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est tycoon of all time RAW novel - Chapter 70
69화.
호텔에서 비빔밥이 왜 나와? (3)
얼마 후, 대한축구협회 회식이 HY인터내셔널 호텔에서 열렸다.
보통 축구협회 회식은 삼겹살집이나 갈비집에서 1차를, 2차로는 입가심 차원으로 펍으로 향한다.
가끔 정홍준의 주도로 호텔을 향하기는 하지만 그때도 뷔페만 이용한 후 2차로 펍이나 노래방을 갔다.
그런데 이번에는 호텔에서 1차와 2차를 다 하게 됐다.
성현우가 한턱 제대로 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회장에는 그들만을 위한 뷔페와 노래방 기기, 소주와 맥주까지 다 준비되어 있었다.
그것을 본 축구협회 직원들이 신이 나서 뷔페를 즐기는데 한쪽 테이블에 따로 놓여있는 게 있었다.
즉석에서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비빔밥 재료들이었다.
테이블 뒤쪽의 쉐프는 어떤 비율대로 재료를 섞으면 맛있는지를 친절히 설명했다.
그런데 그렇게 만들어진 비빕밥 종류가 무려 20가지가 넘었다.
그래서 축구협회 임직원들은 조금씩 비빔밥을 맛보았다.
그리곤 모두 눈을 크게 떴다.
나물과 고기도 맛있었지만 비빔장이 특이할 정도로 맛있었기 때문이다.
정홍준도 비빔밥을 먹은 후 리필 하러 비빔밥 테이블로 다시 갔다.
그때 성현우가 등장했다.
“회장님, 입에 맞으십니까?”
“이거 어떻게 만든 건가요? 보통 비빔밥이 아닌데요?”
“다른 소스를 넣으시면 또 다른 맛이 납니다.”
성현우는 그 말을 한 후 직접 비빔밥을 만들어주었다. 소화가 잘 안 되는 분께 좋은 소스라는 말과 함께.
한입 먹은 정홍준이 엄지를 올리자 다른 직원들도 그대로 비빔밥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때 쉐프가 성현우에게 물었다.
“GM, 그것을 내올까요?”
“그렇게 하세요.”
이후 쉐프와 식음직원이 국그릇보다 크고 두꺼운 종이처럼 보이는 용기를 수북이 내왔다.
쉐프는 그것 중 몇 개를 오픈해서 전자레인지에 돌렸다.
이후 그것을 먹어본 축구협회 직원들이 똑같은 말을 했다.
“즉석밥에서 어떻게 이런 맛이 나죠? 따끈한 게 아주 맛있네요.”
이후 그들은 즉석비빔밥을 하나씩 맛보느라 뷔페 테이블에 있는 다른 메뉴를 제쳐놓았다.
이후 비빔밥 인기는 소주를 마시면서도, 노래를 부르면서도, 화장실에 다녀온 후에도 찾을 정도였다.
20가지가 넘는 맛과 한 숟가락 더 먹고 싶게 만드는, 살짝 아쉬운 양이 즉석밥 하나를 더 열게 만드는 것 같았다.
회식 후 정홍준은 성현우에게 문자를 보냈다.
-나한테 즉석비빔밥 10박스만 팔아주세요. 우리 아버지께서 좋아할 맛이네요.
며칠 후, 프리미엄 리조트 회원들도 정홍준과 같은 반응을 보였다.
그날은 프리미엄 리조트 회원들의 회식 자리였다.
그런데 스테이크를 먹던 회원 중 한 명이 직원을 불렀다.
“여기 즉석비빔밥이 있다던데 나한테 그걸 줄 수 없을까?”
“회원님, 즉석비빔밥은 아직 판매하지 않는 제품입니다. 그런데 어디서 즉석비빔밥 얘기를 들으셨나요?”
“정홍준 회장이 여기 오면 그걸 먹을 수 있다고 하던데……. 그게 종류가 다양하다면서요? 나는 자극적인 게 싫어서 강된장 비빔밥을 먹고 싶은데 정말 안 되나요?”
회원은 딸뻘인 직원에게 아주 정중히 물었다.
그러자 다른 회원들은 그게 뭔가? 하는 표정을 지었다.
직원은 잠깐만 기다려달라는 말을 한 후 팀장을 찾았다.
잠시 후, 직원은 아예 카트를 밀고 나왔다.
그 위에는 회원이 말한 강된장 비빔밥부터 불고기 비빔밥, 매운맛 비빔밥, 참치 비빔밥, 샐러드 비빔밥, 스팸 마요 비빔밥 등 여러 종류가 놓여있었다.
