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me Developer Who Left the Company Is Too Competent RAW novel - Chapter (186)
퇴사한 게임 개발자가 너무 유능함 186화
101. 판테온. 선보이다(8)
엘렌 로우.
미국의 세계적인 전기차 제조업체 티슬라의 설립자로, 금세기 최고의 발명가이자 혁신가 소리를 듣는 남자였다.
다른 세계적인 CEO들과 달리 대외 활동도 굉장히 활발했고 본업 외에 여러모로 이슈투성이인 인물이었다. 그가 등장하는 순간 행사장 전체가 술렁거렸다.
“엘렌 로우가 왔다던데?”
“뭐? 그 꼴통?”
“헐, 그 인간이 이곳에는 왜…… 아, 게임 좋아한다고 들었는데, 그래서 그런가?”
“아니, 그것보다는 여기 핵심 부품, 소프트웨어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 아무튼 대박이네!”
방문 목적이야 뻔한 일이라지만 워낙 유명한 인사였다. 세계 최고의 부자를 꼽을 때 반드시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인물이기도 했고.
거대한 근육질 체구의 잘생긴 백인 남성은 당당하게도 혼자서 행사장에 입장했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행사 요원에게 다가가더니.
“유태연 대표를 만나고 싶습니다. 약속은 되어 있지 않지만 어떻게든 꼭 좀 만나고 싶은데…… 가능하겠습니까?”
“네? 어! 네! 자, 잠시만…… 일단 피디님께 연락을 취해보겠습니다!”
워낙 유명한 인물이니, 행사 진행 요원들도 단번에 그의 정체를 알아보고 덜덜 떨리는 손으로 연락을 취한다.
‘아로아’로.
‘오, 저것이 바로 그…….’
그러고 보니.
‘행사 요원들은 다들 그 안경을 착용하고 있군.’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하나의 물건.
스마트 글라스 아로아.
아직 시중에 판매도 시작하지 않을 제품인데, 행사 관계자들은 전원이 안경을 쓰고 있었다.
‘디자인도 다양하고…… 저건 고글 타입인가? 호오, 저것이 바로 그 소형 PC……?’
기다리는 시간조차도 즐겁고 신기하다.
기계 좋아하는 엘렌에게는 이 행사장이 별천지와 같았다. 돌아다니거나 비치되어 있는 모든 기구들이 생소하면서도, 신기해 보인다.
특히 그가 중점적으로 보고 있는 것은 아로아가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에 대해서였다.
‘실사용을 해봐야 알겠지만…… 저게 있다면 굳이 차 안에 내비게이션을 설치할 필요가 없을 것 같기도 하고…….’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대표님께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아, 고마워요.”
쏟아지는 시선 속에, 행사장을 벗어나 또 다른 공간으로 이동한다.
도착한 곳은 작은 회의실.
“만나서 반갑습니다. 게임 개발자 유태연입니다.”
“이것저것 만들고 일 벌이기 좋아하는 엘렌 로우입니다.”
태연이 내민 손을 꽉 잡으며, 그가 씨익 웃어 보였다.
“기적을 만들어 낸 세기의 천재 중 한 명을 이렇게 직접 보게 되다니…… 굉장히 가슴이 설렙니다. 만남을 허락해 줘서 정말 고맙습니다!”
태연은 사람을 모두 내보낸 뒤 엘렌 로우와 단둘만의 대화 시간을 가졌다.
“저 외에 미국 또 다른 빅테크 기업에서 이미 많이 찾아왔고, 지금도 방문 중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러니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네. 말씀하시지요.”
“혹시 차량용 반도체도 준비되어 있습니까?”
“…….”
“왠지 준비되어 있을 것 같은데…… 저런 말도 안 되는 물건을 느닷없이 뚝딱 만들어 발표할 정도의 기술력이라면 당연히 준비도 해놨겠죠?”
입으로는 확신하고 있다 말하지만, 표정에서는 조마조마한 심정이 엿보인다.
“티슬라는 반도체 내제화를 선언하지 않았습니까?”
반도체 수급이 점점 어려워지니 차량 제조, 공급에 문제가 생겼다. 이에 엘렌은 차량용 반도체와 배터리의 내제화를 선언했다.
“지금으로부터 1년 전의 일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으음.”
“워낙 떠들썩했던 이슈라 똑똑히 기억하고 있죠. 자동차 제조사가 배터리와 전용 반도체를 스스로 생산하겠다니…… 업계에서도 굉장히 신선하게 여겼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반도체와 배터리 자체 생산 능력을 갖추겠다.
어마어마한 돈과 인력, 시간이 필요한 일이다.
