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tra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991)
엑스트라가 너무 강함 991화
“충분하고도 남는군.”
문득 모르드가 중얼거렸다.
그는 최심부에 자리한 마왕성의 성벽 위에 올라서 있었다. 사방에서 밀려드는 마족과 마물들을 상대로 싸우는 중이다.
공간을 뛰어넘어 단번에 최심부로 도달했기 때문에, 광활한 마왕급 던전 곳곳에 포진해 있던 적들이 마왕의 명령을 받고 밀려오고 있었다.
하지만 던전이 워낙 광활한 데다가 이동속도도 제각각이라서 도달하기까지의 시간도, 그리고 병력 배치도 제각각이다.
마족들 입장에서는 정석적으로 침투해 오는 도전자들을 맞이할 때와는 달리 끔찍하게 비효율적으로 병력을 움직여서 각개 격파당하는 신세가 된 것이다.
쿠과아아앙……!
마왕성의 본궁이 터져 나갔다.
마왕급 던전인 만큼 최심부도 넓다. 직경 5킬로미터가 넘는다. 그리고 건물은 일반적인 현세의 건축물들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튼튼하다.
그러나 그래 봤자였다.
[날파리 같은 것들! 죽여 버리겠다!]17미터를 넘는 마왕 페네바의 거체, 그리고…….
“썅! 케엘! 저거 좀 막으라고!”
“막고 있잖아! 열 대 맞을 거 한 대만 맞게 해준 내가 왜 욕을 먹어야 하는데! 한 대 정돈 알아서 피해봐 이 느림보야!”
18미터에 달하는 리온의 광신체가 격렬하게 치고받는 충격 앞에서는 펑펑 터져 나갈 뿐.
-심판의 화살비!
마왕이 궁극주문을 발하자 최심부, 아니, 그 너머까지 광범위하게 빛의 화살이 쏟아져 내린다.
-태양새의 춤!
열과 빛으로 이루어진, 몸길이 30미터도 넘는 거대한 새가 하늘을 고속으로 비행하며 지상을 폭격한다.
그 여파는 모르드가 있는 범위는 물론이고 성벽 밖까지도 닿고 있었다.
“아, 이거 귀찮네. 잘하는데?”
달시가 투덜거렸다.
페네바가 쓴 궁극주문은 리온이 아니라 케엘과 달시의 움직임을 제한하기 위한 것이다.
구현에 시간이 드는 주문들, 거리를 필요로 하는 주문들은 모조리 케엘과 달시에 의해 봉쇄당하고 있어서 즉발 가능한 주문들로만 원하는 상황을 만들어나가고 있었다.
칠감이 고장 났어도 무지막지한 마력, 그리고 9서클 주문조차 즉발로 펑펑 날려댈 수 있는 능력은 어디 가지 않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페네바는 그렇게 번 틈에 리온에게 다가가서 화력을 쏟아부으며 난타전을 벌이고 있었다.
퍼펑… 콰과과광……!
“역시 마왕답군요. 잘 싸우네요.”
파르웰이 모르드 옆에 내려서며 말했다.
마왕성에 도달한 마족들을 한차례 다 쓸어버려서 다들 느긋하게 관전할 여유가 있었다.
종언의 권능 때문에 칠감은 고장 났고, 그래서 권능은 발동할 수 없고, 무기는 써보지도 못하고 강탈당했다.
거기에 대지의 맹우 효과를 받은 리온과 케엘, 달시는 모든 능력이 극적으로 상승한 상태.
그럼에도 페네바는 악귀처럼 싸우고 있었다.
“그래 봤자 시간문제지만요.”
페네바의 분투는 마왕다운 것이었지만, 승패는 이미 결정되어 있었다.
아마 페네바 또한 그것을 알고 있으리라. 자신이 농락당하며 사냥당하는 신세라는 것을.
아마 그렇기에 더 격노해서 발버둥 치는 것이리라. 현세를 침략하여 정복하고자 온 마왕으로서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모르드가 중얼거렸다.
“존엄을 위해 분투하는 마왕이라…….”
