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 Wizard Transcendent RAW novel - Chapter 15
회귀로 초월하는 대마도사 15화
파슬로프 백작 가문.
까놓고 말하자면, 현 시점에서 파슬로프 백작가문은 그다지 대단한 가문이 아니다.
영지는 변방에 자리한지라 주목을 받을 수 없으며, 검술의 명성이 있기는 해도 특출 난 정도는 아니다.
만약 특별한 일이 없었다면, 파슬로프 백작가문은 쭉 그렇게 있었으리라.
하지만 세상일은 모르는 거라 하던가.
그 특별한 일이 일어났다.
훗날, 대륙 검사들의 정점인 검성에 오르게 된 천재.
리안 파슬로프.
그래, 녀석이 태어난 것이다.
‘거기서 모든 게 달라졌지.’
확실히 리안의 재능은 규격 외라 할 만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검의 정점에 도달했으나 용사가 될 수는 없었다는 것.
그건 정말…….
모두에게 불행인 일이었다.
“……쯧.”
나도 모르게 그 기색을 드러낸 탓일까.
리안이 얼굴을 찡그렸다.
“야, 우리 영지가 영 구린 건 알겠는데 그렇게 대놓고 그러는 건 좀 아니지 않냐?”
“뭔 소리야.”
“방금 영지 보고 혀 찼잖아.”
“그런 거 아니다.”
확실히 현 시점에서 백작령이 우리 영지와 비교하면 좀 부족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어쨌건 백작령이다.
비웃을 정도로 규모가 작거나 가치가 없는 땅도 아닌 것이다.
게다가 미래에 이 땅은 우리 영지에 맞먹을 정도로 발전하게 된다.
……아니.
인류의 희망이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오히려 더욱 귀중한 땅이라 볼 수 있으리라.
그런데 내가 뭐 하러 이 영지를 비웃겠는가.
“오히려 꽤 놀랐다만. 그렇게 풍요로운 영지가 아닌데도 놀라울 정도로 관리가 잘 돼 있어.”
“응?”
생각지도 못한 말을 들었다는 듯 리안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네 아버지가 우수한 영주라고 말하고 있는 거다.”
미래를 알고 있기에 하는 말이 아니다.
현 시점에서도, 파슬로프 백작령은 그냥 그 자체로 관리가 잘 되어 있었다.
정말 놀라울 정도로.
“겉으로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지. 거리를 걷는 영지민들의 표정이나 전체적인 분위기. 그리고 자연스레 녹아 있는 흔적들…… 전부 나쁘지 않아.”
“애써 칭찬하고 싶어서 그러는 거라면 안 해도 상관없는데.”
“뭔 소리야. 난 이런 걸로 거짓말을 하지 않아. 예를 들자면, 여기 포장된 도로.”
난 잠시 멈춰 서서는 바닥을 가리켰다.
“전부는 아니지만, 딱 필요한 부분에 헬린 숲의 마일 광석이 이용됐군. 그렇지 않나?”
“……그런 게 보여?”
“당연하지. 이렇게 바닥을 메울 정도의 양은 꾸준히 영지를 출입하는 상회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야. 게다가, 마일 광석은 가공이 어렵기로 소문이 자자하지. 당연히 실력이 뛰어난 장인 또한 필요하다.”
요컨대, 이 영지에는 마일 광석의 가공이 가능할 정도의 실력 있는 장인들이 여럿 있다는 말이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이런 변방의 영지에는 필연적으로 낙오한 빈민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당장 바깥에 나가서 몬스터에 의해 불구가 되는 영지민들이 적지 않고, 그런 영지민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으니…….
하지만 그런 게 무척 적었다.
그건 결국 영주가 효율적으로 군대를 이끌고 정기적으로 몬스터를 소탕하고 있다는 뜻.
동시에 치안에 대한 관리도 철저하게 되어 있다는 뜻이다.
