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decided to become a star RAW novel - Chapter 212
212. 새해 소원
단단 딴 따단.
경쾌한 댄스 팝의 멜로디가 가득한 연습실.
“……”
프렌들리걸스 멤버들이 얼마나 연습에 집중을 하고 있는지 진혁이 연습실에 들어온 것조차 알아채지 못하고 있었다.
진혁을 발견하고 인사를 하려는 안무 트레이너.
“쉿.”
진혁이 검지를 입에 가져다 대었다. 멤버들의 연습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파이브, 식스, 세븐, 에잇!”
트레이너가 열정적으로 박수를 치며 안무를 지도했다.
쿵. 쿵쿵. 탁탁탁.
멤버들의 스텝 소리가 비트에 맞춰 바닥을 울렸다.
딴 따다 단. 딴.
“후아!”
“휴―.”
노래가 끝나자마자 거친 숨을 쏟아내는 멤버들.
보기에는 상큼했지만, 의외로 격렬해서 체력이 많이 소모되는 안무였다.
“어?”
“어!”
“오빠!”
그제야 멤버들이 진혁을 발견하고는 우르르 달려왔다. 이젠 오빠 소리가 제법 자연스러운 멤버들이었다.
한 사람만 빼고.
‘오빠…’
진혁의 광팬 유요원이 속으로 작게 웅얼거리고는 얼굴이 터질 듯 빨개져 버렸다.
“모두들 수고가 많아.”
“아니에요! 수고 아니에요!”
“엄청, 재밌어요!”
“노래 진짜 좋아요!”
진혁의 한마디에 여기저기서 날아오는 행복한 목소리들. 진혁이 올 때마다 보게 되는 연습실 광경이었다.
“오셨어요?”
“네. 선생님. 고생 많으세요.”
“고생은 뭘요.”
트레이너가 진혁을 향해 수줍게 웃었다. 멤버들에 비해 아직은 진혁이 조금 어색한 트레이너였다.
“노래 진짜 잘 될 것 같아요.”
“선생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면 정말 잘 되겠네요.”
진혁이 빙긋 웃었다.
트레이너가 자기도 모르게 살짝 벌어지려는 입을 재빨리 수습했다. 조금만 방심하면 넋이 나가버리는 진혁의 외모.
‘행복해….’
강미현. 이 바닥에서는 나름 이름 대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안무가였다.
그런 그녀가 처음 시작하는 기획사에 주저 하지 않고 지원을 한 건 두말할 것 없이 우진혁 때문이었다.
‘이거야말로 성덕의 삶.’
결국 그녀가 참지 못하고 얼굴 근육을 풀어헤쳐 버렸다.
멤버들과 얘기하며 활짝 웃고 있는 진혁의 모습. 그걸 보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강미현이었다.
하이스쿨2 시절부터 진혁의 팬클럽 “컨스”의 회원으로 활동하던 그녀였으니, 진혁에 대한 충성도는 하늘을 찌를 지경이었다.
그리고 이곳에는 그녀 말고도, “컨스” 출신 직원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거의 우진혁 친위대급의 오리지널 팬들이었다.
그들에게 이곳은 이미 세상에서 가장 즐겁고, 행복한 회사. 진혁이 전혀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기업 철학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어? 진혁이 왔네?”
도민우와 작곡가 김준수가 연습실로 들어왔다.
“형, 안녕하세요.”
“그래. 고생 많다.”
김준수와 진혁이 인사를 나누는 사이 도민우가 프렌들리걸스 멤버들에게 다가갔다.
“간식 좀 챙겨왔어. 이거 먹어라. 얘들아.”
“으아아! 고맙습니다!”
멤버들이 폴짝폴짝 뛰는가 싶더니, 민우의 손에서 간식을 받아들고는 후다닥 바닥에 자리를 잡았다.
멤버들과 트레이너가 함께 간식을 나누는 동안 진혁과 민우, 그리고 김준수가 옆에 따로 자리를 잡았다.
진혁이 김준수의 어깨를 다독였다.
“준수야. 역시 노래 최고더라.”
“아후, 김규진 프로듀서님이 워낙 편곡을 잘해주셔서….”
“곡이 좋으니까 편곡도 잘 나온 거지.”
김준수가 머리를 긁적이고는 말했다.
“근데, 사실 스트레스 엄청 받아요.”
싱글 앨범으로 발매하게 된 곡이었다. 그러니까 회사가 처음으로 런칭하는 걸그룹 프렌들리걸스의 데뷔곡.