“그렇게 말하니 우리가 나쁜 놈 같은데요?”
“마족 입장에선 그렇겠지. 마족에게 나쁜 놈이라는 건, 좋은 사람이란 이야기 아닐까?”
“그건 그렇죠.”
“무엇보다 이건 아주 훌륭한 거울치료다. 놈들이 하는 짓을 피해자 입장에서 느낄 수 있게 만들어주는 특별한 치료행위지.”
그리고 그 치료비는 아주 두둑할 것이다.
* * *
쾅! 쾅쾅쾅쾅쾅……!
빛의 거인과 검푸른 마왕이 격렬한 난타전을 벌인다.
‘썅! 이렇게까지 했는데 왜 내가 더 많이 맞고 있는 거냐고!’
리온은 짜증을 냈다.
케엘과 달시의 지원으로 마왕 페네바의 공격 상당수가 봉쇄되고 있었다.
그럼에도 리온이 더 많이 맞고 있다.
육탄전에서는 리온의 타격 횟수가 월등하지만, 마왕의 공격수단은 육탄전만이 아니다.
“뒈져!”
리온의 어퍼컷이 마왕의 턱뼈를 부쉈다.
-화염정령의 군단!
그러나 그 순간 발밑에서 솟구친 무수한 불덩어리가 리온을 강타한다.
퍼퍼퍼퍼퍼퍼펑……!
아니, 리온만 강타하는 것도 아니다. 워낙 좁은 범위에서 구현해서 페네바도 같이 피해를 입고 있다.
그러나 페네바는 불꽃에 강한 저항력을 가진 데다 초재생능력이 있었다. 그걸 믿고 반쯤 같이 죽자는 기세로 난타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서서히 싸움의 무게추가 기울고 있었다.
[제길… 제기랄! 이럴 리가 없어어어어어!]페네바는 울분을 터뜨리고 있었다.
자신에게 짓밟혀 먹잇감이 되었어야 할 존재들이다. 그런 존재들이 자신을 농락하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다들 그렇게 말하더라.”
리온은 무심하게 말하며 주먹을 날렸다. 페네바와 서로 한 방식 주고받는 맞치기였다.
쾅! 콰광!
리온이 주춤한다.
하지만 우열은 명백했다. 페네바는 휘청거리며 뒤로 세 걸음이나 물러나고 있었다.
“후우!”
리온이 가슴에 힘을 주며 숨을 토해냈다.
휘청거리던 페네바가 이를 악물며 물었다.
“현세 침공하겠다고 쳐들어온 마족이 그런 소릴 하냐?”
[못 알아먹은 척하지 마라! 왜 이런… 힘든 방식으로 짐을 희롱하느냔 말이다!]페네바가 ‘귀찮은 방식’이라고 말하지 않은 것은 자존심 때문이었으리라.
어쨌든 그의 입장에서는 내내 풀리지 않는 의문이었으리라. 제한적인 인원만으로 자신을 상대하는 것까지는 그렇다 치고, 싸우는 방식이 도통 이해가 안 갔으니까.
“아, 그거? 내 신성 키우려고.”
[뭐?]“우리가 다 같이 열심히 싸우면 널 해치워 봤자 내 기여도가 너무 작아지거든. 내가 좀 빨리 신성을 키워야 해서 다들 협력해 주고 있는 거지.”
[…….]페네바는 입을 쩍 벌렸다.
설마 이런 이유일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수천 년을 살아왔지만 이런 오만한 이야기는 들어본 적도 없었다!
[고작 그깟 이유로… 짐을 농락했다고?]“혹시 너한테는 절절한 이유가 있었냐?”
[뭐?]“여태까지 누군가를 실컷 농락하고 짓밟을 때, 상대방이 납득하고 감동할 수밖에 없는 그런 이유가 있었냐고. 없었을 텐데?”
리온은 코웃음을 쳤다.
“마족에게 이런 걸 설명해 봤자 뭐 하겠냐마는… 굳이 물어봤으니 말해주마. 나한테는 그렇게 해서 이루어야만 하는 일이 있거든.”
