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me Developer Who Left the Company Is Too Competent RAW novel - Chapter (161)
퇴사한 게임 개발자가 너무 유능함 161화
97. 아로아의 등장(1)
개발자 출신 게임 기자라니.
거기에 자신이 감명을 받은 작품, 기사의 주인공이라면 굉장히 좋은 대화 상대였다.
“그래서 그 게임을 하면서 제가 어떤 느낌을 받았었냐면…….”
“아, 예에…… 하하.”
박병석은 정말 모처럼 만에 기가 쭉 빨리는 것을 느꼈다.
왜냐면…….
“그때 그 장치를 거기에 배치해 둔 의도가 뭐였나요?”
‘이 사람, 대답하기 어렵고 힘든 질문만 골라서 하고 있어!’
아니, 어떻게 사람이 십여 년 전 작은 사건까지 생생히 기억해서 질문할 수 있단 말인가?!
“선배! 대체 어딜 갔다가 이제야…… 어?”
말도 없이 사라진 선배가 한 시 만에 좀비가 돼서 나타났다!
정아름이 심각한 얼굴로 물었다.
“누구에게 안 좋은 짓이라도 당했어요?”
“아니…….”
안 좋은 짓은 아니지.
오히려 좋은 짓이다.
어찌 보면 자신의 아주 오랜 팬과 만나 작품 이야기를 실컷 하다 왔으니.
문제가 있다면…….
“뭐든지 과하면 안 좋구나. 난 과연 어떤 기자였나. 절절히 느끼고 왔지.”
“네?”
“유태연 그 사람…… 아, 보통이 아니야. 왜 성공했는지 알겠어.”
“……?”
“이 이야기는 나중에 여유 생기면 하도록 하자고. 일단은…….”
주위를 둘러본다.
아직 취재하지 못한 이슈거리들이 굉장히 많았다.
정신적으로 지치긴 했지만, 그래도 할 일은 다 해야 하지 않겠나?
“취재하자고.”
“괜찮겠어요? 지쳐 보이는데.”
“괜찮아. 자! 일하자. 일!”
억지로 텐션을 끌어올리는 선배의 모습을, 후배 정아름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바라봤다.
“기분이 좋아 보이십니다.”
“네? 아, 그런가요?”
회사 대표. 게임 개발자. 연구원.
……이 아니라 모처럼 팬의 입장에서 꼭 만나고 싶었던 사람과 즐거운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내 상상대로 멋있는 사람이었어.’
박병석 기자.
아는 사람은 아는…… 게임 기자로서 1티어에 꼽힐 정도로 굉장히 유능하고, 매니아도 다수 거느린 인물이다.
게임 개발자, 시나리오 작가 출신 기자이기에 타 기자들과 달리 주제에 대한 접근 방식, 깊이감 등이 남다르기로 정평이 났기 때문.
‘과거 만들었던 그 게임도 충분히 재미있는 게임이었어. 본인이 개발자로서 한계를 느꼈다는 부분은…… 네로 소프트의 구조적 한계가 컸겠지.’
예나 지금이나.
네로 소프트는 여러 의미에서 전설이다.
실력과 상관없이 정치질을 잘해야 더 위로 올라갈 수 있고, 그 이상은 오너 일가의 철저한 가족 경영 때문에 뚫는 게 불가능하다.
대한민국 기업 문화의 새로운 지표를 제시해야 할 IT기업, 그것도 게임계의 상징적인 곳에서, 오너 경영 등, 기존 대기업의 악습을 그대로 계승한 것이다.
‘한계보다는 사실상 이런 작태에 실증을 느꼈던 거겠지.’
그런 이들을 태연은 많이 보아왔다.
기회만 주어졌다면 역량을 모두 발휘해서 빛이 될 수 있었던 안타까운 인재들.
이 같은 일은 지금도 어디에선가 계속 벌어지고 있다.
‘어쩌면 우리 회사에서도…….’
그럴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긴 하지만 사람 일은 모르는 것 아닌가?
‘그러니 더더욱 정신 차리고, 힘내서 일할 수 있는 환경 요소를 갖춰줘야겠지.’
그게 게임 프로듀서로서, 혹은 회사 대표로서 자신의 역할일 것이다.
아무튼…….
태연은 웃었다.
‘모처럼 즐거운 대화였어.’
시간이 짧아서 아쉬웠다.
‘조만간 저녁 식사에 초대해서 더 많은 대화를 나눠봐야겠어.’
게임을 사랑하는 이와의 심도 깊은 대화는 언제라도 즐거운 일이다.
‘……뭐지? 방금 섬뜩한 기분이 들었는데?’
