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tra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983)
엑스트라가 너무 강함 983화
“아, 이런 식이구나.”
어딘지 모를 망망대해를 항해하고 있는 거대한 배 위에서 리케인이 조금 놀란 기색으로 말했다.
“리케인.”
“고마워. 종언의 영웅 모르드. 꼭 직접 감사를 표하고 싶었어. 이렇게 기회를 줘서 몸 둘 바를 모르겠군.”
리케인은 우아하게 몸을 숙이는 귀족적인 예법으로 예를 표했다.
“원래는 그런 얼굴이었군.”
모르드는 고개를 든 그의 얼굴을 보며 말했다.
곱슬기가 있는 잿빛 머리칼은 선명한 은발이 되어 있었다. 단죄자 특유의, 수은이 찰랑거리는 것 같은 눈은 저 바다처럼 짙푸른 빛깔로 변해서 생명력을 뽐냈다.
리케인이 씩 웃었다.
“그래. 좀 사람 같지?”
“적어도 백 살 가까이 된 노인 같지는 않다.”
“아, 나 백 살은 넘었는데.”
“…….”
“…그러고 보니 몇 살이냐?”
“열아홉 살이다.”
“뭣?”
리케인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휘둥그레 뜨고 모르드를 바라보았다.
“아무리 못해도 서른 살쯤은 된 줄 알았는데…….”
“…….”
모르드는 상처받지 않았다. 영혼의 나이로 따지면 30대이긴 했기 때문이다…….
“어, 어어… 그, 그렇게 듣고 보니까 얼굴이 좀 어려 보이는 것 같기도 하네?”
리케인은 당황해서 눈을 껌뻑였다.
덩치와 분위기 때문에 오해하기 쉽지만, 모르드의 얼굴을 잘 보면 수려하고 나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용모였다.
“이야, 내가 고작 열아홉 살의 새파란 애송이… 가 아니라 파릇파릇하고 전도유망한 청년에게 당하다니, 역시 바다에서는 상상도 못 하는 일이 일어나는 법이라니까.”
유쾌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 그가 말했다.
“그리고 어차피 죽은 몸이니 이제 와서 나이를 따져봐야 의미가 없지. 이젠 젊음의 묘약도 안 먹히는 몸이고.”
머리를 긁적이는 리케인에게 모르드가 물었다.
“젊음의 묘약이라는 게 진짜 있었나?”
“있었어. 내 나이 마흔셋에 사랑의 묘약이랑 젊음의 묘약을 찾아서 떠났었는데 두 개의 구전이 서로 뒤바뀌어서…….”
리케인은 모르드가 자신의 모험에 관심을 가져주는 것에 신이 나서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그는 말재주가 빼어나서 청자를 몰입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모르드도 본론을 잃고 한참 동안 즐겁게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게 된 거야. 아, 근데 이런 이야기 들으려고 날 보자고 한 건 아니지?”
뽐내듯이 이야기를 마친 리케인은 퍼뜩 정신을 차리고 물었다.
“아니지. 하지만 세레스께서 주선해 주신 만남이라 시간은 꽤 넉넉한 것 같군.”
모르드가 영혼을 구하면서 시공간의 바깥에 대화의 장을 만들었을 때는 시간제한이 뚜렷했다. 영혼을 보호하기 위해서도 힘을 써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리케인은 이미 세레스가 거두어들인 영혼이고, 세레스가 마련해 준 자리라 그런지 시간이 아주 넉넉하게 남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리케인이 물었다.
“단죄자에 대한 정보를 얻고 싶었던 거지?”
“그래.”
“내가 생각나는 대로 이야기하면 너무 두서없어질 것 같고… 물어보는 것에 답하는 게 낫겠군. 이미 알고 있는 게 많을 테니까.”
“너는 단죄자로 지낸 시간이 꽤 길지 않았나?”
“길었지. 그래서 수확자 후보이기도 했고…….”
“수확자 후보라면, 수확자는 새로 임명되어서 늘어나는 건가?”