싸울 때마다 누구보다 많이 맞아야 한다 해도 좋다.
솔직히 자기 처지가 서러워서 종종 한탄이 나오는 건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리온에게는 자부심이 있었다.
자신이 열 대, 백 대 더 맞아서 한 명이라도 더 구할 수 있으면 충분히 이득 보는 장사가 아니겠는가?
“슬슬 끝을 보자고, 마왕.”
[쉽게 원하는 걸 가질 수 있으리라 믿지 마라! 너희들 중 하나라도 길동무로 삼아주겠다!]“그건 네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큰 야망이야, 마왕.”
-투신의 별 연소!
극성증폭에 더해서 투신의 별이 연소되면서 리온의 마력이 폭증한다.
-산 부수기 3연!
강권 3연타가 작렬하며 마왕의 몸통이 터져나간다. 리온의 광신체도 반동으로 팔이 부서져 나가며 뒤로 밀려났다.
그러나 광신체가 부서지는 것은 아무런 문제도 없다. 그저 마력을 소모하면 해결되는 문제다.
‘지금이다!’
리온은 지금이 결판을 내야 할 순간임을 확신했다.
-투신의 별 융합!
이 시점에서 남아 있는 투신의 별은 넷.
그 넷 중 셋이 하나로 융합되었다.
란츠 밑에서 꾸준히 지옥훈련으로 굴려지며 터득한 새로운 기술.
-투신의 별 융합체 연소!
극성증폭 겹치기 이상으로 리온의 마력이 폭증한다.
“하아아아아아아!”
리온이 이를 악물었다.
체내에서부터 발생한 막대한 힘의 압력으로 몸이 터져나갈 것 같았다. 그러나 그것을 압도적으로 튼튼한 몸으로 버텨내면서 변환과 융합 작업을 완료한다.
-세계 파편 발동!
대지의 맹우 효과가 다하기 전에 여기서 승부를 낸다.
세계 파편 51개 융합체가 눈부시게 타오르며 그의 마력이 더욱 폭증했다.
상반신이 만신창이가 된 채로 쓰러졌던 마왕 페네바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본래부터 리온의 마력은 강대했다.
강대한 투신의 혈손으로서 신격이 천상의 문 앞까지 도달했으며, 모르드와 함께 하는 여정 속에서 무수한 축복을 받으며 신성을 폭발적으로 성장시켜 왔기 때문이다.
그런 마력을 가능한 최대한 증폭 효과를 중첩시켜 한계 이상으로 상승시켰다.
지금 이 순간, 리온의 마력은 마왕 페네바의 그것을 아득히 상회하고 있었다.
“흐, 나도 그런 말 한번 들어보고 싶었는데 고맙다. 기분 째지는데?”
광신체가 리온의 심경을 대변하여 찢어지듯 웃는 입을 구현해 내었다.
“그리고 또 고맙다. 시간이 워낙 걸려서 처맞으면서는 쓸 수가 없는 기술인데, 그래도 이렇게 실전에서 써볼 기회가 오네.”
구현에 성공한 지는 꽤 되었다. 하지만 실전에서는 쓸 수 없었다.
준비시간이 긴 데다가 워낙 높은 집중력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리온도 한창 싸우는 도중에 쓰려고 하면 오러 아머의 통제가 허술해지거나, 다른 부분에서 실수가 나와서 너무 위험할 정도였다.
우워어어어어어!
리온이 포효했다. 그러자 그의 몸에서 일어난 빛이 주변을 감싸 안았다.
그의 광신체와 페네바 둘 모두를.
“솔직히 내가 한 방은 약해.”
리온은 누구보다도 강건하지만 순발력이 부족했다. 오러를 이용해서 폭발적인 파괴력을 빚어내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란츠는 리온에게 순발력을 요구하는 기술이 아니라, 그 강건함을 최대한으로 살릴 수 있는 기술을 가르쳤다.
-투신의 처형장!
빛 속은 격렬하게 끓어오르는 에너지로 가득했다.
