그리해 주겠다. 어떤 것을 원하느냐?]“일단은 이것들을 부탁드립니다.”
모르드는 진은제 창 열 자루, 그리고 무기와 방어구를 두루 포함한 각종 진은제 무구들을 합쳐 총 서른 개를 꺼내어 쌓아두었다. 전부 아공간에 보관하고 있던 신화의 유물이었다.
[음?]페세이타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갑자기 무구들을 서른 개나 쌓아두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안 되겠습니까?”
[…….]페세이타가 당혹스러워하는 게 느껴졌다. 그녀뿐만이 아니라 다른 신들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가능하긴 하다. 가능하긴 한데…….]태초의 삼신격을 이토록 당황케 한 인간이 몇 명이나 있었을까?
그녀가 어떤 태도를 보이건 간에 모르드는 흔들림 없는 눈으로 신상을 보며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모르드, 네 위업은 천상을 진동시켰노라. 이런 요구도 들어줄 수 있노라. 하지만 성물이 이렇게 많을 필요가 있느냐? 성물은 신의 존재와 위엄을 알리는 증거물이거늘. 이렇게 많은 것들을 뿌리고 다닌다면 오히려 네 위엄이 손상될 것이다.]“전 아직 신이 아닙니다. 저를 섬기는 신도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종언의 신성은 신앙과는 관계없이 완성된다. 모르드는 그 사실을 확신하고 있었다.
“그리고 종말을 막는다는 대의 앞에서 그런 문제에 연연하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가 바라는 것이 성물이라는 개념의 가치를 저하시키는 것이 문제가 된다면, 그렇군요…….”
확실히 이 세계에서 ‘성물’이라는 개념이 갖는 보편적인 가치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가치는 신과 신에게 신앙을 바치는 이들에게 있어서 중요한 것이니 함부로 훼손해선 안 되리라.
고민하는 모르드에게 페세이타가 충고했다.
[네가 말했다시피 너는 신이 아니다. 천상에 오른 것도 아니고, 신성을 완성하지도 못했지. 그런 네가 이토록 많은 성물을 만들어서 곳곳에 나누어준다면, 네 신성은 등에 무거운 산을 짊어진 것처럼 힘들어질 것이다.]“…….”
그것은 생각해 보지 못한 문제였다.
‘확실히 세계 파편으로 리온과 달시에게 권능을 나눠준 것도, 나한테 부담이 있었지.’
두 사람이 영혼 구하기 권능을 전개할 때마다 모르드에게도 어느 정도 부담이 걸렸다. 두 사람의 마력이 소모되는 것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였던 것이다.
모르드는 잠시 고민해 보고는 말했다.
“그렇다면 저는 신성무구라는 개념을 제안하겠습니다.”
[신성무구?]“성물보다는 낮은 성능이되 신의 권능이 임한, 신이 내려주는 권능의 무구. 몇 가지 제약을 걸면 불가능할 것 같지 않습니다.”
모르드는 자신이 구상한 것을 이야기했다.
“성물과 달리 영혼 구하기의 권능을, 그 무구를 가진 자의 신성과 마력으로 발현하도록 해주는 무구라면 어떻겠습니까?”
오직 영혼 구하기 권능을 발할 수 있는 기능만 달아주는 것이다.
“조건이 복잡해져서 과연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만…….”
말하고 나서 생각하니 성물을 만드는 것보다 더 까다로울 것 같았다.
원래 대체 불가능한 자원들을 때려 넣어서 유일하고 강력한 하나를 만드는 것보다 그보다 열화된 기능을 가졌을지언정 안정된 양산품을 만드는 게 훨씬 더 어려운 법이니까.
[…네가 생각하는 바를 알겠구나.]페세이타는 감탄했다.
[단 하나의 강력한 성물로는 이 상황을 타파할 수 없지. 덜 강력할지언정 모든 국면에 투입될 수 있는, 모두에게 존엄한 죽음과 단죄자에게 빼앗긴 영혼의 구원을 약속할 수 있는 담보물이 필요하다.]“그렇습니다.”
[따라서 나, 페세이타의 이름으로 네가 추구하는 답을 긍정하겠노라.]또한 페세이타의 신전에 모셔진 모든 신들이 그 뜻에 공감하여 의지를 발했다.
[네가 바라는 것을 주마.]신성한 은색의 빛이 솟구쳐 모르드가 쌓아둔 무구들을 감쌌다.
[나의, 아니, 우리 모두의 종으로 하여금 그 힘을 발휘하고 조율할 수 있도록 하겠노라.]“감사합니다.”
모르드는 페세이타가 자신이 부탁한 것 이상의 호의를 보여주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의 권능이 담긴 신성무구를 운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페세이타 교단에서 부담을 지겠다는 뜻이었으니까.
[신성무구라. 신화가 끝난 지금에 이런 것이 만들어지다니 놀라운 일이다. 나의 성자 모르드, 장차 네가 신명을 완성하여 만신전에 새긴다면 오늘의 일은 제법 영광스러운 역할로 남겠구나.]페세이타는 그 사실에 흐뭇하게 웃었다.
[아리타가 화를 낼 일이 또 늘었군. 그러게 있을 때 더 잘해줬어야지. 하긴 서쪽은 그렇게 절박한 상황이 아니었지만…….]“…….”
