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decided to become a star RAW novel - Chapter 189
189. 별의 노래
“아, 이 녀석아. 들어가서 공부나 하라니까.”
“에이. 아빠. 아빠가 나를 몰라? 내가 들어간다고 공부하겠어?”
중국집 딸이 아빠를 향해 히죽 웃었다. 10월 9일. 휴일인 한글날 아빠 일을 돕겠다고 가게에 나온 딸이었다.
“짜장면 두 그릇이요? 네. 곧 가져다 드릴게요.”
능숙하게 주문을 받는 이제 고작 중학교 2학년 딸아이. 아빠가 그런 딸의 모습을 대견해 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애처로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도심에서도 나름 손꼽히는 중국집 주방장으로 업계에 이름이 알려졌던 그였다.
딸아이가 7살이 되던 해, 아내가 죽고 다시 돌아온 고향.
아내의 죽음 이후 무너진 마음을 추스르며 일을 하기가 어려웠기에 선택한 귀향이었다.
또 어린 딸을 위해서도 함께 돌봐줄 할머니가 있는 곳에서 사는 게 낫다는 생각이었고.
그렇게 엄마 없이 자란 딸이었지만, 아이는 구김 없이 밝게 자랐다.
북한군도 두려워한다는 중2. 하지만 딸아이는 소위 중2병과는 거리가 멀었다.
시골에서 자란 아이들이 도심 애들보다는 조금 순박하다지만, 미디어가 발달한 요즈음 시골은 예전 같지는 않았다.
중학생만 되어도 아이들은 이 작은 동네를 답답해했다. 미디어에서 보여주는 화려한 도심의 삶을 동경하면서.
하지만 딸은 아직 단 한 번도 이곳이 답답하다거나, 도심으로 가고 싶다는 말을 한 적이 없었다.
아빠가 힘들까 내심을 숨기는 건지, 아니면 연로하신 할머니를 걱정하는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아빠, 짜장면 두 그릇!”
“……”
“아빠, 뭐 해. 짜장면 두 그릇 주문 들어왔다니까.”
“으, 응? 아, 그래.”
정작 도심으로 돌아가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 것은 자신이었다.
이 작은 시골 동네에서의 장사라는 게 그저 하루하루 연명하는 수준에 불과했으니.
그나마 도심에서 번 돈으로 이 단층짜리 가게 건물을 매입한 덕에 연명이라도 하는 거지, 만약 월세까지 내야 하면 답이 없는 장사였다.
딸도 커가고 있고, 대학도 보내고 하려면 여기서 나오는 수입으로 어림도 없을 상황.
“자, 여기 짜장면 두 그릇 가져다 드려.”
딸이 쪼르르 달려가 짜장면을 손님의 상에 세팅하고 있을 때였다.
“별아. 우리 왔다.”
“야, 니들 뭐 하러 왔어!”
“와 씨. 우리 손님이야. 손님은 왕이다. 그런 거 몰라?”
“왕 같은 소리 하네!”
순박하게 생긴 남학생 셋이 사장의 딸인 별의 구박에도 배시시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
“짜장면 한 그릇하고 짬뽕 한 그릇.”
“와 나. 야, 니들 세 명인데 왜 또 두 그릇이야.”
“우리 돈 없어….”
남학생들이 머리를 긁적인다. 별이 한숨을 푹 쉬고는 아빠에게 말했다.
“아빠. 여기 짜장면 한 그릇하고 짬뽕 한 그릇.”
아이들을 본 사장이 빙그레 웃으며 음식을 준비했다. 짜장면 곱빼기로 하나, 짬뽕 곱빼기로 하나. 셋이 먹어도 넉넉할 양이었다.
“아빠. 그냥 짜장 보통 하나에 짬뽕 보통 하나야.”
별이 미간을 찌푸렸지만, 사장이 웃으며 눈짓했다.
“그냥, 가져다줘.”
별이 친구들의 방문을 반기지 않는 이유였다. 늘 말도 안 되게 퍼주는 아빠.
그냥 곱빼기로만 끝나면 이 정도로 친구들을 구박할 일이 없었다.
“안녕히 가세요.”