2010년대 후반만 해도 이 정도 즉석덮밥은 흔한 맛이었다.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덮밥이 나왔고 국밥도 나왔다.
그런데 지금은 2002년이다.
흰쌀 즉석밥이 나온 것도 1990년대 후반이다.
그런 상황에서 비빔밥을 단 몇 분 만에 맛보는 건 맛도 맛이지만 신기함을 먼저 느꼈을 것이었다.
직원은 회원에게 그중 몇 개를 고르게 한 후 전자레인지에 쪽으로 갔다.
그런데 그 동작이 회원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그들도 즉석밥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것을 먹어보지 않은 회원이 절반은 되었다.
그런데 전자레인지에 3~4분만 돌리면 비빔밥이 된다?
평균 연령이 60대인 그들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광경이었다.
그중 몇 명은 저런 걸 어떻게 먹겠냐며 부정적인 말을 했다.
그렇지 않더라도 호텔에서 즉석밥이 웬 말이냐며 언짢아하는 회원도 있었다.
잠시 후, 그런 그들은 전자레인지에 앞에 줄을 섰다.
처음 즉석밥을 맛본 회원의 입에서 연신 ‘으음!’, ‘맛있군 맛있어’, ‘이거 물건이네.’가 연속 나왔기 때문이다.
그렇게 회원들 대부분 즉석비빔밥을 맛보았을 때 연회를 이끌던 식음팀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식사 중에 죄송합니다만 잠시 공지해드릴 내용이 있습니다. 오늘 회원님들께서 즉석비빔밥을 맛있게 드셨다고 하셔서 회원님들께 한박스씩 드리라는 GM의 지시가 있었습니다. 양해해 주신다면 회원님의 차 트렁크에 실어놓겠습니다.”
그 말에 회원들이 모두 외쳤다.
“아주 좋아!”
“그럼 고맙지!”
* * *
이후 정·재계에 즉석비빔밥에 대한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프리미엄 리조트 회원들은 정·재계에서 잘나가는 사람들이다.
또 비빔밥 종류가 20가지가 넘는다.
그러니 적어도 하나 정도는 입에 맞는 게 있는 법.
회원들은 호텔 측에 더 구입할 수 없느냐고 문의전화를 했다.
하지만 호텔은 회원들께 한박스씩 더 보내는 것으로 감사 표시를 했다.
그때 한 회원이 다른 회원과 통화했다.
“최 회장, 식품회사 하는 전 회장 알죠?”
[알죠. 그분께 무슨 일이 있답니까?]“그 양반이 즉석비빔밥이 특허출원이 되어있는지 확인해 봤다지 뭡니까?”
[혹시 그걸 생산하려고 그러셨답니까?]“정말 그러려고 했는지는 모르지만 HY컨텐츠로 특허가 등록된 상태였대요.”
[역시 성현우는 다르네요. 그런데 저는 한박스 더 받고 싶은데 호텔에 얘기하면 더 줄까요?]“벌써 그걸 다 드신 겁니까? 최 회장 생각보다 식탐이 있으시네요. 하하하!”
[대학 다니는 우리 막내가 학교에 다 가져가 버렸지 뭡니까? 구내식당 전자레인지에 돌려먹는다면서요. 그럼 이걸 어쩌나? 아무래도 성 GM에게 전화 한 번 해봐야겠네요.]이후 그 회원을 비롯, 프리미엄 리조트 회원 모두 한박스씩 더 배송 받았다.
그런데 그 박스에는 성현우가 직접 작성한 메모가 담겨있었다.
-회원님, 즉석비빔밥을 생산하는 미래외식에 연락해보니 생산한 물량이 다 소진되었다고 합니다. 조만간 상품화 할 예정이니 그때까지 기다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후 성현우는 김상원과 미래외식 김정우를 연이어 불렀다.
김상원은 즉석비빔밥 관련 모든 특허, 미래외식과 독점 계약이 완료되었다고 했다.
김정우도 포장용기 기술을 미래외식 소유로 확보했다고 했다.
성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개발자도 미래외식으로 모셨나요?”
“며칠 전부터 이사 직급으로 출근하고 있습니다.”
“그분과 다른 포장용기도 개발해보세요. 죽이나 찌개 종류도 실온 보관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바로 전달하겠습니다.”
이후 두 사람은 미래외식 생산 공장을 늘리는 문제에 대해 얘기했다.
