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me Developer Who Left the Company Is Too Competent RAW novel - Chapter (167)
퇴사한 게임 개발자가 너무 유능함 167화
98. 선물
태연이 메인 연구실에 들어서자마자 안경원이 달려들어 은색 상자를 내밀었다.
“형! 이거요!”
“음?”
“아로아 2 마크 5! 더 이상의 테스트 버전은 없다! 왜냐면 이제 완벽해졌으니까!”
“오호. 그렇게 자신이 있단 말이지?”
“물론이죠. 어서 테스트해 봐요.”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에 기대감도 커진다.
상자에서 새 버전의 로아를 꺼내자마자 감탄했다.
“안경테가 더 얇아졌군. 그리고 가벼워!”
“테뿐만 아니라 렌즈 무게도 줄였거든요.”
“이래도 아무 문제 없나?”
“문제없으니까 자신 있게 형에게 보여줬겠죠?”
새삼, 안경원이 말도 안 되는 천재라는 사실에 전율이 일었다.
자신이야 신비한 힘이 있다지만…… 안경원은 그런 것도 없을 텐데 어떻게 이 같은 일들이 가능한 건지…….
‘역시 뭔가 말 못 할 비밀이 있는 것 같긴 하지만…….’
“그만 좀 보고 빨리 착용해 봐요.”
“응. 알았어.”
생각을 멈추고, 안경을 착용했다.
곧장 탄성이 터져 나왔다.
“착용감이 훨씬 좋아졌고.”
“디테일의 차이가 명품을 만든다! 제가 드디어 깨달았다는 거 아닙니까! 크, 난 역시 굉장해!”
“아로아 1의 착용감도 결코 나쁜 편이 아니지만…… 그건 사실상 뿔테 안경에 가까워서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곧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었어. 하지만 이건…….”
“프랑스 명품 안경 같죠?”
프랑스는 옷만 잘 만드는 게 아니라 안경 제조 기술 역시 뛰어나다.
“그건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이 이상의 경량화가 가능한지 의문이 들 정도로 굉장해. 어쨌든…… 계속 테스트를 해보지.”
전반적인 기능은 크게 달라진 게 없었다.
중요한 건 사운드!
‘어디…….’
자주 듣던 음악을 재생했다.
“……!”
눈이 번쩍 뜨인다.
레퍼런스급 블루투스 이어폰에 가까울 정도로 성능이 개선된 것이다.
“후후, 어떤가요?”
“놀라워. 너라면 해낼 거라고 믿고 있긴 했지만…… 그래도 최소 1년 정도의 연구 시간은 필요할 거라고 생각했거든.”
“에이, 이런 거 하는 데 무슨 1년씩이나…… 그 시간이면 타임머신도 한 대 만들겠네.”
“……?”
“말이 그렇다는 거죠. 아무튼, 만족해요?”
“응. 완벽해. 해상도, 음 분리가 좋아졌고 해상력이 증가했어. 무엇보다도 플랫한 사운드가 마음에 들어.”
“이 정도면 아로아 2 양산형으로 합격이죠?”
“응. 아주 좋아. 이 정도면 완벽해.”
“후후.”
“……?”
의미심장한 미소는 끊이지 않았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라는 말씀! 자, 이번에는…… 이거!”
손바닥에 꼭 들어오는 작고 귀여운 방울 모양 케이스였다. 표면이 반질반질하다.
“그게 바로 우리 회사의 첫 레퍼런스급 블루투스 이어폰이에요! 이름이 아로아 벨!”
“아로아 벨? 아, 방울 모양이라서 이름을 그렇게 지은 건가?”
“벨처럼 예쁘고 귀여운 소리를 내준다는 의미도 있는데…… 어서 꺼내서 착용해 봐요.”
조심스럽게 꺼내봤다.
“오호……!”
절로 탄성이 나온다.
역시나 귀여운 방울 형태였는데, 그 색이 블루 라군과 흡사했다.
“디자인이 좋군. 특히 색감이 마음에 들어.”
“제가 좋아하는 색이에요. 나중에 블루라군이 펼쳐진 곳에 큰 별장 짓고 마음껏 게임하고, 만들고 싶은 거 만들면서 사는 게 꿈이에요.”
몽롱한 눈빛의 안경원을 보고 피식 웃었다.
‘꿈이 소박하군.’
태연은 개량된 아로아 2 마크5를 살펴봤다.
