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decided to become a star RAW novel - Chapter 157
157. 톱배우가 할 수 있는 일(2)
“어휴, 진혁 씨가 밥 차를 다 보내주고, 진짜 영광입니다. 영광이에요. 하하.”
서연과 드라마 작업을 하고 있는 PD와 작가의 입이 귀에 걸렸다.
작가가 진혁에게 물었다.
“그런데 진혁 씨는 드라마 복귀 안 하세요? 팬들이 많이 기다리고 있어요.”
“하하. 팬보다 우리 작가님이 더 기다리시는 것 같은데요?”
“에이, 뭐 PD님은 아니에요?”
진혁에게 대답도 듣기 전에 PD와 작가가 말을 주거니 받거니 했다.
PD가 웃으며 진혁에게 말했다.
“드라마 하는 사람들이야 전부 진혁 씨 기다리죠. 출연한 드라마마다 전설을 썼으니.”
“저한테도 진혁 씨하고 같이 한번 작업할 기회가 올까요?”
작가가 진혁을 보며 눈을 반짝였다.
“죄송하지만, 당분간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2년 뒤에나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와일드 솔저” 시리즈 본편, 그리고 “더 크로우” 시리즈. 두 시리즈의 촬영이 연달아 이어지는 상황.
학기 중을 제외한 모든 시간은 할리우드로 날아가 촬영을 해야 하는 처지였다.
“아…. 2년 뒤….. 너무 아쉽지만 그때라도 함께 작업할 기회가 있다면 정말 좋겠네요.”
“저도 줄 서 봅니다.”
작가와 PD가 진혁을 향해 간절함이 담긴 눈빛을 보냈다.
그들의 눈빛을 뒤로 한 채, 진혁과 서연이 밥을 가지고 따로 자리를 잡았다.
“매번 고마워.”
“뭘. 당연한걸. 드라마는 할 만하고? 시청률은 꽤 잘 나오는 것 같던데.”
“민우가 입대 전에 마지막으로 추천해 주고 간 거니까. 신기하지. 걔는 이런 걸 어떻게 이렇게 잘 맞추나 몰라.”
그러니까.
맞장구를 치듯 웃는 진혁에게 서연이 물었다.
“할리우드 촬영은 어때?”
“음…. 한국하고는 조금 다른 분위기가 있는데. 그래도 연기하는 거는 어디 가나 비슷하지 뭐.”
서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반찬을 오물오물 씹었다.
“영화 하고 싶다고 했다며? 김 매니저님이 그러던데.”
“응. 살펴보고 있어.”
“마음에 드는 것도 좀 있어?”
“아니. 아직은 딱히.”
“음…. 스릴러 쪽은 좀 별로이려나?”
“어? 아니. 장르야 뭐. 진한 로맨스 영화만 아니면. 뭐 좋은 영화 있어?”
“하나 있긴 한데.”
8년 뒤쯤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을 받을 감독의 작품이었다.
그러니까. 영준의 삼촌 이봉춘 감독.
그의 성공은 이번 작품이 그 신호탄이었다.
‘독립영화 「어딘지 말해줘」로 데뷔 해서, 작품 하나 완전히 망하고 좌절하던 차에, 기적 같은 기회를 얻은 게 스릴러 영화 「범죄의 습관」이죠. 그걸로 큰 성공을 거두고는 계속해서 자기 영화 세계를 구축해 갔고요. 작품성과 상업성을 절묘하게 섞어내면서….’
제임스가 이봉춘 감독의 아카데미 수상 소식을 알려주고 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진혁이 이봉춘 감독의 필모를 쭉 읊었다.
‘오호. 웬일이야. 그런 걸 다 찾아보고.’
몇 년 만이었다. 진혁이 한국의 소식을 찾아본 건.
‘예의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이봉춘 감독 아는 거.’
‘그래서?’
‘기왕 예의 차릴 거 훌륭한 예의를 갖춘 사람이 되려고요.’
‘하하하. 이거 해가 서쪽에서 뜰 일이네.’
진혁도 왜였지는 잘 알 수 없었다. 그냥 제임스가 워낙에 대단한 일이라고 침을 튀겨서였겠거니 했다.
