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irst Alchemist RAW novel - chapter 100
손바닥 아래에서 두근두근하는 맥동이 느껴졌다.
내 마나를, 그리고 내가 불어넣을 숨결을 염원하고 있었다.
나는 코어에서 손바닥을 떼어냈다.
내가 하는 양을 잠자코 지켜보고 있던 프랑코가 물어보았다.
“어떻습니까?”
“문제없습니다.”
105화. 스페인 최초의 던전(2)
스페인 최초의 던전, 힐링스톤을 얻을 수 있는 이곳이 아무 이상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나는 여기 마나를 불어넣어 코어를 살리지 않았다.
그 일은 계약이 잘 마무리된 뒤에 해도 늦지 않기 때문에.
지난 여러 가지의 경험이 이런 종류의 일은 서둘러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가르쳐주었다.
비록 프랑코는 양식이 있는 사람처럼 보였지만, 최초의 던전 하나에는 엄청난 이권이 걸려 있으므로 신중한 태도가 필요했다.
최초의 던전을 들른 뒤에는 프랑코가 추천한 식당으로 가서 점심을 먹었다.
식사 후 그는 먼저 저택으로 돌아갔고, 메건과 나는 둘이서 카페에 들러 커피를 마시고 쇼핑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박성일은 여태 돌아오지 않았다.
그가 어디에서 뭘 하고 있는지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만에 하나 어떤 실랑이에 휘말리더라도 그가 피해를 볼 일은 없을 테니까.
S급 헌터, 그중에서도 그는 막강한 실력을 가진 헌터였다.
스페인에서도 그를 당해낼 S급 헌터가 있을지 의문이었다.
저녁이 가까워지자 데이트를 끝내고 프랑코의 저택으로 돌아왔다.
계약은 그쪽 변호사, 그리고 ‘엘리트헌터즈’에서 파견된 변호사가 합석한 자리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엄밀히 말해 이 계약은 ‘엘리트헌터즈’와 관련이 없었지만, 계약서에 문제는 없는지 전문가적인 검토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변호사들이 미리 계약서를 검토하는 시간을 가졌고, 이상이 없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제 서명만 하면 된다.
그러면 지구 반대편에서도 스페인 최초의 던전을 소유하면서 그것으로부터 나오는 막대한 수입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저택에 들어갔을 때 뜻밖에 고성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통역기 덕분에 그 내용을 들을 수 있었는데, 소리를 지르는 사람은 여자였다.
왜 그렇게 중요한 계약을 혼자 결정하냐고 윽박지르는 내용이었고, 프랑코는 좋은 말로 그녀를 타이르고 있었다.
우리가 들어오는 기척을 느꼈는지 목소리가 멈추었다.
잠시 후 또각거리는 거친 발소리가 들린 뒤 한 여성이 나타났다.
키가 크고 어깨가 넓은, 긴 금발을 늘어뜨린 여성이었다.
세련된 옷차림이나 뚜렷한 이목구비도 눈길을 끌었지만 그보다 더 인상적인 것은 그녀가 발하는 아우라였다.
‘S급 헌터구나!’
보자마자 알 수 있었다.
프랑코의 조카 중에 S급 헌터가 있다고 했는데 바로 이 여자인 것 같았다.
문제는 이 여자가 왜 이 타이밍에 나타나 계약을 운운하며 프랑코에게 윽박질렀느냐 하는 것이었다.
“마리아, 오랜만이에요.”
메건이 그녀를 알아보고 말했다.
“흥! 어떻게 된 일인가 했더니 너랑 여우 같은 네 아버지가 뒤에 있었군!”
“그건 무슨 말이죠?”
“최초의 던전 계약은 프랑코 삼촌이 독단적으로 결정한 거야! 내 아버지에게도 20퍼센트의 지분이 있다고! 나는 이걸 용납 못 해!”
“그 20퍼센트의 지분은 이미 프랑코 회장님께 넘어가지 않았나요? 뭔가 잘못 알고 있는 것 같은데?”
“그러니까 그것도 내가 모르는 곳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최초의 던전을 외국인에게 넘겨준다는 것은 말도 안 돼! 내가 인정하지 않을 거야!”
“미안해요, 마리아. 그건 당신의 억지예요. 최초의 던전이 부활하면 물론 많은 수입을 얻을 수 있겠죠. 그 돈이면 당신의 엄청난 씀씀이를 감당하는 데 도움이 될 거예요. 하지만 없는 권리를 주장하면서 계약이 무효라고 외치는 건 어린아이나 할 법한 행동이에요.”
“뭐? 어린아이??”
마리아가 메건에게 바짝 다가왔다.
메건도 키가 크지만 마리아가 머리 반 개 정도 더 컸다.
특히 높은 하이힐을 신고 있어서 그 차이가 두드러졌다.
피지컬이 좋은 S급 헌터가 으르렁대며 기세를 부린다.