“맞아. 기본적으로는 남대륙 출신, 그중에서도 신족 출신이었던 자들이 수확자가 되지. 그에 비해 현세의 인류는 신족일 경우 수확자로 만드는 걸 오히려 꺼려하더군.”
“어째서지? 능력적으로는 오히려 당신처럼 현세의 신족인 쪽이 더 높을 텐데?”
“꼭 그렇진 않다고 생각해. 신화에도 엄청난 녀석들은 꽤 많았던 모양이니까. 하지만 날 수확자 후보로 만드는 걸 꺼렸던 건 능력적인 문제는 아니고, 놈들이 아주 인간적이라는 사실을 증명해 주는 부분이야.”
“음?”
“놈들의 주장에 따르면 남대륙 출신이야말로 고귀한 출신이고, 현세의 인류는 근본 없는 놈들이라 이거지. 그리고 그 파벌이 단죄자 세력에서 절대적인 권력층이고.”
“그건 정말… 인간적이군. 광신적인 부분으로 묶여 있는 걸 제외하면 나머지는 인간성이 고스란히 살아 있는 건가. 하긴 지금까지 만난 단죄자들도 다들 그랬지.”
“그렇다고 생각해.”
“혹시 다른 대군주에 대한 정보를 알려줄 수 있나?”
“물론이지. 하나는 원래 내가 탔었기도 했고.”
“네가 탔었다고?”
“백경은 네 번째로 건조된 대군주였어. 가장 강력한 대군주는 아니었지. 나는 원래 첫 번째 대군주 흑어룡(黑魚龍)을 탔었는데, 백경보다 더 크고 강대한 대군주였지.”
첫 번째로 건조된 대군주가 이후에 건조된 대군주보다 더욱 크고 강대한 이유는, 당시에는 아직 대군주에 어느 정도 자원을 투자해서 만들지 명확한 기준이 세워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단 엄청나게 크고 강하게 만들자는 생각으로 과잉 투자가 이루어진 결과, 흑어룡은 이후에 건조되는 대군주보다도 더욱 크고 강대한 존재가 되었다.
“몇 번 다른 대군주를 바탕으로 개조가 이루어지기도 해서, 내가 마지막으로 몰았을 때보다 더 성능이 올라갔을 거야.”
리케인은 대군주 흑어룡의 선장이 되어서 남대륙의 바다를 파괴했다.
“북해와 서해, 남해의 정화작업… 그래, 놈들은 그렇게 불렀어. 그 작업을 끝냈을 때 흑어룡에서 내리게 하더군.”
남대륙 주변 바다는 이미 단죄자들에게 넘어갔다. 그곳의 바다의 백성들은 동대륙의 육지 사람들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상황일 것이다.
“당시의 나는 그 명령에 납득하지 못해서 반발했지만…….”
리케인은 쓰게 웃었다.
어쨌든 당시의 그로서는 당연한 반응이었다. 최고의 배를 타고 최고의 활약을 펼쳤는데 포상을 받지는 못할지언정 선장 자리에서 쫓겨났으니까.
“명분은 준비되어 있었지. 네 번째로 건조된 대군주, 백경을 타고 이 대륙의 바다를 정화하라고.”
그리고 흑어룡은 장차 움직이는 성역으로 개조될 예정이라며 수확자를 태우게 되었다.
“명목상 선장은 따로 있는 모양이지만… 선장이 자기 배에서 2인자 노릇을 해야 하면 그걸 선장이라고 부를 수 있겠어?”
뱃사람 입장에서는 끔찍한 이야기였다.
“흑어룡을 성역으로 만드는 계획이 성공했는지는 모르겠어. 그 후로 소식을 못 들었거든. 기밀 취급이다 이거겠지.”
“왜 굳이 그런 계획을 세운 거지? 혹시 그냥 너를 쫓아내기 위한 구실이었나?”
“그건 아니었던 것 같아. 내가 수확자 후보로 오른 건 사실이었고, 실제로 성역화를 위한 작업에 착수하기도 했으니까. 아마 그건 타협안이었을 거야.”
“타협안?”
“존귀한 분 소리 듣는 수확자 중에 심해에 처박혀 살고 싶어 하는 놈은 아무도 없었거든.”
