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decided to become a star RAW novel - Chapter 58
58. 첫 방송
“어서 오세요. 작가님.”
“고생 많으세요. PD님.”
한유경 작가가 편집실에서 자신을 반기는 정두일 PD에게 따뜻한 커피를 건넸다.
“아휴. 뭘 이런 걸. 하하. 사실 지금 딱 카페인이 필요하던 참이긴 했습니다만.”
정두일 PD가 뜨거운 커피를 식혀가며 홀짝였다.
“잘 돼가세요?”
“으흐흐.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의미심장한 PD의 웃음.
“그렇게 말씀하시면 진짜 기대하게 될 텐데요.”
“아휴. 그럼 진짜 기대하라고 드리는 말씀이죠. 잠깐만요. 이거 한번 보세요.”
정두일 PD가 1화의 마지막, 우진혁이 등장하는 장면 편집본을 틀어 주었다.
“와.”
한유경 작가의 입이 떡 벌어진 채 다물어질 줄 몰랐다.
“기가 막히게 뽑혔죠? 진혁이는 말할 것도 없고, 예나 표정 좀 보세요.”
정두일 PD가 세상 흐뭇한 표정으로 말했다. 한유경 작가가 기회다 싶어 정두일 PD를 추켜세워주었다.
“연출하고 편집은 어떻고요. 분위기 진짜 끝내주네요.”
PD의 입에 참을 수 없는 미소가 걸렸다.
“하하. 뭘요. 저야 뭐. 근데, 요즈음 촬영장 분위기 작가님 보시기에 어떠세요?”
“애들이 아주 불이 붙었던데요.”
“그쵸? 확실히 진혁이하고, 서연이, 세린이 존재가 다른 배우들에게 영향이 큰 것 같아요.”
듣도 보도 못한 세 사람이 등장해, 아주 촬영장을 뒤흔들고 있었다.
진혁의 천재성이야 말할 것도 없었지만, 서연과 세린도 만만치 않았다.
민서연은 ‘장순이는 못 말려’ 시절, 이미 천재 소리를 듣던 아역 배우였다.
우진혁이 외모나 재능 면에서 워낙 튀었던 탓에, 그 옆에 있던 서연이 감춰져 있었던 것뿐.
다른 배우들 사이에 놓아두니, 물 만난 고기처럼 촬영장을 휘젓고 다녔다.
세린의 존재감도 말할 필요가 없었다. 반짝이는 아이돌들 사이에서도 우진혁과 함께 투톱을 이루는 외모.
거기에 청순한 이미지가 덧대어지니, 이미 남성 팬들의 몰표가 예상되는 극강 캐릭터가 탄생했다.
“특히 이준이하고 예나는 요즘 눈빛이 달라졌어요.”
PD의 말에 한유경 작가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출격 준비는 끝났는데…. 사람들 반응이 어떨지 아주 기대가 됩니다.”
피곤함에 절어 퀭한 눈의 정두일 PD였으나, 눈빛만큼은 기대감으로 반짝거렸다.
***
“아휴. 어렵다. 어려워.”
“왜요. 대표님. 잘 안 됐어요?”
조심스럽게 물어보는 직원에게 광고기획사 W&C의 강현중 대표가 고개를 저었다.
“다 까였어.”
“와. 이번이 몇 번째예요. 아니, 10대, 20대 타깃으로 세울만한 아이돌 광고 모델은 어지간히 섭렵한 거 아닙니까, 이 정도면? 뭐가 더 있어요?”
“그러게.”
“아니 유명한 애들은 신선하지 않고, 다른 광고 이미지와 겹친다고 하고, 신선한 애들은 화제성이 떨어진다고 하고. 어쩌라는 건지.”
강현중 대표가 피식 웃었다.
“그러니까. 새롭고 신선한 신인이, 확 주목을 끌만한 뭔가가 있어야 하고, 거기에 10대, 20대한테 먹혀야 한다는 거지. 그게 이번에 출시할 음료 컨셉이라는데, 어째.”
“아후. 그럼 그런 신인 나타날 때까지 출시 미루라고 하세요.”
“훗. 그럼, 우리 회사는 그때까지 손가락 빨고?”
대표가 씁쓸하게 웃었다.
“그때까지 빨 손가락이라도 남아 있으면 좋겠다. 알지. 이번 건 우리한테 얼마나 중요한지.”
“에휴. 알죠.”
한숨을 쉬는 직원의 어깨를 대표가 다독였다.
“걱정하지 마. 잘될 거야. 모델이야 빤한 데 언제까지 까겠어. 계속 가져가 봐야지.”
“저기, 대표님.”
“응?”