박병석은 갑자기 찾아온 오한에 몸을 떨었다.
* * *
오프라인 행사는 성공적으로 끝났다.
어느 정도였냐면 조금 과장해서 전 세계 미디어가 아로아와 새로운 정령사 키우기로 뒤덮였을 정도였으니까.
[스마트폰에 몰입하는 아이들을 현실로 끌어낼 기발한 아이디어 집결!] [‘착한 게임’의 새로운 이정표!] [스마트 글라스 아로아. 세상을 바꾸기 위해 태어나다!]“와, 정말 난리네. 순 오빠와 경원이에 대한 내용이야.”
김윤아는 흐뭇하게 웃었다.
사랑하는 남편과, 자신도 개발에 참여한 자식 같은 게임이 그 주인공이었다.
안경원은 이번 일에 단 한 번도 얼굴을 비추지 않았지만, 사람들은 과거의 자료, 그리고 주변 지인들의 증언 등을 활용해 특집 기사를 쏟아냈다. 태연은 말할 것도 없었고.
두 천재가 해낸 일이 그만큼 세상을 놀라게 했다는 뜻이다.
“사실 이렇게까지 엄청난 일을 해낼 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영문 기사를 확인하는 김윤아의 뇌리에, 태연을 처음 만났을 때의 순간들이 스쳐 지나갔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는 이렇게 순수한 남자가 있었나 싶을 정도였는데…….’
보석이라는 건 한눈에 보고 알았다.
그런데 그 설마 이 정도로 화려하고, 엄청난 가치를 숨기고 있을 줄은 몰랐다.
더 놀라운 건, 그렇게 엄청난 일을 해내고 있으면서도 특유의 순수함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비주얼이라든가, 위치 같은 것은 계속 변화하고 있지만 내면은 자신이 아는 그대로였다.
‘갑자기 오빠가 보고 싶네.’
평상시였다면 주저 없이 통화를 했을 테지만…….
“누나. 도착했어요.”
지금은 방송인으로서 일을 해야 할 시간.
“언니 잠시만요.”
필드에 나서기 전 최종 점검!
단발머리에 해맑은 얼굴의 여인이 활짝 웃는다.
“아, 우리 언니 세상에 제일 예쁘다!”
항상 용기를 북돋아 주는 멋진 동생이었다.
심호흡 한 번.
“후우우……!”
‘이제 더 이상 방송 초보도 아닌데…… 이 순간은 항상 떨리네.’
마음을 다잡고 차 문을 열었다.
“아니, 이게 누구야?!”
“우와! 체조 여신 김윤아 씨 아닙니까?!”
“세상에, 세상에…… 나 진짜 팬이란 말이야!”
수많은 촬영 스태프와 연예인들이 맞아준다. 그리고 그 주위로 방송 촬영을 구경 중인 수많은 이들이 있었다.
M본부에서 제작, 방영 중인 인기 예능으로, 매주 새 게스트가 출연해 미션을 부여하면 출연자들이 그것을 해결하는 내용이다.
차 안에서 긴장하며 심호흡까지 했던 것이 무색하게, 그녀는 작은 떨림도 없이 쾌활하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오늘의 미션 시청자, 게스트 여러분. 김윤아입니다!”
우와아!
터져 나오는 함성.
한국 최고의 인지도를 지닌 그녀의 등장이니 당연한 일이다. 관중들 중에는 미리 녹화 정보를 알고 응원차 찾아온 팬클럽 회원들도 많았다.
그녀는 사전에 전해 받은 멘트를 계속 이어갔다.
“오늘의 미션을 공개하겠습니다. 그 전에…….”
검은 정장에 풍채 좋은 사내가 나타나 검은 가방을 들어 보인다.
김윤아가 비밀번호를 입력하자 딸깍, 소리와 함께 가방에 열린다.
인식기가 부착된 은색의 안경 케이스가 인원수에 맞게 있었다.
“오…… 나 저거 뭔지 알 것 같아!”
“나, 나도!”
“저거 그거잖아. 그거!”
출연자들은 난리가 났다.
상자를 지급 받은 이들은 좋아 어쩔 줄을 몰라 하는 얼굴로 발을 동동 구른다.
최근 굉장히 핫한…… 미래의 기술이라고 여겨지는 최신 테크 장비를 먼저 경험하게 되었기 떄문이다.
김윤아는 흐뭇한 기색을 애써 참으며 엄격한 표정을 유지했다. 지금은 미션을 내리는 역할이었기에!
“비밀번호는…….”
“그것을 착용하고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착용부터 이용까지.