이전에 히트했던 “벚꽃 사이로”는 무려 연세린이 불렀으니 결과에 대해 부담을 가질 필요도, 걱정할 이유도 없었다. 그저 영광스러워 떨렸을 뿐.
WP에서 작업했던 곡들은 타이틀곡도 아니었고, 싱글앨범은 더욱더 아니었다. 여러 앨범 수록곡 중 하나로 실렸을 뿐. 그러니 부담이 크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싱글앨범은 프렌들리걸스의 재기를 가늠할 중요한 곡. 오직 이 한 곡으로 승부가 나는 상황이었다.
원래는 이렇게 될 일이 아니었다.
이미 싱글 앨범 선정이 유력한 외부 작곡가의 곡이 있었고, 김준수가 작곡한 곡들은 다음 미니 앨범에 수록하기로 거의 결정 됐던 상황.
하지만 그걸 뒤집은 건 진혁이었다.
그러니까 한 달 전.
저녁무렵 진혁이 김준수의 녹음실을 찾아왔다.
진혁은 회사 설립 후, 최대한 자주 얼굴을 비추며, 직원들 사기 진작에 힘을 쓰고 있었다.
“늦게까지 고생이 많다.”
“아니에요. 형.”
“뭐 좀 먹자.”
작업을 하고 있는 김준수를 위해 진혁이 야식을 주문해 주었다.
“곡은 잘 써져?”
“헤헤. 아무래도 부담이 덜 해서 그런지 WP에 있을 때보다는 쉽게 써지는 것 같아요.”
“그래? 그거 잘 됐네.”
김준수를 향해 빙긋 웃은 진혁이 물었다.
“한번 들어 봐도 돼?”
“아, 네. 지금 들려 드릴만한 곡은 두 곡뿐이긴 한데요.”
“그래. 한번 들어보자.”
스피커에서 금세 첫 곡의 전주가 흘러나왔다.
따라란―
진혁이 조용히 눈을 감았다.
탁. 탁.
몸을 살짝 흔들며 다리로 박자를 맞추는 진혁.
그렇게 시종 여유 있는 미소로 노래를 듣던 진혁이 두 번째 곡에 이르러 번쩍하고 눈을 떴다.
진혁이 의자 팔걸이에 오른팔을 기대고는 스피커 쪽으로 더욱 귀를 기울였다.
‘이것도 준수 곡이었네.’
아마도 이전 생의 김준수는 꽤 유명한 작곡가였을까.
적어도 연세린의 “벚꽃 사이로” 한곡을 히트시킨 원 히트 원더 작곡가가 아닌 건 확실해졌다.
지금 이 곡도 진혁이 이전 생에서 들었던 곡이었다. 그곳에도 걸그룹이 불렀던 곡. 하지만 그게 프렌들리걸스는 아닌 것이 확실했다. 음색이 분명히 좀 달랐으니까.
어떤 걸그룹이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이번 생은 이미 모든 게 달라져 버린 상황이었다.
김준수는 이전 생이라면 존재하지 않았을 프렌드엔터의 전속 작곡가가 되어 버렸고.
노래에는 가수와의 케미라는 것도 있게 마련. 프랜들리걸스가 대신 부른다고 했을 때, 100% 성공한다는 보장을 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이 노래는 노래 자체가 아주 대중적인 댄스 팝 곡이라, 크게 가수를 탈 노래는 아니었고.
그 말인즉슨, 프렌들리걸스가 불러도 어느 정도의 성공은 보장될 좋은 노래라는 뜻이었다.
진혁이 주저 없이 말했다.
“준수야. 이걸로 가자.”
“네? 뭘요?”
“프렌들리걸스 애들 싱글앨범. 이 곡으로 가자고.”
“네?! 아, 아니, 싱글 앨범 곡은 김규진 프로듀서님이 정하신다고….”
“프로듀서님께는 내가 말씀드릴게.”
결국 김준수의 곡이 프렌들리걸스 런칭의 최선봉에 서게 되어 버렸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난 지금.
김준수는 매일 소화가 안 될 지경이었다.
“아흐…. 프렌들리걸스 진짜 잘 돼야 하잖아요. 망하면 진짜 안 되는데….”
프렌들리걸스의 사연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부담이 보통이 아니었다.
김준수의 말에 진혁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저쪽에서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아, 오빠! 망하긴 누가 망한다고 그래. 오빠 노래 엄청 좋거든!”
김준수보다 한 살 어린 팀의 막내 고아람이 장난스럽게 인상을 찡그렸다.