모니터 앞에서 뭔가를 검색하던 또 다른 직원이 대표에게 시선을 돌렸다.
“여기 하이스쿨2 대본리딩 영상이 떴는데요….”
“하이스쿨2? 아휴, 거기 윤이준, 안예나 이미 다 까였는데 뭘.”
“아뇨. 저도 그래서 별로 관심을 안 뒀거든요. 근데.”
“근데?”
“잠깐, 여기 화면 좀 보시겠어요?”
대표가 직원의 모니터로 다가갔다.
“얘.”
연세린이 지나가고,
“얘 하고요.”
민서연.
“얘.”
우진혁에서 화면이 딱 멈췄다.
“와. 이 비주얼 뭐야? 신인이야?”
“네. 신인인데요. 엄청 느낌 있지 않아요?”
“느낌은 있는데….”
직원이 말했다.
“한번 지켜볼 필요는 있는 것 같아요. 일단 드라마 자체가 엄청 이슈가 되고 있으니까요.”
“음….”
강현중 대표가 진지한 표정으로 몇 번이고 대본리딩 장면을 돌려 보았다.
***
“아휴. 엄마 가슴이 너무 떨린다. 우리 아들이 TV 드라마에 나오다니 이게 웬일이니. 아직도 실감이 안 나네.”
“허허. 여보 진정해. 벌써부터 떨면 어떡해.”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아빠 우봉수의 얼굴도 상기되어 있기는 매한가지였다.
“오늘은 마지막에 진짜 잠깐 나와요. 내일부터 제대로 나올 거예요.”
“잠깐이라도 일단 아들이 나오는 장면을 봐야 실감이 날 것 같아.”
아내에게 진정하라던 우봉수가 슬그머니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 그런 남편을 보고 김선화가 피식하고 웃었다.
“너희 아빠는 나보고 긴장하지 말라더니. 자기가 더 긴장했다.”
그 순간 광고가 지나가고 드라마 오프닝이 시작되었다.
“여보, 여보! 시작했어! 빨리 나와!”
김선화가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고 남편을 불렀다. 화장실에서 우당탕 소리가 나더니 우봉수가 헐레벌떡 뛰어나왔다.
딴딴따다단.
경쾌한 오프닝 OST가 흐르며 주요 배역들이 한 명, 한 명 등장하기 시작했다.
멋지게 야구 배트를 휘두르는 남자 주인공의 모습과 함께 ‘윤이준’이라는 큼직한 자막이 떠올랐다.
드라마의 배경인 동화고등학교 야구부 에이스인 윤이준의 모습이었다.
이어 활발하고 사랑스러운 방송반 반장 안예나의 모습이 이름과 함께 등장.
방송반 작가이자, 동화고 여신 연세린이 청순한 모습으로 교정을 거닐었고.
남학생의 멱살을 잡은 걸크러쉬 민서연의 매력적으로 비틀린 미소가 화면을 채웠다.
그리고.
슬픈 표정으로 먼 하늘을 응시하고 있는 진혁의 모습을 카메라가 뒤에서부터 돌며 얼굴까지 잡아내는 순간, 이름이 자막으로 떠올랐다.
우진혁.
“와!”
짝! 짝! 짝!
엄마 김선화가 신이 나서 손뼉을 쳤다.
“우와! 우리 아들 멋있다. 멋있어.”
김선화의 입이 아주 귀에 걸렸다. 우봉수 역시 흐뭇한 얼굴로 화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드디어 드라마 시작.
상쾌한 아침. 따스한 햇살이 비추는 어느 학생의 방. 경쾌한 음악과 함께 카메라가 책상에서 시작해서, 곱게 걸려 있는 교복을 거쳐 침대를 비추었다.
잠을 자고 있는 여주인공 김아린(안예나 분).
아린은 햇살이 간지러운지 부드럽게 볼을 긁었다. 그리곤 갑자기 번쩍 떠지는 눈. 뭔가에 놀란 듯 화들짝 몸을 일으켰다.
“으아아악!”
아린의 비명이 온 집안에 울렸다.
“엄마. 엄마. 나 미쳤나 봐. 5분만 더 잔다는 게.”
새 학기 첫날부터 지각을 하게 생긴 여주인공 김아린(안예나)이 허겁지겁 교복을 갈아입고 가방을 챙겨 들었다.
“아린아. 아린아. 밥은 먹고 가야지!”
“아, 엄마. 나 완전 늦었어.”
헐레벌떡 뛰어나가려는 김아린을 엄마가 가로막았다.
“딸, 그래도 세 숟가락만 먹고 가.”
“아, 진짜, 엄….”
엄마의 숟가락이 이미 아린의 입을 틀어막았다.