“까놓고 말해서 겉으로 화려한 건 아무 소용없어. 중요한 건, 영지민들이 얼마나 만족하느냐. 또 효율이 나오느냐지.”
파슬로프 백작가문이 갑자기 찾아온 기회를 잡을 수 있었던 것도 결국 잡을 준비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파슬로프 백작가문은 결코 대가문은 아니었으나, 훌륭한 가문이기는 했다는 것.
“그새 그런 걸 다 확인했다고?”
“어려운 일은 아니지. 관찰력만 좀 있으면 유추할 수 있는 거니까.”
“흐음.”
리안이 날 쳐다봤다.
“이런 놈이 주변에 머저리라고 소문이 나 있었다 이거지.”
“그렇다더라.”
“아니, 도대체 소문이 왜 그렇게 개판이었던 거야? 이 정도의 관찰력이나 실력을 지니고 있으면서 도대체 왜…….”
“틀린 말은 없었으니까.”
딱히 부정할 이유는 없다.
애초에 조금만 뒤져 봐도 이 시점의 내가 얼마나 막 살았는지는 금세 나올 테니.
“내가 막 살았던 것도 사실이고 바뀐 것도 사실이지. 과거에 그랬던 건 사실이니 부정할 생각은 없다.”
“흐음…….”
“어쨌건 네 아버지는 무척 유능한 영주다. 자랑스러워해도 좋아. 검사로서의 재능만이 전부가 아니지.”
“하, 설마 발푸르기스의 입에서 이런 말을 들을 줄이야.”
실실 웃으며 리안이 내 등을 두드렸다.
“네 말대로다. 우리 영지는 훌륭해! 전부 아버지의 작품이지. 존경할 만한 사람이라는 것도, 내가 존경하고 있다는 것도 전부 사실이다!”
“그렇겠지.”
다 알고 있지만.
회귀 전, 녀석에게 수십 번도 넘게 들었던 이야기였다.
하지만 난 아무 말 없이 녀석의 자랑을 들어 주었다.
그것들은, 녀석과의 추억을 떠올리기에는 참으로 좋은 재료였기에.
– 들어라, 미하일.
녀석은 틈만 나면 제 가문의 이야기를 내게 전했다.
– 난 내가 파슬로프의 피를 타고 났다는 사실이 그 무엇보다 자랑스럽다.
설령 지금에 와서는 그 피가 자신밖에 남지 않았다 해도.
아니, 어쩌면 자신밖에 남지 않았기에 더욱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했던 걸지도 모른다.
……그래, 필사적으로.
“……그런 점이 우리 영지의 장점이란 말이지. 음? 야, 미하일, 듣고 있냐?”
“듣고 있어.”
난 고개를 끄덕이며 녀석의 말에 적당히 맞장구를 쳤다.
녀석이 자랑하고, 그걸 듣는 그림은 저택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해서 이어졌다.
그래.
회귀 전에도 그러했듯.
* * *
다기르 파슬로프 백작.
파슬로프의 백작가문의 주인이자 소드 익스퍼트 상급의 기사.
그는 지금 얼굴을 감싸 쥔 채, 깊은 고민에 빠져 있었다.
그의 앞에는 태연한 기색의 아들이 서 있었다.
“……누가 왔다고?”
“미하일 발푸르기스요.”
“아니, 이건 뭔…….”
충혈된 눈으로 제 아들을 쳐다보던 백작은 조용히 서랍에서 약을 꺼내서는 그대로 입에 밀어넣었다.
“아버지, 약은 그렇게 많이 먹는 게 아닌데요.”
“……안 먹으면 죽을 거 같아서 그러니까 참견 말거라.”
발푸르기스 후작가문!
제국의 대표 마도 가문이자 그 유명한 ‘8서클’의 마도사가 주인으로 있는 곳.
파슬로프도 아예 작은 가문은 아니지만 발푸르기스와 비교하면 새발의 피였다.
그런데 그 발푸르기스의 후계자가 몸소 이곳을 방문했다?
