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singer who returned from the sea RAW novel - Chapter 25
25화. 바다의 노래.
스노클을 쓰고 바다에 잠수를 하자, 해수욕장 쪽으론 튜브에 올라탄 사람들의 다리 같은 것들이 보인다.
그러나 고개를 반대쪽으로 돌리면 풍경은 급속도로 달라졌다.
그곳은 어둡고, 낮인데도 잘 보이지 않는다.
깊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아득해서 계속 보고 있으면 두렵다는 느낌까지 든다.
‘저기 어딘가에, 내가 가라앉아 있었지···.’
음악소리.
익숙한 멜로디가 들려온다.
어머니가 전날 밤에 흥얼거렸던 멜로디가 들려온다.
멜로디는 어머니가 부른 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그저 어머니가 부른 한 마디의 노래를 바다는 반복하고 있었을 뿐이다.
조개 몇 마리가 바닥에 나뒹굴고 있고, 이름 모를 해조류 같은 것들이 물의 흐름을 따라 나풀거렸다.
멜로디는 끝없는 돌림노래처럼 반복되었고.
반복될 때마다 어딘가에서 새로운 화음이 겹치고 있었다.
소리의 근원지는 찾을 수 없었다.
바다는 어두웠기 때문이다.
어떤 멜로디는 피아노 소리 같기도 하고, 어떤 멜로디는 바이올린 소리 같기도 했다.
그러나 피아노도 아니고 바이올린도 아닌
바다가 내게 들려주는 소리들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악기들로 이루어진 것 같았다.
나는 한동안 그 낯설음과 아름다움에 빠져 있었다.
화음은 겹치고 겹치며 웅장한 하나의 협주곡을 이루고 있었다.
단순한 멜로디로부터 시작한 하나의 음악이, 여러 선율들의 겹침과 조화로 인해 생전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사운드를 창출해내고 있었다.
‘와······.’
나는 스노클 너머로 숨을 내쉬며 감탄에 빠져 있었다.
내가 지금 듣고 있는 이 소리들을, 다른 사람들도 들을 수 있다면 분명 모두가 좋아할 것 같았다.
그런데 어떻게.
어떻게 이 소리들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할 수 있지?
녹음을 한다 한들 이 소리가 들릴 것 같지는 않았다. 분명 평범한 상황은 아니니 말이다.
초현실적인 상황에 가깝다고 해야 할까?
바다에서 듣는 소리는 분명 욕조 같은 작은 물속에서 듣던 소리와는 완전히 달랐다.
욕조에서 듣던 악기들의 소리는 내가 이미 잘 아는 악기들의 소리였다.
피아노 소리, 바이올린 소리를 제외하더라도.
이따금 들려오는 어쿠스틱 기타 소리와 신디사이저 특유의 기계음 소리. 그런 것들은 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바다의 소리는 달랐다.
그런 이유는 아마도, 그런 것이었을 거다.
욕조는 결국 인간이 만든 사물이다.
악기 또한 인간이 만든 것일 뿐이다.
그러나 바다는 인간이 만든 것이 아니지 않는가.
그렇기에 바다의 악기 또한 인간이 만들 수 없는 악기이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내가 바다에 빠져 있을 때.
“학생! 학생!!”
누군가 나를 흔들어 깨웠다.
고개를 들어 바다 위로 나와 확인을 해보니 빨간 구명조끼를 입은 구조대원이었다.
“깜짝이야. 빠진 줄 알았잖아. 여기서 위험하게 그러고 있으면 안 돼.”
상황을 보아하니 한동안 미동도 없이 바다에 빠져 있는 나의 모습이, 구조대원이 보기에는 위험해보였나 싶었다.
“그냥 잠수해서 바다 구경하고 있었는데, 죄송합니다.”
“그런 거였어? 그런데 사람들이 걱정해서 말이야. 어지간하면 얕은 물가에서 하지 그래?”
구조대원이 말을 하는 것을 보아하니 누군가의 신고가 있었던 듯했다. 나는 조금 아쉬웠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그러겠다고 말하며 모래사장 쪽으로 걸어 나왔다.
그래도 만족스러운 잠수였다.
그날, 바다에 빠져 죽을 뻔했던 날 들었던 것과 비슷한 웅장함을 지닌 음악을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이 소리를 나만 들을 수 있다는 거다.