그런데 티슬라와 엘렌에게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단지 시간이 문제일 뿐.
“정말 최선을 다해 준비 중이었습니다만…… 난데없이 핵폭탄이 떨어져 버리니 정신을 차릴 수가 없겠더군요.”
“일단, 가동 중이던 내제화 프로젝트를 모두 중지했습니다.”
“탁월한 판단입니다.”
“당장에라도 테스트를 해보고 싶은데…….”
“그야 언제든지 가능합니다.”
대화는 빠르게 진행됐다.
두 사람 모두 일분일초가 아까운 상황이었다. 이해관계가 일치했다는 것을 확인했으니 핵심만 짚고 넘어가는 것이다.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네. 얼마든지요.”
그는 지금까지의 대화를 녹음한 파일을 누군가에게 이메일로 넘겼다.
“이후의 일은 담당자들이 알아서 하겠죠. 자, 그러면 지금부터 저도 일개 게이머로서 행사를 좀 즐겨보고 싶은데…….”
“행사장에서요? 아니면…….”
“저야 마음 같아서는 행사장에서 반응도 같이 즐기고 싶지만 그래서야 피해만 줄 뿐이겠죠. 조용한 곳 있습니까?”
“물론, 엘렌 같은 분들을 위해 별도로 체험존을 준비해 놨습니다. 김용환 과장님!”
곧바로 출입문이 열리더니 굳센 인상의 중년 남자가 들어왔다.
“제 3기획팀장 김용환 과장입니다. 실리콘밸리 근무 경력이 있고 미국에서 태어나 자랐으니 대화에 어려움이 없을 겁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열린 문 너머, 직원이 급히 말을 건넸다.
“대표님을 찾는 또 다른 귀빈들이 도착했습니다. 시간이 너무 지체돼서 기다림이 길어졌으니 서두르셔야 합니다.”
엘렌과 대화 중이라는 걸 알면서 그렇게 말할 정도면 정말 홀대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런가요? 같이 가시죠.”
태연은 자리를 떠나기 전 말했다.
“언제 떠나시죠?”
“내, 내일 밤……?”
“오전에 식사 같이 하시죠. 오전 일곱 시까지 미러 컴퍼니 본사 앞으로 오시면 제가 한 끼 대접하겠습니다. 지금은 바빠서 이만…….”
그리고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는 태연을, 엘렌은 허허 웃으며 말했다.
“세상에 나보다 더 바쁜 사람이 있었군.”
* * *
정말 온갖 기업의 대표들이 태연과 만나고자 했다.
“이런 상황이라면 어쩔 수 없이 우선순위를 정할 수밖에 없겠군요.”
이런 걸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지만 시간 효율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도 여기까지 찾아와준 수고가 있으니 그냥 돌려보낼 수는 없겠죠. 일단 명함을 받아두고, 나중에라도 꼭 시간을 내겠다고, 정말 미안하다고 저를 대신해 정중히 말씀드리도록 하세요.”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정말 쉴 틈이 없었다.
외부에서, 행사 내부에서.
“대표님!”
-대표님! 저 김용환 과장입니다! 지금…….
끊임없이 태연을 불러댄다.
태연을 근처에서 수행하던 직원, 임원들도 점점 질린 표정을 지었다.
‘이건 정상이 아니야.’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저렇게 바쁠 수가 있는 거지?’
더 놀라운 것은 표정 변화 없이 그 모든 일을 침착, 냉정하게 처리하는 태연이었다.
‘저런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은…… 이런 경우에는 통용되는 말이 절대 아닐 거야.’
난 절대 저렇게 못 해.
행사 마지막 날이라 그런지 모든 것이 소란스러워 보였다. 실제로 그랬다. 특히 행사장 주위에서 행사의 재미를 잊지 못한 이들아 모여들어 각자 축제 기분을 내고 있었던 것이다.
잠시 시간을 내서 현장을 빠르게 둘러보던 태연이 무전으로 말했다.
“완벽하게 마무리하고 내일 각자 가고 싶은 곳으로 포상 휴가 여행 떠납시다. 누구도 다치지 않도록, 모든 사람이 즐거운 기분을 안고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합시다. 이상.”
곧 여기저기서 대답이 들려온다.
-오늘 완벽하게 마무리하고 저녁 아홉 시 비행기로 뉴욕으로 갈 겁니다. 협조 좀 해주십시오!
-저는 내일 아침 비행기로 애인과 도쿄에 갑니다. 다른 곳에서 사고라도 터지면 저 진짜 울어 버릴 겁니다.
-저도…….
