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tra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986)
엑스트라가 너무 강함 986화
모르드 일행은 사흘간의 축제 기간이 끝나고, 다시 10일간 왕도 비세그린에 머물렀다.
휴식을 위해서만은 아니었다. 머무는 동안 여러 가지로 꼭 해둬야 할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좀 더 머물러주시길 바랍니다만, 도저히 붙잡을 수가 없군요.]브린탄 왕자는 아쉬움을 가득 드러냈다.
모르드 일행에게 감사하는 마음은 실로 끝이 없었다.
그들이 아니었다면 왕국도 지키지 못했을 것이고, 단죄자의 저주에 사로잡혀 언데드가 된 혈족들 또한 구원할 수 없었을 테니까.
모르드가 말했다.
“또 만날 일이 있겠지. 앞으로 인어족의 협력을 기대하고 있겠다.”
[맡겨주십시오.]앞으로 바다의 백성들은 모르드 일행에게 전폭적으로 협력할 것이다.
비세그린에 머무르는 동안 그것을 위한 기반을 준비해 두었다.
“통신기에 이상이 생기면 곧바로 여분으로 교체해 주세요. 어지간하면 고장 날 일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혹시 모르니까요.”
당연하지만 그 준비를 한 사람은 파르웰이었다.
생존자들이 꾸준히 제작해온 통신기를 바다의 백성들에게 나누어주어서 각 종족의 도시에 설치하도록 했던 것이다.
이바스리엘의 기술을 이용한 통신기는 해저에서도, 심지어 심해와 통신을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이런 부분은 지구의 전파통신보다 뛰어나다고 봐야겠지.’
통신기 보급과 중계기 설치가 끝나고 나면 단죄자들의 통신망과 비교해도 훌륭한 통신망이 구축되리라.
‘아무래도 시대가 시대다 보니 다들 이 기술이 이런 규모로 보급된다는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은데…….’
지금으로서는 군사적 목적으로만 활용될 수 있으리라.
하지만 그렇다 해도 이것은 통신혁명이다. 시대를 앞서가도 보통 앞서가는 게 아니었다.
‘이 세계의 문명이 어떤 식으로 발전할지 살짝 두려워질 정도군.’
권능과 마법이 현대 병기 저리 가라 할 정도의 막강한 파괴력을 발휘하는 세상이다 보니 더욱 예측불허였다.
파르웰은 단순히 통신기를 바다 곳곳에 설치하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비세그린까지 올라온 깊은고래족 대마법사 헤르수아와 협력하여 중계기를 개발했는데, 이 과정에서는 모르드의 조언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모르드는 전화번호의 예를 떠올리며 통신기에 번호를 각인시켜서 원하는 통신기를 특정하여 통신할 수는 없는지 물었고, 파르웰과 헤르수아는 크게 감탄하며 그 기능을 개발했던 것이다.
마법사들은 정보 정령을 주고받을 때 상대의 정보 주소를 이용하는 만큼 이 아이디어를 이해하여 구체화하기 쉬웠다.
그렇게 통신기를 개선하고, 중계기를 개발하는 한편 파르웰은 인어족 마법사들에게도 통신기 제작법을 가르치고, 제작을 맡겨서 꾸준히 생산될 수 있도록 했다.
“통신기를 좀 더 개선하고 싶네요. 대화가 가능한 것만으로도 대단하긴 하지만, 대화만으로 연구결과를 전달받는 것은 한계가 있으니까요.”
파르웰이 아쉽다는 듯 중얼거렸다.
마음 같아서는 한동안 비세그린에 남아서 헤르수아와 머리를 맞대고 연구하고 싶었다.
하지만 헤르수아도 수심이 낮은 지역에 오래 머무는 것을 힘들어하고 있었고, 일행도 할 일이 많아서 욕망을 참을 수밖에 없었다.
모르드가 피식 웃었다.
“연구팀을 대폭 늘린 걸로 만족해라. 천천히 해나가면 되겠지.”
“그건 매우 행복한 일이긴 하죠.”
이번에 파르웰은 자신이 맡기는 연구 과제를 진행해 줄 새로운 연구팀을 다수 얻었다.