이건 결코 작은 일이 아니다.
제아무리 백작이라도 그 발푸르기스의 후계자를 무시할 수는 없다.
작위가 없는 게 뭔 상관인가.
그 발푸르기스의 차기 가주인데.
백작은 당장 숨이 넘어가도 이상하지 않을 표정으로 리안을 쳐다봤다.
“후우, 그래, 진정됐으니 계속 말하거라. 들어 줄 테니.”
“괜찮은 거 맞아요? 당장이라도 기절하실 거 같은데.”
“괜찮다니까. 약 많이 먹었어.”
“아닌 것 같은데…….”
삐질 땀을 흘리면서도, 리안은 어쨌건 입을 열었다.
“방금 말씀드렸듯이, 미하일 발푸르기스가 지금 저희 영지에 왔습니다.”
“……뭐, 좋다. 예상치 못한 일이긴 하지만, 지금부터 준비하면 될 일. 어디에 있느냐?”
“바로 아래 응접실이요.”
“…….”
그 말을 들은 백작이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슬쩍 약통으로 손을 가져갔다.
“아버지, 진정제는 이제 더 드시면 안 됩니다! 골로 가요!”
“놔, 놔! 어차피 업무에 치여서 며칠 뒤 갈 거 같은데, 그냥 좀 먼저 가도 되잖아!”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어떻게든 진정제를 입에 털어 넣으려는 백작과 그걸 막으려는 리안.
“……후우.”
잠시 후, 조금 진정한 백작이 힘없이 입을 열었다.
“그래, 미하일 발푸르기스가 이 아래서 기다리고 있다는 것까지도 어떻게든 받아들였다. 뭐, 다른 문제는 없겠지?”
“예, 없죠.”
리안은 침착하게 답했다.
“던전에 대한 걸 들켰다는 사소한 문제만 제외하면…….”
“뭐? 자, 잠깐. 던전?”
“예, 던전이요.”
리안의 말에 백작은 완전히 돌처럼 굳은 채,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더니 잠시 후.
“허허.”
달관한 표정으로 서랍에서 종이봉투를 꺼내는 게 아닌가.
“……뭐 하십니까?”
“이 짓도 오래 해 먹었지. 나머지는 네가 하거라. 정신 건강을 위해서라도 여기서 물러나는 게 맞는 것 같다…….”
“아, 아니, 뭔 놈의 영주를 이런 식으로 관둡니까! 애초에 아직 제대로 설명하지도 않았거든요?! 충분히 납득할 이유를 설명할 수 있으니, 제발 그런 무서운 말은 하지 마십쇼!”
“그럼 말해 보거라.”
백작은 짙은 한숨과 함께 리안을 향해 말했다.
“발푸르기스는 마법사의 가문이다. 그리고 예로부터 마법사가 던전에 가지는 집착은 무척 크고 집요했지.”
“예, 알고 있습니다.”
“발푸르기스 후작가문은 명백히 우리보다 위에 있는 가문이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제국 전체에서도 손꼽히는 가문이지. 그런 그들이 던전의 존재를 눈치챘다면…….”
빼앗긴다.
정도에서 벗어났다거나, 올바르지 못한 방법이라거나…….
그런 건 상관없다.
발푸르기스 후작가문 정도가 쓸 수 있는 수법은 셀 수도 없이 많았으니.
하나.
“제가 그런 것도 모를 정도로 멍청하진 않습니다, 아버지. 당연히 받아들일 만한 거래를 녀석이 제안했고, 그렇기에 받아들이기로 한 거죠.”
“받아들일 만한 거래?”
“예, 바로 ‘완전한’ 뮐리에르 수련법입니다.”
“……?!”
그 말에 백작이 눈을 크게 부릅떴다.
“……뭐?”
“녀석이 완전한 뮐리에르 수련법을 알고 있다는 말입니다. 저는 그것과 관련해서 모종의 거래를 한 거고요.”