“그래. 별아 수고해라. 맛있게 잘 먹고 간다.”
다른 손님이 나가고 나자, 여지없이 아빠가 별을 불렀다.
“자, 이거 애들 줘라.”
푸짐하게 쌓여 있는 탕수육. 별이 푹하고 한숨을 쉬었다. 탕수육 접시를 집어 들고는 친구들 앞에 툭 내려놨다.
“먹고 다신 오지 마라.”
“에이. 별아. 우리 동네 중국집이 여기밖에 없는데 어딜 가라고.”
그렇게 구박을 받으면서도 꾸역꾸역 오는 녀석들. 별의 구박이 진심이 아니라, 아빠에게 미안해서 그런 건 줄 아는 이유였다.
어릴 적부터 친구들이었으니.
극구 사양해봐야 별의 아빠에게는 통하지 않는다는 걸 아는 탓에 구박과 함께 맛있는 탕수육을 먹는 쪽을 선택한 녀석들이었다.
“어, 저거?”
한 녀석이 벽면을 가리켰다. 벽면에는 대형 브로마이드 두 장이 나란히 붙어 있었다.
“처음 보는 거 같은데? 어디서 구했어?”
“영미 서울 갈 때 부탁해서. 진짜 힘들게 구한 거야.”
우진혁과 연세린의 브로마이드였다.
“오오. 우진혁 진짜 이번 영화 대박이더라.”
“야! 진혁 오빠가 네 친구야?”
“아, 그럼 뭐라 그래. 진혁이 형은 좀 이상하고…. 진혁 님도 아니고….”
“아니긴 뭐가 아니야. 진혁 님이라고 불러.”
“에이. 그건 쫌….”
머리를 긁적이던 녀석이 말했다.
“세린이 누나라면 누나라고 할 수 있지만….”
세린이라는 말에 세 녀석의 표정이 흐물흐물해졌다.
“별이 너 나중에 가수 되면 우진혁…. 님 하고 세린이 누나도 마음대로 보고 그러겠지? 으아. 부럽다.”
“바보야. 가수가 그렇게 쉽게 되는 건 줄 알아?”
별이 타박했지만, 입안 가득 탕수육을 오물거리던 녀석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
“에이, 별이는 되지.”
“그럼, 그럼, 노래 엄청 잘하잖아.”
별이 참을 수 없이 올라가는 입꼬리를 씰룩거리며 말했다.
“야, 여기 단무지랑 같이 먹어.”
보통 우진혁의 팬이라고 하면 당연히 배우 우진혁의 팬을 떠올 리가 마련이었다.
하지만 별은 달랐다. 가수 우진혁의 팬이었다. 또한 가수 연세린의 팬이었고.
그리고 둘이 콜라보를 한 그 몇 안 되는 곡이 별이 가장 사랑하는 곡이었다.
별의 눈이 브로마이드로 향했다.
정말로 저 두 사람을 볼 수 있는 날이 올까.
아직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때였다.
땡그랑.
중국집의 도어벨이 울렸다.
“어서 오세요. 어? 언니!”
김희정의 모습에 별의 눈이 똥그랗게 커졌다. 별의 입가에 반가운 미소가 그려지는가 싶더니.
“꺄악!”
이내 비명을 지르며 굳어 버렸다.
***
현실일까. 꿈일까.
별의 눈앞에서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역시 꿈이겠지.
우진혁, 그리고 연세린. 그 두 사람이 모두 자신의 눈앞에 서 있는 말도 안 되는 꿈.
꿈에서라도 보고 싶다고 그토록 간절히 바라고 바랐는데. 이제야 주어진 선물 같은 꿈.
비록 꿈이지만, 두 사람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싶었다. 하지만 손가락 하나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역시 꿈이라는 증거였다.
어차피 꾼 꿈인데 다가가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는다는 게 조금은 서운했다. 자신의 바람이 더 간절하지 않았던 탓일까.
하지만 이렇게 가까이에서 바라볼 수 있다는 것만 해도 그게 어딘가. 부디 이 꿈에서 깨지 않기를.
“별아! 별아!”
멀리서 아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빠 안 돼. 나 깨우지 마. 지금은 안 된다고….