더더욱 아쉬운 것은, 이 소리를 다른 사람들에게도 들려줄 방법을 찾지 못한다는 것이다.
‘사운드 메이킹을 배워봐야 할까······.’
작곡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하지만, 최근 발달한 음악 기술을 생각해보면 내가 들은 소리들을 구현하는 것이 아주 불가능할 것 같지는 않았다.
그리고 왠지 승현이라면, 이런 것들에 대해 잘 알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물 밖으로 나왔다. 모래사장에서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발바닥에 모래들이 묻었다.
집에 돌아오자 허기가 져서 밥을 먹고, 평소처럼 어머니와 시간을 보냈다.
“바다는 잘 다녀왔니?”
“네, 좋았어요. 사람들도 많았고요.”
“다행이구나. 이제 저녁 먹을 준비하자.”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또 흘렀고.
나는 매일매일 바다에 다녀왔다. 하루에 30분 정도는 바다에서 잠수를 하며 시간을 보냈고, 그럴 때마다 새로운 음악을 들을 수 있어 좋았다.
어느덧 한국예대 실용음악과 면접을 치른 지 6일이 지났다.
“이제 돌아가 볼게요.”
“조심히 가렴. 오고 싶으면 언제든 또 오고···.”
“네 엄마.”
어머니와 짧은 포옹을 하고, 나는 다시 캐리어를 끌고 강릉역으로 돌아갔다.
올 때와 같이 마찬가지로 KTX를 탔고 서울역에 도착했다. 그리곤 다시 지하철을 타고, 아버지가 있는 집으로 돌아왔다.
내일은 오후 4시에 최종합격자 발표가 있을 예정이었으므로, 학원 근처에서 승현과 만나 점심을 같이 먹고 발표를 확인하기로 했다.
문득, 입시와 상관없이, 이번에 승현과 함께 곡 작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에겐 누구보다 시간이 많았다.
대학생도 고등학생도 아닌 그저 열일곱의 아티스트라고 생각한다면, 개인적인 작업을 시도해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승현은 좋은 친구이기 이전에 좋은 작곡가였다.
분명 우리는 좋은 음악을 만들 수 있을 것이었다.
‘오디션 같은 것도 나가보면 좋을 텐데.’
나 같은 프로그램도 나가보면 좋을 것 같았다.
문득 M 실용음악 학원 6층 벽면에서 보았던 라는 오디션의 모집 공고 포스터가 생각이 났다.
11월 30일까지 신청을 받는다고 한 오디션이었다.
상금은 총 1억원. 그리고 우승자는 해당 프로그램의 심사위원이자 음반 기획사인 에 전속 아티스트로서 계약할 수 있다고 했다.
언젠가 승현이도 그 포스터를 보면서 “이런 거 한 번 나가볼까” 하고 중얼거리던 게 생각났다.
다음 날, 나는 승현이를 만났고.
이 얘기들을 승현에게 전했다.
“우리 같이 나가보는 거 어떠냐.”
“어떻게?”
“네가 작곡하고, 내가 가사 쓰고 노래 부르면 되지 않을까?”
“쓰읍···, 나쁘지 않은데? 어차피 할 것도 없기도 하고.”
“한국예대 떨어지면 이거 준비하면서 시간 보내면 되고, 한국예대 붙어도 뭐 상관은 없지. 아마 입학 전에 끝나지 않을까?”
“11월 말에 시작하면, 3월 말쯤 끝나겠네.”
“개강이랑 좀 겹치긴 할 텐데, 한 달 정도 바쁘게 사는 것도 괜찮지 않겠냐?”
“일단 오늘 발표 나오는 거 보고 생각해보자.”
어느덧 시간이 되었다.
오후 3시 59분.
한국예대 실용음악과 최종합격자 발표 1분 전이었다.
우리는 학원의 휴게실에 노트북을 두고 앉아 발표 시간만 기다렸다.
그러다 오후 4시 정각이 되었다.
“누른다!?!?”
“눌러!!!”
동시에 합격자 발표 버튼을 클릭했고
창이 열렸다.
[축하합니다. 최종 합격하셨습니다.] [축하합니다. 최종 합격하셨습니다.]“끄아아아아아!!!”
승현이 비명을 질렀다. 나는 곧장 승현의 화면을 확인해보았는데, 합격이었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승현의 비명을 듣고 휴게실에 있는 다른 학생들이 우리의 자리로 모여들었다.
“붙었어???”
“찐이야???”