“그리고 오빠가 뭘 잘 몰라서 그런데, 우리는 더 망할 게 없어.”
이상한 당당함이었다.
옆에서 사차원 장이현이 맞장구를 쳤다.
“맞아. 우린 노래로 성공해 본 적이 없는데.”
“그치. 언니. 오빠는 뭘 모르는 것 같아.”
두 사람의 이상한 당당함에 눈을 끔벅이던 김준수가 와락 이상한 웃음을 터트렸다.
“우히히히히히.”
“…..”
“우히히히. 망할 게 없대. 끼야아아아!”
김준수의 이상한 웃음에 모두 폭소가 터져버렸다.
“뭐야. 저 웃음은!”
“큭큭큭. 진짜 웃겨…..”
다들 그렇게 한바탕 웃고 나서, 찔끔 나온 눈물을 수습할 때였다.
“준수야. 걱정하지 마. 이 노래는 무조건 잘 되게 되어 있으니까. 내 생각에는….”
진혁이 자신에게 집중해 있는 사람들에게 선언하듯 말했다.
“음원, 음악방송, 1위 찍을 거야.”
확실히 히트는 할 것이었다. 그건 진혁이 다른 세상에서 확인 바였다.
물론 그 세상에도 1위를 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 상황에 노래가 히트를 한다면 화제성 때문에라도 1위는 찍지 않을까.
“에이, 오빠가 투자했다고 너무 후하신 거 아니에요?”
“1위는 너무 갔는데.”
“100위 안에만 들어도 너무 좋을 것 같아요.”
사실 신인 걸그룹이 100위 안에 드는 것만도 엄청난 성과였다.
물론 지금 상황에서는 위튜브에서의 인지도나, 진혁이 가진 엄청난 흥행 파워에 대한 감이 아직 없는 멤버들이기에 할 수 있는 말이기도 했지만.
어쨌든 100위란 건 멤버들 딴에는 아주 현실적인 목표 일 수 있었다.
하지만 멤버들의 말에 진혁의 광팬 유요원이 버럭 하고 나섰다.
“무, 무슨 말이야! 우, 우리 진혁 오….ㅃ…. 말씀은 무조건 맞아!”
오리지널 “컨스” 강미현 트레이너도 나섰다.
“당연하지. 우리 진혁 님…. 아니, 진혁 씨가 시청률도 다 맞춘 거 몰라?”
진혁이 빙긋 웃었다.
“아, 그건, 제가 맞춘 게 아니고, 여기 도민우 매니저님이 맞춘 거예요.”
“아…..”
사람들의 눈이 도민우를 향했다. 진혁이 민우에게 말했다.
“그럼, 이번에도 도문어님께서 예측 한번 해보죠?”
“하하하. 당연히….”
도민우가 진혁을 한번 보고는 씩 웃었다.
“진혁 씨가 저하고 놀더니 촉이 많이 좋아졌어요.”
민우가 선언하듯 말했다.
“1위 합니다. 무조건.”
***
“민영아. 이것도 좀 먹어 봐.”
“아냐. 나 다 주면 어떡해. 너 먹어.”
“아냐. 아냐. 난 괜찮아. 아― 해봐. 이게 아주 끝내주거든.”
프렌들리걸스 뮤직비디오 촬영장의 저녁 식사 시간. 도민우가 민영이 먹는 것만 봐도 배가 부른지, 헤벌쭉 웃고 있었다.
“목 막힌다.”
“그래? 물 가져다줄게!”
“아냐, 나도 손 있어. 너 좀 먹어. 내가 물 가져올게.”
“아니야. 민영아! 넌 여기 가만히 있어. 내가 다녀올게.”
“아니야. 너 힘들잖아. 내가 다녀올게.”
그렇게 실랑이를 하던 두 사람이 결국 손을 잡고 함께 물을 가지러 가버렸다.
남겨진 진혁과 서연.
서연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와, 쟤들…. 지금까지 도대체 어떻게 참았대?”
어이가 없다는 웃음을 터트리는 서연.
“뮤비를 우리가 촬영할 게 아니라, 쟤들 시켜야 하는 거 아냐? 아주 꿀이 뚝뚝 떨어지는 뮤비가 될 것 같은데.”
“서연아 우리 뮤비 서로 바람피우다 걸리는 내용이야.”
“……”
서연이 미트볼을 입으로 쓱 욱여넣었다. 그렇게 몇 번인가를 씹고는 꿀꺽 삼켰다.