꿈에서 깨고 싶지 않은 별의 눈에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아빠는 별의 몸을 흔들기 시작했다.
“별아, 정신 차려!”
“으, 응?”
깨버렸다. 별이 슬프게 눈을 깜박였다. 눈물로 흐려졌던 눈을 손으로 비볐다.
다시 시야가 선명해졌다.
그리고 눈앞에는.
진혁과 세린이 서 있었다.
“으아악!”
별이 다시 비명을 질렀다.
“아고. 우리 별이가 많이 놀랐나 보다.”
김희정 매니저가 미안한 표정으로 별을 바라보았다. 별이 넋이 나간 표정으로 신음하듯 말을 내뱉었다.
“언니….”
딱 한번 본 손님이었지만, 어쩐지 너무 정이 가던 언니.
사실 언니라고 하기에는 나이 차이가 너무 많아서 이모가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지만.
느낌으로 말하자면 이모보다는 엄마 같이 느껴졌던 따뜻한 언니였다.
“진혁아. 세린아. 내가 말한 그 아이야. 예쁘지?”
“와― 진짜 예쁘다. 중학생이야?”
세린의 말에 별은 곧바로 대답하지는 못했다.
누구나 세린을 처음 보면 받는 바로 그 느낌 때문이었다.
엄마야. 인형이 막 말을 한드아!
같은 여자인 별이의 심장이 덜컥거리고 있었으니, 옆에 이미 턱이 빠진 남자 친구 녀석들은 말을 할 것도 없었다.
“으아악!”
“으허허!”
몸을 비비 꼬고 자기들끼리 끌어안고 난리였다.
하지만 인형의 스피킹은 시작에 불과했다. 곧 옆에 있던 조각상이 말을 걸어왔으니.
“이름도 얼굴만큼 예쁘네. 별이.”
당신이야말로 목소리도 아름다우세요. 진혁 님.
다시 꿈과 현실을 오락가락하는 별이가 심장이 벌벌 떨려서 뭐라 대꾸도 하지 못하고 있을 때였다.
김희정 매니저가 나섰다.
“아, 맞다. 저기 별이는 원래 이름이 윤초록별이야. 특이하지?
“윤초록별… 이요?”
진혁이 고개를 갸웃했다.
윤초록별?
확실히 특이한 이름이었다. 전국에 두 명이 있기 힘든 이름이 아닐까.
그런데 진혁이 아는 이름이었다.
이전 생, 진혁이 알고 있던 가수 이름 중 하나였으니까. 진혁이 알고 있다는 건, 둘 중 하나였다.
엄청나게 인상적인 보컬이어서 진혁이 관심을 가졌거나, 아니면 MP3 목록을 업데이트 할 때마다 그 사람의 곡이 있어서 자연스레 이름을 알게 되었거나.
윤초록별이란 가수는 둘 다였다. 처음 연세린의 노래를 들었을 때만큼은 아니지만, 꽤 충격적인 보컬이었고, 히트곡이 많아서 계속 그녀의 노래를 듣게 되었었다.
그 윤초록별일까? 이 아이가?
“우리 자리에 좀 앉을까?”
김희정이 말했다. 그래야 할 것 같았다. 별의 얼굴색이 창백해져서 곧 쓰러지기라도 할 모양새였으니까.
“네네. 그러세요. 좀 앉으세요. 일단 주문은 뭐로 하실까요?”
정신이 없는 별 대신에 아빠인 사장이 주문을 받았다. 그리곤 별의 친구들에게도 말했다.
“너희들도 먹던 거 마저 먹어. 식으면 맛없다.”
바삐 주방으로 향하던 사장이 김희정 매니저를 흘깃 다시 쳐다보았다.
세상에나. 저런 스타들의 매니저일 줄이야.
관광지도 아닌 시골 마을에서 중국집에 오는 사람들은 전부 동네 사람들이었다.
가뭄에 콩 나듯 찾아오는 외지인들이었으니 한번 찾아온 외지 손님을 기억하는 건 쉬웠다.