간단한 가이드를 제공한 뒤 본격적인 미션을 말해줬다.
“또 다른 차원. 거대한 전쟁으로 무너진 세계가 있습니다.”
“세계를 파괴한 무시무시한 몬스터들이 우리가 사는 이곳 지구로 침입해 오려고 합니다.”
“침입 수단은 이계와 연결된 게이트.”
“지금부터 여러분은 세계수의 축복을 받고, 정령사가 되어 몬스터와 싸우고 게이트를 폐쇄해야 합니다.”
“최종 레이드 보스 몬스터를 쓰러뜨리고 이 도시를 지킨 팀에게는 보상을 수여합니다.”
그리고 시간을 확인.
정시가 되는 순간.
“지금부터 미션을 시작하겠습니다.”
그리고 참가자들의 귓가에 요란한 사이렌과 함께 경고 음성이 울려 퍼졌다.
-위잉! 위잉!
-게이트 발생! 게이트 발생!
-참가자들은 속히 팀 컬러에 맞는 붉은색, 파란색 세계수로 뛰어가셔서 축복을 받고 정령사가 되세요.
-적을 처치하고 게이트를 폐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팀의 세계수가 쓰러지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
처음에는 당혹감으로 가득했던 참가자들의 눈동자가 점차 결연해졌다.
로 본 디지털 미디어 시티 일대가 완전 새로운 모습, 게임 세상으로 변해 있었고, 위기가 닥쳐오는 광경이 실시간으로 펼쳐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일단 팀복부터 나눠 입고…….”
“우리 세계수 어디에 있…… 아! 저기 있다! 저기로 가면 돼!”
“우리는 저곳으로 가자!”
“뛰어!”
안경을 착용한 참가자들과 스태프들이 각자의 방향으로 달려간다.
김윤아 역시 안경을 착용한 채 주위를 둘러본다.
사방에 숲이 펼쳐져 있었고, 붉은색, 푸른색…… 태극 마크를 연상케 하는 컬러의 세계수들이 하늘 높이 치솟아 있었다.
하늘이 검게 물들었고, 특정 지역에는 심상치 않은 붉은 파장이 퍼져 나가고 있었다.
게이트가 발생하려는 징조였다.
‘인기 예능 방송하고 엮어서 홍보할 생각을 하다니…… 참 유능한 사람들이라니까.’
이번 방송과 기획은 Y&K 홍보팀과 개발팀의 합작이었다.
이번 방송을 위해 구역을 선정, 특별한 필드맵과 미션, 시나리오 등을 제작한 것이다.
방송 은 국내뿐 아니라 아시아 전 지역에 수출될 정도로 인기가 많은 방송이었다.
‘무엇보다도 시청 연령대가 굉장히 다양하니 홍보에 적격이지.’
서로에게 좋은 일이다.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관심을 받고 있는 제품인 .
이번 프로그램 반응이 좋다면 측에서는 아시아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인지도를 얻을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동안 나는…….’
제작진의 안내에 따라 고층 빌딩으로 이동했다.
필드 맵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장소였다.
오늘 그녀의 역할은 단순한 미션 제공자가 아닌, 바로 게임 마스터의 역할이었다.
단순히 게임만 즐기자는 자리가 아닌 바로 예능 촬영이었으니, 예능적 재미를 위해 MSG를 치는 것이다.
예를 들면…….
“게이트 오픈 시기가 조금 늦는 것 같으니 시간을 앞당기는 게 좋겠네요.”
“분명히 정령사로서 준비가 끝나고 게이트가 오픈되면 다들 뛰쳐나가겠죠? 수비의 중요성을 일깨워 줄 필요가 있겠어요. 타이밍 맞춰서 모두 뛰쳐나가고 얼마 후에 세계수 근처에 작은 게이트 하나를 생성시키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플레이가 익숙해질 시점에 좌절감을 조금 선사하는 것도 좋을 테니 적당한 네임드 몬스터를…….”
그 광경을 지켜보던 스태프들이 소곤거렸다.
“김윤아 씨…… 게임 운영 너무 잘하시는 것 같은데요?”
“그럴 수밖에. 저 게임 개발에 참여했고 쉴 때마다 유태연 대표님을 포함해 동료들이랑 저 게임을 즐긴다잖아.”
“아, 그러고 보니…….”
“거기에 방송 경력과 센스도 상당한 편이기도 하니…… 오늘 촬영 재미있겠어.”
“기대되네요.”
* * *
“으아아!”
“날 죽여라!”
“정신이 하나도 없어!”
“힘들어서 죽을 것 같은데 계속 움직이게 되네. 헉, 허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