일단 인어족 마법사들이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으며, 바다 엘프를 비롯한 다른 종족의 마법사들 또한 열정적으로 연구를 맡겨달라고 지원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지원한 연구원 숫자가 모든 종족을 합쳐서 300명을 훌쩍 넘었다.
심지어 대마법사 헤르수아가 이끄는 깊은고래족 연구팀까지 포함된 숫자였다.
파르웰은 그들에게 연구 과제를 맡기고 수확할 날을 기대하고 있었다.
“로텐다르도 있고, 통신망도 구축했고, 신성무구도 나눠줬으니… 이제는 소식이 들릴 때마다 와서 성과를 수확하면 되겠지요.”
그것은 매우 가슴 뛰는 일이었다.
그런 파르웰을 잠시 바라보던 모르드는 함장석에 앉아 신성로의 불길을 피워 올리며 말했다.
“그럼 일단은 해저에서 할 일들부터 처리하도록 하자.”
우우우우우우……!
왕도 비세그린에 정박해 있던 로텐다르가 힘차게 울부짖었다.
동시에 함장석 앞쪽에서 은은한 빛이 일어났다.
그곳에는 리케인의 검이 꽂혀 있었고, 그리고 진은으로 조각한 배 모형 펜던트의 형태를 하고 있는 세레스의 성물이 걸려 있었다.
세레스는 이 물건들을 통해 모르드가 없을 때도 종언의 권능을 로텐다르에게 공급할 수 있는 매개체로 만들어주었으며, 그 자체로 로텐다르의 기능을 강화해 주는 역할도 했다.
그것을 보며 작게 미소 지은 모르드가 함장으로서 명했다.
“로텐다르, 발진.”
해저 항구를 입체적으로 채운 수많은 환송 인파들이 그 웅장한 모습을 구경하는 가운데, 거대한 진은의 고래상어가 쏜살같이 도시의 결계를 빠져나가 심해를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 * *
모르드 일행은 비세그린을 떠난 뒤 처리해야 할 일의 우선순위를 명확하게 정해두고 있었다.
‘해저의 세계 파편을 회수한다.’
가장 우선해야 할 일은 신들이 알려준 정보를 바탕으로 세계 파편을 회수하는 것이었다.
“해저에 열여덟, 해상에 넷인가.”
그동안 받은 세계 파편에 대한 정보를 다 모아보니 굉장한 숫자였다.
일단 해저의 일을 처리하고 해상으로 올라갈 예정이었기에 해저 수색에 들어갔다.
해저는 인간이 탐색하기에는 너무나 광활하고 입체적인 데다 어둠이 지배하기까지 하지만 상관없었다.
물의 신화정령이 된 포에라가 일행을 정확한 위치로 인도했고, 로텐다르가 있었으니까.
그리하여 일행이 신들이 알려준, 해저에 존재하는 신화의 흔적을 탐색하여 세계 파편 17개를 회수하기까지는 불과 9일이 걸렸다.
케엘이 물었다.
“이제 다섯 개 남았네. 네 개는 섬이고 한 개는 심해인가? 해상으로 갈 거야? 아니면 심해부터 갈 거야?”
“바닷속이 지겨운 기분은 알겠지만…….”
질문 속에 이미 좀 해상으로 나가고 싶다는 기분이 듬뿍 담겨 있는 게 느껴져서, 모르드는 쓴웃음을 지었다.
푸른 지느러미 왕국의 비세그린에 머무는 동안 한두 번씩 바다 위로 나아가서 기분 전환을 하긴 했다.
하지만 그것 말고는 내내 해저에만 있다 보니 모르드도 지겹고 피곤한 게 사실이었다. 아무리 넓고 쾌적한 환경을 조성한다 해도 인간에게 있어서 해저는, 그리고 폐쇄된 잠수함 내부는 장시간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곳이 못 된다.
차라리 내내 심상 세계에서 지냈다면 모르겠지만 만나야 할 사람도 많았고, 신경 쓸 일도 많아서 그럴 수도 없었다.
“아예 해저에서 볼일을 끝내고 나서, 최대한 놈들의 눈을 피해서 움직이는 게 나을 것 같다.”
“그렇긴 하지.”
케엘이 한숨을 쉬었다.
참 내키지 않지만 모르드의 방침이 옳다는 것에 동의하기 때문이었다.