특히나 김희정은 워낙에 싹싹한 아가씨였던 데다가, 별하고도 금세 친해져서, 이런저런 집안사 얘기까지 나눴던 터였으니, 기억을 못 할 수가 없었다.
“휘유….”
고개를 저으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 사장이 혼신의 힘을 다해 음식을 만들기 시작했다.
잠시 후.
“아…. 사장님. 저희가 이렇게 많이 시킨 것 같진 않은데요….”
황당할 만큼 많은 갖가지 음식들이 테이블 위에 하나씩 올려지기 시작했다.
“아휴, 귀한 손님이 오셨는데. 이 정도는 대접을 해야죠.”
“에구. 감사하긴 한데. 이거 너무 많은데요.”
김희정이 미안한 얼굴로 인사를 하고는 별에게 말했다.
“별이는 점심 먹었니?”
“네? 아….”
아직이었다. 많지는 않지만, 점심 손님을 치르고 나서 아빠와 함께 밥을 먹었으니. 평소 같으면 이제 곧 점심을 먹을 시간이었다.
“별아. 이리 와. 우리 같이 먹자.”
세린이 별을 향해 빙긋 웃었다. 세린의 그 미소에 별이 홀린 듯 자기도 모르게 테이블로 걸음을 옮겼다.
“우와….”
그런 별을 부러운 듯 바라보고 있는 세 친구들. 진혁이 아이들을 향해 말했다.
“너희도 같이 먹을래?”
“네!! 으아아!”
세 친구들이 전혀 거절할 생각도 없이 후다닥 테이블을 옮겨 앉았다.
네 그릇 같은 짜장 짬뽕 두 그릇에 탕수육 대자 하나를 다 비웠지만, 그래도 아직 배가 고픈 청소년들이었다.
게다가 대 스타들과 겸상을 하는 말도 안 되는 경험.
식탁이 곧 왁자지껄 해졌다. 아이들이 워낙 순박하고 유쾌했던 탓에 진혁과 세린도 꽤 즐거운 표정으로 아이들과 대화를 나눴다.
“와, 그러니까, 별이가 진혁이하고 세린이 찐 팬이구나.”
“네. 네. 얘 완전 팬이어가지고. 우리보고 진혁이 형… 아니 진혁님 이름 함부로 부르지 말라고 막 협박을….”
“야, 내가 언제 협박을 했어…. 그냥 조심하라고…”
아이들의 얘기를 듣던 김희정이 빙긋 웃었다.
“훗. 그랬구나. 그렇게 훌륭한 팬이면 선물을 좀 줘야겠네.”
김희정이 세린과 진혁에게 말했다.
“세린아 앨범 사인 좀 괜찮지?”
“어, 그럼. 당연하지.”
“진혁이도?”
“저는 앨범 가지고 있는 게 없어서…. 세린이 앨범에 같이 사인하면 될까요?”
“아니, 나한테 있어.”
“네?”
김희정이 후다닥 밖으로 나가는가 싶더니, 차에서 세린의 앨범 4장과 진혁의 앨범 4장을 가지고 왔다. 포장도 뜯지 않은 새 앨범이었다.
“어? 왜 제 앨범이 세린이 차에 있어요?”
그것도 포장도 뜯지 않은 채였으니. 이상한 일이었다. 세린의 얼굴이 살짝 빨개졌다.
“아하하…. 그러게….”
“풉, 진혁아. 너 몰라? 세린이가 너 완전 팬이잖아. 너 앨범 나올 때마다 사재기를 해가지고….”
“아, 언니….”
당황한 세린이 말을 막아보려고 했지만, 김희정은 말을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내가 세린이 심부름으로 네 앨범 엄청 샀잖아, 그래서 네 팬 사인회도 당첨됐었다? 호호호.”
벌써 3년 전 일이었다. 진혁이 마지막 앨범을 발표 한 건.
그리고 그때 팬 사인회에 당첨된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몇백 장씩 앨범을 샀다고 들었고.
부끄러워진 세린이 진혁의 시선을 피해 고개를 숙이고는 젓가락으로 애먼 탕수육을 괴롭혔다.
김희정이 말을 이었다.
“그거 주변에 다 나눠주고, 남은 게 차에 몇 장 있었어. 딱 애들 숫자 되네.”