“근데.”
서연이 입을 열었다.
“아…. 그…. 민우하고 민영이 보기는 좋은 것 같아.”
뭔가 갑작스러운 전환이었다. 진혁이 피식 웃었다.
“갑자기?”
“왜? 넌 보기 싫어?”
“아니, 그럴 리가.”
진혁이 어깨를 으쓱했다. 서연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근데.”
“……”
“……”
“왜 말을 하다 말아. 근데 뭐?”
서연이 다시 한참 뜸을 들이고는 게맛살을 집어들며 말했다.
“…. 너는 왜 여자 친구 안 사귀어?”
“…. 갑자기?”
진혁의 물음에 서연의 얼굴이 살짝 빨개졌다.
“아, 왜 자꾸 갑자기래. 갑자기 물어볼 수도 있지.”
“그래 뭐. 근데, 그러는 너는 왜 안 사귀는데?”
“응? 나?”
서연이 그제야 진혁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야, 내가 먼저 물어봤잖아.”
진혁이 그래도 먼저 대답해 보라는 듯 빙긋 웃었다. 서연이 뭔가 민망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그냥. 뭐…. 마땅한 사람…. 아니, 기회가 없었달까?”
“음…. 나는….”
진혁이 살짝 뜸을 들이자 서연이 진혁을 빤히 쳐다보았다. 자기도 모르게 나무젓가락을 질근질근 씹고 있는 서연.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 뭘? ….여자 친구를 사귈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
“아니, 그게 아니라 왜 여자 친구를 사귀지 않는지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이성교제, 연애.
지금까지 진혁과는 가장 거리가 먼 단어였다. 이전 생은 말할 것도 없고, 새로운 세계에 와서도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주제였다.
그나마 가장 가깝게 생각했던 적이 있다면, 연기로 첫키스를 하지는 않겠다 생각했던 거랄까. 그래서 지금까지도 키스 씬은 찍지 않고 있었고.
하지만 그마저도 언젠가 연애를 하고, 첫키스도 해야지 하는 생각으로 그랬던 건 아니었다.
오히려 연애와 워낙 정서적 거리가 먼 진혁이었기에, 드라마에서의 키스조차 뭔가 아직 때가 아니지 않은가 라는 생각에 가까웠달까.
“근데, 그거 꼭 생각해야 하는 건가?”
“아니, 뭐 꼭 그런 건 아니지만….”
“뭔가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생각이 들지 않을까? 잘은 모르지만.”
“뭐….”
서연이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럴 수도.”
그 순간이었다. 작은 낙엽 하나가 스스륵 떨어져 서연의 머리에 내려앉았다.
“어? 잠깐만.”
진혁이 서연에게 쓱 다가갔다. 서연이 자기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다.
진혁이 손을 내밀어 서연의 머리에서 낙엽을 떼어냈다.
“머리….”
진혁이 떼어낸 낙엽을 손에 들고 빙긋 웃었다.
“많이 길었네.”
작년까지만 해도 단발이던 서연의 머리가 제법 긴 머리가 되어 있었다.
바람에 날린 머리카락이 서연의 발그레한 얼굴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저기….”
서연이 뭔가를 말하려던 순간이었다.
“민영아! 조심해! 바닥에 돌이 있잖아!”
민우와 민영이 시끌벅적하게 다가왔다. 잠시 두 사람 쪽으로 시선을 옮겼던 진혁이 서연에게 물었다.
“저기, 뭐?”
“응?”
“뭐 말 하려고 했잖아.”
서연의 눈동자가 커다래진 눈 안에서 또르르 굴렀다. 그리고는.
“너, 너는 왜 숙녀의 머리를 막 마음대로 만지고 그러냐.”
커다란 눈을 최대한 가늘게 뜨는 서연.
서연의 그런 모습이 어쩐지 귀여워 진혁이 웃음을 터트려 버렸다.
“풉. 하하하.”
“야, 너, 왜 웃어. 내가 웃겨?”
“하하하.”
“너, 정말? 아, 왜 웃냐고―.”
그렇게.
가을이 지나가고 있었다.
***
크로우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와일드 솔저” 4탄의 태풍이 전 세계의 가을을 휩쓸고 지나갔다.
찾아온 겨울. 그리고 새해.
“새해 소원?”
“제발…. 우리 앨범 음원 차트 100위 안에만 들게 해주세요.”
프렌들리걸스 멤버들의 간절한 소원과 함께, 싱글 앨범 발표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