그 말에 백작의 얼굴이 신중하게 바뀌었다.
“……발푸르기스가 완전한 수련법을 소유하고 있었다는 말이냐. 미하일 발푸르기스가 그걸로 네게 거래를 제안했고.”
“예, 그리고 저희 영지의 던전이 그 거래의 일부였습니다.”
“확인은 했고?”
“당연하죠. 확실히 완전한 수련법이었습니다. 잠깐 맛만 봤는데, 아주 끝내주던데요.”
“흐음.”
아들을 책망할 마음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아니, 리안의 말이 사실이라면 오히려 칭찬을 해도 모자를 정도.
뮐리에르 수련법이라면 그 정도의 가치가 있었다.
“약속은?”
“확실히 맺었습니다. 마법사의 약속이 얼마나 큰지는 아버지도 알고 계시잖아요?”
“그렇지.”
그렇다는 건, 발푸르기스가 속임수를 쓸 수도 없다는 것. 다른 자도 아니고 후계자의 서클이 걸린 문제이니.
여기까지 오면 자연스레 한 가지 의문이 들게 된다.
“도대체 그 던전에 무엇이 있기에?”
자신들도 모르는 엄청난 가치가 그 던전에 있다는 건가?
그 값을 헤아릴 수 없다는 뮐리에르 수련법조차 거래 조건으로 걸 정도의 가치.
“리안.”
“예, 아버지.”
백작은 날카로운 눈으로 제 아들을 보며 말했다.
“내가 미하일 발푸르기스와 직접 이야기를 해 봐야겠다.”
* * *
“집사, 왜 그렇게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거야.”
“아니, 정말 뭣 때문인지 모르시는 겁니까?”
집사는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날 쳐다보고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파슬로프 백작가문도 아예 만만한 가문은 아니거든요?”
“그렇지.”
“심지어 그 린델 공작가문의 다음 약혼 상대가 아닙니까. 명백히 서로 껄끄러울 수밖에 없는 관계입니다.”
확실히 이래저래 꼬인 관계기는 하다.
지금 생각하면 회귀 전에도 내가 리안과 친해진 것이 신기할 정도로 말이다.
“그래, 껄끄럽겠지.”
“심지어 던전에 관한 게 사실이라면 더 그렇습니다! 영주들이 던전에 대해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생각하면…….”
“잘 아네, 집사. 혹시 영주야?”
“아닌데요.”
집사가 단호히 대답했다.
뭐, 그의 말이 틀린 건 아니다. 아니, 오히려 전부 맞는 말이라 할 수 있으리라.
하지만 집사의 생각에는 딱 하나의 맹점이 있다.
‘내가 전부 알고 있다는 거.’
얼마나 백작가문이 뮐리에르 수련법에 매달리고 있는지.
또 이미 거듭된 공략 실패로 백작 가문이 던전을 골칫덩이로 보고 있다는 것도…….
난 전부 알고 있다.
“괜찮아. 파슬로프 백작을 독대하면 전부 명확해질 테니.”
“그 백작이 독대를 허락하겠습니까? 제아무리 도련님이 발푸르기스라 하여도…….”
“집사.”
난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날 좀 믿어 봐.”
“…….”
집사는 조용히 날 쳐다보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러지요. 제가 믿는다고 해서 딱히 달라지는 건 없겠습니다만.”
“꽤 달라질 걸?”
생각보다 많은 게.
집사는 그런 내 대답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봤다.
“내가 장담하는 게, 앞으로 1분 안에 백작이 내려올 거야.”
“에이, 또 이상한 말 하신다.”
집사는 터무니없는 말을 한다며 웃었다.
하지만 그 웃음이 무색하게도 1분도 되지 않아,
벌컥.
“……응?”
응접실의 문이 열리고, 파슬로프 백작이 들어왔다.
“진짜네요……?”
“봐, 내 말이 맞다니까.”
저 사람, 회귀 전에도 결단이 빠른 걸로 유명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