“…그건 그렇군. 단죄자가 되면서 다들 미적 감각이 좀 맛이 가는 것 같긴 해도 육지에 사느냐 심해에 사느냐는 전혀 다른 문제니까.”
“바로 그거야. 대군주를 성역화하는 건 타협안이었던 거지. 그 계획이 성공했을 경우, 대군주의 주인 되는 수확자에게는 대군주만이 아니라 특정한 섬도 성역으로 하사되는 계획이었어.”
육지와 심해를 오가면서도 수확자로서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였다.
“그런 부분도 인간적이군.”
수확자를 포함한 단죄자가 인간성이 거세된 존재라면 굳이 그런 계획을 세울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리케인이 말했다.
“그래서 인어족을 단죄자로 만들려는 계획을 꽤 열심히 진행했지. 결과는 전혀 실현 가능성이 안 보이는 철저한 실패였고. 그때의 나는 그 사실을 슬프게 생각했어.”
친구들을 구원할 때마다 그들이 단죄자가 되지 못하고 언데드로 전락한다는 사실을 슬프게 생각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소름 끼치는 일이었다.
모르드가 말했다.
“인어족이 단죄자가 아니라 언데드가 된 건 내가 봐도 좀 이상했지. 그들이 보는 ‘인류’의 정의가 너무 협소한 것 같았다.”
적어도 바다의 백성 중에서 인어족은 상당히 인간과 닮은 편이었다. 인간과 인어족이 맺어지면 그 사이에서 아이가 태어날 수도 있다고 하니까.
“게다가 인류의 신성이 계승되었고.”
인어족 사이에는 다양한 신들의 핏줄이 존재한다.
세레스나 소르아 같은 바다의 신 말고 육지에서도 잘 알려진 신혈도 말이다.
“그럼에도 그들이 단죄자가 되지 못한 건… 아무리 봐도 인류에 대한 정의가 협소하고 왜곡되어 있다고밖에 볼 수 없군.”
“보편적일지도 몰라.”
“음?”
“너랑 이야기하다 보니까 참 묘한 기분이 드네. 무슨 마법사랑 이야기하는 것 같은…….”
“사람이 꼭 생긴 대로만 살진 않는다.”
“그건 그렇지.”
픽 웃은 리케인이 말을 이었다.
“아무튼 육지 사람들에게 인어가 인간과 같은 인류냐고 물으면,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은 소수지 않을까?”
“…확실히.”
인간과 닮은 실루엣을 가졌고, 두 발 달렸으며, 인간의 언어도 구사할 줄 알지만 괴물로 분류되는 존재가 한둘이 아니다. 그런데 과연 사람들이 하반신이 물고기인 인어를 같은 인류로 인식하겠는가?
리케인이 말했다.
“그리고 단죄자들은, 단죄자가 되는 것 자체를 특권으로 보거든. 단죄자가 될 수 있는 자격조건이 협소한 게 당연하지 않을까?”
“흠. 납득이 가는군.”
“하지만 다른 이유일 수도 있어.”
“음?”
“확실하진 않아. 나는 수확자 후보였고, 그래서 꽤나 그 존재에게 가까이 갔었던 것 같아…….”
리케인이 얼굴을 감싸 쥐며 말했다. 죽어서 구원받은 지금도 그 기억을 떠올리는 게 두렵다는 듯이.
“황량한 세상이었어.”
리케인에게는 이질적인 건축 양식으로 가득한 거대한 도시가 있었다.
항상 뿌옇게 흐려져 있는 도시의 풍경 속에는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 도시에서 한 발짝만 나오면 온통 황량하게 말라붙은 풍경만이 펼쳐져 있었다…….
“그곳이 바로… 단죄자들이 다시 태어남으로써 가고자 하는 세계, 약탈당한 세상일 거야.”
단죄자들은 이 세계의 모든 존재가 원죄를 품고 있다고 말한다.
그 원죄는 다른 세계를 약탈한 죄다.