‘정말 마음에 들어. 특히 이 이어폰은…… 마치 큰 선물을 받은 기분이군.’
안경원은 자신이 부여한 미션을 완벽하게 수행해냈다.
‘퀘스트를 완료했으면, 그만한 보상이 주어져야 공평하지.’
그래야 안경원 입장에서 이 게임을 계속 할 맛이 들지 않겠나? 더 재미있게, 열을 올려서.
‘그렇다면……?’
태연은 안경원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그런 거라면 지금 당장 해줄 수 있지.
“……?”
“일주일만 기다려.”
그렇게 자리를 떠난 태연.
정신이 번쩍 든 안경원이 급히 쫓아가며 소리쳤다.
“혀, 형! 일주일만 기다리라니…… 그게 무슨 소리예요? 형! 잠깐만 우리 대화 좀 해요! 형!”
* * *
태연은 운전석에 탑승하며 말했다.
“로아. 제주도 함덕 해수욕장 인근, 치안이 좋은 지역에 매매가 20억에서 40억 사이의 별장을 물색해서 알려줘.”
-네. 알겠습니다.
태연은 한 가지 사실을 추가로 깨달았다.
‘이번 버전은 소음이 거의 없는 수준이군.’
안경원 본인은 자잘하다 생각해서 말을 안 했을 뿐, 사실 많은 분야에서 개선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그것을 사실상 혼자 해냈다.
‘대체 어느 정도의 능력이 있어야 이런 일이 가능한 건지…….’
이런 생각도 해봤다.
‘나처럼 그 신비한 팔찌의 힘을 사용하는 게 아닐까?’
경험상, 그 팔찌를 자신보다 훨씬 빨리 얻었다면…… 그런 능력을 보이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하지만…….
‘어린 시절에 이미 천재로 유명했었다던데…….’
-요청하신 정보 검색을 완료했습니다.
“오, 처리 속도도 빨라졌어. 어디 보자.”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있는 동안 아로아가 총 다섯 개의 매물을 찾아줬다.
“25억짜리 별장이 마음에 드는군.”
유명한 건축가가 부모님 모시고 살기 위해 직접 지었다는 내용이 첨부되어 있었다.
“휴가를 보내고 오기에 적당한 곳이군.”
가장 중요한 것은 안경원의 안전 확보!
안경원은 누구보다도 중요한 인재였다.
평상시 안경원은 집과 연구실만 오가는 생활을 하니 아무 문제 없지만, 제주도에 별장이 생기면 전담 경호팀을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
‘전 세계에서 탐내는 인재고 압도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는 장본인이니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를 일이지.’
안경원의 재능을 빌미로 통제 따위를 할 생각은 없다.
이제는 단순한 비즈니스 파트너,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게 되었으니까.
‘동생 녀석이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데, 형으로서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훼방 놓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지.’
태연은 로아가 검색해 준 네 번째 별장 매물의 상태를 직접 확인했다. 로아의 성능을 온전히 믿고 따르기에는 아직 불안 요소가 몇 가지 있었다.
‘리모델링만 좀 하면 되겠어.’
보안 시스템을 강화하고 지하에 마음껏 연구할 수 있는 최첨단 시스템도 구축해 주고…….
‘나도 근처에 별장을 하나 사볼…… 아니, 그건 좀 그렇군. 의도와 다르게 감시하는 걸로 비춰질 수도 있으니. 오해받을 짓은 피해야지.’
안경원과 가족이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세상에서 가장 편하게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이 되도록.
리모델링을 포함한 최종가 35억.
인테리어 비용만 무려 10억이 지출되는 셈.
여기에 연구, 여가에 필요한 각종 장비를 더하면 지출액은 더욱 커지게 된다.
‘이 정도면…….’
영화 아이언맨 3의 말리부 맨션만큼은 아니지만 충분히 멋진 공간이 될 것 같다.
‘안경원에게 쓰는 돈은 전혀 아깝지 않아.’
태연은 시안을 보내온 인테리어 업체 대표에게 말했다.
“이대로 진행시켜 주세요.”
-네. 대표님. 그렇게 하겠습니다.
참고로 해당 업체는 디즈니랜드 코리아의 운영 담당사인 드림씨어터 자회사였다.
통화를 마친 태연은 시안을 바라보며 웃었다.
“좋아했으면 좋겠는데…….”
* * *
일주일째 되는 날.
안경원은 중앙 연구실 뒷좌석에 앉은 태연의 눈치를 봤다.
