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irst Alchemist RAW novel - chapter 52
태국 최초의 던전을 부활시킨 것이나 라차 창을 죽인 일도 태국 국왕을 위해서 한 일이 결코 아니니까.
“그냥 듣고 잊어버려요.”
내 기분을 이해한다는 듯 정연희가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이거요.”
나나가 인벤토리에서 무언가를 꺼내었다.
그것은 금색과 붉은색 천으로 쌓여 있었는데, 천을 벗겨내자 보석이 잔뜩 박힌 검 한 자루가 나왔다.
중간 길이의 검은 등이 안쪽으로 휘어져 있고 검날이 둥글고 넓적했다.
실제 전투에 쓰이는 검이라기보다는 의장용 검 같다는 인상이 강했다.
“국왕이 우정의 증표로 하사한 거예요.”
“그래요?”
“태국 최고의 장인이 만든 거예요. 검기를 잘 빨아들이고 내뱉는 훌륭한 검이에요. 태국에서도 S급 헌터나 대형 길드의 길드장급 아니면 그에게 검을 받지 못해요.”
“아, 그럼 헌터용 무기인가요?”
그냥 비싼 장식품 정도로 여겼었는데 설명을 듣고 보니 그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물론이죠. 아마 써보면 좋다고 느끼실 거예요.”
나나의 표정에 부러움이 깃들어 있었다.
나는 그녀가 라차 창과 싸울 때 단도를 사용하는 것을 보았다.
그녀가 실질적인 길드의 장이었지만 그녀의 아버지가 그 명함을 대행하고 있다.
그런 연유로 이 장인에게 검을 받지 못한 것일 수도 있었다.
“나나 씨가 가져도 돼요.”
“어머! 큰일 날 말씀 마세요!”
나나가 두 손을 붕붕 저었다.
“그걸 제가 가지고 있는 게 들켰다가는 반역자가 되고 말 거예요.”
“아…… 그런가요? 미안합니다.”
내 말에 정연희와 나나 둘 다 소리 내어 웃었다.
“비행기는 예매해뒀어요. 할 일을 끝냈으니까 우리는 빨리 이곳을 떠나도록 해요.”
어지러운 정국이고 S급 헌터를 죽이는 큰일을 저질렀다.
정연희의 말마따나 태국에서는 빨리 떠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불과 이틀 떠나있었지만 한국이 몹시 그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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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키스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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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오전, 태국을 떠나는 비행기에 탑승했다.
“이제야 마음이 놓이네요.”
내 말에 정연희가 웃었다.
“무슨 큰일을 저지른 것도 아닌데 왜 그러세요? 국왕 말마따나 김태수 선생님은 태국을 구한 영웅이세요.”
“그거야 국왕 입장에서만 그런 거겠죠. S급 헌터는 한 명이라도 많은 게 좋잖아요. 다수의 국민에게는 제가 원수일 수도 있죠. 게다가 최초의 던전 같은 신성한 곳에서 발생하는 수입을 절반이나 가져가잖아요. 사람 입장은 다 다른 법이니까요.”
“확실히 그런 면도 있겠네요. 저도 오래 있으면 불편한 일이 생길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비행기 표를 빨리 예매했어요. 나나가 도와줘서 다행히 오전에 출발하는 비행기 좌석을 확보할 수 있었어요.”
“남의 자리를 뺏은 건 아닌가요?”
“만약 그렇다고 해도 그 사람은 충분히 대가를 받았을 테니 우리가 걱정할 일은 아니에요. 그것보다 어제는 다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는데, 어떻게 된 거예요? 자세히는 못 봤지만 팔 자체가 무기로 바뀐 것 같았는데…… 그것도 선생님이 가진 능력 중 하나인가요?”
“네, 말씀드렸다시피 어제까지는 저도 몰랐던 능력이에요. 원래 있던 능력인데 마나가 부족해서인지 제대로 발휘할 수가 없었죠.”
“혹시 신체를 무기로 바꾸는 것 말고도 더 하실 수 있는 게 있는 거예요?”
“그럴 겁니다. 저도 아직 다 몰라요.”
“하아아……”
정연희가 한숨을 내쉬었다.
“왜 그러세요?”
“선생님은 정말 축복받은 분이세요.”
“축복이요?”
“남들은 하나도 각성하기 힘든 그런 강력한 힘을 여러 개나…… 대체 전생에 무슨 일을 하신 거예요?”
나는 웃음을 지었다.
사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내게 이런 날이 올 줄 몰랐다.
그때는 내 인생이 왜 이렇게 불운한 걸까 생각하며 한탄했다.
최초의 던전을 두 곳이나 부활시킨 데 이어 S급 헌터까지 죽이다니.