모르드 일행에게는 아직 해저에서 해야 하는 중요한 일이 남았다
‘다시 한번 심해 밑바닥으로 내려가서 페세이타를 만난다.’
페세이타는 아직 해줄 이야기가 남았으며, 그 이야기는 바다의 가장 깊은 곳에서 직접 마주해야만 들려줄 수 있으리라 했다. 아마도 그것은 와르더가 일행을 맨 처음에 만났을 때 언급한 심해의 비밀에 관련된 이야기이리라.
모르드는 굳이 바다의 깊은 곳에서만 그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이유를 짐작했다.
‘심해는… 신화와 현세의 경계에 속한 곳이다.’
직접 내려가 봤기에 알 수 있었다.
일정 심도 밑의 심해는 완전히 현세라고 하기 애매한 영역이라는 것을.
인류의 인식이 닿지 않는, 아득히 먼 영역이기에 아직도 신화의 일부가 생생하게 살아 숨 쉬고 있었다.
크라켄족이나 깊은고래족처럼 강대한 종족들이 심해에서만 온전히 종족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는 것에는 그런 이유가 있을 것이다.
모르드가 씩 웃으며 케엘을 위로했다.
“너무 낙심하지 마라. 너하고 파르웰도 그 해저호수를 보면 기분이 좀 나아질 테니까.”
* * *
“와…….”
깊은고래족이 사는 해저호수에 온 케엘은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이미 다른 동료들에게 설명을 듣기는 했지만, 아무리 말로 설명해 봤자 이 경이감을 전달하는 건 무리였다.
심해 깊은 곳에 자리한 해구로 내려가다 보면 중력이 역전된 거대한 지저공간과 그 안을 채운 광활한 해수호가 있다니…….
“심지어 이게 성역도 아니란 말이지…….”
해저호수 자체는 페세이타의 성역이 아니었다.
“케엘!”
파르웰이 그에게 손짓했다.
“성역에 가기 전에 여기서 좀 쉬기로 했어요! 헤르수아 님이 안내해 주신다고 하는데 같이 가지 않을래요?”
“그거 좋…….”
냉큼 좋다고 말하려던 케엘이 움찔했다.
“…아, 아냐. 나는 그냥 이 근처나 둘러볼게.”
이 놀라운 공간을 탐험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다.
하지만 파르웰을 따라가면 지극히 학술적인 탐사에 노동력을 제공하며, 두 대마법사의 대화에 시간의 흐름이 몇 배로 늘어난 것 같은 기분에 시달릴 게 뻔했다.
“그래요, 그럼.”
파르웰도 그런 케엘의 심정을 알아차리고는 피식 웃었다.
거대한 백색증의 깊은고래, 대마법사 헤르수아가 파르웰을 등에 태우고 해저호수의 수면을 가르며 나아가기 시작했다.
“어, 저건 좀 부럽다…….”
몸길이가 80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고래의 등 위에 타고, 넓이만 보면 바다로 착각할 정도로 거대한 해저호수를 탐험하는 경험이라니…….
[태워드릴까요?]케엘의 얼굴에서 부러움이 뚝뚝 묻어나자 다른 깊은고래 한 명이 고개를 내밀고 물었다.
“그, 그래도 되나요?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물론이에요. 우리를 구해주신 영웅들을 태우고 호수를 안내해드릴 수 있다면 영광입니다.]“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평소에는 솔테티를 타고 날아다니고, 고래 모양의 탈것이라면 주시자 군주 위에 올라타 본 적이 있긴 하다.
하지만 선의를 보이는 몸길이 100미터의 초대형 고래의 등 위에 올라타는 경험은 이 해저호수의 경이감을 극대화시켜 주었다.
“저기, 저도 같이 가도 되나요?”
“저도…….”
[물론입니다. 제 등은 아주 넓으니까요!]달시와 리온이 슬그머니 묻자 깊은고래는 기꺼이 환영했다.
깊은고래의 등 위에 탄 세 사람은 희희낙락하며 호수 저편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
모르드는 말없이 그 광경을 보고 있었다.
[모르드 님?]해저호수 위로 부상한 로텐다르 위에 선 모르드는 깊은고래족의 장로이자 페세이타의 대신관장인 우부안켈 대신관장과 이야기를 나누던 참이었다.
