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decided to become a star RAW novel - Chapter 128
128. Snow, in 할리우드(3)
“꺄아아―.”
“으와와―.”
진혁과 친구들이 한참 동안 어린아이들처럼 눈밭을 뛰어다녔다. 얼마나 지났을까.
“아, 손시려.”
먼저 나왔던 민영이 빨개진 손을 호호 불었다.
“나도.”
다른 친구들도 그제야 새빨개진 손을 꼭 쥐었다.
“배고프네.”
“나도.”
심지어 허기도 몰려왔다.
“그럼 들어가서 아침 먹자. 연락하면 박물관 쪽에서 가져다주신다고 했어.”
친구들의 얘기를 듣고 있던 김용수가 매니저가 말했다. 모두의 걸음이 현관으로 향할 때였다.
“얘들아, 그럼 우리 여기서 사진 찍고 들어가자.”
세린의 제안에 모두가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자, 하나, 둘, 셋!”
풀썩.
여섯 명의 친구들의 그대로 눈밭 위에 누웠다. 김용수와 김희정이 재미있는지 연신 셔터를 눌러댔다.
하아….
진혁의 눈에 파아란 겨울 하늘이 들어왔다.
분명 눈밭에 누워있는데도 왠지 따뜻했다. 그리고…. 행복했다.
“…..”
진혁이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시선이 느껴져서였다. 서연이 진혁을 보고 있다가 화들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푸학!
진혁이 눈을 한 움큼 쥐어서 서연의 얼굴 위에 뿌렸고.
“으와왁!”
서연이 비명을 질렀다.
진혁답지 않은 장난이었다. 순간 왜 그랬는지는 진혁도 알 수 없었다.
아마도…. 행복해서였을까?
“야, 우진혁!”
푸학!
서연의 복수. 그게 신호탄이었다.
“으와와!”
누워있던 친구들이 서로에게 마구 눈을 뿌려대기 시작했다.
잠시 짧은 2차 대전이 끝나고.
일행들이 머리까지 흠뻑 젖은 채, 그러나 행복한 얼굴로 숙소를 향해 걸었다.
간단히 씻고, 아침을 먹고. 끝도 없는 그런 얘길 또 나누고.
포근하고 따뜻했던 휴식 시간이 그렇게 지나갔다.
어느새 다시 돌아가야 할 시간.
“으아아…. 한 며칠만 더 있으면 좋겠다…”
도민우가 떠나는 걸음이 몹시 아쉬운지, 울상이 되었다. 사실 마음이야 다들 똑같았다.
“내년 여름엔, 우리 여기서 꼭 같이 휴가 보내자. 앞에 강도 있잖아.”
“진짜? 진혁이 너 약속하는 거야?”
“우와. 야, 야, 다들 약속해!”
“형님하고 누나도 같이 오시는 거예요!”
이영준과 도민우가 신이 났는지 표정이 확 살아났다.
그렇게 모두들 다음을 기약하고 나서야, 아쉬운 표정이 조금은 가실 수 있었다.
다들 떠날 준비를 마쳤을 무렵, 김용수와 김희정이 의미심장한 눈빛을 마주쳤다.
“자, 자, 나가는 길에 박물관 구내식당에서 점심 간단히 먹고 바로 출발한다.”
“넵!”
어느새 별장에서 박물관으로 향하는 도로의 눈도 깔끔하게 치워져 있었다.
***
일행이 식당으로 가기 위해, 박물관 로비에 막 도착했을 때였다.
SBC 예능 프로그램 “어디서나 서바이벌”팀이 식당으로 들어왔다.
“어이구. 우리 세린 씨! 보고 싶은 마음에 기다릴 수가 없어서 저희가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MC 오동석이 너스레를 떨며 다가왔다.
“아니? 이게 누구십니까! 우리 우진혁 씨하고 민서연 씨도 같이 계셨네요!”
의도된 어색한 연기. 방송팀 멤버들이 전부 다가와 한 마디씩 거들었다.