‘오늘이 약속한 일주일째 되는 날인데…….’
가슴이 두근두근…….
그때 태연이 입을 열었다.
“경원아.”
“네, 네?”
“너 부모님이 어디에서 무슨 일 하신다고 했었지?”
“어…… 그러니까 아버지는 아직 회사 다니시고 어머니는 카페에서…….”
“카페? 아, 저번에 네가 차려드렸던 그 카페?”
“네. 형이 A부터 Z까지 다 해줬던 바로 그 카페! 바리스타 포함 종업원이 여섯 명이에요.”
“많네. 카페가 잘되나 보지?”
“엄청요! 자리도 좋고 메뉴 구성도 좋고…… 무엇보다도 인텔테리어가 끝내주잖아요! 그게 드림씨어터였던가? 뉴월드, 넥플 합작 회사에서 인테리어 해준 거 맞죠? 디즈니랜드 전담 회사라는…….”
“응. 맞아. 진짜 실력자들만 있는 곳이지.”
“그래서 그런지 손님들도 계속 감탄하고…… 그 뭐냐, SNS 명소가 됐다고……. 주변에서도 막 물어본대요. 인테리어 대체 어디서 한 거냐며…….”
“어머니는 좋아하시고?”
“아주 좋아하시죠. 잊을 만하면 형 이야기 꺼내요. 그런 분 없다고, 무조건 시키는 대로만 하라며…….”
“아버지를 못 챙겨드리는 게 아쉽군.”
“아버지는 본인 일을 워낙 사랑하시는 분이라…… 우리 회사에 취직할 생각 없냐고 물어보셔도 그럴 수는 없다고 정색을 하시더라고요. 민폐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그 회사에서 정년 퇴임을 생각 중이신 모양이군.”
“그곳 대표님과 거의 같이 일으켜 세우다시피 한 회사라서 의미가 남다르실 거예요. 대표님과 형제 같은 사이이기도 하고…….”
“그렇군.”
그리고 대화 끝.
괜히 초조해진 안경원은 계속 눈치를 본다.
그러다 결국 퇴근 시간이 다가왔다.
“먼저 가보지.”
“네…….”
뭐지? 설마 본인이 했던 말을 잊어버린 건가?
그럴 리가 없는데…….
자신이 일주일 동안 크게 기대하고 있었다는 티를 내고 싶지 않았던 안경원은 입도 벙긋 못한 채 시무룩해하기만 했다.
바로 그때.
“아, 이걸 깜빡했군.”
퇴근했던 태연이 다시 돌아와 얇은 파일첩을 하나 내밀었다.
“일주일 전에 말했던 선물이야. 그러면 난 이만.”
“……!”
안경원은 허겁지겁 내용물을 확인했다.
함덕 해수욕장 별장의 리모델링 시안!
총 네 개의 층으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지하는 그가 좋아하는 방식…… 그러니까 스타워즈 감성이 잔뜩 묻어 있었다.
전반적으로 SF 느낌이 곳곳에 배여 있었는데, 휴식 장소가 굉장히 잘 구축되어 있었고 침실과 테라스, 정원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딱 내 스타일이야!”
흥분을 참지 못한 안경원은 태연의 뒤통수를 향해 크게 외쳤다.
“형! 충성을 다할게요!”
* * *
안경원은 즉각 제주도로 날아갔다.
이제 공사를 시작했다고, 끝나면 가도 늦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소용없었다.
‘녀석, 겨우 이 정도 일로 그렇게 기뻐할 줄은 몰랐는데…….’
솔직히 안경원 정도 되면 그보다 더한 별장도 얼마든지 구매할 수 있었다. 하지만 태연이 보기에 안경원은 굉장히 순수했고, 세상 물정도 많이 모르는 편이었다.
‘정말 모르는 건지, 아니면 잘 알지만 귀찮아서 굳이 신경 쓰지 않는 건지…….’
중요한 건 자신이 많이 챙겨줘야 한다는 것.
세금까지 꼼꼼히 봐주고 있었기에 씀씀이를 알고 있었다.
‘중요한 건 녀석의 인생에 최우선은 무언가 만들고, 게임하는 것. 두 가지뿐이야.’
인생이 그래서는 안 된다.
그 두 가지 외에, 더 재미있는 일이 많다는 것을, 형으로서 알려주고 싶었다.
‘여행도 좀 데리고 가고…… 가족 휴가도 챙겨주고…… 앞으로 더 신경 써줘야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