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decided to become a star RAW novel - Chapter 188
188. 성지 순례
– KBC와 STUDIO드림의 합작 드라마 “태양 아래서” 우진혁, 연세린, 민서연 캐스팅 확정. 대작 탄생 예고
총 제작비 300억. 100% 사전 제작의 블록버스터급 드라마였다.
KBC가 배급을 맡고, 거대 제작사 STUDIO드림과 공동 제작과 투자를 진행하는 대 프로젝트.
올림픽의 열기가 사그라지기도 전에 대한민국을 다시 한번 발칵 뒤집어 놓을 캐스팅 발표가 터져 나왔다.
– 우진혁! 우진혁! 드라마다아아아!!
– 세린아ㅠㅠ
– 민서연 사랑한드아!!
– 우와. 어떻게 셋을 캐스팅했대? 세 명 출연료만 해도 후덜덜 할텐데.
└ KBC에서 제작비 감당이 안 되니까. 합작하잖아요.
– 벌써부터 보고 싶어ㅠㅠ 어떻게 기다리냐 이거.
└ 우진혁 드라마ㅠㅠ 벌써 울고 있어요.
게시판, SNS 할 것 없이 팬들의 반응으로 폭발, 말 그대로 난리가 났다.
– 크아악! 캐스팅 실화냐? 우진혁, 연세린, 민서연?!!!
– 근데 셋이 주인공인가? 러브라인이 어떻게 되는 거야?
└ 당연히 진혁♡세린이지.
└ 참나. 더 크로우 누구랑 누가 했죠? 당연히 진혁이하고 서연이지요?
└ 세린♡서연 아닐는지.
└ 죽고 싶냐?
벌써부터 러브라인을 두고 벌어지는 무수한 논쟁으로 인터넷 게시판들이 후끈 달아올랐다.
“이거 뭐 예상은 했지만,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네요.”
“하하하.”
CP를 맡은 부장의 보고에 이상수 국장이 기분 좋은 웃음을 터트렸다.
“벌써부터 해외 판권 문의가 너무 많아서 고르는 게 일입니다. 하하.”
“그냥 단독으로 갔어야 했는데. 쩝.”
이상수 국장이 입맛을 다셨다.
비록 300억이라는 예산이 엄청난 규모이긴 하지만, 자체 예산만 확보될 수 있다면 무조건 단독으로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던 국장이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그런 예산은 없었고.
설혹 있다 해도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에서 한 드라마에 300억이라는 제작비를 쏟아붓는 건 국민정서상 이해되기 어려운 일이었다.
덕분에 쾌재를 부른 건 제작지원과 투자 유치를 맡은 STUDIO드림.
말이 투자 책임이지, 우진혁이라는 필살의 카드에 연세린과 민서연까지 가세를 한 마당에 투자를 받는 건 땅 짚고 헤엄치기였다.
중국 쪽 어느 투자사에서는 아예 전액을 투자하겠다는 제안을 할 정도였으니. 물론 당연히 거절을 했지만.
어쨌든 국내 유치만으로도 넉넉히 300억을 채울 수 있을 만큼 엄청난 관심을 끌어 모으고 있는 드라마였다.
“아무튼 주사위는 던져졌으니, 멋지게 만들어 봅시다.”
“네. 당연히 그래야죠.”
그렇게 전 아시아, 아니 세계를 떠들썩하게 할 드라마가 그 공식적인 출발을 알렸다.
***
“으흐흥~ 흐흥~”
진혁의 아빠 우봉수가 조심스럽게 진혁의 금메달을 닦고 있었다. 그런 남편의 모습을 보며 아내 김선화가 물었다.
“그걸 또 닦아요?”
“그럼, 그럼, 날마다 닦아 줘야지.”
우봉수의 입가에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그렇게 좋은가?”
“그럼! 아들이 무려 올림픽 금메달을 땄는데 안 좋아? 당신은 안 좋아?”
“아휴, 좋기야 좋지. 근데 그렇게 매일 메달을 닦을 필요가 있냐 그거죠.”
“나는 말이야, 이거를 닦으면 기분이 좋아져요.”
한국대 경영학부, 할리우드의 톱스타, 올림픽 금메달. 그 어느 하나도 이루기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런데 그 세 가지를 모두 이룬 아들. 자랑스럽다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자랑스러운 아들.