“우와. 진혁 씨 진짜 잘 생겼어요! 제가 실제로 본 연예인 중에서 최고예요. 꺅!”
“수아 너 진혁 씨 처음 보는 거야?”
“오빠는 전에 만난 적 있으세요?”
“아니. 나도 처음이야.”
박물관 로비가 시끌벅적해졌다.
“자, 자, 일단 좀 정리를 합시다.”
MC 오동석이 주변을 정리하고 진혁 일행에게 말했다.
“아휴, 저희가 갑자기 이렇게 쳐들어와서 놀라셨죠. 원래 세린 씨가 오늘 녹화가 예정되어 있어서 만나러 왔는데, 또 우리 진혁 씨하고 서연 씨가 있다니까 욕심이 안 날 수가 없잖아요.”
오동석이 정중하게 상황을 설명하고, 진혁과 서연이 촬영에 잠시 함께해 줄 수 있는지를 물었다.
촬영팀의 제안은 지금 여기 있는 세린을 포함한 친구 6명과 “어디서나 서바이벌” 팀이 즉석 게임을 진행하자는 것이었다.
“난 좋아.”
“재밌겠는데?”
“크, 이것도 추억이지.”
잠시 상의를 거쳐서 전원 찬성으로 함께 녹화하기로 했다.
진혁도 몇 시간 정도 여유가 있었고, 또 세린의 출연을 돕는 것이었으니 흔쾌한 마음이었다.
“다들 괜찮답니다.”
진혁의 말에 제작진과 출연진 모두의 표정이 환희에 젖었다.
대박! 우진혁과의 예능이라니!
라는 표정이 다들 얼굴에 쓰여 있었다.
“자, 우리 시청자 여러분들이 깜짝 놀라실 게스트를 모셨습니다. 우진혁 씨! 연세린 씨! 민서연 씨! 그리고 대학생 세 분….”
언제 카메라 슛이 들어갔는지 알 수도 없는 정신없는 리얼 예능이었다.
“오늘 이 여섯 분과 함께 잠시 이 홍길동 박물관에서 점심식사 서바이벌을 펼치도록 하겠습니다.”
“우와와!”
“자, 게임 종목은, 많은 분들이 어릴 적 즐겼던 추억의 놀이를 준비해 봤습니다!”
구슬, 팽이, 제기, 딱지 등등, 추억의 놀잇거리들이 준비되었다.
“자, 저쪽에 점심식사를 위한 각종 메뉴가 준비되어 있는데요. 이기는 팀에서 하나씩 메뉴를 골라 차지할 수 있습니다.”
“어디서나 서바이벌” 고정 멤버들이 너스레를 떨었다.
“아이, 오늘 배터지게 먹고 가겠네.”
“이거, 팀을 좀 섞어서 해야 되는 것 아닙니까? 진혁 씨, 어떻게 지금이라도 팀을 섞을까요?”
멤버들은 이런 게임에는 아주 이골이 난 사람들이었다. 자신감이 넘치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자, 첫 번째 경기는 구슬로 하는 홀짝입니다!”
각자 10개의 구슬이 주어지고, 서로 홀짝을 맞춰서 구슬을 따먹는 고전 놀이.
각 팀 6명의 멤버들이 돌아가면서 겨루어서 더 많이 따는 팀이 승리하게 되는 경기였다.
“홀짝은 제가 좀 합니다!”
도민우. 아니 도문어가 자신만만하게 1번 타자로 나섰다.
“어휴. 우리 학생이 TV를 많이 안 보셨나 봐요. 홀짝 명준이라고 들어는 보셨나 모르겠네.”
상대의 1번 타자 역시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나섰다.
그렇게 흥미진진할 것 같았던 인간과 문어의 대결은….
“짝!”
“홀!”
“홀!”
“……”
1분 만에 첫 번째 인간이 거덜 나는 것을 시작으로.
“짝!”
“홀!”
“……”
5분 만에 6명의 구슬 거지를 탄생시키며 싱겁게 끝이 났다.
“우와와!”
