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 Wizard Transcendent RAW novel - Chapter 323
회귀로 초월하는 대마도사 324화
원탁을 구성하는 모든 사도들에게 있어, 솔로몬이란 그야말로 과오 그 자체였다.
가장 이성적이었어야 할 그들이 그 누구보다 감정에 휘둘려 대의를 그르쳤으니…….
그리고 그중, 샤브티는 유독 그 감정에 짙게 휘둘렸다.
‘완전한 결착은 안 났겠지.’
솔로몬은 마지막 순간, 샤브티를 찾았다.
그 당시를 직접 보지 못했기에 확신할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는 서로 간의 타협이 있었을 것이다.
용서는 아니더라도, 용납 정도의 관계 정도로는 개선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하지만 결국 그 정도.
둘 사이의 갈등은 잠시 임시방편으로 막아 뒀을 뿐, 결코 아문 것이 아니다.
언제건 터질 수 있는 불안정한 상태인 것이다.
그건 안 되지. 앞으로의 일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아군 사이에 불화는 있어서는 안 되거든.
“서로…… 뭐?”
“죽이든가 살리든가 하라고.”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짓는 둘을 보며, 난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그래서 앙금 없습니까?”
“저, 전 면목이…….”
식은땀을 삐질 흘리며, 힘겹게 답하는 샤브티.
과거의 일 때문에 적지 않은 죄책감을 가지고 있다 이건가.
뭐, 근데 그건 그쪽 사정이고.
“어쩌라는 겁니까.”
“……예?”
“서로 간의 감정이 어떻건, 은원이 어떻건 이제 정말로 마신과 맞상대해야 할 순간이 다가왔습니다. 어떤 식으로건, 풀어야죠.”
부당하게 배척당했던 솔로몬을 무시하라는 것이 아니다.
“진정 과거의 잘못을 속죄하고자 한다면, 그조차도 감수하고 어떻게 해서건 서로 간의 신뢰 관계를 만들어야지요.”
“으, 음…….”
“면목이 없다고 상황을 개선시킬 노력도 안 한다는 건, 좀 지나치게 무책임한 거 아닙니까?”
사도의 입장에서건 솔로몬을 배척한 가해자의 입장이서건.
그때, 와이즈가 입을 열었다.
– 그다지, 과거의 일로 몰아세울 생각은 없다.
“…….”
– 그때의 원탁의 행위가 옳았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그때의 결정이 합리적이지도, 옳지도 않았다는 건 본인들이 가장 잘 알고 있을 테니까.
그 말에 샤브티가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물론 와이즈는 그만둘 생각 따위 없었다.
– 계약자는 뭐, 농담조로 서로 죽이라는 식으로 말했다만, 그거야 어디까지나 농담이고.
“농담처럼 보여?”
– 봐라. 저런 개소리를 할 정도로 유머 감각이 뛰어난 것이 우리 계약자다. 아주 입만 열면 개소리가 줄줄 튀어나와.
이제 슬슬 날 대하는 것에 전혀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 와이즈.
아, 자각하기 전의 녀석이 그립다. 어쩌다가, 이런 반동분자로 변해 버린 걸까.
‘받아 줄 사람은…… 없군.’
평소라면 딴죽을 걸 세트조차, 쭈그린 채 와이즈의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이었으니.
물론 끼어들 생각 따위는 없다.
딱 여기까지.
화두는 던져 뒀다.
그렇다면, 이제는 둘이 알아서들 하겠지. 와이즈는 물론이고, 샤브티도 충분히 현명한 존재 아니던가.
– 난 화를 내지 않을 것이다.
와이즈가 말을 이었다.
– 적어도, 지금의 난 ‘와이즈’다. 너희들이 알고 있는 자가 아니야. 미하일 발푸르기스와 계약한 정령이며, 그를 도와 악신을 적대할 조력자란 말이지.
“……으, 음.”
-설령, 지금 이 자리에 솔로몬이 있었다 한들 그 억겁의 세월 동안 쌓여 있던 감정이 풀릴 수는 없다. 감정이란 그리 쉽게 풀 수 없는 법이니.
“이해…… 했다네.”
샤브티는 힘겹게 말했다.
원탁과 솔로몬 사이에 쌓인 관계는 한순간에 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설령 과거를 후회하고 있고 속죄하고자 한들 마찬가지.
그 말에 샤브티의 고개가 더더욱 숙여졌다. 뭘 하건 자신들이 범했던 죄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저 감내하고, 용서받기 위해 버둥거려야 할 뿐.
그런데 그때.
– 다시 한번 말하지만 목적을 이루기까지는, 난 ‘와이즈’일 것이다. 솔로몬이 아니다.
“그 말은…….”
– 난 미하일 발푸르기스의 계약자로서, 원탁에 전적으로 협력할 것이다. 적어도 지금은 그것에 집중해야겠지.
갈등은 완전히 풀리지 않았다.
쉽게 풀릴 갈등도 아니니, 당장 뭔가 개선이 될 것을 기대할 수는 없다.
그렇기에, 와이즈는 나름대로의 결론을 내린 것이다.
이곳에 있는 건 와이즈.