보통 사람은 발 들이는 순간 곧바로 죽음으로 직행할 것이다. 생명체가 살아 숨 쉬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환경이었다.
물론 마왕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다. 이 정도 압박으로는 그를 해할 수 없었다.
그랬어야 하는데…….
[어, 어째서?]페네바의 몸통은 만신창이였다. 리온의 강권 3연타에 맞아서 터져 나간 뒤 재생이 완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곳에 은색의 불길이 파고들어 타오르기 시작했다.
[크윽, 크아아……!]가뜩이나 투신의 불과 재생억제력 때문에 재생이 느린 상황이다. 그런데 이 불길이 상처를 지지기 시작하자 아예 재생이 안 되기 시작한다.
-용비늘 뜯어내기!
그리고 그와 달리 멀쩡히 움직이는 리온이 손가락을 세워서 짐승이 할퀴듯 그의 몸을 붙잡고 할퀴었다.
타격과 달리 철저하게 상처를 내는 것에 집중한 공격!
화르르르륵……!
그리고 그렇게 발생한 상처에도 은색의 불길이 파고들어 타오른다.
[이 공간 자체가 그 저주받은 불길과도 같은 힘이었나!]“정답.”
‘투신의 처형장’은 란츠가 창시한 기술이었다.
본래 이 기술은 오러가 끓어오르는 죽음의 영역으로 자신과 적을 모두 감싸 안은 다음 그 안에서 치고받는, 너 죽고 나 죽자는 발상의 기술.
이 영역 속에서 상처를 입을수록 급격하게 죽음에 가까워진다.
상처를 입을 때마다 그 상처를 통해서 힘이 빨려 나가서 투신의 처형장을 유지하는 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내가 적보다 튼튼하니까 이런 기술도 괜찮지 않을까? 그런 생각으로 만들었지. 근데 별로 많이 써보진 않았어. 솔직히 실전에서 써보니까 후회되더라. 그냥 잘 패서 쓰러뜨리면 되는 걸 왜 내가 이런 짓을 해야 하나…….’
사실상 실패작이라고 생각한 기술을 리온에게 전수한 이유?
‘넌 나보다 훨씬 튼튼하지.’
리온의 튼튼함은 베르나스의 후예들 중에서도 독보적이었다.
‘그리고 나보다 때리는 재주가 좀 많이 모자라고…….’
하지만 그 경이로운 방어력에 비해 공격력이 많이 떨어진다. 그걸 보완하는 작업을 꾸준히 진행해왔지만, 여전히 그렇다.
‘대신 투신의 불이 있지.’
투신의 불은, 베르나스의 후손들이 신혈 개방 4단계에 도달하면 자연스럽게 그 위엄의 일부로 드러나는 권능이다.
그러나 투신의 가르침을 통해 축복으로 그 권능을 각성한 이들은 훨씬 더 강력하고 효율적으로 그 권능을 쓸 수 있다.
리온은 권능 융합을 이용, ‘투신의 처형장’에 투신의 불을 합치는 데 성공했다.
그 안에서 상처 입을수록 급격히 죽음에 가까워지는 투신의 처형장은, 투신의 불이 더해짐으로써 적에게 월등히 가혹한 기술로 발전했다.
화아아아아아악!
오러와 투신의 불이 융합된 광포한 영역이 마왕을 죽음의 구렁텅이로 떠밀고 있었다.
그 죽음은 결코 한 번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리온과 치고받을 때마다, 상처 입을 때마다 자신이 서서히 낭떠러지를 향해 밀려나고 있다는 사실이 실감되었다.
[아, 안 돼…….]그것은 페네바가 마왕이 된 후로는 경험해 보지 못한 공포였다.
“그 표정, 아주 좋네.”
마왕의 얼굴에 드러난 공포를 읽은 리온이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아마 너도 좋아했을 표정이야. 지금까지 남의 얼굴에 떠오른 그 표정을 보면서 수도 없이 즐겼겠지.”
리온의 주먹이 그 위로 꽂혔다.
그리고…….
* * *
신성한 은색의 빛기둥이 솟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