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irst Alchemist RAW novel - chapter 101
하늘에서 축구를 봤다니.
나는 불안한 생각이 들어 유튜브에 들어가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경기장 위에 떠 있던 박성일 영상이 벌써 올라와 있었다.
심지어 드론이 근접촬영을 한 탓에 얼굴이 제대로 찍혔다.
‘귀찮아지는 걸 각오해야겠네.’
당연히 국제문제로까지 불거지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하늘을 나는 한국의 S급 헌터가 축구 경기를 공짜로 봤다는 것은 화제가 될 만했다.
해외여행 한 번에 수십 개국에 얼굴이 팔리다니, 어떤 의미에서 참 대단한 녀석이었다.
박성일을 호출한 것은 마리아 때문이었다.
아까 성질을 부리며 떠나는 듯했던 그녀는 아직 이 집 안에 있었다.
무슨 이유로 머무는지 모르겠지만, 불편한 일인 것만은 사실이었다.
만에 하나를 위해서 박성일을 부르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프랑코와 함께 별채로 갔다.
저택이 워낙 커서 자동차를 타고 이동해야 했다.
그곳에 자기 아들 세바스찬이 치료를 받고 있다고 했다.
마나중독증이라는 것은 정상적인 방법으로 치료할 수 없는 병이다.
병원에 있는 것과 집에 있는 것에 큰 차이가 없었다.
“스페인에서 가장 실력이 좋은 치료사가 대기 중입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힐링스톤을 가공하는 것뿐이었다.
그다음 일은 치료사에게 맡겨야 한다.
별채에 도착했고, 나는 치료사를 만나 그가 보는 앞에서 힐링스톤을 가공했다.
순식간에 광석에 있던 불순물이 떨어져 나가는 것을 보며 치료사가 크게 놀랐다.
“이렇게 쉽게 되는 것이었나요?”
그는 힐링스톤을 소중하게 들고 세바스찬이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세바스찬의 얼굴도 본 적이 없지만, 여전히 그에 대한 감정은 중립적일 수 없었다.
무엇보다 미성년자인 메건에게 집적거렸던 사람이니까.
내 입장에서 그런 사람을 좋게 생각하기란 힘들었다.
프랑코는 기다리는 동안 초조한 모습이었다.
아들이 어떤 사람이냐를 떠나 아버지의 마음은 늘 같을 것이다.
만약 힐링스톤으로도 고칠 수 없다면 아들의 치료법은 지구 어디에도 없다고 보아야 하니까.
나는 그가 초조해하는 것을 십분 이해할 수 있었다.
고작 십여 분이 흘렀을 때였다.
세바스찬을 치료하러 들어갔던 치료사가 흥분해서 뛰어나왔다.
“됐습니다!”
그 말을 듣고 프랑코가 벌떡 몸을 일으켰다.
“정말입니까?”
“네! 중독증상이 씻은 듯이 사라졌습니다! 이제 안정만 취하면 될 것 같습니다!”
“아아…….”
감격한 프랑코가 눈물을 흘렸다.
그가 내 손을 꽉 잡고 말했다.
“고맙습니다! 회장님이 제 아들을 위해 해준 일을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아닙니다. 이미 대가를 받았으니까요. 마나중독증은 재발할 수 있는 병이니 앞으로도 몸 관리를 잘해야 할 겁니다.”
“명심하겠습니다.”
거기까지 얘길 나누었을 때였다.
갑자기 펑- 하는 폭발음이 들려왔다.
건물이 진동할 만큼 큰 소음이라서 놀랄 수밖에 없었다.
나는 덜컥 메건이 걱정되었다.
마리아가 그녀에게 경고했던 모습이 떠올랐다.
재빨리 별채를 빠져나왔고, 그렇게 바라본 하늘에는 두 사람이 떠올라 있었다.
박성일과 마리아.
어떻게 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두 사람이 싸우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알 것 같았다.
106화. 스페인 최초의 던전(3)
신기한 것은 박성일은 그렇다 치더라도 마리아까지 하늘을 날고 있다는 것이었다.
자세히 보니 그녀의 등에는 날개가 있었다.