천공신을 놀려줄 마음이 듬뿍 묻어나는 그 미소를 보고 있자니 새삼 이 세계의 신들이 인격신이라는 실감이 났다.
페세이타가 물었다.
[자, 그럼 다음으로 바라는 것이 있느냐?]“지난번에 하신 것처럼 제 권능을 더 강화해 주실 수 있습니까?”
[그리하마.]축복이 내려졌다.
쏟아지는 강대한 축복의 힘을 받은 모르드의 신성이 변화한다.
보다 안정되고, 보다 단단해졌다. 그리하여 더욱 뚜렷하게 통제할 수 있게 되었다.
‘아.’
모르드는 그러한 변화가 영혼 구하기의 권능을 강화하는 결과로 이어졌음을 알았다.
‘…어리석었다. 어리석은 방식으로 쓰고 있었어,’
지금까지 영혼 구하기 권능은 종언의 권능과 하나였다. 모르드는 그 두 권능을 분리해서 펼칠 수 없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변질시킨 세계 파편을 통해 리온과 달시에게 빌려준 권능은 영혼 구하기뿐, 종언의 권능은 해당되지 않았다.
그것은 두 권능이 명백히 분리된 권능이라는 뜻이었으며, 그 사실을 자각함으로써 모르드 또한 두 권능을 분리해서 펼칠 수 있게 되었다.
‘새로운 이름이 필요하다.’
이 권능을 ‘영혼 구하기’라는, 다소 무성의한 이름으로 불렀던 것은 종언의 권능에 부속된 기능 정도로 여겼기 때문이다.
종언의 권능이 더욱 확장되면서 거기에 새로운 기능이 붙었다. 그런 느낌으로 운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고, 세상을 구할 희망이라고 할 수 있는 권능에 합당한 대우를 해줘야 할 때였다.
-영혼 인도자.
모르드는 권능에 새로운 이름을 붙여주었다.
그로써 내면에 자리한 권능이 더욱 선명해지고, 강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더 넓어졌다.’
범위가 유의미하게 확장되었다는 사실이 느껴졌다.
‘타인에게 빌려주는 것 또한 마찬가지겠지.’
단죄자와 맞서기 위해서는 단순히 더 강해지는 것보다 더 중요한 문제였다.
그렇기에 모르드는 이 자리에 모인 다른 신들에게도 같은 것을 요구했고, 이번의 보상만으로 영혼 구하기의 권능을 엄청나게 확장할 수 있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예외가 된 신이 한 명 있었다.
[잠깐.]세레스였다.
[나의 성자여, 나는 로텐다르의 기능을 더 개방해 줄 수 있다. 앞으로를 생각하면 필요할 것이다.]“…….”
왠지 사사로운 욕망이 잔뜩 들어간 것 같은 제안이었다.
하지만 모르드도 그럴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에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하늘을 나는 적과 싸우는 것은 꽤 짜증 나는 일이지.]이번에는 전장이 해저였기 때문에 그런 문제를 느낄 일이 없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상정해 둬야 할 상황이었다.
현재 로텐다르는 잠수함으로서의 기능만 개방된 상태였다.
하지만 본래는 비행도 가능하다. 물 위가 아닌 경우에는 성능이 크게 저하되는 문제가 있긴 했지만, 비행이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은 크나큰 차이가 있었다.
[그리고 네 권능 말인데, 그것도 네가 주인인 동안에는 설령 네가 부재한 상황이라 해도 로텐다르의 신성로를 통해 발휘할 수 있도록 개량할 수 있을 것 같구나.]“좋군요.”
[다만 여기까지 하면 나는 네게 더 줄 수 있는 게 없어지는데… 괜찮겠느냐?]세레스가 슬쩍 눈치를 보았다. 아무래도 배의 신이고, 로텐다르에 대한 애정이 넘치다 보니 자신이 너무 폭주하는 게 아닌가 하는 자각은 있었나 보다.
“좋습니다. 저도 동감하는 부분들이니까요.”
모르드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로텐다르가 비행 가능해지면 주시자 군주들을 매우 간단하게 상대할 수 있지.’
바다군주를 썰어버린 것처럼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단죄자 세력에는 꽤나 아픈 타격이 되리라.
‘반역의 용군단과 적대할 경우도 상정해야 하고.’
되도록 협력할 생각이지만 반역의 용군단 쪽에서 이쪽이 내민 손을 붙잡는다는 보장은 없었다.
절망적인 위험 속에서 공동의 적을 상대로 손잡는 것은 매우 당연하고 합리적인 선택이겠지만, 원래 세상일은 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으로 굴러가는 경우가 너무 많았으니까.
모르드가 말했다.
“대신 한 가지 청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말해보거라.]“리케인의 영혼을 거두셨겠지요. 그와 잠시 대화를 나눌 수 있겠습니까?”
처음부터 생각해 두고 있었던 부탁이었다.
영혼을 구하는 것과 동시에 대화를 나누는 것은 단죄자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는 존재의 개입을 염두에 두었기에 그만두었다.
하지만 다른 영혼도 아니고 세레스 신족인 리케인의 영혼이라면 세레스를 통해서 대화를 나누는 게 가능할 것 같았던 것이다.
[그 일이라면 오히려 내가 부탁하고 싶구나. 리케인도 그것을 원하고 있었으니까.]세레스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과 동시에 눈앞이 빛에 휩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