적어도 지금만큼은, ‘와이즈’로서 원탁에 협력하겠노라고.
“……아.”
그 말에 샤브티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러고는 쓴웃음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와이즈’, 인가.”
– 그렇다, 와이즈.
와이즈는 간단히 그렇게 상황을 마무리 지었다.
적어도 지금 당장은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듯.
뭐, 그렇다면…….
‘자세한 내용은 어차피 원탁과 와이즈가 알아서 조율할 테고.’
이제 다음을 생각할 때다.
말없이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는 샤브티에게 말했다.
“그럼 이제 현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죠. 일단, 좋은 상황은 아닙니다.”
“그자는…… 강림한 겁니까?”
“예, 이미 강림한 후 국가 하나를 통째로 집어삼켰습니다. 곧 바깥으로부터 세계를 지키던 ‘경계’도 깨어질 테고, 악마들이 쏟아질 테지요. 시간문제입니다.”
“경계까지…….”
샤브티의 얼굴이 진중해졌다.
‘경계’가 깨어진다는 게 얼마나 큰일인지는 알고 있을 터.
“경계가 깨지는 걸 막는 건, 마신과 같은 격의 존재만 가능할 터. 하지만 지금은, 없지요.”
아사르는 이제 없다.
이제는 인류가 스스로의 힘으로 악의를 가진 신에 맞서야 한다.
인정해야 하는 것은 마신이 ‘경계’를 붕괴시키는 것을 원천차단 할 수 없다는 것.
지금 우리가 해야 할 것은 경계를 지키기 위해 움직이는 게 아니다.
경계가 무너지고, 악마들이 세계를 뒤덮을 상황에 대비하고 효과적으로 방비하는 것.
“확실히…… 낙관하고 있을 상황이 아님은 명백합니다. 세트, 자네는 어찌 생각하는가?”
[그자가 아직 완전히 힘을 되찾지 못한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지. 전지하지도, 전능하지도 않아. 현시점에서의 그자는 미하일과 같은 반신에 불과해.]“반신이라…….”
샤브티의 시선이 내게 향했다.
얼마 안 가, 그 얼굴에 놀라움이 차올랐다. 마치 존재할 수 없는 것을 보는 듯한 기묘한 느낌.
“……만들어진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격을 창조한 존재라니.”
“물론 도움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닙니다. 아사르, 그분의 도움이 없었다면 힘들었겠지요.”
“……!”
내 말에 샤브티의 눈이 아까 전보다도 더욱 부릅떠졌다.
“아, 아사르 님이라니요! 그분께서 어찌 당신께…….”
“물론 본신이 아닌, 재현된 존재였습니다. 그럼에도 그 통찰력과 힘 덕에 격을 자각했지요.”
“허, 허어…….”
물론 단순한 재현체는 아니었다.
그쯤 되면, 아사르의 ‘일부’였다 봐도 되겠지. 애초에 신적 존재에게 자신들의 상식을 잣대로 들이미는 것도 이상한 일이고.
“그렇다는 건 미하일 님이 그분께 인정을 받은 정당한 후계자라는 말이 됩니다. 확실히…… 그건 특별한 일입니다. 무척이요.”
– 그 말대로다.
와이즈 역시 그런 샤브티의 말에 동의했다.
– 아무리 재현체였다 한들, 결국 그분이다. 계약자가 그분께 인정을 받았다는 것은 마신을 쓰러뜨릴 자격을 지녔다는 것.
“자격이라…….”
난 회귀 전, ‘완전한 힘’을 되찾은 마신을 잠시 떠올렸다.
물론 지금의 난 그때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힘을 손에 넣었다.
그만큼 보이는 것도 다르기에, 다양한 ‘가능성’을 시도하는 것 역시 가능하고.
할 수 있을까?
……아니, 할 수 있는지 가능성을 따지는 건 의미가 없다. 무엇이 됐건, 내게 있어서 선택지는 하나뿐이니까.
할 수 있는가, 가 아니다.
한다.
해야 한다.
이번에야말로 놈을 죽이고, 모두가 자유로울 시대를 연다. 다시 한번 그 일념을 스스로에게 되새겼다.
그런데 그때.
“한 가지, 여쭤도 되겠습니까.”
조심스레, 샤브티가 날 쳐다보며 물었다. 물론 거부할 이유는 없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머뭇거리던 그는…….
“신이 되실 생각, 있으신지요?”
날카로운 눈으로 물었다.
– …….
그 말에 세트가 흠칫 몸을 떨었고, 와이즈는 그저 조용히 내 대답을 기다렸다.
신이 되고 싶은가.
이미 그에 대한 것은 스스로에게 결론을 지었다.
아사르 역시 질문했었다.
– 신이 되길 원하느냐.
내 대답은 단호했다.
머릿속에서 그 대답을 떠올리는데, 일말의 고민도 없었지.
“없습니다.”
“그렇다면…… 만약 그래야 그자를 무너뜨릴 수 있는 상황이 된다면 어찌하시겠습니까.”
“…….”
여기서 샤브티가 말하는 ‘신이 된다’는 것은 단순히 능력적으로 신이 된다는 게 아닐 것이다.