어느새 열 명이 넘는 학생들이 우리 주위로 우르르 몰려들었고, 합격을 확인하자 큰 목소리로 축하해주었다.
“너네 진짜 대박이다···, 열일곱 맞냐.”
“너라면 될 줄 알았어! 축하해!!”
평소엔 인사 정도만 주고받던 사람들도 모두가 자기 일처럼 기뻐해주었던 덕분에 나까지 더 크게 기뻤다.
그렇게 우리는 수많은 사람들의 환대와 축하 속에서
한국예대 실용음악과에 당당히 합격했다.
*
M 실용음악 학원에서 수시 전형 한국예대 실용음악과 합격생은 총 3명이었다.
임승현. 신율. 그리고 신예송.
각각 작곡 전공, 보컬 전공, 연주 전공이었다.
유진은, 예비 번호 1번을 받았다.
“정시에서 붙으면 되지. 괜찮아.” 말했다.
자신 있게 말하는 유진의 목소리를 들으니, 신기하게도 더 이상 걱정이 되지 않았다.
정말 정시로 합격을 할 것 같은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예송이형은 담담하게 이 사실을 받아들였다. 승현이는 예송이형이 불합격을 했어도 같은 반응이었을 것이라 말했다.
나는 그런 예송이형의 단단함과 굳건함이 부러웠다.
우리의 합격 소식은 학원의 선생님들에게도 전해졌다.
결국 합격생 세 명은 한준형 선생님과 김용준 선생님이 있는 방에 불려갔다.
“축하한다. 내 새끼들아.”
한준형 선생님의 친근한 목소리와 그렇지 못한 어휘 때문에 우리는 잔잔한 웃음을 지었다. 선생님들은 우리를 한 명 한 명 수고했다며 등을 두드려주었고 ‘앞으로도 잘 해야 한다’ 같은 조언을 주었다.
“대학 갔다고 술 먹고 돌아다니면 안 된다. 특히 너희 두 놈은 아직 미성년자니까 더더욱! 선배들이 술 사준다거나 동기들이 술 먹으러 가자 해도 가면 안 된다. 알겠지?”
“저는 존나 먹을 건데요.”
승현이 쓸데없는 소리를 하자 한준형 선생님이 승현이의 머리통을 한 대 때렸다.
그리곤 예송이형에게 말했다.
“네가 얘 감시 잘해라. 알겠지?”
“제가 책임지고 술 못 먹게 막겠습니다.”
“그래, 선생님은 예송이만 믿는다.”
“아 그리고 율이는 우리 좀 보자.”
선생님들은 승현과 예송이형에게 잠시 자리를 비켜줄 것을 부탁했고, 어느새 방에는 선생님들과 나만 남았다.
“이제 말해줄 때가 됐구나.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는데 무엇부터 들을래?”
나쁜 소식이라고?
이건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OST가 잘 안 됐나?
아니면 내가 이전 공개 테스트 때 D 같은 랭크라도 받았던 건가?
하지만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고, 나는 나쁜 소식을 먼저 듣기로 했다.
“나쁜 소식부터 듣겠습니다.”
“그래 그건 말이지···.”
한준형 선생님이 뜸을 들이다 말했다.
“율이는 이제 학원에 등록할 수 없게 됐다.”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내가 알기로, 이 말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였다.
내가 F 랭크를 받았다는 것.
그런데 이걸 왜 이제야 말해준 거지?
F 랭크였다면, 진작 학원에서 나가라 했을 텐데 말이다.
내가 넋이 나간 표정을 짓고 있자, 김용준 선생님이 당황해하며 말했다.
“아니 말을 그렇게 하면 어떡해요. 선생님. 애가 오해하잖아요.”
“그래···? 아니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야지.”
선생님들의 대화를 듣는 동안에도 나는 계속 ‘내가 왜 F 랭크를 받은 거지?’ 하는 생각 뿐이었다.
신경 쓰지 않기로 했는데, 이제 달라졌다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아니었나보다.
그러나 이후 준형 선생님이 들려준 말은 내가 알던 것과 달랐다.
“S 랭크를 받은 사람은 대학 합격 시 학원 재등록 불가가 원칙이야 율아···.”
“네? 방금 뭐라고···.”
“너 S 랭크 받았다는 말이지. 이게 좋은 소식이야.”
“그리고 또 하나 더 좋은 소식이 있다.”
김용준 선생님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