다만 검은색의 날개는 한쪽만 돋아있어서, 제대로 비행하지 못했다.
추락했다가 비상하고, 추락했다가 다시 비상하는 일을 반복하고 있었다.
그런 상태에서 박성일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박성일은 좀 당황한 것처럼 보였는데, 득달같이 달려드는 마리아가 짜증스러웠는지 이내 마음먹고 주먹을 날렸다.
콰앙!!-
그 주먹을 얻어맞은 마리아가 추락했다.
멀리 떨어져 있어서 그녀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보이지 않았다.
프랑코가 내 팔을 잡고 말했다.
“빨리 가봅시다!”
자동차로 현장에 도착했을 때 마리아는 사라지고 박성일만 남아있었다.
메건과 이 집의 많은 직원들도 바깥에 나와 있고.
마리아가 추락하면서 만들어졌을 크레이터라고 불러도 좋을 커다랗게 파인 구멍이 바닥에 보였다.
“무슨 일이야?”
박성일에게 물었더니 그가 대답했다.
“여기 와서 형님을 찾고 있었는데, 비명이 들리는 거예요. 가봤더니 도망친 그 여자가 형수님을 해치려고 하고 있더라고요.”
“그게 정말이야?”
나는 즉시 메건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 정도는 아니었어요. 저한테 소리를 지르기는 했지만, 성일 군이 제때 와주어서 다행이었죠.”
나는 많이 놀랐을 그녀를 안아주었다.
프랑코에게 말했다.
“설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계약서에 서명했다고 끝날 문제가 아닙니다. 저는 이 문제가 제대로 해결될 때까지 스페인을 떠나지 않겠습니다.”
계약만 믿고 돌아가면 안 된다.
나중에 어떤 문제가 불거질지 모르니까.
처음에는 쉽게 해결될 것 같았던 일이 이렇게 복잡하게 흘러가서 유감이었지만, 따지고 보면 그게 더 자연스러웠다.
최초의 던전만큼 큰 이권이 걸린 일이 이토록 쉽게 해결될 리가 없으니까.
“죄송합니다……”
프랑코가 얼굴을 쓸어내리며 괴롭게 말했다.
“아들이 깨어난 뒤에 녀석에게 이야기를 듣는 게 더 나을 것 같습니다. 저도 일선에서 물러난 지 좀 되어서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합니다. 저보다는 아들이 더 잘 알고 있죠.”
* * *
저녁 식사를 했지만 어제처럼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아니었다.
프랑코 잘못이 아니라는 것은 이해할 수 있었지만, 어쨌든 약속한 게 깔끔하게 이행되지 않은 것만은 사실이었다.
불편한 분위기 속에서도 박성일만은 와구와구 잘도 먹었다.
“와, 이 집 음식이 진짜였네요. 괜히 맛집 찾아다닐 필요 없었어요. 짜기만 하고 서비스도 별로였는데. 이건 진짜 맛있네?”
타국의 S급 헌터와 부딪친 것이었는데 그로서는 그리 큰일로 여겨지지 않는 모양이었다.
저녁 식사가 끝나고 메건과 단둘이 있자니 노크 소리가 났다.
“들어오세요.”
열린 문으로 두 사람이 들어왔다.
한 명은 프랑코였고 다른 한 명은 처음 보는 남자.
중년의 그 남자는 혈색이 어둡고 깡말라 있었다.
그가 바로 프랑코의 아들 세바스찬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회장님 덕분에 제 아들이 1년 만에 침상에서 일어났습니다.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이제는 최초의 던전을 준 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할 수 없었다.
계약과 무관하게 찜찜한 일이 터졌으니까.
세바스찬이 내 옆에 있는 메건을 보고 놀랐다.
“아, 너는……”
“오랜만이에요.”
오래전 일이 있는 만큼 메건의 말투는 그녀답지 않게 차가웠다.
“미안하다. 그때 나는 개망나니였어. 뭐라고 사과해야 할지 모르겠구나.”
“그게 무슨 말이니?”
프랑코의 물음에 세바스찬이 괴로운 표정으로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