그러다가 케엘과 달시, 리온이 깊은고래 한 명의 등에 타고 멀어져가는 것에 시선을 빼앗겼던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부러웠다.
‘나야 산호거북 위에 타보긴 했지만…….’
거북은 거북이고 고래는 고래 아닌가?
표정으로 드러나진 않았지만 시선만 봐도 누구나 모르드의 심기를 읽을 수 있었다.
정신파에 민감한 깊은고래족이라면 더더욱.
[…사실 저희 아이들 중에 모르드님 일행을 안내해 주고 싶어 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괜찮으시다면 시간을 내주실 수 있겠습니까?]“…….”
모르드의 표정은 여전히 무심했지만, 잘 보면 안색이 아주 약간 붉어졌음을 알 수 있었다.
우부안켈에게 내심을 읽힌 데다 사려 깊은 제안까지 들으니 부끄러운 기분이 들었다.
“…호의를 감사히 받겠습니다.”
하지만 부끄럽다고 거부하기에는 너무 매력적인 제안이었다…….
[하하, 서로 하고 싶다고 난리일 겁니다. 어쨌든 모르드 님은 이미 시련을 통해 자격을 입증하셨으며 위대한 바다의 어머니께서도 당신이 오기를 기다리고 계시니 성역에 가시는 건 문제없습니다. 전처럼 시련을 거치실 필요도 없을 겁니다.]모르드는 다시 시련을 치르지 않아도 성역에 갈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우부안켈에게 조언을 구하자 그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확인해 주었다.
[원하신다면 성역이 아닌 곳으로도 가실 수 있을 겁니다.]“바다의 가장 깊은 곳도 이곳의 가장자리와 마찬가지로, 같은 장소에 간다 해도 성역에 입장할 수 있는 것은 자격을 가진 자뿐인가 보군요.”
[그렇습니다. 제가 이 말씀을 드린 것은 교황께서도 한번 뵙고 싶어 하셔서 그렇습니다.]“그분은 성역이 아닌 영역에 계신가 보군요.”
[비교적 자주 성역에 입장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평소에는 성역 아닌 곳에 계십니다.]“알겠습니다.”
모르드도 크라켄족인 교황과 만나는 것에 흥미가 있었다.
깊은고래족보다도 더욱 장엄하고 신화적인 생명체 아닌가?
문득 모르드는 떠오른 의문을 물었다.
“그러고 보니, 심해의 크라켄족은 이따금씩 해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크라켄과는 다른 종족입니까?”
[그들은 심해의 크라켄족에 비하면 작고, 지성체가 아닙니다.]“…과연.”
바다의 백성이라 불리는 존재들은 모습과 생태는 천차만별일지언정 모두 인간처럼 언어로 소통 가능한 지성을 가진 존재들이었다.
예를 들면 겉보기로는 똑같은 돌고래라도 바다의 백성인 이들이 있고 그렇지 않은 이들이 있는 것이다.
인간이 보기에는 똑같아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바다의 백성들은 정신파에 민감하기에 한눈에 정체를 알아본다.
‘확실히 바다는 육지와는 환경이 다르다 보니 신화에 일어난 지성종끼리의 생존경쟁과 그로 인한 특정 종족의 도태가 훨씬 덜 일어난 느낌이군…….’
육지에도 과거에는 지금보다 훨씬 다양한 지성종들이 있었다.
인류에 속할 만한 종족만 해도 수백 단위였고, 그렇지 않은 종족까지 합치면 수천 단위였다. 하지만 그들은 신화에 생존경쟁을 하는 과정에서 하나씩 사라지거나, 다른 종족에게 통합되어서 오늘날에는 남아 있지 않다.
그에 비해 바다는 워낙 광활해서 그런지 이런 통합이 거의 일어나지 않았고, 그래서 훨씬 다양한 지성종이 남아 있는 느낌이다.
우부안켈이 말했다.
[교황 성하가 계신 곳에는 저희 아이들도 내려가 있습니다. 자세한 사정은 여기서 설명드릴 수 없지만, 그 아이들을 보시게 되면 잘 부탁드립니다.]“알겠습니다.”
모르드는 심해의 사정이 뭔지 조금씩 추측하고 있었기에 캐묻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