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me Developer Who Left the Company Is Too Competent RAW novel - Chapter (168)
퇴사한 게임 개발자가 너무 유능함 168화
99. 답례
제주도 함덕 해수욕장 별장.
“와아아!”
마침내 목적지에 도달한 안경원은 감탄을 감추지 못했다.
그야말로 그림 같은 별장이었던 것이다.
위치도 굉장히 좋았고.
“저, 여기 들어가 봐도 되나요?”
태연이 붙여진 근육질의 비서. 정용화가 고개를 끄덕인다.
“당연히 들어가도 됩니다.”
“공사 중이라고 들었는데, 정말 아무 문제 없을까요? 작업에 피해가 된다면…….”
“아직 그 정도 단계는 아니니 상관없습니다. 그리고 집주인이시잖습니까? 주인이 제집 들어가겠다는데 막는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죠.”
“그, 그렇죠? 하하!”
“따라오시죠. 제가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우와!”
감탄하는 안경원에게, 정용화 비서가 설명했다.
“제가 대표님 부탁을 받고 실사를 왔을 때 정말 감탄했습니다. 제가 건축 전공은 아니지만…… 누가 봐도 굉장히 잘 지어진 집이었으니까요.”
“건축가가 부모님 모시고 살 생각으로 지은 집이라고 들었어요.”
“맞습니다. 현상일 건축가라고, 굉장히 유명한 분이십니다.”
“아! 저도 들어본 적 있어요!”
입으로는 대화를 나누지만, 시선은 계속 집 안 곳곳을 훑고 있었다.
‘형이 정말 나를 신경 써줬구나!’
무엇보다도 마음에 드는 것은 베란다, 테라스, 통유리창 등을 통해 보이는 경관이 모두 다른데, 절경이라는 것!
심지어 위치도, 구조도 치안과 보안에 뛰어나니 이런 매물을 대체 어떻게 찾은 걸까 싶다.
‘정령사 이야기로 번 돈 대부분이 우리 회사에 들어가서 돈이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닐 텐데 참…….’
인테리어 비용까지 합산하면 무려 수십억이라지 않나? 그걸 본인 돈으로 다 처리한 뒤, 마음대로 하라며 키를 던져준 것이다.
‘이사 문제도 그렇고 엄마 카페 창업도 그렇고…… 계속 신세만 지는 것 같단 말이지.’
파도처럼 밀려드는 감동에 안경원은 한 가지 결심을 했다.
‘나도 형을 위해서 뭔가 좀 해줘야겠어!’
돌아오는 길.
안경원은 생각에 잠겼다.
‘형이 좋아하는 거라면…… 역시 게임이지.’
게임 관련해서 해줄 수 있는 걸 찾는 게 빠를 것 같다.
‘새로운 타이틀 선물은…… 나보다도 많더만.’
태연의 집에는 태연을 위한 게임실이 따로 존재한다.
꽤나 큰 방인데…… 그곳에 온갖 게임기와 게임 타이틀이 가득했다. 심지어 옥션에서도 구하기 힘든 한정판도 가득했으니…….
‘그런 보물더미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는 뭘 사줘도 의미 없지.’
그렇다면 게임을 하나 만들어주면 어떨까?
‘아서라. 내 실력으로는 뭘 만들어도 형 만족감을 채워주지 못할 거야.’
태연은 게임에 대해 어떤 편견도 가지지 않지만, 개발자로서 아득히 높은 평가 기준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게임 제작에 대해서만큼은 자신이 무슨 짓을 해도 태연을 따라잡을 수 없었다.
‘그냥 주는 것 자체로 의미를 부여하는 것보다는, 받고 기뻐할 수 있는 그런 선물이었으면 좋겠는데.’
게임 관련, 뭘 선물해 줘야 태연이 기뻐할까?
잠시 고민하다 보니 답이 나왔다.
‘게임기를 만들어줄까?’
휴대용도 좋고 콘솔도 좋고.
‘아니, 게임기 만드는 게 뭐 굉장한 일이라고…… 그냥 둘 다 만들어주면 되잖아?’
닌텐도 스위치처럼.
작은데 기능이 강력해서 집에서도 대형 TV로 연결해서 아무 문제 없이 쓸 수 있고, 바깥에서도 가지고 다니며 가볍게 사용할 수도 있는 그런 게임기!
‘사실 아로아를 조금 개조하면 원격으로 다 해결할 수 있긴 하지만…… 게임기랑 아로아는 목적부터가 다르지.’
기능이 된다면 게임기보다 아로아가 더 나은 거 아니냐.
이런 소리를 함부로 하면 태연에게 한 소리를 들을 수도 있었다.