셋 중 뭐가 가장 대단한 일인지를 굳이 따지자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첫 주연을 맡은 역사적인 배우가 된 것이라 해야 맞았다.
말 그대로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이뤄낸 일이니까.
하지만 머리는 그렇게 생각을 해도, 우봉수의 마음 속 넘버원은 역시 올림픽 금메달이었다.
아마도 어린 시절 우봉수에게 가장 큰 동경의 대상이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였던 탓일까.
우봉수가 어린 시절만 해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란 말 그대로 국민의 영웅이었다.
‘야야, 넘겨, 넘겨, 확 넘겨버리라고!’
‘아이고!’
‘아야얏!’
조그만 시골 마을, 온 동네 사람들이 작은 TV 앞에 모여서 손에 땀을 쥐며 함께 응원하던 기억이 아직 생생했다.
우리 선수가 금메달을 획득했던 그때. 온 동네 사람이 얼싸안고 질러대던 그 감격의 환호성.
그건 어린 시절 우봉수의 영혼에 깊이 각인된 희열이었다.
그리고 그 꼬마는 어느덧 자라서 아들을 둔 아버지가 되었고, 그 TV 안에는 그의 아들이 서 있었다.
‘진혁아! 파이팅! 그렇지! 그렇지! 좋아! 좋다!….. 우와와와!!’
진혁의 친구 부모들과 함께 경기를 시청하면서 얼마나 소리를 질러댔는지. 우봉수는 경기가 끝나고 목이 다 쉬어 버렸다.
그리고 시상식 장면.
금메달을 목에 건 자랑스러운 아들 앞에 태극기가 올라가던 그 순간.
울리는 애국가와 함께
‘으어헝―.’
우봉수도 울어버렸다.
메달을 닦던 우봉수가 통곡을 쏟아낸 그날의 자신을 떠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비록 한심할 정도로 울음을 쏟아내었지만 부끄럽지는 않았다.
아들이 무려 올림픽 금메달을 따지 않았는가.
“호―.”
우봉수가 입김을 불어 이미 깨끗한 메달을 닦고 또 닦았다. 그때였다.
따라라라―
인터폰이 울렸다.
“직원들 왔나 보네요.”
“어. 그래.”
우봉수가 직원들에게 금메달 획득 기념으로 한 턱 쏘겠다고 한 날이었다.
밖에서 밥을 사려고 했으나, 극구 집을 구경하고 싶다는 직원들의 애원을 뿌리치지 못한 우봉수.
우봉수의 집으로 향하는 직원들의 얼굴이 흥분으로 가득했다.
“으아. 저 골든팰리스에 들어가 보는 거 처음에요.”
“그냥 골든팰리스가 아니야. 최고 평형. 게다가 더 중요한 건….”
“우진혁의 집이죠.”
“꺅!”
우진혁이라는 말만 나와도 여직원들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후―하― 후―하―”
그 중에 유독 얼굴이 붉어져 있는 한 여직원. 마치 숨이 넘어갈 듯 한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유림 씨 괜찮아?”
“아, 네. 괜찮아요. 대리님.”
진혁의 팬클럽 ‘컨스’의 열성 회원인 신입 직원이었다. 그녀에게 있어 지금 이 방문은 단순히 상사의 집 방문이거나, 스타의 집 방문이 아니었다.
진정 성공한 덕후, 즉 성덕의 성지순례였다. 그녀는 호흡을 겨우 가누며, 경건하게 마음을 다잡았다.
“어서들 와”
우봉수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직원들을 반겨주었다.
“안녕하세요. 부장님.”
“그래, 그래, 빨리 들어 와.”
우봉수를 따라 집으로 들어가는 직원들. 곧 그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우와― 진짜 넓네요.”
“이야, 부장님, 여기가 87평이죠?”
직원들의 눈이 자연스레 거실과 연결된 주방으로 향했다. 쉐프 복장을 한 두 사람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직원 중 하나가 우봉수에게 속삭였다.
“뭐예요. 부장님. 사람 부르셨어요?”
“응? 아. 기왕 쏘는 거 제대로 쏴야지.”
출장 뷔페도 아니고, 출장 요리사를 부른 우봉수였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사실은 내가 부른 게 아니라, 진혁이가 불러줬어. 나도 한 번도 못 먹어 봤는데. 진짜 맛있대.”