자신도 모르게 이봉춘 감독에 대해 찾아본 건.
아니면 다음 세계에서의 만남을 준비하기 위한 운명 같은 것이던가.
사실 이유는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중요한 건 지금 자신이 그걸 알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투자를 받기 위해 열심히 뿌리고 다닌다는 이봉춘 감독의 영화 시놉시스를 구하는 건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었고.
가제라고 붙은 작품의 제목이 이미 “범죄의 습관”.
“뭔데? 무슨 작품인데?”
“음. 일단 그쪽에 연락부터 해보고. 내가 대본 구해다 줄 테니까. 한번 보고 얘기해.”
“그러니까. 그 누구 작품인데.”
“반드시 성공할 작품이니까. 신중하게 생각해야 돼.”
“아, 진짜 뭔지 말을 해줘야지. 생각을 하든지 말든지 하지.”
진혁이 그저 빙긋 웃으며 밥을 한 숟가락 입에 떠 넣었다.
굳이 작품에 대해 얘기해주지 않은 건, 놀랍게도, 진혁에게 장난기가 발동했기 때문이었다.
서연이 몹시 궁금해하는 표정을 보자, 진혁 자신도 모르게 일어난 마음.
이번에는 진혁이 맡은 배역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마음이었다.
“우와. 진짜. 말 하다 마는 사람이 세상에서 제일 싫어.”
서연이 심통난 마음을 불고기에 풀었다.
그러니까. 꼭꼭 씹었다.
***
“오! 오늘은 소득이 좀 있었나 보네?”
판타지필름 대표 송대준이 이봉춘 감독에게 물었다. 이봉춘의 입이 귀에 걸려 있는 걸 본 까닭이었다.
“아니. 한 푼도 못 건졌어.”
“뭐?”
이 자식이 드디어 실성했나.
송대준 대표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송대준으로 말하자면 그래도 이봉춘의 재능을 높이 산 사람이었다.
물론, 그렇게 생각하는 것과 투자, 제작을 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였다.
대형제작사도 아닌 중견업체 판타지필름으로서는 제작, 투자에 쉽게 모험을 할 수가 없었다. 송대준 대표가 모험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기도 했고.
그로서는 회사 사무실 방 하나를 이봉춘의 임시 처소로 잠시간 빌려주는 게 도울 수 있는 일의 전부였다.
“이제 자포자기한 거냐?”
“아니, 왜?”
“투자는 못 받았다는 녀석이 실실 웃고 있으니까 그렇지.”
“아. 형. 이따가 누가 사무실로 좀 오기로 했는데…. 왠지 느낌이 좋아. 흐흐.”
“느낌?”
그런 얘기는 지난번 영화 대차게 말아먹었을 때도 들은 것 같은데.
송대준 대표가 그런 생각을 할 때였다. 누군가 둘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느낌은 자식. 느낌 느낌 하다가 말아먹은 지난번 영화는 생각 못 하냐?”
누군가의 말이 이봉춘 감독을 향했지만, 대꾸를 한 건 송대준 대표였다.
“어? 무용아. 어쩐 일이야.”
“뭐, 지나다가 형 생각나서 한번 들렀어.”
“이야. 그래. 그래. 잘 왔다. 우리 잘 나가는 영화감독님 얼굴 한번 보자.”
안무용 감독. 이봉춘 감독과 현장에서 같이 구르다가, 비슷한 시기에 입봉한 동년배 감독이었다.
첫 번째 작품에 대한 반응은 이봉춘 감독이 조금 더 나았던지라, 그에 대한 시샘이 컸던 안무용 감독.
전세는 두 번째 작품에서 완전히 역전되었다.
이봉춘과 정반대로 안무용 감독은 최근 개봉한 영화가 중박을 내면서 감독으로서의 몸값이 꽤 높아져 있었다.
어깨는 그보다 훨씬 더 높아져 있었고.
안무용 감독이 이봉춘과 송대준이 대화를 나누고 있던 소파에 털썩하고 주저앉았다.
송대준 대표가 안무용 감독을 향해 환한 웃음을 보내며 물었다.
“요즈음 많이 바쁘지?”
“바쁘긴 뭘.”