그럼에도 메건은 조금도 물러나지 않았다.
똑바로 눈을 맞추고 있자니 마리아가 발을 쾅, 구르며 성질을 부렸다.
“내가 언젠가 네 집안을 무너뜨리고 말 거야!”
복도를 울리는 발소리를 내며 사라졌다.
조금만 더 있었다면 내가 개입했을 것이다.
옆에서 보기에 일촉즉발로 여겨지는 상황이었으니까.
“하아아…….”
메건이 한숨을 토해내며 비틀거렸다.
나는 얼른 그녀의 어깨를 잡아주었다.
“괜찮아요?”
“네…… 역시 S급을 상대로 맞서는 건 힘드네요. 태수 씨가 옆에 있지 않았으면 절대 못 했을 거예요.”
“마리아라고 했나요? 저 여자는 왜 저러는 거죠?”
“집안이 부자고 본인이 S급인데도 돈 씀씀이가 상상도 못 할 만큼 큰 여자예요. 최초의 던전에서 돈 냄새를 맡은 거죠. 하아아, 여기 오면서 제발 저 얼굴만은 보지 않길 바랐는데.”
나는 이 문제가 쉽지 않다고 느꼈다.
계약을 체결한 뒤에도 그녀가 여러 가지 이유로 딴지를 건다면 던전을 제대로 컨트롤할 수 있을까 싶었다.
무엇보다 그녀는 S급 헌터였으니까.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지만 S급 헌터의 입김은 아주 세다.
이미 성사된 계약도 무위로 만들 만큼.
더구나 최초의 던전에 대한 스페인 국민 그리고 정부의 정서가 나쁘다고 해도 그건 언제든 뒤집힐 수 있었다.
던전이 부활하고, 그로부터 막대한 수입이 창출된다면 생각이 달라질 테니까.
달라진 상황에 기대어 마리아가 얼마든지 물타기를 할 수 있었다.
“성격은 어때요?”
“보셨다시피 안하무인이에요. S급으로 각성하기 전에도 만난 적이 있어요. 본인이 항상 중심이 되어야 하고 뜻대로 안 되면 강짜를 부리곤 했죠. 저런 여자가 S급이 되다니, 이 집안에도 늘 행운이 따르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잠시 후 프랑코가 나왔다.
“죄송합니다! 원치 않는 모습을 보여드렸군요.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마리아가 저렇게 나와도 계약 체결에는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나는 일단 프랑코를 따라서 방에 들어갔다.
변호사들이 배석한 상태에서, 계약은 내가 사인만 하면 되도록 세팅되어 있었다.
다시 한번 ‘엘리트헌터즈’ 변호사로부터 이 계약이 이상 없다고 확인받았다.
나는 내가 서명해야 할 자리에 사인했다.
* * *
박성일은 하늘에 둥실 떠 있었다.
“축구는 역시 직관이지!”
그는 엄청난 속도로 하늘을 날 수 있었고, 방향만 잘 잡으면 어디든 갈 수 있었다.
정상적인 방법으로 티켓을 사서 축구를 관람할 필요도 없었다.
TV로만 시청했던 라리가 경기를 보며 감탄하는 그였다.
“응?”
그렇게 문제없이 축구 관람을 하던 중 갑자기 경기장 전광판에 자기 얼굴이 비쳐서 깜짝 놀랐다.
축구에 집중하느라 미처 몰랐는데 드론이 다가와서 자기를 촬영하고 있었다.
웅성대는 분위기가 전해지고, 경비원들이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이대로 가면 경찰이 출동하는 것도 시간 문제일 듯했다.
“아, 공짜로 축구 보기 힘드네.”
그는 입맛을 다시며 날아올랐다.
드론이 내는 속도로는 그를 절대 따라잡을 수 없었다.
여기저기 쏘다니며 즐기다 보니 시간이 많이 지났다.
이곳은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이 없다는 게 참 편했다.
해외여행이라는 것이 참 할 만한 것이구나 하고 새삼 생각할 때,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한 것은 김태수였다.
“네, 형님~~”
– 어디야? 바람 소리가 크게 들리는데.
“저, 축구 보다가 들켜서 달아나는 중이에요.”
– 축구를 보는데 왜 달아나?
“관중들 틈에서 복작대며 보기 싫었거든요. 특등석을 찾았죠.”
– 설마 그 특등석이 하늘이야?
“맞아요, 좀 낮게 떠 있었더니 드론에 잡혔지 뭐예요? 이거 국제문제는 안 되겠죠?”
– 네 얼굴이 전파를 탔으면 수십 개국 사람들이 봤겠지. 유명해질 건 각오해야겠네.
“아~ 귀찮은데. 그냥 보지 말 걸 그랬네. 0 대 0이라 재미도 없었는데.”
– 충분히 즐겼으면 돌아올래? 이쪽에 문제가 좀 있어서.
“오케이, 알았어요!”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