“으아― 역시 월드 스타는 다르시구만요.”
직원들의 눈이 기대감으로 가득 찼다. 한눈에 보기에도 고급스럽고 맛깔스러운 음식들이 가득 준비되고 있었다.
“10분 후에 음식 제공해 드리면 될까요?”
“네. 그렇게 해 주세요.”
쉐프의 말에 직원들이 바쁘게 집구경을 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걸음을 옮긴 곳은 거실의 진열장.
그동안 진혁이 상을 받은 온갖 드라마 시상식, 영화제의 상이 전시되어 있었고.
그 한가운데.
“으아!! 이게 말로만 듣던 바로 그 올림픽 금메달입니까?”
“크아! 저 금메달 실물로 보는 거 처음이에요.”
“하하. 김 대리. 우리 다 처음이야. 올림픽 금메달을 실물로 본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
“그건 그러네요.”
“부장님 한번 만져봐도 됩니까?”
“으, 으응?”
우봉수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방금 깨끗이 닦아 놨는데.
하지만 딱히 닳지도 않는 물건을 만지지도 못하게 할 이유는 없었다.
우봉수가 허락을 하려는 순간. 우봉수의 눈치를 살핀 과장이 대리를 나무랐다.
“야, 이 사람아. 이 귀한 걸 왜 만지려고 해. 그냥 눈으로만 봐.”
우봉수가 과장을 말렸다.
“아니야. 아니야. 괜찮아. 만져 본다고 뭐 닳기라도 하나.”
진열장에서 금메달을 꺼내 대리에게 건네는 우봉수.
“으앗. 감사합니다!”
직원들이 난리가 났다.
“저도요. 저도요. 저도 한번만 만져볼게요.”
“저 사진 좀 찍어 주세요.”
그런 직원들을 우봉수가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메달은 또 닦으면 되지 뭐.
그리고. 마치 모델 하우스를 구경 온 사람들처럼 집 안 구석구석을 살펴보는 직원들. 가장 큰 관심을 보인 곳은 역시 진혁의 방이었다.
“아휴, 대스타의 방을 이렇게 함부로 들어가도 되나요?”
“괜찮아. 진혁이한테 다 허락받았으니까.”
“으아. 부장님. 저 심장이 멈출 것 같아요. 말씀드렸죠? 저 ‘컨스‘라고.”
진혁의 팬클럽 회원인 신입 여직원 강유림. 그녀 얼굴이 걱정스러울 정도로 상기되었다.
입사 후 우봉수가 진혁의 아빠라는 사실을 알고는 정말 졸도하는가 싶을 정도로 비명을 질렀던 여직원이었다.
성덕, 성덕, 말하지만, 우진혁의 개인 방을 방문하는 자신이야말로 현시점 ‘컨스’ 안에서 가장 성공한 덕후가 아니겠는가!
우봉수가 천천히 진혁의 방문을 열었다. 여직원의 심장이 터져나갈 듯 쿵쾅거렸다.
이윽고 진혁의 방문이 열리는 순간.
경건한 성지 순례자, 그녀는 보았다. 그 방에서 쏟아져 나오는 천국의 햇살을.
그녀는 조용히 두 손을 모았다. 진혁님에게 영광이 있으라.
“오오. 정말 평범하네요.”
직원들이 생각보다 단출한 진혁의 방에 깜짝 놀랐다. 한쪽 책장에 가득한 전공 서적들, 그 앞에는 책상, 그리고 창가 쪽에 침대.
그게 전부였다.
아, 자세히 보면 책상 옆에 기타가 한 대 놓여있었다.
“대리님! 어딜 봐서 평범하다는 거예요!”
성지순례자가 철없는 이방인을 준엄하게 꾸짖었다.
진혁님의 숨결, 손길이 닿은 그 어느 것 하나 평범할 수가 없는 것이거늘.
어리석은 이교도여. 너의 불경함을 회개할지어다.
“응? 평범하지 않아?”
하지만 어리석은 이교도는 회개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이어지는 망발.
“나는 막 엄청 멋진 예술품으로 채워진 그런 방 있잖아. 되게 세련된 그런 방을 생각했거든.”
“대리님. 우리 진혁님은 예술품이 필요 없어요. 그 자신이 예술이니까.”