“아니, 차기작 준비하느라 바쁠 거 아니야.”
“그거야 바쁠 건 아닌데, 하도 여기저기서 같이 하자고 들러붙는 사람들이 많아서 좀 귀찮긴 하지.”
“하하. 그래, 그래.”
송대준 대표가 슬쩍 눈치를 보며 말을 꺼냈다.
“혹시 우리하고 같이 하고 싶은 생각이 있는 거야?”
“뭐?”
“아니, 갑자기 찾아왔으니 하는 말이지.”
“에이, 형은 뭐. 우리 사이에 얼굴 보러도 못 오나?”
“아휴, 무슨 그런 섭섭한 말씀을. 얼마든지 와도 되지.”
안무용 감독이 송대준 대표를 보고 피식 웃었다.
‘어딜 언감생심.’
지난 작품의 성공을 발판삼아, 이젠 블록버스터급 영화에 도전해 보려고 하는 안무용이었다.
이미 대형 제작사와 얘기가 오가고 있었고. 판타지필름 같은 구멍가게가 끼어들 판이 아니었다.
자신은 이젠 이런 이들과 함께 일할 레벨이 아니다. 그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안무용이 깔보는 마음을 적당한 얼굴로 감추며 말했다.
“근데, 형. 나 뭐 차 한잔 안 줘?”
“응? 아, 줘야지. 이런, 내 정신 좀 봐라. 뭐 마실래? 얘기만 해.”
그렇게 안무용이 마치 상전처럼 차를 주문했다. 이봉춘 감독의 인상이 구겨졌다.
‘하. 같이 일할 때도 그랬지만…. 여전히 재수가 없는 녀석이네.’
전형적인 강약약강. 현장에서 일할 때는 감독들에게 손금이 없어지도록 아부를 하더니.
그때는 송대준 대표에게도 낯이 뜨거워지도록 입에 발린 소리를 해대던 녀석이었다.
그런데 지금의 태도는 완전히 전세역전.
저 놈이 이곳에 느닷없이 방문한 이유는 뻔했다. 자신이 지금 가지고 있는 위치를 마음껏 누려보고 싶은 알량함. 그것 외에는 다른 이유가 없었다.
못마땅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이봉춘에게 안무용이 ‘니 까짓 게 그런 표정 지으면 어쩔래.’라는 듯 여유롭게 물었다.
“직접 투자받는 게 많이 어렵지?”
“……”
알면서 왜 물어.
“어떻게. 내가 아는 분들 몇 분께 부탁 좀 드려줄까?”
됐어. 이 자식아.
절대로 진짜 영양가 있는 이들을 소개해줄 인간이 아니었다. 그저 폼이나 잡으려고 내뱉는 소리일 뿐.
“뭐, 필요하면 얘기 해.”
안무용 감독이 느긋한 승자의 미소를 지으며 이봉춘 감독을 바라볼 때였다.
“실례합니다.”
“아, 네, 어떻게 오셨죠?”
여직원이 들어온 남자 손님을 응대하려고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였다.
“헉!”
수시로 드나드는 영화배우들을 보아온 여직원도 실물을 봤다 하면 헉 소리가 절로 나올 한 사람.
먼저 들어온 김용수 매니저의 뒤를 따라 들어온 우진혁이었다.
송대준 대표, 이봉춘 감독, 안무용 감독까지. 세 사람이 약속이나 한 듯 동시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봉춘 감독이 미처 인사를 건네기도 전에 송대준 대표의 목소리가 총알처럼 튀어나왔다.
“아니! 이게 누구십니까! 우진혁 씨 아닙니까? 우진혁 씨가 저희 사무실에는 어쩐 일로.”
말과 동시에 진혁에게 후다닥 뛰어가는 송대준 대표.
우진혁이라니!
충무로의 블루칩 오브 블루칩. 아니, 이젠 충무로에서 잡고 싶어도 잡을 수 없는 곳을 비상하고 있는 할리우드의 차세대 스타.
연예인들이나 관계자들이 그렇게 보고 싶어 해도 쉽게 볼 수 없는 스타들의 스타.