본래 다른 세계에 주어졌을 생명을 강탈하여 태어나고, 살아가기에 이 세상의 모든 존재는 지울 수 없는 원죄를 품었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었다.
“그게 진짜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 세상이 황량해 보이는 건 사실이었지. 그리고… 그 세계에서 살아가는 존재는 오직 인간뿐이었던 것 같아.”
적어도 그가 본 풍경 속에서는 그러했다.
“인류의 정의가 협소한 것은, 자기들 세상의 인류와 같다고 인식할 수 있는 우리 세계의 존재가 인간밖에 없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
“…….”
모르드는 이 이야기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리케인이 말했다.
“대군주 이야기를 하다가 여기까지 왔는데… 백경이 격침된 지금, 남은 대군주는 셋 그리고 하나야.”
“하나라니?”
“원래 백경을 포함해서 넷이 존재했고, 다섯 번째가 건조 중이었거든. 완성이 머지않았을 거야.”
“그랬나?”
“새벽 반도… 그러니까 용족의 권역을 어떻게 해보겠다는 목적이었던 걸로 알고 있어. 하지만 지금은 과연 원래 목적대로 투입될지 아니면 내 담당이었던 이 해역에 다시 투입될지 모르겠네.”
리케인은 다른 두 대군주에 대해서도 아는 대로 설명해 주었다. 직접 탔던 흑어룡이나 백경만큼 상세한 정보를 알고 있진 못했지만, 모르드 입장에서는 충분하다고 생각되는 수준의 정보였다.
모르드가 말했다.
“고맙다. 놈들을 상대하는 데 도움이 되겠어.”
“고마운 건 내 쪽이야. 이렇게나마 도움이 될 수 있어서 다행이야.”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리케인이 오른손을 내밀었다. 모르드는 그의 손을 맞잡고 힘차게 악수했다.
“종언의 영웅 모르드, 그대의 앞길에 모든 신들의 축복이 있기를. 내 아름다운 친구들을 지켜줘.”
“맡겨둬라.”
“고마워.”
리케인은 환하게 미소 지었다.
다시금 빛이 시야를 채색하며, 모르드의 의식이 해저로 돌아왔다.
모르드 말고 다른 이들은 지금까지와 비슷한, 무난한 보상을 받았다.
리온, 케엘, 달시, 라그나스, 세데아, 니스카는 순수한 힘의 축복을 받았다.
파르웰은 축복을, 그리고 심해사과를 두 개 받았다. 한 개는 비상약으로 두고, 한 개는 황금사과와 어떻게 다른지 연구용으로 쓰고 싶었기 때문이다.
에리우도 이번에는 정보만 받은 게 아니라 힘도 받았다.
서둔이 페세이타에게 받았던, 심해의 축복이 담긴 넥타르라면 그녀에게도 유효하니 그것을 요구하자고 동료들과 합의해 두었기 때문이다.
페세이타와 너울, 니지우스는 그녀를 위해 각자 특별히 심해의 축복을 담은 넥타르를 내려주었다.
다른 신들은 별방망이와 신수 아리재현의 비늘을 축복하거나 혹은 세계 파편의 정보를 알려주었다. 이번에 알게 된 세계 파편의 정보는 총 3개였다.
서둔은 페세이타와 너울에게는 심해의 축복이 담긴 넥타르를, 다른 신들에게는 다양한 방식으로 대가를 받았다.
넥타르, 심해사과, 용성주까지.
그리고 자신이 지금 쓰는 도끼에 축복을 받아 더욱 강력하게 만들었다.
케엘이 이유를 묻자 그녀는 조금 부끄러워하며 대답했다.
“지금까지 너무 제가 강해지겠다는 목적만 생각하고 있던 것 같아서요. 아버지께 드리고 싶어요.”
용성주는 그렇다 쳐도 넥타르와 심해사과를 먹는다면 김운산은 단기간에 별격의 존재로 거듭날 것이다.
[그리고 전언이 있다.]그렇게 포상을 다 받고 나자 페세이타가 말했다.
[란슬리시아가 꼭 해줄 말이 있으니 곧바로 자신을 만나러 와달라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