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singer who returned from the sea RAW novel - Chapter 106
106화. 이제야 꺼내는 모든 진실.
마이클이 다섯 살이 될 때까지.
세상이란 빛과 어둠으로만 이루어져 있는 곳이었다.
사람. 사물. 동물. 식물.
그리고 소리.
그런 것들은 모두 검은 바탕의 흰 무늬였다.
그런 세상은, 마이클을 ‘시각장애인’으로 불렀다.
“이 사과는 어때? 빨개?”
“하얘요.”
“이 기린 인형은?”
“하얘요.”
마이클의 지도 선생님들은 어떻게든 마이클에게 ‘색’이란 것에 대해 가르치고자 했지만.
마이클이 볼 수 있는 것은 오직 하얀 빛과 검은 배경 뿐이었다.
그런 마이클에게 하얗다, 라는 것을 처음 알려준 것은 그의 누나였다.
“아마도 네가 보고 있는 것은 하양일 거야. 물론 하양이 아니어도 괜찮아. 하양은 무엇이든 덧댈 수 있는 원형의 색이거든. 그러니 네가 나중에 시력을 찾게 된다면, 가장 먼저 하얀 색을 찾도록 해. 그게 네가 알던 하양이 아니라면, 그때부턴 다른 색을 새로 덧칠하며 네가 보았던 빛을 찾으면 되는 거야.”
“누나, 내가 보고 있는 게 빛이 맞을까?”
“응. 빛은 눈에 보이는 거야. 그런데 너는 누나의 목소리도 눈에 보인다고 했지? 그건 아마도···, 빛이 아닌 다른 무언가일 것 같은데, 누나도 참 궁금하구나.”
그리고 마이클이 다섯 살이 되었을 때.
마이클에게 누군가 찾아왔다.
그건 처음 보는 색이었다.
하양도 아니고 검정도 아닌, 그렇다고 단 한 가지 색으로 이루어진 것도 아닌···.
나중에야 알았지만 그것은 ‘무지개’라는 색이었다.
그 ‘무지개’는 인간의 형상을 하고 마이클을 찾아왔다. 그리고 마이클에게 말했다.
“좋은 눈을 가졌구나. 이제 너는 좋은 것을 보고 듣게 될 거야. 그런 네가 해야 할 일이 있어.”
“네? 제가요?”
마이클은 이곳이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조차 못하고 있는 어리둥절한 상황이었고.
그것에 전혀 아랑곳 않고 그 ‘무지개’의 존재는 마이클에게 노래를 들려주었다.
가사는 없는, 그저 멜로디만 존재하는 음악이었다.
마이클은 다섯 살의 나이였지만, 그것이 무척이나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그 ‘무지개’의 존재에서 뿜어져 나오는 형형색색의 빛이 아름다웠고, 그의 목소리가 찬란하고 화려하게 빛나는 모습이 황홀했다.
그것이 마이클의 마지막 기억이다.
눈을 뜨기 전까지의, 마지막 기억.
“어라···?”
마이클은 잠에서 깨어 가장 먼저 본 것은 푸른 새벽이었다.
‘여긴 어디지?’
라고 생각하기도 전에, 마이클이 반사적으로 택한 행동은 힘껏 우는 것이었다.
그의 울음에 부모님과 누나가 마이클의 방을 찾았다.
마이클은 현실의 눈으로 처음 보는 가족들이 두려웠다. 그들은 말로만 듣던 괴물처럼 보였고, 이리저리 움직이는 눈동자와 입술, 팔과 다리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마이클이 경기를 일으켰고, 그의 부모님은 그를 병원에 데려갔다.
그러자 놀라운 소식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시력에 문제가 없습니다. 다만 자신이 보는 것을 언어화 할 수 없는 것이 유일한 문제입니다. 이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는 저도 잘 모르겠군요···.”
그날 이후, 마이클은 천천히 세상을 다시 익혔다.
검은 배경의 흰 무늬로 이루어진 세상에서, 형형색색의 색으로 이루어진 사람, 동물, 식물, 사물의 세상을 보고 부르게 된 것이다.
그렇게 몇 년이 더 지나고.
마이클은 새로운 것을 알게 되었다.
자신이 새롭게 보게 된 것들은, 세상 사람들 모두가 보고 있었다는 것. 그건 당연한 것이었지만.