지금으로서는 대한민국 배우에게 붙일 수 있는 수식어를 전부 붙여도 부족할 배우 우진혁이었다.
송대준의 뒤를 급하게 따른 건 안무용 감독이었다.
“하하! 우진혁 씨를 이렇게 뵙네요. 영광입니다. 영화감독 안무용입니다. 최근에 개봉한 영화 ‘승자 독식’ 아시죠? 하하.”
“아. 네. 들어본 것 같습니다.”
사실 잘 모르는 영화였다. 진혁이 겨우내 할리우드에 머물다가 한국에 들어온 지 며칠 되지 않은 시점이었으니.
안무용의 인상이 살짝 구겨졌다. 자신의 자부심과 같은 영화에 대한 너무도 뜨뜻미지근한 반응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내 인상을 활짝 폈다.
무려 우진혁이 아닌가. 우진혁이라면 용서가 된다.
안무용의 정신세계는 무척이나 자연스럽게 강약약강으로 작동했다.
“하하! 진혁 씨가 제 영화를 들어보셨다니. 그것도 영광이네요. 아무튼, 아휴, 대준이 형. 진혁 씨하고 연이 닿아 있는 줄은 미처 몰랐네요. 역시 형님이십니다.”
방금 전까지의 거만함은 온데간데없는 안무용 감독이 송대준 대표를 향해 환하게 웃었다.
송대준이 급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 진혁 씨는 나도 오늘 처음 보는데? 진짜, 진혁 씨 어쩐 일로…. 어?”
뭔가가 생각난 송대준 대표의 눈이 이봉춘 감독에게로 향하는 순간이었다. 우진혁이 이봉춘 감독에게 허리를 굽혔다.
“감독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자주 인사드리지 못해서 죄송해요.”
이봉춘 감독이 환하게 웃으며 다가왔다.
“아니야. 엄청 바쁜 거 다 아는데. 그 와중에 영준이 훈련소까지 따라갔다면서? 진짜 고맙다. 고마워.”
“아닙니다. 당연히 그래야 하는 건데요.”
이봉춘 감독과 우진혁의 친근한 대화에 옆에 섰던 두 사람이 멍해져 있었다.
‘뭐야. 이거.’
눈이 휘둥그레진 안무용 감독이 물었다.
“하하…. 두 분이 잘 아는 사이인가 봐요?”
“아. 이봉춘 감독님이 제가 연기를 시작할 수 있게 해주신 분이거든요.”
“예?”
“감독님이 제 친구 삼촌이신데, 제게 연기도 권해주시고, 학원비까지 내주셨거든요.”
“아….”
안무용 감독의 가슴에서 뱀심이 꿈틀꿈틀 올라왔다. 이봉춘 같은 놈이 우진혁과의 친분이라니.
이봉춘이 그런 안무용의 시선 따윈 아랑곳하지 않고 진혁에게 말을 건넸다.
“그럼, 진혁아, 우리 방으로 들어가서 얘기할까?”
“네.”
두 사람이 이봉춘 감독의 임시 사무실로 들어가려고 할 때였다. 송대준 대표가 미안한 얼굴로 말했다.
“아, 저기 봉춘아. 미안한데. 내가 얘기한다는 걸 깜박했네. 저기, 지금 사무실 히터 손보고 있어서 쓸 수 있는 방이 없어. 오늘까지 작업 끝나는데, 하필….”
이봉춘의 표정이 난감해졌다. 송대준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보안이 필요한 얘긴가? 아니면 우리가 저쪽으로 자리를 옮길 테니까 여기서 얘기 나눠도 되는데.”
송대준의 말에 이봉춘이 진혁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진혁이 말했다.
“저는 상관없습니다. 여기서 얘기하시죠.”
“그래? 그래, 그럼. 아휴 미안하다.”
“아뇨. 미안해하실 것 없습니다.”
그렇게 사무실 가운데 소파에 진혁과 김용수 매니저, 그리고 이봉춘 감독이 자리했고.
송대준 대표와 안무용 감독은 사무실 칸막이 한편, 대표 책상 옆에 자리를 잡았다.
자리는 옮겼지만, 두 사람의 귀는 자연스럽게 소파 쪽으로 향해있었다.