도문어가 승리의 팔, 아니 다리를 치켜들었다. 친구들은 도문어가 잘 찍는 게 시청률만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저희가 고를 메뉴는 갈비찜입니다.”
다음 경기는 제기차기.
“……”
제기차기란, 삼국시대까지 그 유래를 거슬러 올라가 것으로, 조선 시대에 이르러 아이들 사이에 크게 유행했던 유서 깊은 놀이였으니.
그말인즉, 현대인들이 조선 시대에서 놀던 홍길동을 이길 수는 없다는 뜻이었다.
“백이십팔, 백이십구, 백….”
“으아악 그만해!”
딱지치기.
“빠아악―!”
진혁의 스윙 한 번에 바닥 타일까지 뒤집어질 것 같은 소리가 폭발했다.
상대의 딱지들이 무의미한 저항을 포기한 채 벌러덩 그 허연 배를 드러냈다.
팽이치기.
“……”
잡기에 능한 이영준이 팽이로 줄타기 묘기를 선보였고.
자치기.
“따아악―!”
서연이 쳐낸 자가 무슨 야구 배트로 홈런 치는 소리를 내며 까마득히 날아갔다.
“빠아악―!”
우진혁의 백투백 홈런이었다.
“……”
조선 시대 짱 우진혁, 여자 짱 민서연. 거기에 명성고 오리지널 짱 도민우.
모두 모두 사람만 잘 치는 게 아니었다. 딱지든, 팽이든, 자든, 뭐든지 치는 데는 선수인 세 사람이었다.
“꺄악!”
“꺄!”
세린과 민영이 할 일은 승리의 환호를 지르는 일뿐이었다.
“크아악! 우리 마지막 역전 한판 승부 합시다! 지금까지 얻은 음식 다 걸고.”
“저기 선배님 팀은 음식이 없는데요?”
“……”
세린의 말에 MC 오동석이 너스레를 떨었다.
“아 참, 세린아. 방송 모르니? 원래 마지막 역전 한판이 있는 거예요.”
“무슨 게임 하실 건데요?”
“닭싸움!”
“어디서나 서바이벌” 팀 비장의 카드였다. 지금까지 나온 어떤 팀과의 닭싸움에서도 져본 적이 없는 멤버들이었으니까.
“하시죠.”
진혁이 빙그레 웃었다. 상대 멤버들이 쾌재를 불렀다.
6대 6의 닭싸움.
진혁 쪽은 여자가 3명. 저쪽은 2명. 숫자 구성으로도 불리한 싸움이었지만, 진혁은 여유가 있었다.
용병들의 닭싸움이란 건….
“자, 시작합니다! 시작!”
시작 신호와 동시에 우진혁이 닭 다리를 파닥이며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부우웅―!
“크아아악!”
그날, “어디서나 서바이벌” 멤버들은
닭이란 동물이 본디 날 수도 있는 동물이라는 걸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
인천국제공항.
수많은 취재진과 팬들이 한일 두 배우의 극적인 만남을 보기 위해 공항으로 몰려들었다.
““꺄악―!””
““우와와―!””
거대한 함성과 함께 등장한 사람은 블랙 수트를 입은 우진혁이었다.
노타이에 하얀 와이셔츠를 살짝 풀어 헤친, 그대로 누아르 영화에서 걸어 나온 주인공의 모습이었다.
다만, 진혁의 손에 들린 꽃다발이 이곳이 누아르가 아니라 평화로운 현실 세계임을 자각하게 했다.
“진혁아!”
“진혁 오빠!”
“혀엉!!”
남녀를 구분하지 않는 절규가 터져 나왔다.
어디에 두어도 자체 발광을 하는 진혁이었지만, 역시 진혁은 팬들 앞에 섰을 때 그 찬란함이 더해지는 천상 스타였다.
곁에선 김용수 매니저가 새삼스러운 눈빛으로 진혁을 바라보았다.
자식. 멋있다.
멋있다는 말로는 늘 부족한 배우가 자신의 배우였다.