김정우는 미래그룹 회장인 성관규가 전폭적으로 지원해준다며 빠른 시간 내에 설비를 늘리겠다고 했다.
그리고 꼭 얘기하고 싶은 말을 꺼냈다.
“GM, 다른 메뉴가 개발되면 그것도 미래외식에 맡겨주셨으면 해요. 부탁합니다.”
성현우는 싱긋 웃으며 시계를 보았다.
퇴근 시간이 지난 시간이었다.
“형은 미래외식에 뼈를 묻을 생각인가요?”
그 말을 들은 김정우는 잠깐 텀을 둔 후 입을 열었다.
“솔직히 내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아직 몰라. 그런데 네가 준 기회를 어정쩡하게 날리고 싶진 않아. 할아버지도 모처럼 기운을 차리시는 것 같고, 어머니도 나만은 미래그룹에 있었으면 하시는 것 같거든.”
그 말을 하는 김정우의 얼굴에는 혹시 더 좋은 기회를 잃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담겨있었다.
그에게 지금보다 더 좋은 기회는 HY컨텐츠로 옮겨서 즉석밥 사업을 맡는 것일 거다.
성현우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우리가 생산하는 모든 즉석식품은 미래외식에서 생산할 거예요. 형이 미래외식 사장으로 그것을 총괄하면 좋을 것 같네요.”
그 말은 지금 이대로 사업을 지속하겠다는 것.
김정우는 눈을 빛내며 대답했다.
“고맙다. 잘해볼게.”
잠시 후, 김정우가 나가고 성현우는 휴대폰을 들었다.
“할아버지, 제가 보내드린 거 드셔보셨어요?”
[너 원래 그렇게 손이 작았냐?]성관규는 버럭 화부터 냈다.
“무슨 말씀이세요?”
[우리 그룹 임원이 몇 명인데 다섯 박스로 퉁 치려고 해?]“그건 할아버지하고 평창동 집 직원들 드시라고…….”
[잔소리 말고 30박스 보내라. 그럼 정우 놈 승진 고려해보마.]“제가 정우 형 승진 때문에 전화한 걸 어떻게 아셨어요?”
“네에?”
[지금은 상무 승진으로 끝나지만 내년에는 사장을 달아달라고 할 수도 있어. 그건 정우가 너희 쪽과 30년 단독 계약쯤 따오면 그때 고려해보마.]성관규는 그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이후 성현우는 크게 웃어버렸다.
지금 성관규는 김정우 승진 얘기를 하며 미래외식과 30년 단독 계약을 하라고 압박을 한 것이다.
“할아버지, 아직 그대로시네.”
그리고 막 퇴근 준비를 하려는데 휴대폰이 울렸다.
우원호였다.
순간 성현우의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다.
프리미엄 리조트 회원들과 성관규에게 즉석비빔밥을 몇 박스씩 보내는 동안 우원호에게는 비빔밥 한 톨도 보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성현우는 목소리를 가다듬은 후 전화를 받았다.
“회장님, 혹시 1시간 후, 시간 괜찮으십니까?”
[자네는 안녕하세요라는 말 대신 자네 용건부터 꺼내나?]우원호의 목소리에는 노기가 섞여 있었다.
그럼 이유는 하나다.
즉석비빔밥 증정 대상에서 자신만 빼놓은 게 서운한 것이었다.
성현우는 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시간 되시면 저와 조리실장이 회장님댁에 방문하려고 하는데요. 혹시 시간이 안 되십니까? 그럼 다음에…….”
[내 집에 왜 오는데?]우원호의 목소리 톤이 살짝 바뀌었다.
성현우는 살짝 튕기듯 말했다.
“회장님께는 조리실장이 직접 만든 비빔밥을 드시게 하고 싶었는데 시간이 안 되시면 어쩔 수…….”
[그럼 저녁 약속을 취소해 볼까?]“그러셔도 되겠습니까?”
“넵.”
성현우는 대답을 하자마자 전화를 끊었다.
이후 조리실장 실로 이동했다.
* * *
조만식은 이미 퇴근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그의 얼굴에는 이 시간 퇴근도 백만 년 만이라는 기쁨이 담겨있었다.
성현우는 조만식의 가방에 조리사복과 모자, 위생장갑 등을 넣었다.
“GM, 이걸 내 가방에 왜 넣는 겁니까?”
“실장님, 오늘도 야근해야 할 것 같은데요.”
“……!”
“우원호 회장님께 비빔밥을 만들어드려야 합니다.”
“언제 오시는데요?”