태국 국왕에게는 대놓고 나라를 구한 영웅 취급을 받고 있었다.
그렇게 생각했더니 문득 인벤토리에 있는 검이 떠올랐다.
태국 최고의 장인이 만들었다는 검.
국왕이 영원한 우정의 증표라며 나에게 준 것이었다.
그 일은 다른 일을 상기시켰다.
정동기도 부길드장인 최동수에게 믿음의 증거로 칼을 주었었으니까.
하지만 최동수는 그 검을 받을 자격이 없는 자였다.
최동준까지 죽은 마당에 앞으로 DW가 어떻게 나올까 싶었다.
최동수는 자기 어머니를 언급했었는데, 그녀도 DW의 친족일 것이 뻔했다.
자식을 둘이나 죽인 사람……
상식적이라면 어떻게든 나에게 복수하고 싶을 것이다.
‘그런 생각은 일단 접어두고.’
인벤토리에서 태국 국왕에게 받은 검을 꺼내었다.
내가 천으로 쌓인 검을 꺼내는 것을 보고 정연희가 물었다.
“지금 그건 왜 꺼내세요?”
“강화가 되나 보려고요.”
“강화요?”
“저는 무기를 강화할 수 있거든요. 태국 최고의 장인이 만든 거라고 하니까 성능이 궁금하기도 하고요.”
“아, 민철이가 그런 말을 했었죠. 자기 도끼를 선생님이 강화해주셨다고.”
자는 줄 알았던 김지유와 김지은도 얼굴을 내밀고 관심을 보였다.
“오빠 강화해?”
“이거 재밌는데. 유튜브에 올리면 대박날 듯.”
김지은이 그렇게 말했지만 실제로 내 강화 영상을 공개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유튜브 대박이 뭐가 중요한가?
이미 내 인벤토리에는 천억이 넘는 돈이 있었고, 앞으로 얼마나 많은 수입이 더 들어올지 가늠하기 힘들었다.
그리고 그것은 정기적으로 꾸준히 들어올 수입이었다.
유튜브가 아니더라도 이미 나는 인터넷 상에서 유명인이었다.
암거래 사이트에서 내 이야기로 떠들썩했으니까.
적어도 비헌터즈 쪽에서는 내 정체를 알고 있을 것이다.
언젠가는 피할 수 없는 일이 되겠지만 당장은 내 이름이나 얼굴을 알릴 생각이 없었다.
앞으로 모아야 할 최초의 던전 코어가 열 개나 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더욱 신중하게 움직여야 할 필요가 있었다.
나는 천을 벗기고 보석이 수없이 박혀있는 검을 드러냈다.
검집과 손잡이를 장식한 보석만 해도 가치가 엄청날 것 같았다.
강화에 앞서 감정부터 해보았다.
[푸카창(Lv 1)]: 태국 S급 던전에서만 나오는 귀한 물질들만을 소재로 하여 뛰어난 장인의 손에 의해 1년 만에 탄생한 검. 태국 국왕이 직접 이름을 붙였다. 검과 관련한 스킬이 있을 경우 그 위력을 1.5배~2배까지 상승시킨다. 검날은 웬만한 충격에는 절대 부러지지 않으며, 이 검은 사용하면 할수록 더 잠재력을 발휘하는 ‘성장하는 검’이다. 어떤 속성이나 스킬도 잘 흡수하며 반대되는 속성을 불어넣어도 날이 깨지는 일이 없다.
‘와……’
감정 결과를 보자니 어이가 없었다.
왜 나나가 그렇게 부러워했는지 알 것 같았다.
‘성장하는 검’이라니.
그 의미가 무엇인지는 즉시 알 수 있었다.
지금은 Lv 1이지만 사용할수록 그 레벨이 오른다는 뜻이겠지.
스킬을 자주 사용하면 그 숙련도가 올라 레벨이 상승하는 것과 같았다.
‘대단한 장인이네.’
S급 던전에서 나오는 특정한 물질은 S급의 장인만 다룰 수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더구나 그 장인이 1년에 걸쳐 만들었다고 한다.
아마 태국 국왕이 이미 가지고 있던 것을 따로 이름을 붙여 내게 준 것 같았다.
‘가격을 책정할 수 없겠지.’
국보급 물건일지도 모른다.
검을 하사했다는 것이 국왕이 하는 의례적인 행동인 줄 알았더니 그가 정말로 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왜 안 그렇겠는가?
존재가 부정당할 위기 속에 있다가 정적을 죽이고, 게다가 최초의 던전을 부활시켜 본인의 입지를 강화해준 사람인데.
나는 곧바로 강화 능력을 사용했다.
‘연속 강화’.