자신이 눈을 뜨기 전부터 보던 것, 사람의 목소리가 만들어내는 어떤 빛의 형태. 그건 자신만이 볼 수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잊을 수 없는 것.
그날 ‘무지개’가 자신에게 불러주었던 노래. 그 아름다움. 그것을 찾기 위해 마이클은 음악을 했다.
자신의 누나가 이미 어린 나이에 천재 가수로 이름을 알리고 있었으니, 자신도 음악을 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게 아니었다.
“누나, 누나 말대로 하양은 하양이 맞았어. 그리고 나도 누나처럼 멋진 가수가 될 거야. 지켜 봐!”
시간은 더더욱 흐르고 흘러.
마이클,
본명은 이효은.
그의 누나는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가수 중 한 명이 되어 있었다.
마이클은, 아니 효은은, 자신의 누나가 가수로 성공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당연한 것이라 생각했다.
한국에는 효은의 누나처럼 목소리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는 가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입안에 희미하게 맺히는 정도가 아니라, ‘뿜어져 나오는’ 가수는 적어도 한국에선 효은의 누나가 유일했다.
효은은 자신도 누나처럼 유명한 가수가 되면, 언젠가는 누나처럼 빛을 뿜는 가수들을 만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빛의 세기는 음악적 아름다움과 비례한 것처럼 보였으니까.
그래서 효은은 ‘마이클’이라는 이름을 짓고, 해외로 진출할 각오로 한국에서 데뷔했다.
그렇게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아가기 시작한 마이클은 해외에서 많은 가수들을 만나고 음악 작업을 했지만.
‘무지개’에 버금가는 빛을 가진 가수는 볼 수 없었다. 적어도 그가 들려준 음악과 조금이라도 흡사한 경우도 볼 수 없었다.
그리고 지금.
마이클은 그때, 그 음악과 조금은 흡사한 음악을 찾는 데 성공했다.
상상치도 못한 곳에서였다.
신율.
이 아이가 만든 곡이 그랬다.
*
“너···, 지금 뭐하자는 거야?”
“네···??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죠?”
“이거 어디서 가져온 거야.”
“이거라니···, 이건 제가 만든 곡인데···.”
“네가 갑자기 이런 노래를 만들었다고? 너 지금 어떤 노래를 만들었는지 알기나···, 후···, 아니다. 단순한 우연이겠지.”
“설마 제가 표절을 한 건가요?”
“표절···? 엄밀히 따지자면 아니야. 이 세상에 나만 들어보았던 음악이 있을 뿐이니까. 그런데······,”
“그런데?”
“아니다. 지금은 아무것도 알 수가 없어. 조금 복잡하네···. 그래. 이 노래는 어떻게 만들게 된 거야?”
“사실 저도 좀 우연적으로 만들긴 했어요.”
나는 마이클에게, 그날 플로리다 바다에서 있었던 일을 들려주었다.
그러자 마이클은 대답했다.
“율아.”
“네?”
“넌 혹시, 기적을 믿어?”
“······, 그건 갑자기 왜 묻는 거죠.”
“믿는구나. 그치? 믿지 않는다면, 그런 대답을 하지 않지.”
“맞아요. 믿어요.”
“기적을 믿는다는 건, 기적을 겪어본 적이 있기 때문에 그런 거야. 너도 알지?”
“네, 그럼 혹시 마이클도 기적을 믿나요?”
“응. 기적을 믿어. 지금부터 내 얘기를 해줄게. 그 누구에게도 말한 적 없는 이야기야.”
그때부터 마이클이 들려준 이야기는 가히 충격적인 일이었다.
내가 바다에서 겪은 것과 너무도 흡사한 이야기였기 때문이었다.
“어때, 직접 들으니 그리 믿겨지진 않지? 하지만 너라면 왠지···, 믿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어.”
“저는···, 믿을 수 있어요···. 왜 그렇냐면···.”
나는 마이클에게, 이제는 사실대로 말하기로 했다.
마이클 또한 나에게 용기를 내어 사실을 말해주었기 때문이었다.
나의 이야기를 들은 마이클은, 평소엔 잘 벗지도 않던 선글라스를 벗으며 말했다.
“네 말이 사실이라면, 지금 바로 내 앞에서 이 노래를 불러주겠어?”