아니, 태연의 시선이 문제가 아니라 게임광으로서 용납하지 못할 개념이다.
게임기는 게임기 그 자체로서 엄청난 매력이 있는 물건 아닌가?
‘좋아. 그러면 게임기를 한 번 만들어보자!’
게이머들의 심장을 자극할 수 있는 멋진 게임기를!
* * *
양자 기술이 적용된 최첨단 스마트 글라스 아로아.
이 말도 안 되는 오버 테크놀러지를 만들어낸 안경원에게 있어서 게임기 하나 만드는 건 일도 아니었다.
-지이이잉! 지이잉!
슥삭슥삭.
태연이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 만들어 준 개인 연구실에서…….
“이렇게, 요렇게…….”
안경원은 게임기를 만들었다.
‘어째 점점…….’
만들다 보니 익숙한 형태가 되어간다.
어디서 봤더라?
하도 이것저것 많이 만든 탓에 금방 떠오르지 않는다.
허나 천재답게.
“아, 맞다. 초등학교 때…….‘
친구가 너무나도 간절했던 시절.
당시 유행하던 휴대용 게임기가 하나 있었다.
‘초등학생이 갖기에는 가격대가 조금 세서 가지고 있는 애들이 몇 없었지.’
게임기 가진 애들을 부러워하는 친구들.
‘참 엉뚱한 결심을 했어.’
내가 똑같은 걸 만들어주면…… 나한테 잘해주지 않을까?
처음에는 의도대로 됐는데…… 조금 지나고서야 자신이 엄청난 실수를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게임기를 만든 본사에서 찾아온 것이다.
‘네가 이걸 직접 만들었니?’
-네! 쟤예요! 안경원이 만들었어요!
-전 만들어달라고 한 적도 없는데 경원이 자기가 스스로 만들어서 준 거예요!
받아갈 때는 좋다더니!
본사 직원들이 경찰을 대동하고 등장하니 큰일이 날 줄 알고 하나같이 자신을 팔아넘겼다.
애들이 자신에게 받은 기계를 중고 시장에 팔아넘기려다 적발된 게 문제되었던 것.
‘배신감에 치를 떨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저 웃음만 나오는 일화였다.
그 일로 회사로부터 스카우트 제안을 받고 천재로서 유명세를 얻게 되고……. 이런 건 크게 중요한 일도 아니었다.
‘중요한 건 게임기를 이미 만들어 봤다는 거지.’
공돌이 루트 한정.
안 해본 거 분석해서 만드는 건 참 쉬운 일이지만…….
‘이미 해본 거 조금 개량하는 것 정도는 더 쉬운 일이지.’
* * *
‘흠.’
태연이 중앙 연구실에 홀로 출퇴근을 한 지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오늘도 안 왔군.’
-형, 저 일주일 정도는 못 갈 것 같아요. 뭣 좀 만들어야 해서요. 어…… 연차 처리해 주세요!
사실 연차 처리 같은 거 안 해도 상관없었다.
안경원 역시 미러 컴퍼니의 오너였고 프로젝트 메인 개발자였으니까.
‘그 정도 특혜는 아무 문제도 없지.’
단.
‘대체 뭘 만들겠다고 이렇게 갑자기…….’
삐비빅!
바로 그때.
출입문 생체 인증 소리가 들려온다.
그리고.
드르륵!
“어? 형 있었어요? 잘됐다! 내가 보여줄 게 있어요!”
안경원 등장!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네?”
“아니야. 뭘 하다가 이제야 온 거야? 일주일 하고 이틀을 더 넘긴 거 알고 있어?”
“어…… 혹시 문제 소지가 있을까요?”
“있지. 대체 무슨 일 때문에 그런 건지 내가 궁금해서 미칠 것 같다는 것?”
“아…… 하하하! 사실 다른 게 아니고…… 아니다.”
말하려다 말고. 안경원이 씩 웃었다.
“일단 보고 나서 이야기하시죠.”
직후.
“Revolution One.”
얇은 원반 모양의 은회색 물건을 내밀어다.
“형 주려고 만든 게임기예요. 사실 게임은 진작 만들었는데 동작시킬 타이틀이 없어서…… 적당한 거 하나 포팅한다고 예상보다 늦었어요.”
태연은 은회색 원반체를 만지작거리며 중얼거렸다.
“Revolution One? 포팅? 설마 이걸 일주일 만에 직접 만들었다는 거야?”
“네. 빨리 해봐요.”
“…….”
포팅 속도는 그렇다 치고.
‘일주일 만에 전혀 다른 새 게임기를 만들었다는 게…….’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던가?