블랙 코어를 흡수한 뒤에 기존 다섯 번에서 열 번 이상으로 한 번에 수행할 수 있는 강화 횟수가 늘어났다.
번쩍-
번쩍-
번쩍-
한 번이면 끝나지 않을까 싶었는데, 계속 강화가 이어졌다.
내 눈에 보였다가 사라지는 정보창의 레벨 표기가 계속 바뀌었다.
2, 3, 4……
처음에는 안정적으로 올라가다가 6에서 7이 되는 순간에 펑! 하고 꺾였다.
레벨 3부터 다시 시작.
레벨 10이 최대일 줄 알았는데, 레벨 11까지 올라갔다.
그런 뒤에도 아직 끝이 한참 남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중간에 마나가 떨어져서 포션을 꺼내어 마셨다.
강화가 계속 이어지는 것을 보며 정연희, 김지유, 김지은이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나조차도 이 강화가 이렇게 길게 이어질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이게 뭐야……’
레벨이 올라가면서부터는 성공 확률이 더 낮아졌다.
번쩍!
푸쉬익-
번쩍!
푸쉬익-
한 번 실패할 때마다 레벨이 확 꺾여서 내 마음까지 꺾이는 기분이었다.
위로할 만한 점은 내 쪽에서도 가끔 크리티컬이 터졌다는 것.
한 번에 두 개 세 개 레벨이 오르기도 했다.
마치 끝없이 돈을 쏟아부어야 하는 온라인 게임 아이템을 강화하는 느낌.
이런 강화는 어디까지나 물량으로 승부해야 하는 법이다.
내 인벤토리에 포션이 충분히 있었기 때문에 질 법한 승부가 아니었다.
포션도 돈을 주고 사야 하는 것인 만큼 어떤 의미에서 이 강화도 현질이 맞긴 했다.
다만 이렇게 탄생시킨 결과물이 투입한 돈보다 무조건 가치가 높았지만.
레벨 20이 넘어갔다.
무기를 강화하면서 이런 일은 처음 겪어보았다.
S급 신물질.
거기다 S급 장인이 1년에 걸쳐서 빚어낸 물건.
확실히 벽이 높았다.
길어지는 강화에 정연희, 김지유, 김지은의 주목도도 높아졌다.
내가 이렇게 오래 능력을 사용하는 광경을 쌍둥이 자매조차도 보지 못했다.
‘행운의 돌’은 그나마 개수라도 많았지.
번쩍!!-
최종적으로 이제까지 중 가장 크고 화려한 빛이 터졌다.
“됐다!”
“이게 끝인가?!”
김지유와 김지은이 뭔가를 직감하고 동시에 외쳤다.
레벨 27.
애매한 곳에서 멈추기는 했다.
하지만 나는 이 강화가 드디어 끝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Lv Max]만렙이 되었다는 증거로 깔끔한 표시가 붙었다.
[푸카창+(Lv Max)]: [푸카창(Lv 1)]을 강화 능력으로 한계까지 업그레이드한 검. 태국 S급 던전에서만 나오는 귀한 물질들만을 소재로 하여 장인의 손에 의해 1년 만에 탄생했다. 태국 국왕이 라차 창을 죽인 것을 기념하여 직접 이름을 붙였다. 검과 관련한 스킬이 있을 경우 그 위력을 15~20배까지 상승시킨다. 웬만한 충격으로는 절대 부러지지 않는다. 반대되는 속성을 부여해도 깨질 일이 없으며, 최소 3배 이상의 속성 부스터 효과가 있다.
‘진짜냐……’
만렙으로 완성된 ‘푸카창’의 설명을 보자니 말이 안 나왔다.
원래도 사기나 다름없는 위력을 가진 검이었는데, 만렙까지 업그레이드한 ‘푸카창’은 세상에 이만한 검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단점이라면 검 자체가 지닌 형태상 한계가 있다는 점 정도.
길이가 썩 길지 않고 모양이 일반 검과는 달라 사용하는 데 조금 불편할 것 같았다.
하지만 사용하는 데 익숙해지기만 한다면, 웬만한 몬스터는 그냥 썰어버릴 검이었다.
‘최소 15배라는데……’
이 검은 분명 태국에서 얻은 최고의 전리품 중 하나였다.
“어때요? 끝까지 강화된 것 맞아요?”
김지은이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응. 만렙이야.”
“히야~ 만렙! 게임하는 것도 아니고!”
동감이었다.
게임하는 것도 아니고 검을 27레벨까지 강화하다니.
하지만 그 때문에 꽤 피곤하기도 했다.
‘푸카창’을 인벤토리에 돌려놓은 나는 좌석에 머리를 대고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