아이들의 눈은 이미 감동으로 물들어 있었다.
진혁과 세린 두 사람이 각자의 앨범에 사인해서 네 명의 아이들에게 건네는 순간.
아이들이 정말 소중한 보물을 안아 들듯 앨범을 꼭 품었다.
“끄아아! 평생 보물로 간직할게요!”
세 명의 남자아이들이 호들갑을 떠는 사이, 별은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가수라는 꿈을 간직한 시골 소녀에게 자신의 우상들로부터 직접 받은 앨범이란 건 이루 말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닌 선물이었다.
그때였다.
“여긴가? 맞다! 희정아!”
진혁의 매니저 김용수가 차에 함께 탄 다른 스태프들과 함께 식당에 들어섰다.
희정의 차에 진혁과 세린이 같이 타는 대신, 김용수의 차에 세린의 스타일리스트들까지 함께 탑승하고 있었다.
“어서 와 오빠. 찾기 힘들었지?”
“아니 뭐. 힘들기는. 벌써 시작했네?”
“응. 내가 오빠들 것도 주문해 놨으니까 곧 나올 거야.”
다시 한번 식당이 왁자지껄해졌다.
“이야. 진짜 맛있네.”
“이런 시골에 이런 맛집이 있었네.”
음식에 감동하는 스태프들. 음식에 집중한 스태프들이 곧 조용해졌다.
그렇게 식사를 어느 정도 마칠 무렵, 진혁이 별에게 말했다.
“별아.”
“네?”
“노래 한번 들어보고 싶은데. 괜찮을까?”
“네?”
별이 눈을 동그랗게 키웠다.
“노, 노래요?”
“가수 되고 싶다면서.”
별이 눈을 껌벅이는 동안, 친구들이 신이 나서 말했다.
“별이 노래 진짜 잘해요!”
“우리 학교 가수예요!”
“별아. 노래 해봐! 한번 보여 드려!”
친구들의 말에는 별에 대한 자부심이 가득 배어있었지만, 별의 표정은 그렇지 못했다.
“아, 그게…. 잘 못하는데…..”
“야, 무슨 소리야. 너 엄청 잘하잖아.”
그건 애들도 몇 없는 시골학교 수준에서 얘기지.
별은 생각했다.
눈 앞에 있는 건 국내 최고 가수인 연세린, 우진혁, 그리고 전문가인 대형 기획사 매니저들.
그저 시골 동네에서 노래를 잘한다는 건 내밀 명함도 되지 못할 자리였다.
“너무 부담되면 안 해도 돼. 부담주려고 부탁한 거 아니니까. 거절해도 돼.”
진혁의 말에 별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결정적인 순간에는 강단이 생기는 성격. 그게 윤초록별이었다.
평생에 다시 오지 못할 기회가 아닌가. 자신들의 우상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일은.
생각해 보면 잘하든 못하든 그런 건 중요한 것도 아니었다.
“할게요. 저 해보고 싶어요.”
“별아. 진혁이가 너 곤란하게 하려고 그러는 거 아니니까. 정말 거절해도 돼.”
세린이 걱정스럽게 말했지만, 별이 씩씩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뇨! 저 노래 해보고 싶어요!”
별이 씩씩하게 테이블 앞으로 걸어나갔다.
“저기요! 여기 사장님 따님이 노래 하나 한데요! 다들 집중해 주세요!”
김희정의 말에 스태프들의 시선이 전부 별을 향하고는
“와!”
짝! 짝! 짝! 짝!
다들 환호성과 함께 박수를 보냈다.
진혁이 냅킨으로 입을 쓱 닦으며 희정과 세린에게 말했다.
“누나, 세린아.”
“응?”
“노래 잘 들어 봐. 집중해서.”
뭔가 의미심장하게 내뱉는 진혁의 말에 세린이 커다란 눈을 깜박였다.
그런 세린을 향해 빙긋 미소를 띤 진혁이 여유 있게 의자에 허리를 기댔다.
“후― 하―.”
별이 호흡을 골랐다.
그리고 고요해진 중국집에 별의 노래가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