어제까지 친구들 사이에서 소박하고 따뜻하게 반짝이던 그 사람과는 또 다른 모습의 스타가 여기 서 있었다.
눈부시도록 세련된 빛을 뿜어내며.
진혁이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게이트에서 후지와라가 나왔다.
190cm가 넘는 키에 위풍당당한 체구.
약속된 대로 영화 컨셉에 맞춰, 진혁과 같은 블랙 수트를 입은 거구의 남자.
후지와라가 내뿜는 거친 남자의 향기가 팬들의 눈을 강렬하게 사로잡았다.
진혁이 꽃다발을 들고 다가갔다. 정신없이 플래시가 터지고, 비명이 터져 나왔다.
““꺄악―!””
““우와와―!””
다가오는 진혁을 발견한 후지와라가 함박웃음을 보냈다. 진혁이 따뜻한 미소로 그를 맞았다.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진혁이 건넨 꽃다발은 꽤 큰 크기였다. 하지만 누아르의 두 남자 사이에서는 사뭇 앙증맞아 보이기까지 했다.
꽃다발을 받아든 후지와라가 진혁을 덥석 끌어안았다.
“반갑네. 반가워.”
두 사람의 포옹에 다시 커다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어이구야. 이거 내가 자네 덕분에 완전히 팝스타가 된 기분이구만.”
후지와라가 열광적인 팬들의 환호에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자국 내에서도 어디를 가나 사람들이 알아보는 스타였지만, 이런 열광적인 환호는 그로서도 처음이었다.
끊임없이 터지는 플래시 세례를 받으며, 팬들의 환호와 함께 두 사람이 기자 회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두 사람의 만남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반영하듯 기자회견장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진혁과 후지와라의 등장에 기자들도 환호와 박수로 두 사람을 맞아주었다.
“어서 오십시오. 후지와라 씨. 고생했다. 진혁아.”
이미 기자 회견장에서 기다리고 있던 박태수 감독이 환한 얼굴로 둘을 맞았다.
그렇게 시작된 기자회견.
“후지와라 씨는 할리우드에서도 러브콜이 있었고, 자국 내에서도 주연급 캐스팅이 여러 편 있었던 것으로 압니다. 그런데도 2년 만의 복귀작을 한국 영화로 택하신 데에는 어떤 이유가 있으셨는지 궁금합니다.”
후지와라가 여유 있게 웃으며 대답했다.
“간단한 이유입니다. 할리우드나, 본국 내 캐스팅 제안보다, 우진혁이라는 배우와 작업을 할 수 있다는 게 더 끌렸으니까요.”
후지와라가 박태수 감독을 흘깃 보며 서운해하지 말라는 듯 위트있는 어조로 말했다.
“물론 그게 박태수 감독님의 작품이라는 것도 한몫했습니다.”
“감사합니다. 하마터면 서운할 뻔했습니다.”
기자석에 작게 웃음이 터져 나왔고, 연이은 질문도 이어졌다.
“할리우드의 제안, 그리고 주연 제안을 마다하고, 조연을 자처할 정도로 우진혁 씨와 작업을 하고 싶으셨다고 했는데요. 우진혁 씨의 어떤 매력이 그 정도로 후지와라 씨를 끌리게 했는지 궁금합니다.”
후지와라가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답했다.
“어떤 매력인지 보면 모르세요? 더럽게 잘 생겼잖아요!”
산만 한 덩치를 가진 후지와라의 넉살에 기자들이 폭소를 터트렸다.
웃음이 잦아들자, 후지와라가 정색을 하고는 진지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진혁과의 첫 만남, 그리고 몇 년 만에 진혁을 화면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을 때의 충격을 상세히 이야기했다.
“오호….”
박태수 감독이 두 사람 사이의 기가 막힌 인연에 눈빛을 반짝였다.
타닥. 타닥.
좋은 기삿감을 얻은 기자들의 손가락도 더욱 바빠졌고.