‘생각은 나중에.’
상단의 홈 버튼으로 보이는 것을 누르니 크고 둥그런 화면에 불이 들어온다.
운영 체제는 아로아의 것을 그대로 가져다 썼다.
메인에 게임 아이콘이 하나 있었는데.
“베이비 드래곤? 너 이거 해봤어?”
“해봤냐니, 이거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게임이에요!”
횡스크롤 액션 게임으로, 갓 알에서 깨어난 베이비 드래곤이 엄마를 찾아 장대한 모험을 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스토리 자체는 단순하지만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그래픽이 특징이며, 조작감 자체는 단순하지만 플레이 타입이 굉장히 다채로워 수많은 매니아들을 품고 있는 게임이다.
“어디…….”
계단을 뛰어오르고, 적을 화염으로 공격하거나 피해 도망 다니고…….
미로가 포함된 함정 공간에서는 최대한 머리를 써서 슬기롭게 난관을 돌파한다.
‘이렇게만 보면 외형이 독특하다는 거 말고 다른 게임기와 별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에서 큰 차이가 있다.
‘전반적인 성능이 굉장히 좋아.’
지금 플레이 중인 베이비 드래곤은 최신 버전으로, 꽤나 고사양을 요구한다. 최고 옵션이 디폴트로 적용되어 있었는데 발열과 소음이 없고 성능이 무척이나 뛰어나다.
“이거 아로아하고도 연동이 되는 거니?”
“물론이죠. VR모드도 추가하면 가능해요.”
“게임 스펙은 어느 정도까지 적용할 수 있어?”
“지금은 끽해야 차세대 콘솔 수준이긴 한데, 제가 조금 더 손보면 현존 최상위 스펙의 AAA급 게임도 문제없이 돌릴 수 있어요.”
“……!”
한 마디로, 이거 한 대로 못 하는 게임이 없다는 거다.
차오르는 전율을 애써 억누르며 질문을 계속 던진다.
그리고 결론을 내렸다.
“조작감이랑 몇 가지만 개선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군.”
“하여튼 굉장히 엄격하다니까. 그 정도면 충분히 멋진 게임기라고 보는데…….”
입을 삐죽 내미는 안경원에게 태연이 웃어 보인다.
“지금도 최고지만, 몇 가지만 더 개선하면 베스트 오브 베스트가 될 수 있을 것처럼 보이니 하는 말이지.”
“그래요?”
“응.”
태연은 자신 있게 말했다.
“이건 휴대용 게임기 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될 거야.”
“…….”
기분이 조금 풀렸다.
“그래서, 최종 소감이 어때요?”
“아주 좋아. 그런데 왜 갑자기 게임기를 만들 생각을 한 거지?”
“제가 형한테 선물을 받았잖아요.”
“음?”
“돌아오면서 생각해 봤는데…… 그동안 형에게 너무 받기만 한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고민했죠. 뭘 해줘야 형이 좋아할지.”
안경원은 멋쩍게 웃는다.
“생각해 보면, 형이나 나나 엄청난 게임광이잖아요. 게임 개발자이기도 하고.”
게임 개발자…… 라는 부분은 조금 자신이 없었다.
왜냐면 직접 개발에 참여한 건 없었으니.
하지만.
“그렇지.”
태연의 수긍에 자신감이 확 생겼다.
“그래서! 그런 우리에게 과연 최고의 선물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니 답이 금방 나오더라고요.”
“그게 바로 이것, revolution One이다?”
“네. 솔직히 모든 게임 개발자들의 로망 아닌가요? 나만의 게임과 게임기를 만들어 보는 거.”
“그렇지.”
“닌텐도, 소니, 마이크로소프트, 스팀…… 세계적인 게임 플랫폼 회사가 모두 가지고 있는데, 우리만 없으면 열 받지 않아요? 아니, 우리가 뭐가 부족하다고?”
“부족한 게 없지!”
태연은 진지하게 받았다.
“사실 예전부터 우리만의 독자적인 게임기를 만들고 싶었지. 다만 시간 여유가 잘 나지 않아서 계속 미루고만 있었는데…….”
갑자기 생겨 버렸다.
사실을 알고 나니 이 은회색의 원반체에 애정이 싹트기 시작했다.
태연은 게임기를 두 손으로 꼭 감싼 채 씩 웃었다.
“최고의 선물이야. 고맙다. 경원아.”
“뭐, 뭘요. 하하…….”
열심히 만든 보람이 있어!
안경원은 큰 보람과 함께 기쁨을 느끼고 덩달아 웃었다.
“우리 같이 휴대용 게임기 시장도 제패해 보자.”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