마이클은 컴퓨터를 가리키며 말했다.
내가 방금 마이클에게 들려준 를 말하는 것이었겠지.
“네, 어렵지 않아요.”
나는 의 MR 버전을 틀고, 마이클 앞에서 노래를 시작했다.
···★···
노래를 부르는 동안에는 내내 눈을 감고 있었다.
어쩐지 경건한 마음이 들었고, 조금은 어색하고 부끄럽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노래가 끝나고, 나는 천천히 눈을 떠 마이클을 바라보았다.
그곳에서 마이클은, 고개를 든 채 멍하니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의 눈빛은 이곳이 아닌 다른 어딘가를 보고 있는 것처럼 탁했고, 동시에 멀어보였다.
“빛을···, 빛을 봤어···.”
“······, 네? 빛이요?”
마이클은 눈물이 끊임없이 흐르는데도 눈 한 번 깜박이지 않고, 그것을 닦지도 않은 채 이어서 말했다.
“무지개···, 무지개였어 그건.”
“······.”
“그게 너의 입에서 흘러나오고 있었어. 그 무지개가···.”
마이클은 이후, 눈물을 쓱 훔친 뒤 소파에 앉고 고개를 숙였다.
마이클에겐 잠시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 보였고, 나는 가만히 그의 옆에 앉아 자리를 지켜주었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고.
정신을 차린 마이클이 말했다.
“내가 음악을 한 이유은, 단지 그때 보았던 무지개를 다시 보고 싶어서였어.”
“네······.”
“그리고 오늘 네가 부른 노래에서, 희미했지만 그 무지개를 봤어. 이건 처음 있던 일이야.”
“···, 제 노래가 그랬군요.”
“그래서 방금은 네가 들려준 이야기를 계속 생각해봤어. 이 이상하고 믿을 수 없는 일들에, 어떤 공통점이 있을 거라고.”
“그게 무엇이죠?”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설마 음악의 신이라는 게 존재하는 게 아닐까?”
“신이라니···, 좀 어렵네요. 그런 건.”
“나도 신을 믿진 않아. 하지만 그건 믿을 수 있을 것 같아. 음악이라 하는 건···, 어쩐지 신적인 요소를 갖고 있는 예술인 것 같다고 말이야. 적어도 우리에게는 그렇잖아?”
“맞아요. 정말 그렇죠.”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다시 알 것 같다.”
“저랑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건가요?”
“그래 맞아. 나는 내가 본 빛을, 다른 사람에게도 보여줄 거야.”
“저도 같아요. 제가 바다에서 들은 음악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들려주고 싶어요.”
“좋았어. 그럼 지금부터 다시 작업 시작이다! 일단 이 노래부터 다듬어보도록 하자. 첫 작곡 치고 아주 좋았지만, 세밀하게 다듬어야 할 부분이 아직 많아. 이런 것들을 천천히 보완해보도록 하자.”
“넵!!!”
*
이후 며칠의 시간이 더 지나고.
한국에 돌아갔던 예송이형과 승현이가 뉴욕에 돌아왔다.
“율이 이 녀석은 형님이 왔는데 공항에 마중도 안 나와? 정 없기는···.”
“승현아, 넌 율이랑 동갑 아니니?”
“생일은 제가 더 빨라요.”
“응···, 그래······.”
그렇게 회사에서 보내준 벤을 타고 헤르츠 레코드 본사 76층에 도착한 승현과 예송이형은, 자신들을 기다리는 충격적인 광경을 포착하게 된다.
마이클과 내가, 그들이 한국에 가 있는 동안, 무려 네 개의 곡을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아니 무슨 밥 먹고 작업만 했어요? 쉬지도 않고?”
승현이의 소리침에 마이클과 나는 그저 허허 하고 웃었다.
우리가 하고도 믿을 수 없는 결과였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우리는 그 짧은 시간 동안 음악에 미쳐 있었다. 한 번은 41시간 동안 잠도 안 자고 내내 깨어서 음악 작업을 한 적도 있다.
그리곤 6시간만 자고 일어나 또 18시간 정도를 작업했다. 응급실에 실려 가지 않은 게 다행일 정도였다.
“자 그러면, 이제 들려드리겠습니다.”
나는 승현이와 예송이형을 작업실에 앉힌 뒤, 우리가 작업한 네 개의 곡을 재생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