“아무튼, 이미 진혁 씨와 직접 붙어 본 사람으로서 말씀드리자면, 여러분들이 이번 영화에서 어떤 것을 기대하시든지 저희 둘이 그 이상을 보여드릴 수 있을 거라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후지와라가 확신과 기대에 찬 표정으로 기자들에게 선포하듯 말했다.
그리고 그 시선은 박태수 감독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당신이 무엇을 주문하든 그 이상을 보여줄 수 있다는 자신감이었다.
박태수 감독의 입가에 흥미진진한 미소가 걸렸다.
실제로 박태수 감독의 심장은 미치도록 뛰고 있었다. 빨리 현장으로 달려가 이 두 사내를 자신의 앵글에 담고 싶어 죽을 지경이었다.
“후지와라 씨가 하신 말씀에 대해 우진혁 씨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듣고 싶습니다.”
진혁이 마이크를 들었다.
“일단 더럽게 잘생겼다는 데에는 동의합니다.”
뜻밖에 튀어나온 진혁의 농담에 기자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진혁이 빙긋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농담입니다. 정말 솔직히 저는 제가 그렇게까지 잘생겼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나쁘지 않은 얼굴 같긴 한데요. 아무튼 잘 생겼다고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기자들이 경악했다.
진혁의 말에서 가장 된 겸손이 아니라, 진심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와…. 그걸 왜 몰라. 1+1보다 쉬운걸.”
“우진혁에게도 드디어 한 가지 결핍을 찾았네. 미적 감각이 없었네.”
반쯤은 맞는 얘기였다. 우진혁이 학창 시절 유일하게 못 하는 과목이 미술이었으니까.
어쨌든 기자들의 손이 바빠졌다. 좋은 기삿거리가 하나 나왔기 때문이었다.
대충 제목은 그랬다.
– 배우 우진혁, 겸손인가 망발인가, “솔직히 내가 잘생겼는지 잘 모르겠다.”
자신의 발언이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얼마나 큰 충격을 가져다줄지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진혁이 진지하게 말을 이었다.
“무엇을 생각하시든 그 이상을 보여 줄 것이라는 말씀에도 동의하고 싶습니다. 후지와라 씨, 그리고 박태수 감독님과 함께 하는 작품이니만큼 꼭 그렇게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진혁이 차분하게 겸손함이 배어 있는 말투로 말했다. 하지만 겸손한 말투 안에 분명한 자신감이 배어 있었다.
지금까지 함께 격투씬을 찍어왔던 배우들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진혁은 처음으로 가슴이 뛰고 있었다.
격투 씬을 함께할 배우 때문에 가슴이 뛰었던 것도, 꾹꾹 눌러두고 있던 용병으로서의 욕구, 바로 날것 그대로의 승부욕이 솟구쳐 오르는 것도 처음이었다.
이만한 강자를 만났을 때에만 발동하는 진혁의 전투 본능이었다.
“기대해 주십시오.”
진혁이 그렇게 말하지 않았어도, 이미 기자 회견장에 있는 모두가 충분히 기대하고 있었다.
그렇게 기자회견을 마치고 후지와라의 숙소로 이동하는 길.
“진혁 군. 선물이 있는데.”
“선물이요?”
“잠시만.”
후지와라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감독님, 이제 끝이 났습니다.”
– 어이쿠. 후지와라. 목 빠지는 줄 알았네.
“그럼 진혁 군 바꿔드리겠습니다.”
후지와라가 진혁에게 핸드폰을 내밀며, 받아보라는 제스추어를 취했다.
“네. 우진혁입니다.”
– 진혁! 반갑네! 나 스티브 제럴드일세!
진혁이 오랜만에 듣는 반가운 목소리에 조금 놀란 듯 반응했다.
“감독님! 정말 오랜만입니다.”
– 인사는 차차 하고. 내가 마음이 급해서 거두절미하고 말하지. 자넬 좀 캐스팅해야겠는데.
“캐스팅이라뇨?”
기자 회견은 진즉에 끝이 났건만.
기자들의 눈이 돌아갈 만한 기삿거리가 진혁의 차 안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