“그래, 진혁아. 어쩐 일로 보자고 한 거야.”
“아. 이번에 영화 준비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커다래진 이봉춘의 눈에 기대감이 들어찼다.
“그 영화에 좀 관심이 있어서요.”
진혁의 말에 경악으로 물든 건 이봉춘의 눈동자만이 아니었다.
두 사람의 얘기를 듣고 있던 송대준 대표와 안무용 감독이 튀어나올 듯 커진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았고.
소리가 아주 잘 전달되는 탓에 사무실에 있던 모든 직원도 숨죽인 채 두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서, 설마, 지, 진혁아. 너 혹시 내 영화에 출연할 생각이 있는 거야?”
이봉춘 감독을 비롯해 사무실에 있는 사람 모두가 침을 꿀꺽 삼켰다.
“아뇨. 그러고 싶지만. 제가 스케줄이 어려워요.”
“아….”
이봉춘의 고개가 떨어졌다.
귀를 바짝 세우고 있던 사무실 사람들이 전부 나직한 한숨을 쉬었고.
안무용 감독은 숨죽인 비웃음을 터트렸다.
‘그럼, 그렇지.’
아무리 개인적인 친분이 있다고, 우진혁이 이봉춘 영화에? 말도 안 되는 얘기였다.
그때였다.
“출연은 어렵지만, 투자를 하고 싶습니다.”
이봉춘 감독이 번쩍 고개를 들었다.
“투자?”
“네. 지금 투자 받아야 하는 금액이 얼마 정도 남았죠?”
“아…. 그게…. 15억 정도….”
이봉춘이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대답했지만, 진혁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이었다.
“음. 얼마 안 남았네요. 그럼 제가 그 15억 전부 투자하겠습니다.”
“뭐?!”
다시 사무실 전체가 경악으로 물들었다.
“지, 진혁아. 왜 갑자기? 그…. 의리로 투자하기엔 너무 큰 금액인데….”
“의리라뇨. 저 시놉시스 다 살펴봤습니다.”
그리고 미래도 봤고요.
“그리고 이런 말씀 드리면 좀 그런데…. 감독님 부담 갖지 말라고 드리는 말씀이에요. 저 우진혁입니다. 15억 큰돈 아닙니다.”
진혁이 빙긋 웃었다.
“제가 드라마 시청률 다 맞췄던 거 아시죠?”
물론 도문어가 맞춘 것이었지만.
“이번 영화 잘 됩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저도 투자를 한 이상 최대한 돕겠습니다.”
“크윽!”
이봉춘 감독이 자기도 모르게 입을 틀어막았다. 이봉춘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하지만 진혁의 말은 아직 끝이 아니었다.
“감독님 저 대본 한 부만 좀 주세요.”
“으,응? 대본?”
이미 넋이 나가버린 이봉춘이 허겁지겁 가방에서 대본을 꺼내 진혁에게 건넸다.
“추천할 배우가 한 명 있는데요.”
“배, 배우?”
“예. 이거 서연이 좀 가져다주려고요.”
“서연이…. 누구? 설마, 민서연?!”
“네. 괜찮으시면 한번 연락해보세요. 아마 한다고 할 거예요.”
괜찮으시면이라니! 민서연이 어떻게 안 괜찮을 수가 있겠는가! 지금 이 상황에!
이봉춘이 뭐라 대꾸도 할 수 없는 상황. 바쁜 진혁이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났다.
“그럼, 감독님. 저는 이만 가볼게요. 투자 관련해서는 변호사님께 연락드리라고 하겠습니다. 서연이한테 연락하는 거 잊지 마시고요.”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핵폭탄을 던진 진혁이,
이젠 대놓고 경악한 표정으로 자신을 주목하고 있는 사무실 사람들에게 눈인사를 남기고 유유히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우와와!””
진혁이 사라지자마자, 사무실에서 무슨 스포츠 중계를 보던 사람들의 환호와 같은 함성이 터져 나왔다.
직원들이 전부 자리에서 일어나 있었다.
안무용 감독이 황당한 표정으로 이봉춘을 바라보았고, 송대준 대표가 이봉춘에게로 후다닥 뛰어갔다.
“봉춘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