이방 구석구석에 배어있는 이 특별한 빛을 정녕 보지 못하는 것입니까. 이방인이여.
성지 순례자는 세속에 물든 이방인의 불경건한 안목에 탄식했다.
“하하. 우리 유림 씨가 진짜 진혁이 팬인가 보다. 고마워 유림 씨.”
우봉수가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강유림이 그의 앞에서 경건히 두 손을 모았다.
잠시 후, 식사시간.
“으와와! 이거 뭐가 입에서 녹아버리는데요?”
“이런 거 처음 먹어봐요.”
직원들의 감탄에 즉석에서 음식을 요리해 주고 있던 쉐프가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최고급 와규를 사용한 퓨전 스테이크입니다. 저희가 자랑하는 메뉴인데요….”
음식 하나하나가 그야말로 예술. 김선화가 말했다.
“많이들 드세요.”
“고맙습니다, 사모님!”
직원들이 정신없이 음식을 입에 구겨 넣었다.
“이야, 기가 막히다!”
“진짜. 최곱니다. 부장님.”
“감동적이에요. 부장님.”
연신 감탄하며 음식을 입에 넣고 있는 직원들을 우봉수와 김선화가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어? 진혁아. 벌써 왔어?”
광고 촬영 때문에 늦는다고 했던 진혁이 생각보다 이른 시간에 집에 들어왔다.
진혁이라는 말에 직원들의 고개가 약속이라도 한 듯 휙 돌아갔다.
“촬영이 좀 일찍 끝났어요.”
엄마에게 답한 진혁의 시선이 바로 직원들을 향했다.
“안녕하세요.”
“아, 아, 안녕하세요!”
눈이 휘둥그레진 직원들이 전부 자리에서 일어날 때였다.
“어? 강유림 씨! 유림 씨!”
진혁의 등장으로 얼굴에 핏기가 하나도 없어져 버린 강유림이 휘청거렸다.
너무 놀란 나머지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입을 틀어막고 있었던 그녀였다.
“아, 아, 괜찮….”
대리에게 괜찮다는 손짓을 한 강유림이 자기도 모르게 진혁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냥 무의식이었다. 그분께 가까이 다가가야만 한다는 그런 무의식.
휘청.
혼미한 정신에 다시 한 번 그녀가 휘청였다.
턱.
“괜찮으세요?”
가까이에 있던 진혁이 쓰러지려던 그녀를 재빨리 받아냈다.
그러니까. 그녀가 진혁의 품에 안겼다는 뜻이었다.
“컥!”
눈동자를 파르르 떨던 그녀가 짧은 외마디 탄식과 함께 정말로 정신을 잃었다.
***
“왜? 뭐 묻었어?”
“아니.”
도민우와 이영준의 부대 위문 공연일.
차량 좌석 맞은편에 앉은 세린이 진혁을 보며 연신 싱글벙글하고 있었다.
“근데, 왜?”
“뭐가?”
“아니, 아까부터 나보고 계속 웃고 있잖아.”
“아, 그거? 그냥 좋아서.”
“응?”
세린이 계속 미소를 머금고는 말했다.
“아니, 진혁이 너하고 함께 작업하는 게 진짜 오랜만이잖아. 이렇게 공연도 같이 가고, 그리고 곧 드라마 촬영도 같이 하고….”
얘기를 듣고 있던 매니저 김희정이 말했다.
“세린이 쟤 요즈음 매일 저렇게 싱글벙글이다.”
진혁이 빙긋 웃었다.
고마운 일이었다.
세린이 늘 진혁에게 주는 것. 항상 환영받고 있다는 느낌. 그건 단지 자신에게 열광한다든지, 단순히 좋아해 준다는 것과는 조금은 다른 따뜻함이었다.
이전 생에서도 늘 위로가 되어주었던 세린의 노래를 생각하면, 더욱더 고마울 일이었고.
하지만.
계속 그렇게 빤히 쳐다보면 조금 민망….
너무 천진하게 빤히 쳐다보는 세린의 시선에 진혁이 자신의 시선 위치를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매니저 김희정이 말했다.
“우리 여기 근처 동네에서 밥 먹고 갈까? 내가 지난번에 진짜 기가 막힌 중국집 알아놨거든.”
“네. 좋아요.”
진혁이 먼저 대답을 했고, 세린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차량이 이내 근처 작은 마을로 접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