화이팅을 하자는 건지 협박을 하는 건지.
오늘 행사가 끝나면 내일부터 판테온 스튜디오 전원은 각자 예정한 계획대로 휴가를 떠난다.
벌써 몇 년 동안, 제대로 된 휴식 기간 없이 앞만 보고 미친 듯 달려왔고 발표회 준비, 오픈 베타 스펙 준비 등, 첫 관문을 넘었다.
그에 대한 포상이었다.
판테온 스튜디오만 특별히 챙겨주는 것이 아니고, 같은 과정을 거친 개발팀 모두가 해당된다.
‘나도 좀 쉬어야지.’
그동안은 이런저런 이유로 미뤘지만, 이번에는 태연도 휴가를 쓸 계획이었다.
‘일주일 정도, 휴가를 다녀오는 거야.’
체력과 집중력이 좋긴 하지만 초인은 아니다.
힘든 건 마찬가지였다.
다만 남들에게 드러내지 않으려 노력할 뿐.
‘나도 그렇고 윤아도 좀 쉬어야 해. 요즘 방송에 대회에 올스타 갈라쇼 투어에…… 정신이 없었으니까.’
사실 지금도 피곤해 쓰러질 지경이지만…… 윤아가 좋아할 걸 생각하면 힘이 난다.
‘조금만 더 힘내자.’
드디어 행사가 끝났다.
주위에서 최고의 게임 행사였다느니, 대한민국 IT 산업 새 미래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느니.
온갖 극찬이 많았다.
분명 좋은 일이었고 보람도 있었지만 그것보다는 드디어 휴가를 떠날 수 있게 됐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집에 도착했더니 이미 윤아가 휴가를 준비하고 있었다.
“오빠! 내가 오빠 여행 가방 나름 챙겨봤는데, 빠진 게 있을지 모르니 다시 한번 살펴봐!”
거실이 난장판이다.
옷가지를 잔뜩 늘어놓고, 전신 거울 앞에서 패션쇼를 하고 있는 그녀였다.
‘정작 휴가는 이틀 후에 떠나는데…….’
그녀는 벌써부터 들뜬 모습이었다.
“오빠, 나 뭐 입지? 아, 옷이 없는 것 같아!”
……이렇게 많은데?
그러나 태연은 속마음을 입밖에 꺼내는 우를 범하지 않았다.
대신.
“나 내일은 오후에 끝나니까 같이 휴가용 옷이나 사러 갈까?”
“그럴까? 쇼핑하고 같이 외식도 하고?”
“그리고 커피도 마시고.”
“좋다! 그렇게 하자!”
굉장히 기뻐한다.
그녀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태연도 기분이 좋아졌다.
“어떻게 하지? 내가 점심 식사 시간 맞춰서 오빠 회사로 가면 되나?”
“아니. 그럴 필요 없어.”
태연은 담담한 미소로 말했다.
“어디에 있든, 내가 갈 테니까 전화 줘.”
* * *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나? No! 풍성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 전 세계 게이머들이 인정한 게임 대 축제!] [게임. 스마트 글라스와 만나다!] [게임과 스마트 글라스의 결합. 그리고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또 하나의 혁신!]이른 아침 미러 컴퍼니 사옥에 출근하는 길.
태연은 스마트폰을 안 주머니에 집어넣으며 생각했다.
‘휴가를 다녀오면 바로 아케이드 게임 대회 준비가 이어지겠군.’
규모만 보면 이번 행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하다.
넥플, 미러 컴퍼니, Y&K게임즈, 마스 게임즈, 머큐리 게임즈, 그리고 일본의 크라잉 소프트까지.
무려 여섯 개의 거대 게임 회사가 참여하는 초대형 페스티벌이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수많은 관계자들이 다가올 행사에 들떠 있었다.
‘행사를 즐기는 건 재미있지만 준비하고 총괄하는 건 피곤하고 힘든 일이야.’
엘런 로우는 접객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나가시죠. 제가 즐겨 먹는 아침 식사를 소개해드리도록 하죠.”
도착한 곳은 설렁탕집.
퀄리티가 굉장히 좋은 곳으로, 부근 직장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장소였다. 이른 아침이라 손님이 없었다.
“밥을 국에 말아서 먹어도 되고 그냥 수프처럼 떠먹어도 됩니다.”
“미스터 유는 어떻게 먹죠?”
“저 같은 경우…….”
식사가 마칠 때까지 아무 말이 없던 엘런 로우는 물을 한 컵 마시고서야 입을 열었다.
“미스터 유.”
“네. 말씀하세요.”
“이건 조금 다른 이야기인데, 나와 함께 미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