“엄마, 나 진짜….”
기어코 세 숟가락을 욱여넣고야 마는 엄마. 김아린의 볼이 가득 부풀어 올랐다.
“%&#@”
김아린이 부푼 입으로 “다녀오겠습다.”라고 추정되는 불분명한 발음의 인사를 남기고는 후다닥 뛰어나갔다.
“아저씨! 안녕하세요!”
“어이! 아린이! 오늘도 씩씩하네. 허허.”
아파트 동문 앞에 서 있는 경비 아저씨에게 인사를 하자마자, 누군가 아린을 불렀다.
“어이! 김아린이!”
아저씨 같은 말투의 주인공은 ‘노는 게 제일 좋아’ 캐릭터 이동재 역의 배우 유건우.
어디 영화인지 드라마인지에서 본 말투로 아린을 불렀으나, 아린은 대꾸도 없이 아파트 정문을 향해 쏜살같이 내달렸다.
“허. 뭐가 저리 급해?”
이동재(유건우)가 손에 들고 있던 빵을 한 입 베어 물더니, 미적미적 걸음을 옮겼다.
혼신의 힘을 다해 달리고 있는 김아린(안예나)의 눈에 천천히 걸어가고 있는 익숙한 뒷모습이 들어왔다. 남주인공 강혁(윤이준)이었다.
“야! 강혁! 늦었어! 뛰어!”
강혁을 쌩 앞질러 가는 김아린.
“야! 아린아!”
대꾸도 없이 뛰어가는 김아린을 보며 강혁이 피식 웃었다.
“김아린. 저거, 저거, 또.”
강혁이 가방을 어깨 안쪽으로 가볍게 당기는가 싶더니 김아린을 향해 뛰어가기 시작했다.
야구부 에이스답게 엄청난 속도로 아린을 따라잡는 강혁.
“아린아.”
“……”
“김아린?”
“……”
“아린아―.”
아린의 전력 질주를 따라 뛰면서도 강혁은 여유 있는 웃음을 지으며 계속 아린을 불렀다.
“아, 씨. 왜! 헉헉….”
마침 한계에 다다른 김아린이 결국 걸음을 멈추고는 강혁을 쳐다보았다.
“오늘 8시 30분까지야.”
“뭐?”
“8시까지가 아니고, 30분까지라고.”
“진짜?”
아린이 뭔가 곰곰이 생각에 잠기는 듯하더니, 손바닥으로 이마를 쳤다.
“아 씨….”
“큭큭큭.”
“뭘 웃어!”
“우리 아린이는 참 한결같아서 좋아.”
“놀리냐?”
“아린아.”
강혁이 아린의 얼굴을 보며 손가락으로 입술을 가리켰다.
“입술에 밥풀 묻었다.”
“응?”
아린이 손을 더듬어 밥풀을 떼더니, 날름 입으로 집어넣었다.
“아우. 그걸 왜 먹어.”
강혁이 인상을 찌푸리자, 아린이 한쪽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뭐냐. 노렸던 거냐? 밥풀은 양보 못 한다.”
“아휴. 저는 되었습니다. 많이 많이 드셔요.”
그리 장난을 치면서도 강혁이 아린을 보는 눈빛이 따뜻했다. 강혁이 왠지 싫지 않은 표정으로 싫은 소리를 내뱉었다.
“야― 도대체 초등학교 때부터 몇 번이나 같은 반이 되는 거냐. 한 번, 두 번….”
“그래서 뭐. 싫다고?”
“흐흐. 싫기는. 좋지. 너어무. 좋지.”
“어쩐지 좋다는 소리로 안 들린다?”
“에헤이. 아린이 넌 다 나쁜데, 그 의심하는 버릇이 제일 나빠.”
“뭐?!”
“메롱.”
강혁이 장난을 치며 빠른 걸음으로 앞서 걸어갔다. 김아린이 그런 강혁을 어이없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어휴. 저걸 그냥.”
그렇게 활기 넘치는 주인공들의 등굣길 풍경으로 대망의 ‘하이스쿨2’의 여정이 시작되었다.
“아휴. 예쁘다. 예뻐. 좋을 때다, 좋을 때야.”
엄마 김선화의 입에 흐뭇한 미소가 빙그레 걸렸다.
“그러게 저 남학생은 나 고등학교 때하고 똑같네. 똑같아. 허허.”
우봉수가 너털웃음을 터트리자, 김선화와 진혁이 물끄러미 우봉수를 바라보았다. 우봉수가 웃다 말고는 아내와 아들을 쳐다보았다.
“왜, 진짜야. 나 젊을 때는 저렇게 훈훈했어.”