조만식은 그 말을 하며 조리사복으로 갈아입었다.
그런데 성현우는 그에게 사복을 다시 입히며 말했다.
“이쪽으로 오시는 게 아니라 우리가 회장님 자택으로 가야 해요.”
그리고 조만식의 팔을 끌었다.
그런데 조만식은 꿈쩍도 안 했다.
“잠깐만, 그럼 지금 출장 요리를 나가라는 말인가요?”
“나와 함께 가는 겁니다.”
“그런데 왜 그 말을 이제 하시는 건데요?”
“갑자기 그렇게 되었어요. 그러니까 빨리…….”
“그래도 이건 아니죠. GM, 지금 시간이 몇 시에요? 그리고 내 몸값이 얼마나 비싼지 알고 그러는 겁니까?”
조만식은 아예 팔짱까지 끼고 말했다.
그의 얼굴에는 기회를 잡았다는 희열이 묻어있었다.
주위에는 어느새 쉐프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의 눈에도 조리실장이 총지배인을 어떻게 엿을 먹일지에 대한 기대가 담겨있었다.
성현우는 그들을 돌아본 후 입을 열었다.
“출장 요리도 맞고 갑자기 요청한 것도 맞아요. 자, 조건을 얘기해보세요.”
그 말에 조만식이 바로 입을 열었다.
“오늘 건에 대해 시간외근무수당 300% 지급.”
원래 팀장급 이상은 시간외근무수당이 없다.
그래도 성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콜!”
“앞으로 즉석비빔밥 같은 신메뉴를 만들 때는 미리 조리실과 상의하기.”
“OK!”
“뷔페나 코스 메뉴를 결정할 때는 총지배인이 조금만 아는 척하시면 안 되겠습니까?”
“OK!”
“조리실에서 올린 결재에 대해 잔소리하지 않기. 아니, 덜 하기.”
“경우에 따라서.”
“조리실 회식 2달마다 시켜주시죠.”
그 말에 모여 있는 쉐프들의 눈이 반짝였다.
“콜! 1년에 한 번은 다른 호텔에서 시켜주죠.”
순간 환호성이 나오려다가 멈췄다.
조만식의 얼굴이 용건이 아직 안 끝났다고 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조만식은 심각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조리실 전용 휴게실도 만들어주시죠.”
“콜!”
“찬모와 여사들은 여직원들 휴게실 이용이 불편합니다.”
“그분들 휴게실도 별도로 만들죠.”
“새벽 출근자와 밤 퇴근자에게 지급하는 교통비도 50% 올려주시는 게 어떨까요?”
“지원팀장에게 지시하죠.”
성현우는 바로바로 대답했다.
전부 준비하고 있던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막 시계를 보는데 조만식이 쉐프들을 다 나가게 했다.
그리고 성현우의 팔을 잡으며 입을 열었다.
그런데 지금까지와는 달리 사투리가 나왔다.
“이건 마지막 조건인디 이걸 안 들어주면 난 한 발짝도 안 움직일 것이여!”
“뭔데요?”
“GM, 오늘 일 끝나고 우리 둘이 소주 한 잔 어때요?”
그 말을 하며 손을 꺾는 조만식의 표정은 이미 소주 한 잔이 들어간 것처럼 흥분해 있었다.
성현우가 어이없는 웃음을 짓는데 조만식이 가방을 챙겼다.
“GM, 빨리 안 가고 뭐 해요!”
* * *
2시간 후, 우원호는 아주 맛있는 표정으로 숟가락을 놓았다.
그리고 조만식에게 봉투를 주었다.
“고생했네. 아주 잘 먹었어.”
조만식은 공손하게 봉투를 받은 후 응접실을 벗어났다.
이후 우원호는 성현우에게 직접 차를 따라주었다.
“이걸 국내에서만 팔지는 않겠지?”
“네.”
“프리미엄 리조트 회원들을 첫 타겟으로 잡은 것도 그들의 사회적 영향력과 신뢰도를 이용하고 싶어서인 것 같은데?”
“그분들 대부분 그룹 오너시고 고위 공무원이십니다. 그분들이 맛있다고 하시면 직원들도 맛있다고 느낄 확률이 높습니다.”
성현우의 대답을 들은 우원호는 기가 막힌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다음 말은 진지하게 했다.
“다음 타겟은 청와대로 하게. 단, 요리대전 정도는 가볍게 우승해야 해.”
그 말을 하는 우원호의 얼굴에는 잘난 손자를 보는, 할아버지의 뿌듯함이 들어있었다.