나라는 ‘자아’조차도 신적 존재에 걸맞게 개변되는 것.
과연 그 뒤에도 같은 것을 생각할 수 있겠느냐고. 진정, 지금의 신념을 포기하지 않은 채 인간으로 존재할 수 있겠냐고…….
보통이라면, 웃기지도 않는 생각이라며 코웃음 쳤을 것이다.
하지만 난 아니다.
이미 ‘반신’으로서 어느 정도 신적인 경지에 도달했으며, 이미 이 단계에서 끝나지 않을 수 있음을 알고 있었다.
아마…… 그렇게 생겨날 상황은, 내 의사와는 관련이 없으리라.
물론, 내 대답은 정해져 있다.
“설령, 그 순간이 올지라도 달라지는 건 없습니다.”
오래전부터 결심했던 문제.
신으로서 마신을 상대해야 할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
그리고 만약 그 전투에서 승리하게 된다면 남은 것은 한때 ‘미하일’이었을 신이겠지.
그렇다고 한다면…….
“신은, 없을 겁니다.”
어찌 됐건, 신은 없을 것이다.
그것이 설령 나라는 존재의 소멸로 이어지게 된다 할지라도.
* * *
철벅, 철벅.
피 웅덩이를 걸으며, 신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물론 그건 단순히 ‘주변’이 아니었다.
신은 세계를 보고 있었다.
자신이 자리를 비운 사이 변한 세계.
수많은 것들이 생겨났다. 자신의 의도와는 달리 만들어진 가증스런 것들.
그것들을 떠올리니, 절로 불쾌감이 온몸을 지배한다.
“신이시여.”
그렇게 걷던 중,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그가 천천히 뒤를 돌아보자, 대악마가 무릎을 꿇은 채 고개를 조아리고 있었다.
「무엇이냐.」
“경계를 깰 준비가 되었나이다. 충분한 제물이 모였고, 그만한 땅을 ‘정화’하였으니…….”
그 말에 신은 주변을 보았다.
얼마 전까지, 그가 집어삼킨 땅은 고작 해양에 떠 있는 자그마한 땅덩이뿐이었다.
하지만 영역이 넓어지는 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자신의 것으로 삼는 것에는 그것이 무엇인지 따위, 중요하지 않았으니.
푸른 바다가 한순간에 새카맣게 죽어 갔다.
바다 아래를 떠돌던 생물들은 피와 죽음을 갈구하게 되었으며, 감히 제 영역을 침범한 인류의 살과 피를 탐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신은 자신이 ‘과거’에 가까워짐을 자각했다.
완전해지고 있다.
「……흠.」
그는 조용히 고개를 조아리고 있는 제 신도를 보았다.
신에 대한 경외와 존경만이 존재하는 이 모습.
일체의 의심도 없는 신실함.
이것이 바로 옳은 것 아닌가.
물론 그렇다고 하여, 제 빈 자리가 채워지는 것은 아니지만.
콰득.
간단히, 손을 움켜쥐었다.
새카만 기운이 한가득 그 손아귀에 들어 있었다.
「얼마나 짓밟았더냐.」
“우선은 내륙에 있는 소왕국 둘을 삼켰습니다. ‘위대한 힘’을 사용하니 어렵지는 않았나이다.”
「그것들이 가만히 있지는 않았을 텐데, 제국이니 교국이니 하는 것들 말이다.」
“본래 인간들은 제 것을 움직이고 결정하는 것에 적지 않은 시간을 들입니다. 그 사이를 파고드는 건 어렵지 않았지요.”
맞는 말이다.
여태까지 보았던 인류란 전부 그러했지. 되감기 전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벌레 같은 것들.
그것의 개입이 없었더라면, 뭉치지도 못한 채 침전했을 것들이 아닌가.
진정 놈들에게 자유와 의지란 것이 있었으며, 그것이 옳았다면 자연스레 뭉쳤어야지.
그런 생각과 함께 신이 말했다.
「둘이면, 확실히 슬슬 부술 때가 되기는 하였구나.」
경계를 부순다.
저 바깥에 있을, 유용한 말들을 부를 때가 왔다.
신은 조용히 하늘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고는 쥐어뜯듯, 손을 움켜쥐었다.
느껴졌다.
헤카우가, 그 작은 것이 어떻게든 자신으로부터 이 ‘경계’를 지키기 위해 발버둥 치는 것이.
「간절하겠지.」
하지만 의미는 없다.
과거에도, 지금도.
‘신’으로서 태어난 이상, 헤카우라는 존재의 한계는 명확하니.
“신이시여, 저는 무얼 하면 되겠습니까. 명을 주시옵소서.”
「계속해서 먹어치워라. 그것들이 반응하기 전까지, 계속.」
이왕이면, 놈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전까지 최대한 영역을 늘리는 편이 좋으리라.
“혹시, 신께서는…….”
「경계를 부수기 위해서 선행되어야 할 것이 있지 않더냐.」
오랜 인연.
신은 저 너머, 결연한 기색으로 기다리고 있을 존재를 떠올렸다.
「마무리 지을 것이다.」
이번에야말로.
옛 인연을 확실히 끊어 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