“……”
“알았다. 알았어. 내 착각인갑다.”
그제야 김선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드라마는 주요 인물들의 첫 등장과 만남을 그려가고, 드라마에 폭 빠진 진혁의 아빠, 엄마가 연신 웃음을 터트렸다.
“호호. 쟤 되게 웃긴다.”
“하하. 그 녀석 참.”
그리고 연세린이 등장하는 장면.
교실 창가 자리에 앉아 무언가를 노트에 적고 있는 세린. 조심스럽게 불어본 봄바람이 세린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어루만졌고.
가지런했던 세린의 머릿결이 스르륵 흩날리더니, 봄 햇살과 함께 사르르 빛을 뿌렸다.
여신의 등장다운 서정적 카메라 워크.
“아휴. 쟤는 어떻게 저렇게 예쁘다니. 아휴, 너무 예쁘다.”
엄마 김선화가 연신 감탄을 터트렸다.
“쟤가 우리 원장님 딸이에요. 연세린이라고.”
“아! 진혁이 네가 말했던?”
진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고. 원장님 정말 뿌듯하시겠다. 아빠의 뒤를 이어 배우를 하는 것도 기특한데, 저렇게 예쁘기까지 하니, 안 먹어도 배가 부르겠다.”
김선화가 아들 진혁을 슬쩍 보더니, 어깨에 꼭 팔을 둘렀다.
“그래서 엄마가 안 먹어도 배가 부르잖니.”
이런 상황이 조금은 쑥스러운 진혁이 그런 엄마를 향해 보일 듯 말 듯 미소를 지었다.
“이동재. 까불지 마라. 죽는다.”
걸크러시 서연의 등장. 드라마 촬영을 위해 단발로 자른 머리에 바지 교복. 대본리딩장에서의 여성스러웠던 스타일링과는 사뭇 다른 서연이 화면에 등장했다.
“아이구. 서연이 연기 잘한다! 성격이 그렇게 싹싹하고 착한 애가 저렇게 거친 연기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우봉수가 회사에서 함께 밥을 먹었을 때 보았던 서연의 모습을 떠올리며 박수를 쳤다.
아빠. 아빠가 그때 보신 게 연기입니다.
진혁은 차마 입 밖으로 낼 수 없는 말을 삼키며 고개를 저었다.
“호호.”
“하하.”
“아!”
“와―”
진혁의 아빠, 엄마가 다양하고 개성 있는 캐릭터들이 엮어내는 첫 이야기에 흠뻑 빠져 있기를 어언 1시간.
드디어. 문제의 장면이 시작되었다.
비 내리는 저녁 거리. 우산을 쓴 여주인공 김아린(안예나)이 편의점에 들렀다 나오고. 진서진(우진혁)과 눈이 마주치는 그 장면.
촬영장에서 안예나를 충격에 빠뜨렸던 진혁의 그 얼굴이, 안예나의 시선을 따라 화면에 등장했다.
비에 젖은 머리, 창백한 얼굴, 그래서 더 선명한 이목구비가 조각 같은 선을 드러냈다.
깊고 슬픈 눈과, 그 슬픔을 머금은 입술.
유려하게 떨어지는 턱선이 빗물과 함께 목선을 타고 내려가, 젖은 셔츠 사이 살짝 드러난 쇄골까지 이어지는.
순간의 예술을 포착하는 포토그래퍼처럼, 진혁의 비주얼을 가장 완벽하게 잡아내는 카메라 연출.
단 몇 초의 컷이었지만, 1화에서 가장 강렬한 장면이었다. 그만큼 화면에서 연출된 진혁의 모습은 비주얼 충격 그 자체였다.
그리고 그의 입에서 차갑게 떨어진 대사는,
“좀 비켜주지.”
비록 짧았지만, 비주얼에 완벽하게 어울리는, 그리고 진서진의 얼어버린 마음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대사였다.
“어머, 어머, 진혁아! 저게 너야? 어머, 어머머머.”
진혁의 엄마가 난리가 났다. 우봉수가 맞장구를 쳤다.
“와, 아들! 와…. 역시 우리 아들! 아빠 젊었을 때하고 아주 똑같다.”
엄마와 진혁의 시선이 우봉수에게로 향했다. 우봉수가 이번에는 물러서지 않았다.
“왜? 아들이잖아! 아들이 아빠를 닮지 누굴 닮아!”
“아이고. 우봉수 씨! 주책이에요. 당신이 한 농담 중에 제일 웃겼어. 호호!”
김선화가 남편의 등을 두드리며 웃고 난리가 났다.
그리고 그날 밤.
인터넷 게시판도 난리가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